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KBS사극 불멸의 이순신이 원균재평가론을 다룬다고 해서 말들이 많습니다. 제글이 그 시대를 다루고 있는 만큼 저와 제글도 그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본문과는 아직 큰 관련이 없어서 모든 독자들이 읽을 필요가 없으므로 여기에 제 견해의 일부를 올립니다.
원균을 옹호하는 사람들의 근거는 주로 책과 방송물 또는 그것을 보았다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책과 방송물은 무엇을 근거로 하느냐? 바로 조선왕조실록 같은 여러 가지 사서를 근거로 자신들이 해석한 내용들입니다. 그런 자료들 특히 조선왕조실록은 같은 시대에 상반되는 자료가 존재하는 경우가 있어서 어떤 자료를 선택하고 어떤 자료를 무시하느냐에 따라서 내용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심지어는 같은 자료라도 해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차이가 날 수 있는데 그래서 여러가지 자료를 비교분석하면서 숨어있는 진정한 뜻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이 잘못된 책이나 방송물을 보고 논리적인 오류를 이르키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저는 간단히 원균옹호론의 근거들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원균을 옹호하는 분들이 주장하는 근거가 원균행장기와 원균이 받은 선무1등공신, 원릉군의 칭호입니다. 원균행장기는 원균에 대해서 호의적으로 저술한 전기로 원균행장기가 사료로써 대접을 받기 이해서는 어느정도 객관성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다른 사료들과 차이가 나기에 사료로써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원균이 받은 선무1등공신과 원릉군의 칭호에 대한 사견만을 한번 언급하려 합니다.
저는 90년도에 KBS에서‘역사로의 초대 임진왜란’이란 프로를 본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원균이 선무 1등 공신에 책정 됐으니 지금까지 평가가 너무 낮게 된 것이라는 부분을 보고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습니다. 고문서에 원균이라는 두 글자가 이순신, 권율과 나란히 있으니 거의 확실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단순 보면 맞는 소리지만 조선왕조실록의 다른 자료들을 따지고 보면 KBS의 주장은 당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선조가 임진왜란이 끝난 후 공신들을 포상하는데 호성공신 86명, 선무공신 14명, 평난공신 5명을 책정했습니다. 호성공신은 선조를 호종한 공을 인정받은 사람, 선무공신은 왜군과 싸운 공을 인정받은 사람, 평난공신은 이몽학의 난을 평정한 공을 인정받은 사람입니다.
선조 자신을 따라서 다닌 인물은 당연히 전투에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공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목숨이 달린 전장터에 비하면 그 격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이몽학의 난은 채 1개월도 안돼서 자멸한 반란인데도 포상이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7년이나 목숨바쳐 싸운 수많은 장수들중 겨우 14명이 공신이 됩니다. 그렇다면 공을 세운인물이 없었을까요? 곽재우, 정인홍, 정문부 등 이름난 의병장만 열거해도 수십 명입니다. 정기룡, 정발, 송상현 같은 관군 장수들 역시 그 공이 작지 않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느냐? 그것은 바로 선조의 왕위를 지키기 위한 욕심 때문입니다.
호종공신은 선조가 수도를 버리고 도망칠 때도 의주까지 (중간에 도주한 관리들도 있습니다.) 따라와 자신을 조선의 왕으로 인정을 해준 자들에게 준 것이고 평난공신은 자신의 왕위를 위협하는 반란군을 물리쳐 자신의 왕위를 지켜주었기 때문입니다. 둘 다 선조의 왕권을 지켜준 공신들입니다. 반면 선무공신은 유난히 적은데 이것도 선조의 왕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숨어있습니다. 선조 본인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윤허한다. 이번 왜란의 적을 평정한 것은 오로지 중국 군대의 힘이었고 우리 나라 장사(將士)는 중국 군대의 뒤를 따르거나 혹은 요행히 잔적(殘賊)의 머리를 얻었을 뿐으로 일찍이 제 힘으로는 한 명의 적병을 베거나 하나의 적진을 함락하지 못하였다. 그 중에서도 이순신과 원균 두 장수는 바다에서 적군을 섬멸하였고, 권율(權栗)은 행주(幸州)에서 승첩을 거두어 약간 나은 편이다.
그리고 중국 군대가 나오게 된 연유를 논하자면 모두가 호종한 여러 신하들이 어려운 길에 위험을 무릅쓰고 나를 따라 의주(義州)까지 가서 중국에 호소하였기 때문이며, 그리하여 왜적을 토벌하고 강토를 회복하게 된 것이다. 별도로 훈명(勳名)을 세우는 것에 대해서는 일찍이 생각해 보지 못하였기 때문에 호종한 사람을 녹훈할 적에 아울러 녹훈하도록 말했었다. 그러나 이는 대신들이 의논하여 처리하는 데 달렸다.”-선조 34년 3월 14일
임진왜란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선조가 내세운 것은 ‘재조지은’인데 선조가 재조지은을 내세우면서 한 말이 위의 말입니다. 이를 요약하면‘원래 조선의 군사력은 약해서 흉폭한 왜적을 물리칠 수가 없었다. 그러니 난 임진왜란을 못 막은 책임은 없다. 하지만 왕이 백성들을 생각하여 명나라 황제에게 구원을 청했고 이 정성에 감복한 명나라가 군대를 보내어 나라를 보전할 수 있었다. 따라서 군대를 보내준 명나라 황제와 그 황제를 움직인 나를 존경하라.’입니다.
그렇게 명나라로부터 군대를 빌린 공을 세운 선조에게 있어서 조선군 장수들이 왜군을 물리치는데 큰 공을 세운다면 자신의 논리를 부인당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선조는 열심히 조선군의 공적을 줄이는 작업을 하게 되고 그 결과가 14명의 선무공신입니다. 이런 공신의 책정은 객관적이라기보다는 선조의 주관적인 견해가 많이 들어갔고 그때부터 선조가 선정한 공신들에 대한 논란이 많은 것을 보아도 공신의 책정에는 문제가 많습니다. 따라서 원균이 선무공신 1등이라는 이유만으로 명장이라 할 수 없습니다. 물론 선조 자신과 당시 당파싸움을 하던 사람들에게는 명장일 수가 있지요.
비변사가 아뢰기를,
“원균(元均)이 주장(主將)으로서 절제(節制)를 제대로 하지 못하여 적들로 하여금 불의에 기습을 감행하도록 하여 전군(全軍)이 함몰되게 하였으니 죄는 모두 주장에게 있다 하겠습니다. 그러나 그 아래 각 장사들의 공죄(功罪)에 대해서도 신상 필벌을 행하여 군기(軍紀)를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되겠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원균 한 사람에게만 핑계대지 말라.”
하였다.【이산해(李山海:북인의 영수)와 윤두수(尹斗壽:서인의 영수)가 그렇게 아뢰게 한 것이다.】
-선조 31년 4월 2일
기본적으로 이순신은 남인의 영수 유성룡의 추천을 받은 남인입니다. 물론 당파색이 거의 없기는 하지만 남인계열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원균의 경우는 신립, 윤두수 등과 관련이 있는 서인입니다. 이무렵 조선조정은 3개의 당이 있는데 서인, 남인, 북인입니다. 이중에서 이순신, 권율을 배출한 남인을 서인과 북인이 같이 공격하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순신이 속한 남인이 북인과 서인의 공격을 받아서 정권에서 밀려나는 상황이고 선조의 왕위 보존노력이 겹친상황에서 뛰어난 무공을 세운 남인 이순신의 설자리는 좁아집니다. 물론 너무 이순신이라는 존재가 커서 가릴 수는 없지만 이런 이순신을 견제할 만한 카드가 필요한 상황이 됩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인 명장 원균입니다. 이순신과 사이가 나쁜 원균을 등장시켜 이순신을 깍아내자는 것이지요. 이것이 원균이 선무1등공신에 원릉군을 제수받은 이유입니다.
그럼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지요. 어떤 이들은 원균에게 내려진 원릉군이라는 시호가 계속해서 유지가 되었으니 조선후기의 사람들이 원균의 공을 인정했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실제 그랬을까요? 대사헌 김간이 ‘통제사원균증좌찬성공행장(원균의 전기문입니다.)’을 숙종 때 작성했습니다. 그 무렵 조선왕조실록입니다.
민정중(閔鼎重)이 말하기를,
“원균(元均)이 전선(戰船)을 많이 모아 바다에 침몰(沈沒)시키고 달아났으나, 이순신(李舜臣)이 십여 척으로 적(賊)을 격파(擊破)하였는데, 쓰인 배는 또한 모두 위급한 상황에 임하여 만들었던 것이었습니다. 장차 마땅한 사람을 얻지 못한다면, 배가 비록 많다 하더라도 또한 어디에 쓰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명하여 상의(相議)해서 변통(變通)하도록 하였다. -숙종 7년 5월 3일
그 기사가 길어서 일부 발췌를 했습니다. 민정중은 송시열의 문인입니다. 즉 서인이지요. 원균은 서인이고 이순신은 남인인데 이미 예송논쟁으로 두 세력의 사이가 악화된 상황에서 같은 서인인 원균을 마땅한 사람이 아니라고 하고 있고 숙종도 동의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사람들의 반발도 없지요.
그 뒤의 원균은 3번 더 언급이 되는데 2번은 암행어사로 유명한 박문수가 백성들에게 가혹한 양역을 비판하면서 위의 민정중과 비슷한 발언을 합니다. 박문수는 소론인데 서인이 노론과 소론으로 나누어진 상황이니 그 역시 서인 중 일부입니다.
“또 적을 막는 길은 오로지 장수다운 사람을 얻고 못 얻고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하나의 통영인데도 원균(元均)이 장수가 되니, 군대 전체가 패망하고, 이순신(李舜臣)이 장수가 되니 가는 곳마다 겨룰 만한 상대가 없었습니다.”-영조 26년 7월 3일
“.....원균(元均)이 장수가 되어서는 폐전하였고 이순신(李舜臣)이 장수가 되어서는 승전(勝戰)했으니, 장수의 잘하고 잘못하는 데에 달려 있는 것이지 어찌 선척의 낙인 여부에 달려 있는 것이겠습니까?” -영조 29년 2월 22일
정조 때 이충무공전서라는 책이 발간이 되는데 한마디로 이순신을 기리는 책입니다. 정조의 윤음이 말머리에 붙어있으니 개인이 쓰는 전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공식적인 조선왕실의 입장이지요. 이에 대한 자료는 조선왕조실록에 딱 한번 보이고 이것이 원균이 나오는 마지막 기사입니다. 그리고 원균을 비겁한 장수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용인(龍仁)의 유학(幼學) 안석광(安錫光)이 상언(上言)하기를,
“신의 6대조 안홍국(安弘國)은 힘껏 싸우다가 만력(萬曆) 정유년 6월 19일 안골포(安骨浦) 앞 나루에서 한 몸을 바쳤는데, 《충무공전서(忠武公全書)》에는 ‘통제사(統制使) 원균(元均)과 7월 15일 한산도(閑山島)의 군진(軍陣)이 무너질 때에 같이 죽었다.’라고 기록되었습니다. 죽은 것은 같으나 싸우다가 죽은 것과 군진이 무너져서 죽은 것은 아주 다릅니다. 뜻을 두었던 일이 이로 인하여 묻혀버리고 공적이 이로 말미암아 없어졌으니, 삼가 바라건대 특명으로 《충무공전서》에 고쳐 기록하게 해 주소서.”
하였다. 예조가 아뢰기를,
“힘껏 싸우다가 죽은 것이나 군진이 무너져서 죽은 것이나 죽은 것은 마찬가지입니다만 용맹함과 비겁함은 판이합니다. 지명과 날짜가 이처럼 서로 틀리니, 당초 책을 편집한 신하로 하여금 사적을 다시 상고해서 사실대로 바로잡도록 하소서.”
하니, 하교하기를,
“내각(內閣)으로 하여금 공사(公私)의 문적을 다시 고증하게 한 뒤 바로잡아야 하거든 바로잡도록 하라.”
하였다 -정조 21년 8월 19일.
이렇게 원균은 숙종이후의 조선왕조실록에 4번 나오는데 좋은 소리가 없습니다. 반면 이순신은 한 60여 번 나올정도로 비중있게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그것도 원균의 일파인 서인들의 후예들이 집권세력인데도 말이지요. 물론 기사중에는 이순신의 전략을 비판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장 많은 말은 유능한 장수라는 칭찬과 그의 후손을 특례하라는 말 등 비판보다는 칭찬 일색입니다. 비교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원균에게 원릉군이라는 시호가 있었지만 이는 선왕인 선조의 결정을 후대 왕들이 함부로 뒤집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역사와 전통을 유난히 좋아하는 조선시대에 그런 결정을 바꾸는 것은 정치적인 사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왕실의 경우에는 왕실의 실책을 후손이 인정하는 꼴이 되니 함부로 뒤집지 못하고 대신 이충무공전서라던지 자손의 서용 같은 실질적인 대우를 해주는 것입니다.
반면 동시대 원균의 후손을 서용했다는 구절은 없어 잘 대비가 됩니다. 단지 원릉군이라는 시호를 유지했다는 것만으로는 홀대도 보통 홀대가 아니라 아예 외면을 당하고 것이나 다름없습나다. 그래도 서인들은 원균에 대해서 언급을 안하거나 비판을 가하는등 원균에 대한 부정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습니다. 자파내에서도 이런 상황이었습니다. 그럼 숙종이전에는 어떠했을까요? 그럼 어느 왕들보다도 군사에 관심이 많았던 효종의 말을 듣겠습니다.
상이 승지 이경억(李慶億)에게 이르기를,
“아침에 이순신(李舜臣)의 비문(碑文)을 보았는데, 죽을 힘을 다하여 싸우다가 순절(殉節)한 일에 이르러서는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것을 깨닫지 못하였다. 이는 하늘이 우리 나라를 중흥시키기 위하여 이런 훌륭한 장수를 탄생시킨 것이다. 순신의 재능은 악비(岳飛)와 같은데, 더욱 작은 병력으로 큰 병력을 공격하는 데 능하였다. 그 당시 청정(淸正)의 간사한 모략에 빠져 잘못되어 견벌(譴罰)을 받기에 이르렀고 드디어 원균(元均)의 패배가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 뒤 순신이 약간의 거북선을 가지고 대적을 격파하였으니, 참으로 쉽게 얻을 수 없는 인재이다. -효종 10년 3월 30일
여기서 정사만 보면 좀 섭섭하다는 분이 계실 것 같아서 야사 중에서 객관적인 역사서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연려실기술의 내용을 보겠습니다. 연려실기술 역시 숙종때 편찬이 되었습니다.
처음 적병이 한 방향으로 거제를 향하였다. 경상 우수사 원균이 우후(虞侯)를 시켜 병영을 지키게 하고 백천사(白川寺)에 달려가서 관망하다가 우리나라 어선을 적선인 줄 알고 당황하여 노량(露梁)으로 물러났다. 우후가 그 소문을 듣고 성중 노약자(老弱者)를 나가라고 독촉하니 죽은 자가 많았다. 어느 섬의 군사가 그 형세를 보고 모두 흩어졌다. 해남 현령 기효근(奇孝謹)은 창고를 불태우고 달아났다.
원균은 적이 여러 성을 연달아 함락시켰다는 말을 듣고 주사(舟師)를 인솔하고 가덕도(加德島)로 향하다가 적선이 바다를 뒤덮으며 오는 것을 보고 퇴각하여 돌아오니 여러 장수도 차차 흩어져 갔다. 원균이 육지에 올라 적의 칼날을 피하려 했다. 기문(記問)에는 전선 백여 척과 화포와 군기를 다 바다에 빠뜨리고 홀로 비장(裨將)을 데리고 곤양으로 달아났다 했다.
○ 원균이 처음에는 순신에게 붙어서 연명으로 승전을 아뢰었는데, 순신이 통제사가 되어서는 원균이 그 밑에 있게 된 것을 부끄럽게 여겨 순신에게 배반하려는 마음을 먹고 통제를 따르지 아니하였다. 이때에 와서 원균이 한산에 도착하여 순신의 법령을 다 변경하고 사납고 괴팍하여 제 마음대로 하니 군졸들이 원망하고 분개하였다. 술을 즐기고 주정이 심하여 형벌이 법도가 없으니 호령이 시행되지 않았다.
이미 조선시대에 원균과 이순신에 대한 평가는 선조의 공신책봉과는 다른 방향으로 사실상 결론이 났습니다. 정사인 조선왕조실록의 기록과 야사인 연려실기술의 기록에서 볼 수 있듯이 그 시대 사람들의 평가는 원균에게 부정적입니다. 따라서 KBS에서 만든 프로그램의 내용은 문제가 있습니다. 비록 그렇수도 있다는 식으로 얼버무렸지만 방송이 가진 영향력을 무시하고 시청자들에게 잘못된 견해를 인식시키는 우를 범했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그럴 준비를 하고 있으니 더 큰 문제입니다.
요즘 원균에 대한 재평가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논리가 허술하여 원균을 부관참시(시체를 무덤에서 끄집어내서 형별을 가함)하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진정으로 원균을 아낀다면 차라리 그를 무덤속에서 꺼내지 말아야 하고 그를 위해서 소설을 짓는 일도 그만 두어야 합니다. 사상누각이라는 말처럼 근거를 지어내봐야 곧 허물어지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선조실록에 수록된 사관의 말을 듣겠습니다. 디코의 신재호님이 자신의 심정이라고 언급하신 구절인데 저도 동감입니다.
【사신은 논한다. 한산의 패배에 대하여 원균은 책형(쾛刑)을 받아야 하고 다른 장졸(將卒)들은 모두 죄가 없다. 왜냐하면 원균이라는 사람은 원래 거칠고 사나운 하나의 무지한 위인으로서 당초 이순신(李舜臣)과 공로 다툼을 하면서 백방으로 상대를 모함하여 결국 이순신을 몰아내고 자신이 그 자리에 앉았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일격에 적을 섬멸할 듯 큰소리를 쳤으나, 지혜가 고갈되어 군사가 패하자 배를 버리고 뭍으로 올라와 사졸들이 모두 어육(魚肉)이 되게 만들었으니, 그때 그 죄를 누가 책임져야 할 것인가. 한산에서 한 번 패하자 뒤이어 호남(湖南)이 함몰되었고, 호남이 함몰되고서는 나랏일이 다시 어찌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시사를 목도하건대 가슴이 찢어지고 뼈가 녹으려 한다.】
-선조 31년 4월 2일, 어느 이름모를 사관이.
2004-09-21 17:06:39
5530
33
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