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계순著 '淸史'를 읽고

청사(淸史)는 중국의 마지막 황조인 청나라의 생성과 멸망까지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저자는 한양대 교수로서 여성이며, 여성이 쓴 역사책을 읽는다는 것은 내게 왠지 낯설과 어색한 감을 주었지만 암튼 이책 청사(임계순著,도서출판 新書苑,32000원,750P)의 부제는 '만주족이 통치한 중국'이다.

이책을 읽게 된 배경은 이렇다. 나는 KBS의 '역사 스페셜'을 가끔 보는데, 어느날 마의태자가 정말 금강산에서 죽었는가를 다루면서, "어쩌면 마의 태자와 같은 멸망한 신라의 한 왕자가 북으로 가서 金나라의 시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결론이 주는 흥미 진진함에 이끌려 金나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며,청나라의 전신인 後金을 金나라와 유사하게 인식한 나의 오해로부터 다시 청나라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첫번째 놀란 사실은 몽고족 5만과 연합하여 명나라를 멸망 시킨 만주족의 병력은 불과 9만명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주족이 청나라를 세워 비록 소수민족으로 중국을 통치 했지만 적어도 그 인구 비율이 만주족대 중국인이 1:3이하 일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중국의 만주족은 청나라가 멸망할 당시에 4억이 넘던 전체 인구중에 채 500만이 안되었다는 것이 다. 청 건국시점에서는 5천만 정도의 전체 인구중 만주족은 채

200만이 안되었을 것이다.

이런 소수의 병사로서 가까이에 있던 명나라의 투항해 오는 한족들을 받아들이고 , 그 중에 군사들은 자신들의 군대에 편입시키면서, 내부 농민 반란에 의해 북경이 점령된 명나라를 정복해 갔던 것이다. 그리하여, 북경이 정복된 이후에도 남쪽에 남아있던 남명 정권은 만주족 병사 뿐만이 아니라, 숫적으로 훨씬 많은 투항한 한족의 군대에 의해 정벌을 완료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청나라에 한족의 수많은 호족들과 병사들은 투항하여 자기 민족의 국가를 무너뜨렸을까? 아마도, 부실 경영으로 부도난 회사를 외국인 출신 전문 경영인에게 맡겨서 정상화하는 상황과 비교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나라조정은 호화 사치, 관료의 부패로 이미 그들의 중심 계급들로부터 버림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당시에 조선의 효종이 10만의 정병을 양성하여 불벌을 하겠다고 한 것을 나는 조금은 비현실적이며 의욕이 앞선 시도로 생각했으나,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래...잘했으면 정말 가능했겠구나!"하는 확신이 드는 것이었다. 효종이 이 당시 중국의 정세를 통찰하고, 도화선을 당기면, 중국 내부의 봉기를 이끌어 원군을 얻을 수 있을 것을 알 고 있었던 것이다.

중원을 정복한 청나라는 만.한 병용제라 하여, 만주족과 한족 각각 1명을 동일 관직에 임명하는 방식을 취하였고, 보갑제니 뭐니 하며 주민 상호간을 감시할 수 있도록 체제를 갖추어 나갔다. 과거제도도 실시하였는데, 이는 충를 강조하여 통치에 유리하게 하며 한족의 인재들이 과거 공부를 하느라 일생을 소비하게 하여 불만 세력으로 성장하는 것을 막고자한 의도도 있었다고 한다. 오늘날 우리 나라에 고시를 준비한 똑똑한 사람이 10만명에 달한다고 하는데, 어쩌면 우리 나라도 청나라 조정의 의도와 유사한 의도를 일부 가지고 현재와 같은 고시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10만 앨리트 집단이 자기 몫을 다한다면 우리 나라 정치권이나 경제권에 새 바람이 불 것 아닌가? 혹은 똑똑한 정치적 불만 세력 10만이 등장하는 것이 아닌가. 또한, 유교를 채택한 논리는 청조정의 지배 논리를 위한 것이었는데, 우리가 살아가면서 지배 논리를 마치 자신이 스스로 정립한 도덕 논리로 오해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가져보게 되었다. 이어서 과중한 부담으로 작용했던 인두세를 폐지하고 토지별 적정한 세금을 물리는 세제 계혁을 단행하여 세금을 명나라 시절보다 훨씬 경감시켜주었다. 아울러, 황무지 개간의 동기를 백성들 에게 심어 개간 사업을 활발히 전개하였던 것이다. 국고를 튼튼히 하였던 것이다. 아울러 노비제도를 폐지하여 인신 자체를 예속 하던 제도를 없앤 것은 놀랍게 보였다. 물론, 노복제도가 있었지만 이는 현대의 노동자 고욕제도에 보다 가까운 것이었다.

이어서 강희제, 홍정제, 건륭제로 이어지는 무려 120년간의 태평성대는 사상 유래가 없는 장기적인 평화시기였다고 한다. 이러한 평화 시기를 거쳐 1,2차 아편전쟁, 개항, 청불, 청일 전쟁과 신해혁명으로 이어지며 300년을 이어온 제국은 멸망의 시기를 맞이 하게 되는데, 멸망의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내게 상당한 교훈을 주었다. 아편전쟁으로 서양세력의 막강함을 경험한 청나라는 '양무운동'을 펼쳐 서양의 기술만 받아들여 군사 분야를 현대화 함으로서 제국주의 열강에 대처하려한다. 그러나, 이는 청불 전쟁, 청일 전쟁의 패배를 통해 완전한 실패로 판명이 나게 된다. 이어 입헌군주제로 체제를 바꾸고 의회를 열자는 '변법자강'운동을 시도하게 되지만, 이것은 서태후를 중심으로한 보수 기득권 세력의 반발로 인해 실패하게 된다. 그리고, 청조정은 수많은 사건에 대해 임기 응변으로 대응하다가 결국은 1911년 신해 혁명으로 인해 막을 내리게 된다. 이 멸망의 과정에서 조선의 사대부 계층에 해당하는 신사계층은 자기 민족인 한족의 이익을 위해 나서지 않고 자신들 계급의 이익을 위해 오히려 청나라 조정을 옹위하고자 하는 태도를 보여주는데, "민족의 이익보다 계급의 이익을 앞세우게 되는 것이 지배 계급의 특징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한편 청나라의 멸망 과정을 지켜보면서, 마치 개항 요구와 유사한 서구의 시장 개방 압력을 받고 있는 우리의 상황을 돌이켜 보게 되었다. 임시 방책으로 일관하여 개혁을 미룬 청조정은 결국 멸망하고 말았다. 우리 나라의 개혁은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리에게 과연 개혁의 주체세력이 있는가?

또 한편으로 변화하는 세기에 직면한 한 개인으로서 나는 과연 이러한 시대에 자기 개혁을 어떻게 수행해 나가야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생겨나게 되었다. 청조정과 같이 우유부단하고 미봉책으로 관망할 것인가?

마지막으로 멸망과정의 청조정과 오늘날의 중국을 비교해 보게 되었는데, 청나라 말기에 중체 서용이라 하여, 유교 중심의 체제는 유지하면서 서양의 문물은 받아들이려 했던 대응 패튼과, 사회주의 제국의 몰락 이후 중국 사회주의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도입하려고 애쓰고 있는 현재의 중국이 유사한 느낌이 들었다. 현재의 중국은 분명 어색한 시도를 하고 있으며, 그 한계가 드러날 날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력한 지도력과 합심된 대중의 지지가 있을 때, 개혁이나 혁명이 성공을 하며, 개혁과 혁명이 성공하여 부조리한 분배 구조가 척결되고 사회가 보다 투명해졌을 때 번영이 오며, 그렇지 못하고 변화하는 사회와 세계의 흐름을 읽지 못한 채 눈앞의 개인적 이익과 계급적 이익에만 집착하여 자기 개혁을 이루지 못하면 멸망하거나 도태된다는 것이 이 책을 읽고난 교훈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는데, 그것은 시대를 바꾸며 반복되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나라를 바꾸며 반복되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매우 걱정된다.

출전 : orangecastle.tistory.com/73 시사랑_백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