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제공



조선 후기의 문신.



본관 평강(平康)

호 번암(樊巖) ·번옹(樊翁)

별칭 자 백규(伯規), 시호 문숙(文肅)

활동분야 정치

주요저서 《번암집》













[조선일보 최재훈 기자]



‘대영박물관 대구전’에서 관람객들이 빠짐없이 멈춰서는 곳이 있다. 아시아의 유물들이 전시돼 있는 2층 ‘아시아관’, 우리 선조들이 그려져 있는 초상화 2점 앞이다. 진행요원 권도엽(22)씨는 “대부분의 관람객들이 대영박물관에 소장된 이유나 과정을 묻는다”고 했다.





분홍빛 여름 도포(조선시대 양반 예복)에다 문관용 검은 비단 사모(관복용 모자)를 쓰고 있는, 조선 정조(1752∼1800년) 때 영의정을 지낸 ‘채제공(菜濟恭·1720∼1799년)의 초상화’<사진>다. 얼굴에 검버섯과 하얀 수염, 분홍색 도포 아래로 비치는 청색 속옷까지 그려져 있다. 초상화 좌·우 상단에는 채제공의 친필 한문도 적혀 있다.





‘…이 그림을 아들 홍근에게 줘 자자손손 물려주려 했으나 아들이 이미 떠나 슬픈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초상화는 수년 전 한국의 선교사였던 한 영국인의 후예가 소장하고 있던 것을 대영박물관 측이 구입한 것. 대영박물관 아시아담당 큐레이터 제인 포탈(Jane Portal)씨는 “영국인 한 명이 한국의 고려청자를 갖고 있다고 해서 집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고려청자보다 벽에 걸린 이 작품이 더 눈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현재 이 초상화의 밑그림 3장은 서울에 있는 채제공 종가(宗家)에 보존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관사인 ㈜솔대 김중권 기획실장은 “일제시대 때 도난을 당했을 것이라는 설이 가장 많다”며 “다른 나라 박물관에 전시돼 있던 우리선조의 작품이어서 또 다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전시회에는 이 초상화와 함께 ‘이재관이 그린 유학자 초상화’도 선 보이고 있다. (053)580-8877∼9, www. bmkorea.com (최재훈기자 acrobat@chosun.com )













정조와 채제공의 수구세력 퇴치법

<김성환의 History Today>





국회의원 나리들이 줄줄이 감옥행이다. 우리 정치인들은 다른 건 몰라도 한 가지 점에서만은 항상 최첨단의 신기록을 세우곤 한다. 그것은 바로 부정하게 끌어 모은 정치자금의 규모이다. 건국 이래 웬만큼 거물이 된 정치인 치고 이 부정비리의 그물에 걸리지 않은 정치인은 거의 없다. 이 악순환은 언제 끝날 것인가. 아니, 어떻게 하면 끝장낼 수 있을 것인가. 18세기 말의 개혁군주 정조의 시대로 돌아가 그 지혜를 배워보자.





흔히 조선 후기는 사림 각파 붕당의 권력투쟁으로 점철된 혼란의 시대로 묘사되곤 했다. 그러나 요즘 교과서에는 당쟁 자체를 부정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붕당의 난립과 정치투쟁은 어떤 면에서 긍정적인 요소도 있다는 것이다. 마치 근대 이후의 여야 각 정당들의 정책경쟁과 비슷한 측면을 조선 후기의 붕당들에 비추려고 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것은 붕당의 폐해만 지적하는 것이 편협한 것과 마찬가지로 역편향이기도 하다. 당쟁 폐해론을 통해 우리 민족의 열등성을 주입시키려 한 일제 식민사관의 굴레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지나친 열정이 이러한 역편향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하지만 일제로부터 독립한 지도 환갑이 다 돼 가는 오늘, 이젠 편향 없이 역사를 돌아볼 때도 되지 않았을까. 내가 보기에 조선 후기의 당쟁은 오늘날 우리 정치가 보여주는 것만큼 부패했고 시대역행적이었다.





당쟁의 진면목



물론 당쟁이라는 것 때문에 대신들이 국왕 앞에서 대놓고 국왕의 의견에 반대할 수 있는 분위기가 가능했고, 이것이 국왕의 1인 전제를 막았던 것은 역사적 진실이다. 그 기원은 조선의 건국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은 다른 어느 나라 역사에서도 보기 힘든 독특한 왕조였다. 조선은 이성계라는 무인세력과 정도전을 비롯한 사대부 세력이 연합해서 건국됐다. 그만큼 건국 초기부터 신하들의 권한이 막강했다. 이 점에서 조선의 역사는 신권이냐 왕권이냐를 두고 끊임없이 논쟁해온 역사이기도 하고 그만큼 건강한 측면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 건강성이 5백 년 동안 변함없이 지속될 수는 없는 것이었다. 대체로 17세기 말 숙종대 이후 조선의 당쟁은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각 붕당 간의 피비린내 나는 정치투쟁에 지나지 않았다.





‘예’가 뭐기에



하나의 예로 ‘예송’ 사건을 들어보자. 1659년 5월 4일, 효종이 서거했다. 그런데 효종의 어머니 자의대비는 아직 살아계셨다. 유교의 의례에 따르면 어머니는 맏아들이 죽었을 경우 3년상을, 그 아래 아들들이 죽었을 경우에는 1년상을 지내도록 돼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효종이 장남이 아니라 차남이었다는 점이었다. 이 문제를 두고 남인과 서인이 크게 한판 붙었다. 남인은 효종이 비록 차남이나 국왕 자리는 원칙적으로 장남이 계승하게 돼 있으므로 효종도 장남에 준해야 한다고 주장해 3년상을 주장했다. 이에 비해 서인은 효종은 어디까지나 차남이므로 1년상으로 족하다고 주장했다. 이 논쟁에서는 서인이 한판승을 거두어 남인의 윤선도 등이 관직에서 쫓겨나 유배형에 처해졌다.

그러나 이것은 1라운드에 불과했다. 15년이 지난 1674년, 효종비 인선왕후가 죽었는데 자의대비는 이때까지도 살아 있었다. 시어머니의 며느리에 대한 상을 1년으로 할 것이냐 9개월로 할 것이냐로 서인과 남인 사이에 2라운드가 붙었다. 이번엔 와신상담한 남인측이 승리를 거두었다. 그리고 송시열 등 서인의 거두들이 이전 남인과 마찬가지로 관직을 삭탈당하고 유배형에 처해졌다.



서인과 남인은 각기 신권파와 왕권파를 대변하는 정파였으므로 이 예송 논쟁은 그 두 파간의 권력투쟁 성격이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나라의 큰 정책을 두고 대립하기는커녕 겨우 죽은 사람 상 치르는 일 가지고 다투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쪼잔하기 그지없다. 그런 식의 예절 논쟁이 나라 살림과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이것은 요즘 우리 국회의원들이 정치개혁하라는 국민들의 바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의석 수 늘리는 데만 눈이 벌개져 의사당에서 치고받고 난투극을 벌이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것이다.



붕당들의 권력투쟁은 그것이 단지 민의 살림살이와 무관한 정치투쟁에 그쳤다는 데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 그토록 편을 나누어 세를 불리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 즉 정치자금이 필요했다. 그 돈은 어디서 나오는가. 바로 백성들이 내는 세금에서 나왔다. 나라에서 합법적으로 그들에게 정치자금을 대줄 리 없었으니 그들은 그 돈을 만들기 위해서 온갖 편법과 부정과 비리를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붕당의 정치자금 조달법



정조대의 한 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어느날 민경세라는 지방관의 비리가 폭로됐다. 그가 지방관에 부임한 지 10달 만에 착복한 공금의 규모는 천문학적 수량이었다. 주요한 것만 대충 봐도 곡물은, 쌀과 콩이 7백30석이었고 조가 5천1백 석이었으며, 대구가 5천7백 마리, 건어가 1천3백80마리였다. 이 모든 것을 그 혼자 먹기에 너무 많은 양이었다. 당연히 그 가운데 상당수는 중앙 정계에서 자리를 잡고 있으며 그에게 관직을 내려준 보스에게 상납했을 것이다. 또 그 보스는 각지에서 올라오는 이 재물을 비자금으로 삼아 정치투쟁 자금으로 활용했을 것이다. 그러니 민경세가 의금부에 붙잡혀 왔을 때도 태도가 당당했다. 그가 뱉은 첫 마디가 가관이었다.



“5천 석은 나중에 메워 넣었으니 죄가 되지 않는다.”



또 사건이 불거지자 고위직에 있던 이들이 국왕에게 아뢴 말은 더욱 재미 있다. 우의정이 말하기를,



“탐욕을 징계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염치가 밝으면 사람이 탐욕을 부리지 않으므로 법이 없어도 괜찮고, 법대로 다스리면 탐욕을 부리는 자들이 단속될 것이니, 이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하면 될 것이옵니다.”



그러자 국왕이,



“형법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때 좌의정이 나서서 말하기를,



“탐욕을 징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염치를 장려하는 데에 달려 있습니다.”



말하자면 비리 관련자를 엄중문책하지 말고 잘 타일러 양심을 되찾도록 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짓자는 얘기였다. 하기야 그들 자신이 비리의 몸통이니 깃털을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이 지극하지 않았겠는가.



나라꼴이 이 모양이니 영조가 집권하자마자 탕평책을 부르짖으며 개혁정책을 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붕당들이 보기에 조선이 어떤 나라인가. 사대부가 일으키고 지켜온 사대부의 나라가 아닌가. 탕평책이 웬말이냐며 사사건건 발목을 잡았다. 이에 화가 치민 영조가 던진 말, “이 나라가 노론이나 소론들만의 것이란 말인가.”



영조에 이어 정조는 탕평책을 더욱 밀고나간다. 정조가 마련한 비책은 어느 붕당에도 속하지 않은 참신한 개혁적 인물을 등용하는 것이었다. 그 핵심 인물이 바로 채제공.



1788년 2월 12일, 조정이 발칵 뒤집혔다. 정조가 채제공을 우의정, 바로 국왕 아래 ‘넘버 3’ 자리에 임명한 것이었다. 수구 세력들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던 것은 이미 채제공이 말단 관리에 임명될 때부터 국왕에게 그의 비리와 반역 음모에 대해 수십, 수백 차례에 걸쳐 상소를 올렸고 그에 따라 몇 번이나 좌천되곤 했던 인물을 단박에 ‘넘버 3’에 임명한 것이었다.





신해통공의 일격



채제공이 우의정에 임명된 그날부터 다시 상소 공세가 시작됐다. 그들이 애용한 무기는 색깔론. 국왕을 우습게 여기는 언행을 일삼았으며, 심지어 반란을 일으키려는 음모까지 꾸몄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증거는 아무것도 제시하지 못했다. 그저 “길거리에 그런 얘기가 떠돌더라” “누구누구네 집 아녀자들이 하는 얘기를 들었다”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정조는 아랑곳하지 않고 채제공을 지켰으며 오히려 무고하는 자들을 처벌했다. 하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올라오는 상소에 일일이 대응하는 데도 지쳐갔고, 마지 못해 채제공이 잠시 자리를 피해 있도록 임시 좌천을 시키기도 했다.



다시 ‘넘버 2’ 좌의정으로 복귀한 채제공은 마침내 비장의 카드를 꺼내든다. 그것은 1971년 1월 25일에 전격 발표된 이른바 신해통공이었다.



신해통공이란 것은 그때까지 서울 종로 시전 상인들에게 주어졌던 특권인 금난전권을 폐지한다는 것이었다. 종로의 육의전을 비롯한 시전들은 궁궐에 필요한 물품을 조달하는 대가로 시전 이외의 상행위(난전)를 금지시키는 특권을 부여받았는데 그것이 바로 금난전권이었다. 그러나 전국의 상업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발전하면서 이러한 독점적 시전체제는 백성들에게 질곡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채제공의 입을 통해서 그 실상을 들어보자.



“난전을 금하는 법은 오로지 육의전이 위로 나라의 일에 종사하고 있으므로 그들로 하여금 이익을 독차지하게 하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요즈음 빈둥거리며 노는 무뢰배들이 삼삼오오 떼를 지어 스스로 가게 이름을 붙여 놓고 사람들의 일용품에 관계되는 것들을 제각기 멋대로 전부 주관을 합니다. 크게는 말이나 배에 실은 물건부터 작게는 머리에 이고 손에 든 물건까지 길목에서 사람을 기다렸다가 싼값으로 억지로 사는데, 만약 물건 주인이 듣지를 않으면 곧 난전이라 부르면서 결박하여 형조와 한성부에 잡아넣습니다. 이 때문에 물건을 가진 사람들이 간혹 본전도 되지 않는 값에 어쩔 수 없이 눈물을 흘리며 팔아버리게 됩니다.



그리고는 제각기 가게를 벌여 놓고 산 값의 배나 되는 값을 받는데, 평민들이 사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만약 부득이 사지 않을 수 없는 경우에 처한 사람은 그 가게가 아니고서는 다른 곳에서 물건을 살 수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그 값이 나날이 올라 물건값이 비싸기가 제가 젊었을 때에 비해 3배 또는 5배나 됩니다. 근래에 이르러서는 심지어 채소나 옹기까지도 가게가 정해져 있어서 사사로이 서로 물건을 팔고 살 수가 없으므로 백성들이 음식을 만들 때 소금이 없거나 곤궁한 선비가 조상의 제사를 지내지 못하는 일까지 자주 있습니다.”



채제공이 이때 말한 무뢰배들이란 바로 시전 상인들과 결탁된 자들이었다. 즉 시전 상인들은 자신들의 금난전권을 다시금 권리금 형태로 받고 팔아넘긴 것이었다.



채제공이 이러한 금난전권을 폐지하고 누구나 자유롭게 장사를 할 수 있게 길을 터주는 신해통공을 발표하자 대부분의 서울 서민들은 환호했고 다만 시전 상인들만 울상이었다.





민의 편에 서다



그런데 채제공의 이러한 조치에는 깊은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었다. 시전 상인들은 특권을 통해 막대한 재산을 모을 수 있었는데, 그러한 특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중앙 정계의 유력한 정치인들에게 뇌물의 형태로 정치자금을 건네주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채제공의 신해통공은 정조의 개혁정책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자신을 흔들어 자리에서 떨어트리려고 안달하는 수구세력의 경제적 기반에 대한 일대 반격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수구세력은 신해통공에 대해 가만히 있지 않았다. 신해통공 며칠 후, 채제공이 출근하는 길에 돌연 수백 명의 데모꾼들이 길을 막았다. 그들의 주장은 ‘신해통공 웬말이냐, 우리 특권 사수하자’였다. 시전 상인들이 감히 좌의정의 출근길을 막을 수 있었던 데는 다 뒷구멍으로 믿는 바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채제공은 그들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일갈했다.



“지금 총명하신 군주가 위에 계시고 온 나라 백성은 똑같이 군주의 자식이다. 그렇다면 행상이건 좌판이건 서로 있고 없는 것을 거래하는 것은 진실로 떳떳한 일이다. 그런데도 저자의 가게 자리에 이름이 올라 있지 않은 사람의 경우는 자기의 물건을 가지고 매매하는 것을 구속하거나 내쫓아서 도성에 발도 붙이지 못하게 하고 있으니, 어찌 이러한 도리가 있겠는가. 너희들도 백성이고 저들도 백성인데, 조정에서 다독여 구휼하는 도리에 있어서 어찌 피차의 차이를 두겠는가.”



말하자면 채제공은 민의 편에 서서 기득권 세력을 공격하는 보폭을 취했고 이는 시대적 진보에 걸맞은 길이었다. 그가 민의 편에 서 있었다는 다른 일화 하나.



조선시대에는 각 고을마다 특산물을 궁중에 공물로 바치는 제도가 있었다. 무주에 할당된 것은 2년에 한 마리의 멧돼지. 그러나 공물 내는 날에 멧돼지가 꼭 잡히라는 법이 없어 난감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국왕은 멧돼지 한 마리 대신 그보다 손쉬운 산 꿩 80마리로 바꾸어주었다. 그러나 진상할 날에 맞추어 80마리나 되는 꿩을 한꺼번에 다 잡기도 어렵거니와 시일을 끄는 동안에 먼저 잡은 것이 썩을 염려가 있었으므로 영주인(공물을 대신 납입하여 주는 업자))에게 부탁하여 사서 바치게 하였더니, 꿩 값이 크게 뛰어 한 마리의 값이 3냥 5전씩 하다보니 그 액수가 도합 2백80냥이나 되었다. 사정을 소상하게 파악한 채제공은 국왕에게 이렇게 보고했다.



“백성들은 전처럼 멧돼지로 바치게 하거나 아니면 꿩 한 마리의 값을 2냥으로 정해서 돈으로 내면 서울에서 공물로 대치하게 할 것을 원하기도 합니다. 무주의 경우가 이와 같으니, 호남 지방의 다른 고을들이 어찌 무주와 같지 않겠습니까. 청컨대 해당 감사에게 공문을 띄워 물어보고 적절히 헤아려 아뢴 뒤에 처리하게 하소서.”



정조는 학계 일부에서 조선의 계몽군주로 불린다. 유럽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2세기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2세와 같이 중세에서 근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중앙집권적 절대왕정을 통해 위로부터의 근대화를 추진한 인물에 비견된다는 것이다. 논쟁적인 주장이지만 논쟁이 활발하지는 않다. 어차피 실패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1799년 채제공은 자신을 등용한 국왕의 개혁을 완수하지 못하고 수명을 다하고 말았고 바로 그 다음 해 정조도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정조가 노론 세력에 의해 독살된 것으로 믿고 있다.



영조와 정조 시대의 조선 역사는 기회와 좌절이 교차했고 결국 좌절로 귀결된 그 역사가 못내 아쉽다. 오늘 우리는 다시 기회와 좌절의 한복판에 서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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