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장우여산(葬于驪山)
- 여산릉에 묻히는 진시황 -

그해 9월 시황은 여산(驪山)에 묻혔다. 옛날 시황은 진왕의 자리에 오르자마자 곧바로 여산에 자신의 무덤을 축조하는 공사를 오래 전에 시작하고 있었다. 천하를 병합한 후에는 세상의 죄수 70여만 명을 동원하여 세 차례나 지하수 층을 지날 정도로 땅을 깊이파고 구리를 녹인 물을 부어 외관(外棺)을 만들었다. 다시 그 주위에 궁궐의 모형을 만들고 그 안에는 작록에 따라 백관들의 모습을 흙으로 빚어 세운 후에 세상의 희귀한 보물과 기이하게 생긴 돌들을 모두 옮겨서 가득 채웠다. 장인들을 시켜 노궁(弩弓)을 기관으로 설치하여 자기의 무덤에 접근하는 자가 있으면 자동적으로 화살이 발사되도록 만들었다. 수은을 부어 백천(百川), 강하(江河), 대해(大海)의 모습으로 만들고 기관을 설치하여 수은들을 흐르게 하였다. 위에는 천문의 모습으로 꾸몄으며 아래에는 천하의 지리를 본따서 만들었다. 사람의 모습을 닮은 물고기의 기름으로 양초를 만들어 꺼지지 않게 하였다. 이세 황제가 말했다.
「선황의 후궁들을 자식이 없다하여 궁궐 밖으로 내보는 처사는 옳지 않다.」
시황의 시신을 장사지내는 절차가 모두 끝나자 어떤 사람이 말했다.
「무덤 안에 설치된 기관과 부장함 수많은 진기한 보물들에 대해서 상세하게 알고 있는 공인과 장인들은 종내에는 비밀을 누설할 겁니다.」
장례를 치르는 대사가 모두 마무리되고 보물들도 모두 매장하자 묘도(墓道)의 가운데 문을 폐쇄하고 또한 묘의 바깥문을 내려서 공인과 장인들을 안에 가두니 아무도 묘 안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죽었다. 묘 바깥에는 나무와 풀을 심어서 묘가 마치 산과 같이 되었다.
이세 황제 원년 기원전 209년, 이세의 나이가 21살이 되었다. 조고를 낭중령으로 삼고 나라의 모든 일을 그에게 맡겼다. 이세가 조칙을 내려 시황의 침묘(寢廟) 침묘(寢廟) : 종묘의 침과 묘의 합칭이다. 종묘 후면의 신주(神主)와 조상들의 유물을 두는 곳을 침(寢)이라고 하며 전면의 제사를 드리는 곳을 묘(廟)라 한다
에 제사를 지낼 때 희생(犧牲)의 숫자를 늘리고 여러 산천에 드리는 제사와 일체의 제사에 쓰이는 예물들의 숫자와 양을 늘리도록 했다. 다시 군신들에게 시황의 묘를 높이 받드는 일에 대해 의논하게 하였다. 군신들이 머리를 숙이면서 이세에게 상주하였다.
「옛날에 천자는 칠묘(七廟), 제후는 오묘(五廟), 대부는 삼묘(三廟)를 두어 만세에 이르도록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오늘에 이르러 선황의 묘를 가장 높이 받들어 사해의 모든 백성들이 헌상한 것들을 공물로 바쳐 희생을 늘리고 예를 두루 갖추었음으로 더 이상 높일 수는 없습니다. 선왕들의 묘가 어떤 묘는 서쪽의 옹성(雍城)에 있고 또 어떤 묘는 함양에 있습니다. 천자께서는 마땅히 한 곳에 모은 선왕들의 묘와 함께 시황의 묘에 제사를 지내시고 술을 따라 올려야 마땅하다고 사료됩니다. 양공(襄公) 이후의 묘들은 이미 훼묘(毁廟)에 모시고 일곱 분의 조상들을 모실 칠묘를 세우도록 하십시오. 지금의 군신들은 예로써 나아가 제사를 받들면서 시황의 묘를 제왕의 첫째가는 묘로 받드십시오. 제께서는 선황의 예에 따라 짐(朕)이라 부르십시오.」
이세 황제가 조고에게 의견을 구했다.
「짐이 나이가 어리고 제왕의 자리에 앉은 지 얼마 안 되어 백성들이 나를 따르지 않고 있소. 선제께서는 천하의 군현들을 순행하시며 그 강함을 천하에 보이시어 위엄으로써 백성들을 복종하게 만드셨소. 오늘 내가 순행도 나가지 않고 나의 약함을 세상에 보인다면 신하들과 백성들을 통치하지 못하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되오.」
그해 봄철에 이세황제가 동쪽으로 순행을 나가 군현을 방문하였다. 이사가 수행했다. 이세의 행렬이 갈석산을 넘어 해안에 당도하여 다시 방향을 남쪽으로 잡아 회계에 당도하였다. 시황제가 세운 비석에 모두 글씨를 새기고 비석의 옆면에는 수행한 대신들의 이름을 명기하여 선제가 이룩한 공업과 덕을 밝혔다. 비문에 새긴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이세 황제께서 말씀하셨다.‘비석에 새겨진 공덕은 모두 시황제께서 이룩하신 일이다. 지금 황제의 칭호를 이어받아 사용하게 되고 시황제라고 구분해 놓지 않는다면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는 황제가 한 일처럼 보이게 되어 시황제의 업적과 공덕을 밝힐 수가 없을 것이다.』
좌우승상 이사와 풍거질(馮去疾), 어사대부 덕(德)이 황공하여 말했다.
「신 등이 청하옵건대 황제께서 말씀하신 조칙을 이 비석에 새기게 하여 이 일을 명백하게 밝히게 해 주십시오. 신 등은 죽음을 무릅쓰고 아뢰옵니다.」
이세 황제가 말했다.
「그렇게 하도록 하시오.」
이세 황제는 다시 방향을 북쪽으로 돌려 요동을 방문한 후에 함양으로 돌아왔다.

**훼묘(毁廟) : 고대의 예법 중 오대조 이상의 신주는 종묘에서 태묘(太廟)로 옮겨 모셨는데 이를 훼묘(毁廟)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