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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5-29 17:44:228541 
서희와 이명박 / 이용중 동국대 법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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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993년, 거란의 소손녕이 80만 대군을 몰아 고려를 침입하여 ‘항복하지 않으면 섬멸할 것’이라 위협하였다. 아직 국가의 기틀이 완성되지 않은 왕조 초기에 닥친 이러한 국가존망의 위기에 단신으로 적진에 들어가 뛰어난 협상력으로 거란의 침입을 물리치고, 더욱이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인 압록강 이북의 강동6주까지 돌려 받았던 이가 바로 서희(徐熙)이다. 강대국의 무력 침공에 외교로 맞서 거꾸로 영토를 얻어온 사례는 아마도 세계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거란에 대한 빛나는 외교승리




서희의 뛰어난 협상 전략은 실상 거란과 송(宋)이 각축을 벌이던 10세기 말 동아시아 국제정세에 대한 탁견과 예지가 바탕이 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서희의 협상 과정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정도의 양허안을 들고도 실패한 한미 쇠고기 협상을 바라보는 데 여러 가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서희는 소손녕의 진영에서 예비협상, 본협상, 후속협상으로 이어지는 3차에 걸친 협상전을 벌였다. 지금의 국제관계에서 벌어지는 협상과정과 매우 유사했다. 예비협상이라 할 수 있는 상견례에서 소손녕은 서희에게 뜰 아래서 예를 갖추도록 하였으나, 서희는 국제관례에 어긋남을 들어 ‘화를 내고 숙소로 돌아와서 누워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대응했다. ‘아니면 말고(take it or leave it)' 식의 고도의 심리전을 구사한 것이다.




사실 오늘날의 정상회담에서도 당사자인 정상 간의 기싸움이 벌어진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한미 쇠고기 협상은 실무자 간의 본협상에 가기도 전인 캠프데이비드 별장에서의 예비협상 단계에서 상황이 종료되었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에게 크게 아쉬울 것이 없었다. 사상 최대의 표차로 새로 당선된 대통령과 임기 종료를 앞둔 대통령 간의 정치적 위상의 차이는 국력의 문제를 넘어선다.




임기의 대부분을 미국의 새 대통령과 보내야 하는 이 대통령의 입장에서 부시 대통령과의 만남을 굳이 아쉬운 구도에서 몰아갈 필요가 없었다. 더욱이 FTA에 있어서 더 급한 쪽은 미국이다. 동아시아에서의 중국의 영향력을 최대한 견제하고 경제ㆍ안보에 있어서 기존의 우위를 유지하고자 하는 미국은 중국보다 더 빨리 한국과의 FTA 체결이 필요했고, FTA의 핵심인 쇠고기 수출은 미국 내 축산 농가들로부터 지지를 받아 정권을 재창출해야 하는 공화당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되는 중차대한 사안이었다.




따라서 정상화담 추진 시부터 부시 대통령에 대하여 ‘아니면 말고’로 압박을 가했어도 미국 입장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황제의 별장’에 초청을 받았다는 식의 일부 언론의 호들갑은 곧 국가적 자존감의 실추로 이어졌다. 미국과의 동맹을 최우선시하는 이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독재자 전두환이 들었던 수준의 친밀한 표현도 듣지 못했다.




쇠고기문제, 급한 건 미국인데




호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청와대로 들어와서 대통령의 간곡한 입장을 수 차례나 듣고도 이를 면박하고 우방국 대통령의 주요 국정현안 발언에 대하여 잘잘못을 평가하는 미국의 관리들이나, 주재국의 고도의 정치적 문제에 대하여 야당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실망했다’는 노골적 표현으로 외교관례를 무시하는 버시바우 미국대사 등이 보여준 일련의 행동은, 캠프데이비드에서 그날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국민들이 어렵지 않게 짐작하게 해주고 있다.




한미 FTA는 세계 최대의 경제권이 만나는 자리이다. 쇠고기 협상은 그 중 핵심이다. 길게 보고 버티는 쪽이 이긴다. 서희 외교의 승리는 ‘내놓은 패보다 들고 있는 패’를 읽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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