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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4-06 10:27:449416 
서울대 주경철교수의 ' 대항해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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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대항해시대>




<한겨레>에 주말마다 연재되던 주경철 교수의 <대항해시대>를 가장 흥미롭게 읽는 방법은 원래 그랬던 것처럼 신문 칼럼의 형식으로 읽는 것일지 모른다. 저자가 책의 머리말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책은 현대 문명의 뿌리가 되는 15~18세기를 다양하고 종합적인 시각에서 다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서 '대항해시대'에 대해 각별한 호기심이 없다면, 서양사를 전공하는 학생들이나 개론서로 볼 법한 500페이지 분량의 이 책을 일반인이 집중력을 갖고 읽어내는 것이 분명 그리 쉬운 일은 아니리라.




그러나 뒤집어 생각하면 학자가 아닌 이들한테는, 서양의 근대사를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한 권의 책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건 분명 행운이다. 특히 세계 근대사의 변방에 속하는 한국 학자가 써내려 간 책임에도 불구하고, 유럽중심주의나 지나친 탈(脫)유럽주의를 경계하는 데 기울인 노력을 실감하는 순간에는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대항해시대'라는 역사적 틀에서 여기, 한국에 살았던 사람들은 분명 적극적인 행위 주체는 아니었다. 그러나 대항해시대 동안 벌어진 역사가, 우리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지금의 세계에 어떤 형태로 녹아 들어가게 되었는지 확인하는 일은 분명 우리에게 중요한 일이다.




당시 세계의 중심이던 유럽의 시각에서 대항해시대를 정의한다면, 이 시기는 유럽이 군사적 우위를 이용해 각 대륙을 정복하고 결국 최종 승자의 자리를 차지하는 '정복의 역사'가 될 것이다. 하지만 전혀 다른 문명이 처음으로 조우해 군사전을 벌일 때 우리의 상상처럼 총과 말, 대포가 큰 위력을 발휘했던 것은 아니었다. 유럽과 비유럽 문명은 전투의 개념이 다른데다 전투에 임하는 방식 또한 근본적으로 달랐다.




예를 들어 인적 자원이 소중한 동남아에서 전쟁은 사람을 생포하기 위한 수단이었고, 멕시코의 인디언들에겐 어느 편의 신이 우세한지 겨루는 싸움이었기에 유럽인들처럼 합리적 폭력을 바탕으로 '전면전'을 벌일 수 없었다. 이런 과정에서 유럽은 전세계에 근대적 폭력을 수출했다. 19세기 유럽이 한 세기의 평화를 맞이하는 대가로 다른 대륙의 수천만 명이 목숨을 잃은 것은 또 하나의 역사적 진실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우리에게 역사가 단편적 접근으로 깨우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는 점이다. 기존에 알고 있던 역사의 통설을 뒤집는 새로운 길이 많이 열릴수록 우리의 문화적 지평은 더 깊고, 넓어진다.




관련링크 : '주경철교수의 문명과 바다'(한겨레) 연재 보기 오늘의 책을 리뷰한 `달의나무`님은

언론고시생. 리뷰어 활동은 점차 소비자가가 높아지는 책을 어떻게 하면 싸게 볼 수 있을까 하는 뼈있는 고민 속에서 시작했음. 리뷰어 활동으로 받는 책쿠폰이 가계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음. http://blog.naver.com/vlions




이 병[매독]과 관련된 유명한 사실 중의 하나는 병의 기원을 늘 다른 지역으로 돌리려 했다는 것

근대 초에 유럽의 배들이 규모가 커지고 디자인이 개선되었다고는 해도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이 배들은 실로 가소로운 수준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이 배들은 오늘날 한강 유람선(280톤 급)만 한 배들이었다. 근대 초 유럽의 원양 항해는 비유하자면 한강 유람선을 타고 인천을 떠나 인도양과 희망봉을 거쳐 유럽까지 항해하고 돌아오는 행위에 해당한다. 유럽의 해양 탐사를 설명하면서 '진취적인 용기' 운운하는 것은 순전히 레토릭만은 아닌 것이다. 이런 작은 배를 타고 육지가 보이지 않는 먼 바다로 나아가서 다른 대륙으로 항해해 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죽음의 공포를 넘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는 오늘날 우주선을 타고 다른 별로 가는 것과 유사한 경험일 것이다. (140쪽)




슈아지(Choisy) 수도원장의 증언(1687)에 의하면 시암, 버마, 라오스 사람들은 전쟁을 천사처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사람을 살해하려 하기보다는 겁을 주려 하므로 하늘이나 땅에 대고 화살을 쏜다. 그리고 가급적 적을 사로잡아서 자기 마을로 데리고 가려고 하므로 전장에서 죽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체의 내전을 직접 목격한 담피어(William Dampier)의 설명에 의하면, 양편이 수천 명을 동원하여서 싸우지만 누구도 서로 죽이려고 하지 않고, 따라서 소규모 전투만 계속되었다고 한다. 이런 전투 장면을 잘못 해석한 사람들은 이들이 전쟁을 즐기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229쪽)




이런 유의 사건 가운데 가장 비인간적인 사례로 꼽히는 것은 종(Zong) 호 사건일 것이다. 이 배의 선장은 노예를 태우고 항해하던 중에 물이 부족해지자 132명의 흑인을 바다로 던져서 익사시켰다. 1783년에 사업주는 법원에 이 사건으로 입은 손해를 보험회사가 보전해 주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그가 당한 사건은 보험약관상 "해상 위험"에 속한다는 것이다. 법원의 판결은 놀랍게도 "말을 바다에 던진 것과 마찬가지 경우"에 해당하므로 흑인 1명당 30파운드의 보상을 하라는 것이었다. 그런 행위가 살인 범죄라는 생각은 누구도 하지 않았다. (334쪽)




인간에 의해 멸종된 동물 중 아마도 가장 극적인 사례는 아메리카 대륙의 나그네비둘기(passenger pigeon)일 것이다. 17~19세기의 기록을 보면 이 새의 수가 실로 엄청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며칠씩이나 새들로 하늘이 뒤덮일 때가 있고, 새떼가 안 보이는 시간은 반나절도 안 되었다"(1854년 뉴욕 주 웨인 군); "아침 7시 반부터 오후 4시 사이에는 머리 위를 나그네비둘기 떼가 늘 뒤덮었다"(1873년 미시간 주 새기노). "총을 한 발 쏘면 30~40마리가 잡히고 언덕에서 나뭇조각만 던져도 여러 마리를 잡을 수 있다. 나무 한 그루에 90여 개의 둥지가 있기도 하고, 새들 둥지의 무게 때문에 가지가 부러지거나 뿌리가 뽑히기도 했다." 당시 이 새의 수는 약 10조 마리였을 것으로 추산된다. (…) 드디어 1914년 마지막 남은 새가 새장에서 죽음으로써 이 새는 지구상에서 멸종되었다. (381쪽)




"내가 신에게 기도하기 전에, 영국인들의 집에 가면 영국인들은 나에게 신에게 기도하라고 자주 이야기했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많은 친구들이 있는데 그들이 나를 사랑하고 나도 그들을 사랑하지만 그들은 신에게 기도하지 않았으므로 나도 기도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마음속으로 만일 내 친구들이 모두 죽고 나는 산다면 나는 신에게 기도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곧 신은 정말로 그렇게 해서 나는 살았지만 내 친구들은 거의 남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모두 죽었습니다. 그래서 내 마음은 두려워졌고 신에게 기도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그런데도 신에게 기도하는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 인디언의 어눌한 영어를 옮긴 이 텍스트를 보면, 그의 주변사람들이 모두 죽어서 새로운 공동체를 찾아야 할 필요 때문에 그가 기독교를 받아들인 것임을 알 수 있다. 개종은 사회와 가족의 '위기의 산물'인 것이다. (453쪽)







서울대 주경철 교수(서울대 출판부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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