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와중에 납북된 조소앙의 남한내 최후 모습을 지켜본 사람은 3남 인제씨였다. 그러나 지난 1997년 그가 타계하면서 직계 중에서 조소앙의 삶을 증언할 사람은 남아 있지 않다. 대신 조카 조덕제씨(73·고양시 일산3동)가 조소앙의 피랍전 남한에서의 삶을 기억하고 있다.

독립유공자 조용한의 둘째 아들인 그는 해방 공간 5년 동안 숙부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조소앙을 보필했다.

중국 상해에서 태어난 조씨는 만 1살 되던 1933년 어머니와 형, 누이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다. 일제치하에서 어린 시절을 지낸 조씨는 광복 후 임정 요인들이 2차 환국하던 1945년 12월 큰아버지 조소앙을 처음 만났다.

“환국한 임정 요인들이 머무르던 노량진의 한미호텔에서 큰아버지를 처음 뵀어요. 당시 어머님과 함께 호텔을 찾아갔는데 호텔 입구에 검은 제복을 입은 경호원들이 도열해 있더군요. 만나자마자 ‘우리 아버지는 어떻게 되셨어요?’라고 물으니까 오히려 역정을 내시더군요. 먼저 보낸 동생이 생각나 가슴이 아팠던 모양입니다.”

이후 조소앙은 정부에서 나눠준 서울 회현동 적산가옥에서 잠시 살다 46년 여름 돈암동으로 거처를 옮긴다. 이 때부터 조덕제씨는 조소앙이 납북되던 1950년 9월까지 함께 생활한다.

조씨는 “당시 돈암동은 매일같이 30여명이 드나들 정도로 정치인들의 사랑방이었다”며 “친구인 안재홍 선생과 독립운동가 엄항섭 선생, 해공 신익희 선생이 자주 들르셨다. 큰아버지가 납북되던 날도 많은 분들이 돈암동 집에 계셨다는 말을 들었다”고 회고했다.

조소앙은 3·1절 행사나 학교 등에 초청될 때마다 민족의 단결과 자주 통일을 역설하곤 했다는 것이 조씨의 기억이다.

특히 사회단체, 정당들의 단결과 통합을 강조했다면서 “뒷날 한국독립당을 탈당, 김구 선생과 노선을 달리했지만 백범 서거 소식을 듣고는 경교장으로 달려가 조사(弔詞)를 쓰기도 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또 “큰아버님은 서울이 인민군 치하로 들어갔을 때에도 공산주의를 배격했다”면서 뒤늦게 조소앙이 유공자로 서훈되고 삼균주의가 새롭게 조명받는 데 대해 ‘만시지탄’이라고 말했다.

〈글 조운찬·사진 김문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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