927년 9월

견훤의 후백제군이 근품성을 함락, 파괴한 것은 경주에 이르기까지 남쪽으로 길게 늘어진 고려군의 허리를 끊는 작전이었다. 곧이어 고울부(지금의 영천)을 함락하자 신라왕은 연식을 보내어 왕건에게 구원을 요청하였다. 왕건은 시중 공훤 등에게 1만의 병력을 주어 신라를 구원하게 하였으나, 견훤은 단숨에 신라의 수도 서라벌로 들이닥쳐 포석정에서 놀고 있던 경애왕을 사로잡았다.

《삼국사기》와 《고려사》에서는 경애왕을 협박, 자살케 했으며 경애왕의 왕비를 강간하게 하였고 부하들에게 궁녀들과 간음케 하고 또한 병사들에게 마음대로 약탈을 허용했으며 장인들과 병기, 보배들을 노획하여 돌아갔다고 했다.

견훤은 왕의 외종제인 김부를 새 왕으로 임명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왕건은 크게 노하여 기병 5천을 이끌고 공산동수 지역에서 견훤과 대회전을 펼쳤다. 앞서 구원병으로 보낸 1만명과 합세하여 1만 5천에 달한 왕건군은 견훤군과 싸워 대패했고 고려의 장군 신숭겸이 왕건으로 변장하여 대신 죽었다. 이 전투에서 신숭겸 김락 등 고려의 여덟 장수가 백제군에게 죽어 팔공산이라는 지명의 유래가 되기도 했다. 그 밖에 싸움이 벌어진 주변 지명엔 왕건의 다급한 상황을 전해주는 것들이 많이 남아 있다. 이 전투를 공산전투 혹은 동수대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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