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말 기분 좋은 스타트였습니다. 출근길에 택시를 타면서 "지우롱루(九龍路)"라고 택시기사한테 이야기를 했는데, 택시기사가 음이 비슷한 다른 지역으로 오인했던 것입니다. 평소와 같이 길이 많이 막혀서 안 막히는 쪽으로 가는가 보다 싶어서 가만있었는데, 다시 목적지로 가는 것이 맞냐고 물어보니, 그제서야 자기가 제 말을 잘못 알아들었음을 알아채더군요.
택시미터기를 그대로 꺾더니 원 목적지로 갑니다. 도착하고 나서 미안하다고 하면서 그냥 가라고 하더군요. 미터기도 "0"을 가리키고 있었고. 그래도 돈 20위안을 냈습니다. 그랬더니 못 받는다... 받아라... 못 받는다.. 하다가 결국 5위안을 거슬러 줍니다. 평소 교통비가 20위안이었는데, 회사에 좀 늦은 것 빼고는 무려 5위안이나 절약한 셈이지요. 하지만, 저희 두 사람 모두 엄청나게 값비싼 것을 얻었습니다. 서로에 대한 호감과 신뢰입니다.
이제껏 중국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좋습니다. 비록 최근에 들어서 아직 정식으로 등록하지 사무실 문제, 오늘부로 회사를 떠난 직원 때문에 약간 골치가 아픈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기본적인 것들에 그리 큰 걱정은 없습니다. 거래처 경리담당자가 여러 가지로 사정을 많이 봐주어서 자금문제도 그런대로 괜찮고...
저는 우연한 기회로 알게 된, 중국에서 오래 사신 분이 상해에 오셨습니다. 한번 맺은 인연은 영원토록 변치 않으리가 저의 소신이니만큼, 그 동안 계속 연락을 하면서 지냈지요.
어제 같이 저녁을 먹으면서 이 이야기, 저 이야기하였는데.... 물론 그 전서부터 중국이라는 나라가 어느 정도 통제가 가해지는 사회라는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나, 그 분께 들은 내용은 정말 당혹스러운 것들이었습니다. 관찰을 한다는군요. 외국인들에 대해서는 관찰을 하는데, 특히 모임을 조직하는 경우에는 특히 관심을 가지고 관찰한다고 합니다.
우리 한국사람들 어떻습니까 ? 우리 한국사람들만큼 다양한 모임을 가지면서 사는 사람들도 이 세상에 없을 것입니다. 동문회, 향우회, 전우회, 조기축구회, 교회, 사찰, 스터디모임, 취미활동클럽에... 그것도 아니면 그냥 모임에... 고스톱모임, 계모임, 알콜모임까지...(저는 서울에서 근무할 때 알콜모임의 지도자였습니다. 게다가 상무이사님의 알콜담당특별보좌관을 역임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체력이 약간 딸림을 느낍니다)
이곳 중국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한국인들 있는 곳에 모임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분의 모임에 대해서 중국정부에서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것이 아닌가 싶군요. 모르겠습니다. 한때 지켜봤다는 것인지 아니면 지금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인지... 그리고 평소에 알고 지내던 중국인들(아마 공안국 외사처 소속인 듯)이 그 모임에 대해서 지나가는 투로 이것저것 물어봤다고 합니다. 아마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나 싶다는군요. 평소처럼 친하게 지낸 것뿐인데...
나중에 가니까 본인보다도 중국사람들이 그 모임에 대해서 더 훤히 알게 되었다고 하는군요.
그러면서 저한테도 당부를 하십니다. 공무원들하고는 너무 친하게 지내려고 하지말고, 어느 정도 선을 그으라고... 필요할 때, 도움을 받으면 식사라도 같이 해라, 그러면 다음에 또 도와준다, 도움을 받았으면 반드시 식사를 같이 해서 보답을 해라, 그런 식으로 안 하면 다음에는 도움 받기가 어렵다.... 하지만 인간적으로 너무 긴밀해지지는 말 것... 자칫하면 자신들을 우습게 본다 오해할 수도 있고(아마 권위의식인 듯),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캐내려고 할 수도 있다, 물어보는데 사실대로 이야기를 하자니 그것도 좀 그렇고, 사실대로 이야기를 안 하자니 그것도 좀 그렇다... 그러니 가장 좋은 것은 길가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그를 기억하는 것이다. 그들 스스로가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외로운 존재들이다. 따라서 자신을 기억해주면 아주 좋아한다. 다만, 어느 정도 선을 그을 것....
보는 사람들마다 중국을 보는 관점이 다 다를 수도 있겠지만, 이 분은 중국에서 이미 5년 넘게 생활하시면서 사업을 이끌고 게신 분이기 때문에.... 저로서는 도저히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버릴 수만은 없습니다. 물론 그 분이 계신 곳은 다른 도시이고, 제가 있는 곳은 상해이니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중국에서는 사적인 모임이라 할지라도 그렇게 좋게 보지 않는다는 것을 듣긴 들었는데....외국인들은 모두 관심을 자극하는 존재들인가....? 모임을 못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당국의 관심과 흥미(?)를 자극하는 모양입니다.
중국공산당이 관변단체가 아닌 다른, 시민들의 자율적인 집단에 그렇게 좋게 안 본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법륜공에 대해서 엄한 제약을 가한 것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요.
법륜공은 그저 심신을 단련하는 일종의 거시기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로 치면, 단(丹) 정도... 그런데 문제는 법륜공 수련자들이 점점 조직화되어 간다는 것이지요. 그것을 당국에서는 별로 안 좋게 본 모양입니다. 그래서 제약이 가해졌고, 법륜공 수련자들은 졸지에 자유의 투사가 되었던 것입니다.(물론 서방언론에서 대서특필을 해가면서 나팔도 불었지요)
중국은 왜 단체에 대해서 별로 보지 않은가 하면 민중의 조직화를 별로 반갑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중국은 일찍이 비밀결사의 나라였습니다. 홍건적들이 그랬고, 백련교도들이 그랬고, 태평천국운동이 그랬습니다. 그들은 모두 종교적인 색채를 강하게 띄고 있고, 난세에 나타나서 자신들이 세상을 평화롭게 하겠다고 하면서 사람들을 끌어 모읍니다. 특히 태평천국운동은 청나라가 쇠락하는데 상당한 원인을 제공하지요.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우리 한국인들 같이 뭉치기 좋아하고 사생활을 인정 안 하는 민족도 없습니다. 퇴근시간에, "야, 가자 !"하는 팀장님의 말씀에 전 부서직원이 발벗고(단, 데이트 약속이 있는 경우는 봐 줌) 삼삼오오 대오를 정비해서 삼겹살집으로 !
모임도 다양합니다. 동문회, 향우회, 전우회, 교회, 사찰, 스터디그룹, 조기축구회, 각종 취미모임, 고스툽모임, 계모임, 알콜모임(저는 서울에서 일할 당시 회사 알콜모임의 지도자였고, 상무이사님의 알콜담당특별보좌관이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체력을 아끼고 있지만) 이도저도 아니면 그냥 모이고...
그런데 본토인들은 그런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개인주의적인 성향도 강하지만, 한편으로는 당국의 엄격한 제약도 큰 원인이 아닌가 싶군요.
중국은 아주 옛날부터 감시가 일상화된 나라였다고 합니다.... 명나라때 주원장이 자기 신하를 불러다가 그 신하가 그 전날 밤 자기 집안사람들하고 한 대화를 모두 이야기해 주더랍니다. 그 신하는 온 몸이 파르르 떨림을 느꼈겠지요. 24시간 감시를 당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어쨌거나 저도 현지화에 있어 이것저것 좀 따져 보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습니다. 그 분의 말씀을 들으니 비록 사적인 감정은 없다 할지라도 그들이 저에게 부담스러운 질문을 던지거나, 착 ! 붙어서 무언가 좀 흥미로운 것을 캐내려고 할 수도 있을 것이고... 그렇다고 해서 사실대로 다 이야기해 주자니 그것도 좀 그렇고, 사실대로 이야기를 안 해주자니 그것도 좀 그렇고...
전 지금 무척이나 혼란스럽니다. 저번에 공안국 외사처에서 이야기했던 그 경찰관들의 호의와 그 분의 말씀이 서로 극과 극입니다. 극과 극이 머리 속에서 서로 맞부대끼니 저만 괴롭군요.
현지인들을 많이 사귀고 중국에 대해서 많이 알고 싶은 저에게는... 그 분의 말씀은 별로 듣고 싶은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한 풀 꺽이는 기분이군요.
* 저하고 이야기한 "그 분"에 대해서는 모두 익명으로 처리합니다. 혹시나 해서... 그 분의 모임이 다른 여타 모임하고 다른 성격의 모임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20만명이나 되는 한국교민들, 그 외에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다는 것은 힘든 일이지요. 그리고 그 모임에 대한 관찰이 처음에만 존재했었는지 아니면 지금도 하고 있는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만약, 처음에만 존재했다면 새로운 조직에 대해 중국정부가 경계심을 가졌었을 거라는 유추가 가능합니다. 만약, 지금까지도 관찰을 하고 있다면 구소련과 다를 바가 없다는 이야기겠지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구소련 같은 구석은 못 느낍니다.(사실 구소련에서 살아보질 않아서 잘 몰라요)
또 한 가지 유념해 두어야 할 부분은 사람이 한 사물을 봄에 있어 처음에 보고 느꼈던 바가 고착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흔히 첫 인상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누군가 처음 봤을 때 그에 대해서 호감을 느꼈다면 그 호감이 어지간해서는 변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반면에 호감을 못 느꼈다면 다음에도 계속해서 호감을 못 느낄 수도 있습니다. 선을 그어 버리니까요. 그 분이 본인의 모임이 관찰대상이 사실을 인지했을 때 당혹감을 느꼈을 것이고, 그 당혹감이 계속 유지될 수도 있습니다. 아닐 수도 있고요.
2004-05-13 11:5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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