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기와 고사기(古事記)를 쓴 오오노 야스마로(太安萬侶)

일본사람들이 성전(聖典)이라고 하는 2대 역사서 즉 최고(最古)의 역사서인 고사기(古事記)를 편찬하고, 최대의 역사 본서인 일본서기(日本書記)를 펴내는데 중심적인 편찬역할을 한 대역사가 오오노 야스마로는 백제에서 태어난 백제인 이다.

오오(太, 大, 多, 多臣, 意富, 於保, 太朝臣, 大朝臣, 多朝臣)씨는 조상이 백제에서 북큐우슈(北九州)와 야마또(大和)에 이주하여 세력을 떨친 고대 일본의 호족(豪族)이다.

그런데 고사기, 일본서기, 성씨록에는 다 같이 진무천황(神武天皇)의 아들 가무야이미미노미꼬도(神八井耳命)가 오오씨의 시조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의 할아버지는 오래 전에 백제에서 건너간 명문귀족으로 오오씨의 씨장(氏長)인 오오노오미 고모시끼인데, 백제가 멸망할 무렵에 그의 누이동생 오오노오미 다라시히메를 일본에 와 있던 백제 의자왕의 아들 풍(豊, 豊璋)왕자와 결혼시킨 사람이며, 그에게는 신후우(臣夫)와 혼지(品治) 두 아들이 있었다.

야스마로의 아버지 신후우는 계백장군(階伯將軍)의 심복부하로 5천명의 결사대의 수장(首將)으로 황산벌의 대혈전에 참가하여 전사한 무장이다.

야스마로는 660년 나당 연합군에 의해 백제의 서울 사비성이 무너질 무렵에 지금의 부여인 사비성에서 태어났다. 3년 후 네 살의 나이로 계백장군의 질녀인 어머니 온사여(溫沙女)와 함께 난선에 실려 일본으로 건너가 아버지의 동생인 오오노오미 혼지의 양자가 되었다.

이 오오노오미 혼지는 [진신의 난]때 오오아마 (大海人; 40대 天武天皇) 황자편에 서서 백제 유민들이 이룩한 오오미(近江)의 망명왕도를 초토화시키며 혁혁한 공을 세운 텐무조(天武朝)의 일등 공신이 된 무장이었다.

야스마로는 백제 멸망 후 백제 유민들이 가지고 간 백제의 역사서 3서 즉 [百濟記], [百濟新撰], [百濟本記]를 연구하여 당대 제일의 사학자가 되었다.

그는 겜메이천황(元明天皇)의 명을 받고, 712년에 최고의 역사서인 3권의 고사기를 편찬 하였다.

2년 후인 714년 2월 14일에 겜메이천황은 기아손 기요히토 등에게 다시 새로운 역사책을 편찬하라는 칙명을 내려, 야스마로는 도네리노 미꼬(舍人親王)와 공동편수(編修)하여 8년 후인 720년에 초대의 역사서인 일본서기(日本書記) 30권을 편찬하여 “일본역사의 아버지”로 불리게 되었다.

그가 일본서기를 편찬하는데 있어서 백제의 3서는 그 토대가 되었는데, 백제기와 백제신찬은 신화와 전설적인 내용를 기재하고 있었으나, 百濟本紀만은 날자와 간지(干支)가 확실하게 기록된 실록(實錄)의 사서로 귀중한 자료였다. 그런데 이 일본서기의 편찬에 막강한 권력을 가진 도네리친왕의 힘이 컸다.

텐무천황(天武天皇)의 5번째 황자인 그는 황실의 실력자로 정통성이 아닌 전신의 난(壬申の亂)이란 칼로 정권을 잡은 아버지 텐무천황의 천황권의 정통성과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천무천황을 위한 사기(史記)를 편찬하려는 욕망를 항상 가지고 있었다.

또 그는 신을 예찬하는 적은 양의 왜소한 사기인 [古事記]에 비해 천황을 예찬하는 방대한 양의 사기를 편찬하여 새로운 나라 일본과 새로운 국호인 [日本]에 어울리는 역사서가 필요하다고 생각 하였다.

그래서 그는 진신의 난은 정권을 탈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과거의 묵은 유산을 청산하고, 새로운 일본을 탄생시킨 성전(聖戰)임을 강조하고, 일본민족은 하늘로부터 내려온 민족이고, 천황권은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것으로 신성불가침의 절대성을 기록하였고 하였다.

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도네리친왕과 나라의 정통성을 중요시하고 과장된 표현을 삼가려는 야스마로 와는 상당한 마찰이 있었을 것이다.

야스마로는 일본서기 편찬에 심신을 다 소모해서인지 서기 편찬 후 3년만인 723년 양로(養老) 7월 6일 63세로 사망하였다.

야스마로의 장례는 호족인 오오씨 씨장(氏長: 씨족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천왕의 허가를 받아 임명된다.)의 신분과 생전의 빛나는 엄적을 남긴 공적으로 당시 강력한 집단이었던 부족들에 의해 성대하게 치루어졌다.

그 후 1256년이 지난 1979년 1월 22일 나라시의 야마또고원(大和高原)에서 자기 소유의 차밭을 가꾸던 다께니시 히테오 (竹西英夫)란 노인에 의해 그의 묘지(墓誌)가 부장된 무덤이 발굴되었다.

길이29cm, 폭 6cm, 두께 1mm의 동판(銅版) 묘지에 새겨진 명문(銘文)은 모두 41자 인데 다음과 같다.

[ 慶四條四坊從四位下勳五等太朝臣安万侶以發刻年七月六日卒之養老七年十二月十五日乙巳]

[좌경(平城京 = 나라경의 좌경)의 사조 사방에 살던 종4위훈5등의 오오노 야스마로가 계해년 7년 6일 사망하여 양로 7년 12월 15일 매장하다.]

여기서 사망 후 5개월 여가 지나서 매장된 것은 당시의 묘제(墓制)가 죽은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사망 후 일단 빈(殯)이란 가묘를 만들고 일정기간의 殯기간이 지난 후에 다시 시신을 파내서 옮겨 정식으로 분묘를 만드는 제도 때문이였다.

젊은 시절 오랫동안 승려생활을 하고, 평생을 독신으로 지낸 야스마로는 생전의 소원에 따라 불교식으로 화장되고 그의 유골분은 골장기(骨葬器)에 담겨 매장 되었다.

야스마로가 죽은 지 74년 후인 797년 50대 감무천황 엔랴꾸(延歷) 16년에 [일본서기]의 후속 역사서인 [속일본기] 40권이 백제 사람인 오오진니의 후손인 사가노노야손 마마치(管野朝臣眞道)에 의해 편찬 되었다. 그러니 일본의 성전인 3대 역사서 즉 [고사기], [일본서기], 그리고 속 [일본기]가 모두 백제인과 백제인의 후손에 의해서 편찬 되었다.

이 같은 사실이 일본사람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인지 야스마로가 백제인이라는 것을 숨기려 하고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야스마로의 묘와 묘지가 발굴됐을 당시만 몇 일간 각 매스컴이 앞을 다투어 그를 역사적인 일물이고 대역사가가 또는 역사의 아버지라고 요란하게 떠들었지 곧 잠잠해 지고, 무덤을 발굴하여 유골이 나오면 반드시 위령제를 지내는 것이 상례라는 일본에서 발굴되어 19년이 지나도록 위령제를 단 한 번도 지내지 않고, 또 무엇이나 유래(由來)가 있고 유서(由緖) 깊은 곳이면 알뜰하게 가꾸고 보전하는 일본사람들이 일본역사의 아버지인 야스마로의 무덤을 깊은 산골 차밭 한 구석에 아무렇게나 내버려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무덤으로 가는 길가에 [오오노 야스마로의 묘]의 잎구를 알리는 안내판과 무덤 옆에 발견 당시의 경위를 알려주는 표지판만 달랑 세워 놓은 것이 전부다.

그는 일본의 양대 역사서 [고사기]와 [일본서기]의 편판이란 영광스런 업적에도 불구하고 이 같이 초라한 대우를 받아야만 할 이유가 백제인이란 이유 외에 딴 이유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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