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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3-21 07:10:197639 
감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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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1649년 청교도혁명(淸敎徒革命)이 일어나고, 올리버 크롬웰이 이끈 의회군에 패배한 찰스1세는 도끼로 목이 잘린다.

찰스 1세의 아들은 프랑스로 도망쳤다가 크롬웰이 사망한 이후 영국으로 돌아와서 찰스2세로 등극하는데.... 항상 의회의 눈치를 보며 재정(財政)궁핍(窮乏)에 시달렸다.



보다못한 존 포스터(1664년 ‘대량의 감자 재배로 증가한 영국의 행복’이라는 책의 저자)가 재테크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폐하, 전국에 감자를 재배하게 하고 감자세(稅)를 거두시죠.”

포스터는 감자가 식량부족을 해결할 뿐만 아니라 왕의 주머니도 두둑하게 채워줄 것이라고 부추겼으나 찰스 2세는 못마땅한 투로 내뱉었다.

“나더러 그런 허접한 채소나 팔란 말이냐!”



훗날 감자가 인도와 미국으로 전파되어 연간 1000억달러 규모의 세계시장을 형성하리란 사실을 알았더라면 찰스 2세의 생각은 달랐을 것이다.


중남미에선 재배되던 감자는 에스파냐가 잉카 제국을 멸망시킨 후 1560년경 황금과 함께 유럽에 전파되었다.

유럽의 지배 계층은 곧 그것이 자신들이 먹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돼지 같은 농민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겠다고 여겼다.



다음은 프랑스의 학자 드니 디드로(Denis Diedrot)가 18세기에 저술하였으며 당시 영향력을 떨쳤던 백과전서 (Encyclopedie)에 실린 글이다.

"감자는 확실히 위장에 가스가 차게 한다. 하지만 농민과 노동자들은 왕성한 장기를 가졌으니, 가스 쯤 찬다고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러시아 귀족도 농민들에게 감자를 먹으라고 명했다. 이탈리아의 카톨릭 교회들은 충실한 신자들에게 "이 기분 좋은 음식을 먹고 또 먹으라고" 적극 권했다. 프랑스에서는 감자 요리만 담은 요리책들까지 펴냈다.



다들 이렇게 적극적인 가운데 영국만이 주저하고 있었다. 당시 가장 유력한 정치 사상가 중 한 명이 1830년에 썼던 다음의 글을 살펴보자.

"나는 차라리 노동자들 모두가 목이 매달려 죽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리고 나도 그들과 똑같이 죽음을 맞고 말겠다. 그들이 감자를 먹고 사는 것을 보느니 차라리 그 편이 낫다."







전통적으로 유럽인은 어두운 땅 속에서 자라며 성경에 나오지 않는 감자를 불경하고 사악한 것으로 여기기도 했지만, 비슷한 시기에 북미대륙에서 건너온 고구마는 단맛을 탐닉한 귀족들이 즐겨 찾아 ‘높은 지위’를 누렸다.



유럽인은 땅 속에서 놀라운 속도로 뻗어나가는 감자줄기와 한 줄기에 50개 이상의 열매가 열려있는 모습을 보고 악마가 농간을 부린 것으로 생각했다. 심지어 17세기 초에는 ‘감자가 나병을 일으킨다’는 소문까지 퍼졌다.



1770년 대기근이 닥쳤을 때 나폴리 사람들은 북유럽에서 구호품으로 보내온 감자를 만지는 것조차 거부했다.



1774년 프러시아에서는 프리드리히 대왕이 기근 대책으로 감자를 심을 것을 명령해도 따르는 사람이 없었다. 콜헤르크 지방 사람들은 왕에게 올린 상소문에서 “개조차 맛이 없어 먹으려 하지 않는 것을 우리가 먹어야 한단 말입니까”하고 호소했다.







유럽에서 감자를 가장 먼저 받아들인 나라는 아일랜드였다.

영국에서는 아직도 감자를 돼지나 먹는 것으로 여기고 있었는데, 아일랜드 사람들은 기꺼이 이 뿌리채소를 형제처럼 맞아들였다.



아일랜드에서는 감자가 빵을 제치고 주식으로 자리 잡았으며, 남자들은 감자 껍질을 좀더 쉽게 벗기기 위해 일부러 엄지 손톱을 길게 길렀다.



1700년대 말 무렵 아일랜드 사람은 날마다 약 4.5 킬로그램의 감자를 먹었다.



영국인 신사들은 아일랜드인들의 이러한 행위에 혐오를 금치 못했다.

본래 사람은 밀로 만든 빵을 먹고 살아야 한다고 믿었던 그들은 아일랜드 사람들이 빵 대신에 지저분한 뿌리나 먹어서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며 잠이나 자고 간통이나 즐기는 개 같은 족속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여겼다.

그러면서 감자에 '게으른 뿌리'라는 이름을 붙였으며, 이러한 풍조가 '카우치 포테이토(Couch Potato) -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만 보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 - , '감자 대가리(Potatohead)' - 멍청이, 바보 같은 비방적인 표현으로 남게 되었다.



'코벳'이라는 이름의 영국 언론인은 심지어 '감자를 삶은 물만 마셔도 도덕성의 파괴를 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영국에서 감자를 금지시켜야 한다는 제안을 했다가 묵살당하자 노동자들에게 이 '사악한 음식'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를 타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명 '게으름의 토대'라 불리던 감자밭은 단 1에이커만 있어도 아일랜드의 6인 가족이 1년 내내 실컷 먹기에 충분했다. 그 덕분에 아일랜드의 농민은 착취를 가하는 영국의 지주들에게서 한껏 자유롭게 되어 인생을 즐기며 아이들도 많이 낳을 수 있었으며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나라에서 노예나 다름없는 삶을 끝낼 방법이 없을까 하는 궁리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아일랜드를 지배하던 영국의 봉건 영주들은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다음은 1822년 6월에 발행된 <에든버러 리뷰 (Edinburgh Review)>에 실린 글이다.

"아일랜드에 단 100만, 아니 150만 명밖에 안되는 주민이 살면서 굶주림에 허덕이는 비참한 처지에 놓였을 때만 해도, 이들을 예속(隸屬) 상태로 붙잡아 두는 일은 비교적 쉬웠다. 하지만 감자와 소작 제도 덕분에 현재 아일랜드 주민 수는 700만명에 이르며..... 물리적인 억압도 더 이상 효력이 없게 되었다."



영국인들이 감자에 대해 보인 거부감은 아일랜드의 경우 예언자적인 주장이었음이 입증되었다.

1800년대 초에 이르렀을 때, 아일랜드 인구의 3분의 1이상이 감자로만 연명해야 할 정도로 몰락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감자가 화폐를 대신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1845년 아일랜드의 농민들이 '게으른 뿌리' 를 캤을 때 자신들의 곡물이 있어야 할 곳에 악취가 나는 시커멓고 끈적끈적한 덩어리만 매달려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때까지 들어보지도 못했던 질병인 이 '감자마름병'으로 2년간 아일랜드 식량의 90퍼센트는 먹어보기도 전에 밭에서 썩어나갔다. 그 뒤를 이어 흉년까지 들어 100만명이 훨씬 넘는 사람들이 죽었으며, 또 100만명은 조국을 버리고 떠났다.



결국 1800년대가 저물던 무렵에 아일랜드의 인구는 반으로 줄어 있었다.



당시 조국을 버리고 떠난 100만명 안에는 미국 대통령 케네디의 조상도 있었다.




유럽에서와 달리 흉년이 들면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했던 우리나라에서 감자는 아무런 저항없이 뿌리내렸다. 탐관오리(貪官汚吏)의 수탈에 시달리던 농민은 산에 들어가 화전(火田)을 일구었는데, 아무데서나 잘 자라는 감자가 제격이었다.



쌀 수탈이 극심했던 일제 강점기에도 감자는 관헌(官憲)이 눈독 들이지 않는 농민의 주식이었다.



감자라는 말의 어원(語原)은 남방에서 미리 전래된 고구마를 감저(藷)라고 하는데, 감자는 북쪽에서 전래되었기 때문에 북감저()라고 부르다, 감자라는 이름으로 변한 것이다.



FAO(유엔식량농업기구) 2001년 통계에 따르면 세계 감자 생산량은 3억1000만톤이며 130개국에서 재배하고 있다. 소련 붕괴 이후 세계 감자 생산량의 20%를 담당하는 중국이 1위로 올라섰고 러시아, 미국, 인도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연간 70만톤을 재배하고 있으며 북한은 우리 2배가 넘는 187만톤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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