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1. 禮書(예서)

太史公曰(태사공왈)

태사공이 말한다.

「洋洋美德乎(양양미덕호)

「양양하고 아름다운 덕이여!

宰製萬物(재제만물)

만물을 주재하고

役使群眾(역사군중)

군중을 부리는 일이

豈人力也哉(기인력야재)

어찌 사람의 힘만으로 가능하겠는가?

余至大行禮官(여지대행례관)

내가 대행의 예관을 방문하여

▸대행 : 국가행사의 의례를 관장하고 외국의 손님을 접대하는 관서의 장으로 지금의 외무부장관에 해당한다. 진나라가 설치하고 한나라가 따랐다. 漢景帝 때 大行令으로 개명했다가 한무제 때 大鴻臚라고 했다.

觀三代損益(관삼대손익)

삼대에 걸친 예제(禮制)의 증감을 살펴보고서야

乃知緣人情而制禮(내지연인정이제례)

비로소 인정에 따라서 예의가 제정되고

依人性而作儀(의인성이작의)

인성에 따라 의례가 만들어 졌으며

其所由來尚矣(기소유래상의)

그것의 유래는 매우 오래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人道經緯萬端(인도경위만단)

인간의 도는 만 가지로 얽혀 있는 씨줄과 날줄 같아

規矩無所不貫(규거무소불실)

예법과 의례가 통하지 않는 곳이 없으며

誘進以仁義(유진이인의)

인의로써 그들을 이끌어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束縛以刑罰(속박이형벌)

형벌로 그들을 속박한다.

故德厚者位尊(고덕후자위존)

때문에 덕이 두터운 사람은 지위가 높아지고

祿重者寵榮(녹중자총영)

봉록이 많은 사람은 은총을 입어 영화를 누리니

所以總一海內(소이총일해내)

이에 예로써 천하를 하나로 통일하고

而整齊萬民也(이정제만민야)

만민을 정제하게 다스릴 수 있다.

人體安駕乘(인체안가승)

사람의 몸은 수레를 타면 편안해지는데

為之金輿錯衡以繁其飾(위지금여차형이번기식)

이를 위해 수레의 본체를 황금으로 치장하고 굴레를 장식하여 아름답게 꾸민다.

▸착(錯)은 교차로 무늬를 새기는 행위이고 형(衡)은 거원(車轅)으로 끌채 위의 횡목이다. 《시경》의《채기(采芑)》와 《열조(烈祖)》에 ‘약기착형(約軝錯衡)’이라고 했다.

目好五色(목호오색)

눈은 오색을 좋아함으로

▸오색: 黃, 紅, 藍, 白, 黑

為之黼黻文章以表其能(위지보불문장이표기능)

보불(黼黻)을 지을 때 화려한 무늬를 수놓고 문채를 내서 더욱 아름답게 드러낸다.

▸보(黼)는 희거나 검은 비단실로 도끼 모양의 무늬를 수놓은 예복이고 불(黻)은 조복이나 제복(祭服)을 입을 때 가죽으로 만들어 무릎을 가리던 예복으로 보와 불을 합쳐 보불(黼黻)이라고 한다.

耳樂鐘磬(이락종경)

또 귀는 종경(鐘磬) 소리를 좋아하는데

▸종은 청동기로, 경은 옥석이나 금속으로 만든 악기다.

為之調諧八音以蕩其心(위지조해팔음이탕기심)

그것을 위해 팔음(八音)을 섞어 사람의 마음속을 넓고 편하게 만든다.

▸팔음 : 고대에 악기에서 내는 소리를 금(金),석(石),사(絲),죽(竹),포(匏),토(土),혁(革),목(木) 등의 8가지로 구분했다. 金은 鐘, 石은 磬 ,絲는 琴瑟, 竹은 簫管, 匏는 笙竽, 土는 塤, 革은 鼓다.

口甘五味(구감오미)

입은 오미를 좋아함으로

▸五味 : 酸, 苦, 甘, 辛, 鹹

為之庶羞酸鹹以致其美(위지서수산함이치기미)

이를 위하여 여러 가지 정교한 재료로 요리한 음식을 시게하거나 짜게 하여 맛을 낸다.

▸庶羞 : 庶는 衆多이고 羞는 鮮美한 식물이다. 즉 여러 가지 좋은 식재료를 말한다.

情好珍善(정호진선)

사람의 감성은 진기한 물건을 좋아하기 때문에

為之琢磨圭璧以通其意(위지탁마규벽이통기의)

이를 위해 규(圭)와 벽(璧)같은 보옥을 쪼고 갈아 마음을 더욱 흡족하게 한다.

▸圭璧: 옛날 제후가 조회나 제례를 지낼 때 부절이나 신표로 사용하던 玉器다. 위가 뾰족하고 아래가 네모난 것을 규, 원형의 것을 벽이라고 했다.

故大路越席(고대로월석)

그렇게 때문에 대로에 방석을 깔고

▸大路는 大輅로 검소하게 치장한 어가다. 越席은 부들로 만든 방석이다. 고대 천자는 대로월석으로 백성에게 검소함을 보였다.

皮弁布裳(피변포상)

피변(皮弁)을 쓰고 베로 지은 하의를 입으며

▸천자가 조회를 행할 때 입는 예복으로 皮弁은 사슴가죽으로 만든 모자고 포상은 백포로 지은 하의다.

硃弦洞越(주현동월)

거문고와 비파의 붉은 색의 현 밑에 구멍을 내고

▸硃弦은 악기의 붉은 색 줄이고 洞越은 瑟 밑에 두 구멍을 내서 통하게 하여 소리를 탁하고 더디게 만든다는 뜻이다.

大羹玄酒(대갱현주)

제사 음식에는 대갱과 현주를 썼다.

▸大羹玄酒 : 제사를 지낼 싸 사용하는 음식으로 大羹은 간도 하지 않고 조미료를 넣지 않는 맑은 국을 말하고 玄酒는 맑은 물을 사용해서 빚은 술로 술 색깔이 검게 보였음으로 현주라고 했다.

所以防其淫侈(소이방기음치)

이로써 지나치게 사치스러운 풍조를 예방하고

救其彫敝(구기조폐)

조각으로 장식을 꾸미는 병폐를 구제하려고 했다.

▸彫는 彫飾으로 彫敝는 사치의 병폐라는 뜻이다.

周衰禮廢樂壞(주쇠예폐악괴)

주나라가 쇠퇴한 이후 예악이 황폐해지고 무너져

大小相逾(대소상유)

위아래가 서로 멀어지니

管仲之家(관중지가)

관중(管仲)은 집에서

兼備三歸(겸비삼귀)

삼귀(三歸)를 함께 갖출 정도였다.

▸三歸 : 관중이 지은 화려하게 장식한 건축물의 이름으로 세 명의 정실부인을 두고 세 개의 가정을 꾸린 일 및 제나라의 조세 수입 10중 3을 관중의 봉록으로 했다는 등의 설이 있다. 신하의 신분을 넘어선 행위를 비난한 말이다.

循法守正者見侮於世(순법수정자견모어세)

법을 따르고 정도를 지키는 자는 세간에서 모욕을 당하는 반면에

奢溢僭差者謂之顯榮(사일참차자위지현형)

사치스럽고 분수에 넘치는 일을 하고 상하의 구분을 두지 않는 자는 잘 나가고 영광을 얻는다고 했다.

▸사일참차(奢溢僭差) : 자기의 분수를 넘어서서 사치를 부리는 행위.

自子夏門人之高弟也(자자하문인지고제야)

자하는 공자의 문하 중에서 뛰어난 제자였지만

猶雲(유운)

오히려 이렇게 말했다.

「出見紛華盛麗而說(출견분화성려이열)

「밖에 나가서는 번화하고 화려한 것들을 보고 기뻐하고

入聞夫子之道而樂(입문무자지도이락)

들어와서는 부자의 도를 듣고 즐거워하여

二者心戰(이자심전)

이 두 가지가 마음속에서 서로 싸워서

未能自決(미능자결)」

스스로 결단할 수가 없었다」

而況中庸以下(이황중용이하)

그런데 하물며 평범한 사람임에야

漸漬於失教(점지어실교)

점점 가르침을 잃어버리고

▸漬 : 浸染, 沾染

被服於成俗乎(피복어성속호)

세간의 풍속에 물들지 않을 수 있겠는가?

孔子曰(공자왈)

공자가 말했다.

「必也正名(필야정명)」

「반드시 명분을 바로잡겠다.」

於衛所居不合(어위소거불합)

그러나 위(衛)나라에 있을 때는 마음먹은 바대로 되지 않았다.

仲尼沒後(중니몰후)

공자가 죽은 후에

受業之徒沈湮而不舉(수업지도심인이불거)

그의 도를 이어받은 무리들은 묻혀 사라져 쓰이지 않거나

或適齊楚或入河海(혹적제초혹입하해)

제(齊)나라, 초(楚)나라로 가거나 강이나 바다로 들어갔으니

豈不痛哉(기불통재)

어찌 가슴 아프지 않겠는가?

至秦有天下(지진유천하)

진나라가 천하를 차지하자

▸진나라가 육국을 멸하고 통일천하는 이룬 해는 기원전 221년이다.

悉內六國禮儀(슬내육국예의)

육국의 예의를 모두 받아들인 후에

采擇其善(채택기선)

그 중에서 좋은 것을 채택하니

雖不合聖制(수불합성제)

비록 성인이 만든 제도와는 맞지 않았으나

其尊君抑臣(기존군억신)

임금을 높이고 신하를 낮추어

朝廷濟濟(조정제제)

조정의 질서를 가지런히 한 것은

依古以來(의고이래)

옛날과 같았다

至於高祖(지어고조)

이윽고 고조가 일어나 한나라를 창건하고

光有四海(광유사해)

널리 사해를 차지하자

叔孫通頗有所增益減損(숙손통파유소증익감손)

숙손통이 더하고 빼서 조정의 의례를 제정했으나

▸叔孫通 : 진나라 박사출신으로 이세의 화를 피해 도망쳤다. 후에 한나라가 서자 진나라 의례에 더하거나 빼서 한왕조의 의례를 제정했다.자세한 내용은《史記·劉敬叔孫通列傳》참조

大抵皆襲秦故(대저개습진고)

대개는 모두 진나라의 제도를 따랐다.

自天子稱號(자천자칭호)

천자의 칭호로부터 시작해서

下至佐僚及宮室官名(하지좌료급궁실관명)

아래로는 관료 및 궁실과 관직명에 이르기까지

少所變改(소소변개)

변경하거나 개정한 것이 적었다.

孝文即位(효문즉위)

효문제가 즉위하자

▶孝文帝 : 한고조 유방의 셋째 아들로 이름은 恒이다. 위왕 豹의 후궁 출신 博氏와 한고조 사이의 아들이다. 여태후가 죽자 여씨들을 토벌한 공신들에 의해 추대되어 한나라 3대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재위 중 선정과 덕치를 행하여 한왕조 정권을 안정시켰다. 사기의 저자 사마천은 효문제를 이상적인 황제라고 평가했다.

有司議欲定儀禮(유사의욕정의례)

담당하던 관료가 의례의 개정을 논의하려고 했으나

孝文好道家之學(효문호도가지학)

도가의 학설을 선호했던 효문제는

以為繁禮飾貌(이위번계식모)

예의와 모양을 번거롭게 꾸미는 것은

無益於治(무익어치)

통치에 도움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躬化謂何耳(궁화위하이)

근검과 절약을 몸소 모범을 보여 교화하면 어떠냐고 여겨

▸躬은 親自示範이고 化는 敎化人民이다. 몸소 근검절약의 시범을 보여 백성들을 교화시키는 행위다.

故罷去之(고이거지).

의례를 폐기해버렸다.

孝景時(효경시)

효경제 때

御史大夫晁錯明於世務刑名(어사대부조조명어세무형명)

세무와 형명에 밝은 어사대부 조조가

▸晁錯에 대해서는 《史記·晁錯袁盎列傳》 참조

數幹諫孝景曰(수간간효경왈)

여러 차례에 걸쳐 효경제 면전에서 간했다.

「諸侯籓輔(제후번보)，

「제후국이나 번국들은

臣子一例(신자일례)

모두가 천자의 신하로

古今之制也(고금지제).

고금의 제도입니다.

今大國專治異政(금대금전치이정)

그러나 작금에 이르러 대국은 멋대로 백성들을 다스리고 정령은 다르게 내리면서도

不稟京師(불품경사)

경사에 보고도 하지 않으니

恐不可傳後(공불가후)」

후대에 나라를 전할 수 없지나 않을까 걱정됩니다.」

孝景用其計(효경용기계)

효경제가 조조의 계책을 써서 제후왕들의 영토를 삭감하자

而六國畔逆(이육국반역)

이에 육국이 반란을 일으키면서

▸육국이 아니라 칠국으로 역사상 이를 吳楚七國의 難이라고 한다.

以錯首名(이조수명)

조조의 수급을 요구하는 것을 명분으로 삼았다.

天子誅錯以解難(천자주조이해난)

천자가 조조를 멸족시켜 반란을 해결하려고 했다.

事在袁盎語中(사재원앙어중)

▸그 일은 원앙(袁盎)의 계책에 따랐다.

袁盎 : 《史記·晁錯袁盎列傳》 참조

是後官者養交安祿而已(시후관자양교안록이이)

후에 관리들은 관계를 잘 맺고 녹봉에 만족하며

莫敢復議(막금복의)

감히 다시는 논의하는 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今上即位(금상즉위)

금상폐하께서 즉위하시자

▶한무제는 기원전 140년에 즉위했다.

招致儒術之士(초치유술지사)

유가의 학설을 신봉하는 선비들을 초치하여

令共定儀(영공정의)

의례를 정하게 명했으나

十餘年不就(십여년불취)

10년이 넘도록 이룩하지 못했다.

或言(혹언)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古者太平萬民和喜(고자태평만민화희)

「옛날에 태평성대는 만민이 화합하고 즐거워하여

瑞應辨至(서응변지)

상서로운 감응이 두루 드나들었음으로

▸서응(瑞應) : 하늘이 내린 상서로운 징조로 진한 때 자연계의 특이한 현상이나 백린(白麟), 보정(寶鼎) 같은 특이한 사물의 등장을 제왕의 통치가 하늘의 뜻을 받들어 행한다고 부회했다.

▸辨 : 普遍 즉 ‘두루’로 상서로운 징조가 일상적인 현상이 되었다는 뜻이다.

乃采風俗(내채풍속)

이에 풍속을 채집하여

定制作(정제작)」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上聞之(상문지)

금상폐하가 들으시고

制詔禦史曰(제조어사왈)

어사에게 조서를 내려 말했다.

「蓋受命而王(개수명이왕)

「무릇 천명을 받아 왕이 된 자는

各有所由興(각유소유흥)

각기 저마다 흥하게 된 까닭이 있으니

殊路而同歸(수로이동귀)

길은 달라도 돌아가는 길은 같다.

謂因民而作(위인민이작)

이는 백성들의 마음으로 인해 일어나며

追俗為制也(추속위제야).

그들의 풍속에 따라 제도를 만든다는 뜻이다.

議者咸稱太古(의자함칭태고)

제도를 논의하는 자들은 한결같이 먼 옛날 일을 거론하고 있으니

百姓何望(백성하망)？

백성들의 어찌 그런 것들을 바라고 있겠는가?

漢亦一家之事(한역일가지사)

한나라 역시 유씨 일가의 일이니

典法不傳(전법불전)

전장과 법도가 전해지지 않는다면

謂子孫何(위자손하)？

자손들에게 무엇을 말할 수 있겠는가

化隆者閎博(화륭자굉박)

교화가 융성하면 전장과 법도는 크고도 넓지만

▸閎博 : 宏大淵博

治淺者褊狹(치천자편협)

다스림에 깊이가 없으면 편협해지니

可不勉與(가불면여)！」

어찌 힘써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乃乙太初之元改正朔(내을태초지원개정삭)

이에 태초 원년에 정삭(正朔)을 고치고

▸太初는 전104-101년 간의 한무제 때의 연호이고 正은 첫해를 시작하는 달이고 삭은 초하루다.

易服色(역복색)

복색을 바꾸었으며

▸각 왕조가 바뀔 때마다 오행설에 입각하여 거마, 祭牲, 관리들의 입는 옷의 색깔 등을 새로 규정했다. 수덕을 숭상한 진나라는 흑색이고 한나라는 수덕을 이긴 토덕이라고 하여 황색을 숭상했다.

封太山(봉태산)

태산에 올라 봉선(封禪) 의식을 거행했다.

定宗廟百官之儀(정종표백관지의)

종묘와 백관의 의례를 제정하여

以為典常(이위전상)

변하지 않고 항상 지켜야할 전상(典常)으로 삼아

垂之於後雲(수지어후운).

후세에 전하기로 하였다.

禮由人起(예유인기)

예는 사람으로 인해서 생긴다.

人生有欲(인생유욕)

그리고 사람은 욕망을 지니고 태어나기 때문에

欲而不得則不能無忿(욕이부득즉불능무분)

욕망을 이루지 못하면 원망하고 분노한다.

忿而無度量則爭(분이무도량즉쟁)

분노하되 절제하지 않으면 서로 다투게 되고

爭則亂(쟁즉란).

다투게 되면 세상이 혼란에 빠진다.

先王惡其亂(선왕오기란)

혼란한 세상을 싫어한 선왕들은

故制禮義以養人之欲(고제예의지양인지욕)

예의를 제정하여 사람들의 욕망을 보살피고

給人之求(급인지구)

사람들이 구하는 것을 제공하여

使欲不窮於物(사욕불궁어물)

물질에 대한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억제시키고

物不屈於欲(불물굴어욕)

인간의 욕망에 대한 물질을 끊어지지 않게 했다.

▸굴(屈)은 갈진(竭盡) 혹은 궁진(窮盡)이다.

二者相待而長(이자상대이장)

욕망과 물질 두 가지가 서로 기대어 성장했으니

是禮之所起也(시예지소기야)

이것에서 예가 일어났다고 했다.

故禮者養也(고예자양야).

그래서 예란 배양된다고 했다.

稻粱五味(도량오미)

벼나 기장 등의 다섯 가지 맛은

▸五味 : 오곡에 포함되어 다섯 가지 맛으로 咸, 苦, 辛, 酸, 甘 등이다.

所以養口也(소이양구야)

입의 욕구를 배양하고

椒蘭芬茝(초란분채)

초란이나 향초는

所以養鼻也(소이양비야)

코의 욕구를 배양하며

鐘鼓管弦(종고관현)

종고와 관현악기들은

所以養耳也(소이양이야)

귀를 배양한다.

刻鏤文章(각루문장)

문장을 화려하게 새기는 조각은

▸각(刻)은 나무에 누(鏤)는 금속에 문양을 새기는 행위다.

所以養目也(소이양목야)

눈을 배양하는 행위이고

疏房床笫幾席(소방상자기석)

확 트인 방과 편상이나 탁자, 그리고 방석 등은

▸疎房은 창문과 문이 확 트인 방이고 床笫는 대나무로 엮어 만든 편상이다.

所以養體也(소이양체야)

몸을 길러준다.

故禮者養也(고례자양야).

고로 예를 ‘기를’ 양(養)이라고 한다.

君子既得其養(군자기득기양)

군자가 이미 기르는 것을 얻었다면

又好其辨也(우호기변자).

다시 분별하는 것을 좋아한다.

所謂辨者(소위변자)

이른바 분별이라는 것은

貴賤有等(귀천유등)

귀천의 등급

長少有差(장소유차)

장유(長幼)의 순서

貧富輕重皆有稱也(빈자경중개유칭야).

빈부의 경중 등을 가리는 행위를 일컫는다.

故天子大路越席(고천자대로월석)

그러므로 천자의 대로(大路)에 풀로 엮은 방석을 까는 까닭은

所以養體也(소이양체야)

몸을 기르기 위해서이며

側載臭茝(측재취채)

곁에 향기로운 향초를 두는 것은

▸천자가 출행할 때는 항상 신변에 향초를 두었다.

所以養鼻也(소이양비야)

코의 욕구를 기르기 위해서이다.

前有錯衡(전유조형)

또 수레 앞의 가로애에 아름다운 무늬를 새기는 목적은

所以養目也(소이양목야)

눈의 욕구를 기르기 위해서이고

和鸞之聲(화란지성)

화란(和鸞) 소리에 맞춰

▸일정한 리듬에 따라 소리를 울리게 하기 위해 수레에 다는 방울이다. 란(鸞)은 말의 등받이가로대[형(衡)]에, 화(和)는 수레의 버팀대[식(軾)]에 달아 말이 움직여 란이 울리면 수레에 단 화가 따라서 화응했다.

步中武象(보중무상)

천천히 갈 때는 《무(武)》와 《상(象)》의 박자에

▸《무(武)》는 《대무(大武)》로 주무왕의 악곡이고 《상(象)》은 주무왕의 무곡(舞曲)이다.

驟中韶濩(취중소호)

빨리 달릴 때는 《소(昭)》와 《호(濩)》의 박자에 맞추는 것은

▸《소(昭)》는 순임금, 《호(濩)》는 탕임금의 악곡이다.

所以養耳也(소이양이야)

귀의 욕구를 기르기 위해서다.

龍旂九斿(용기구유)

용을 수놓은 기(旂)와 아홉 줄의 유(斿)는

▸龍旂는 천자가 달고 다니는 깃발로 교룡의 그림에 깃대에 방울을 단 깃발이고 九斿는 용기의 테두리에 내려뜨린 9개의 장식줄이다. 유(斿)는 유(旒)다.

所以養信也(소이양신야)

믿음을 길러주기 위해서이고

寢兕持虎(침시지호)

엎드린 무소와 웅크린 호랑이,

▸寢兕는 엎드린 외뿔소이고 持虎는 웅크린 호랑이로 모두 천자가 타고 다니는 수레의 바퀴에 새기거나 그린 그림이다.

鮫韅彌龍(교현미룡)

상어가죽 말뱃대끈과 멍에를 장식한 황금색 용머리 장식은

▸鮫韅 : 상어가족으로 만든 말뱃대끈, 彌龍 : 수레의 횡목 양쪽 끝의 멍에에 세운 금색의 용머리 장식.

所以養威也(소이양위야).

위엄을 길러주기 위해서이다.

故大路之馬(고대로지마)

그리고 어가의 수레를 끄는 말은

必信至教順(필신지교순)

반드시 길들여 유순하게

然後乘之(연후승지)

만든 후에야 탈 수 있으니

所以養安也(소이양안야.).

이는 천자의 안전을 기르기 위해서이다.

孰知夫出死要節之(수지부출사요절지)

그럼으로 누가 죽음에 처해서도 지키는 이름과 절개가

所以養生也(소이양생야)

영원한 삶을 기르는 일임을 알고,

孰知夫輕費用之(수지부경지용지)

누가 절감하는 경비가

所以養財也(소이양재야)

재물을 기르는 것임을 알며,

孰知夫恭敬辭讓之(수지부공경사양지)

누가 공경과 사양하는 태도가

所以養安也(소이양안야)

일신의 안녕을 길러주는 것임을 알겠으며,

威行之道也(위행지도야)

권위를 행하는 도이며

功名之總也(공명지총야).

공명의 총체다.

王公由之(왕공유지)，

왕자는 예로 말미암아

所以一天下(소이일천하)

천하를 하나로 만들어

臣諸侯也(신제후야)

제후를 신하로 삼을 수 있으나

弗由之(불유지)

예로 통하지 않으면

所以捐社稷也(소이손사직야).

사직을 버리게 된다.

故堅革利兵不足以為勝(고견혁이병부족이위승)

때문에 견고한 갑옷과 날카로운 무기만으로는 승리를 이루기에 부족하고,

高城深池不足以為固(고성심지부족이위고)

높은 성과 깊은 해자로도 굳게 지키기가 부족하며,

嚴令繁刑不足以為威(엄령번형부족이위위).

엄격한 명령과 번다한 형벌로도 위엄을 세우기에는 부족하다.

由其道則行(유기도즉행)

따라서 예를 따르면 행해지고

不由其道則廢(불유기도즉폐)

예를 따르지 않으면 실패한다.

楚人鮫革犀兕(초인교혁서시)

초인(楚人)은 상어와 무소의 가죽으로

所以為甲(소이위갑)

갑옷을 만들었는데

堅如金石(견여금석)

그 견고함은 쇠나 돌 같았다.

宛之鉅鐵施(완지거철시)

완(宛)의 땅에서 나오는 거대한 강철로 만든 창은

▸宛 : 지금의 하남성 南陽市다. 전국시대 때 야철공업으로 유명했던 魏야나라 령의 성읍이다. 鉅鐵 : 강철, 施: 사(鉇)로 모(矛)다.

鑽如蜂蠆(찬여봉채)

벌이나 전갈의 침과 같고

▸鑽 : 창날이나 화살촉처럼 예리한 부분

輕利剽遫(경리표칙)

가볍고 날카로우며 민첩하기가

▸剽遫(표칙) : 경첩(輕捷) 즉 재빠르고 날렵하다.

卒如熛風(졸여표풍)

질풍과 같았다.

然而兵殆於垂涉(연이병태어수섭)

그러나 그 군대가 수섭(垂涉)에서 위태롭게 패하고,

▸垂涉: 현 하남성 남양시(南陽市) 동남의 唐河縣 서.

唐昧死焉(당매사언)

당매(唐昧)는 죽고 말았다.

▸당매 : 전국 때 초나라 장수다. 楚懷王28년 기원전301년, 齊將 匡章, 魏將 公孫喜, 韓將 暴鳶 등이 초나라의 方城을 공격했다. 당매가 초군 대장이 되어 군사를 이끌고 출전하여 沘水에서 진영을 펼치고 6개월 동안 대치했다. 이윽고 수사에서 삼국연합군과 싸웠으나 대패하고 당매는 싸움 중에 죽었다. 이로써 초나라는 宛하과 葉 일대의 광할한 영토를 상실했다.

莊蹻起(기장교)

후에 장교(莊蹻)가 일어났으나

▸莊蹻 : 전국 때인 기원전 279년 초나라의 장군이 되어 현 운남성에 있었던 滇國을 정벌하여 점령했으나 진나라가 초나라를 공격하여 본국과의 연락이 두절되자 돌아오지 못하고 전국의 왕이 되었다.

楚分而為四參(초분이위사삼)

진나라의 공격을 받은 초나라는 서너 개로 쪼개졌다.

是豈無堅革利兵哉(시기무견혁이병재)

이 어찌 견고한 갑옷과 날카로운 무기가 없었기 때문인가?

其所以統之者非其道故也(기소이통지자비기도고야)

그것은 통치자가 예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汝潁以為險(여영이위험)

초나라는 여수(汝水)와 영수(潁水)를 험고로

江漢以為池(강한이위지)

강수(江水)와 한수(漢水)를 해자로 삼아

阻之以鄧林(조지이등림)

등림으로써 방어하고

▸鄧林 : 현 호북성 襄樊市 남쪽의 풍림산이다.

緣之以方城(연지이방성)

방성(方城)으로써 변경으로 삼고 있다.

然而秦師至鄢郢(연이진사지언영)

그러나 진(秦)나라의 군대가 이르자 언영(鄢郢)은

▸鄢郢 : 鄢은 초나라의 副都로 현 호북성 宜城市이고 초나라의 도성 郢은 江陵市다.

舉若振槁(거약진호)

마치 마른 고목에 시든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과 같았다.

是豈無固塞險阻哉(시기무고새험조재)？

이것이 어찌 견고하고 험준한 요새가 없어서였겠는가?

其所以統之者非其道故也(기소이통지자비기도고야)

그 통치자가 도를 따르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紂剖比干(주부비간)

폭군 은주(殷紂)가 비간(比干)의 심장을 도려내고,

囚箕子(수기자)

기자(箕子)를 감옥에 가두었으며

為砲格(위포락)

포락형炮烙刑)을 만들어

▸기름을 바른 구리기둥을 숯불이 이글거리는 형장 위에 걸쳐 놓고 죄인을 맨발로 걸어가게 하여 중간에 형장으로 떨어져 목숨을 잃게 하는 형벌

刑殺無辜(형살무고)

무고한 사람들을 살육했다.

莫必其命(막필기명).

이때 어떤 신하도 목숨을 보존할 수 없었다.

然而周師至(연이주사지)，

이윽고 주나라의 군대가 이르자

而令不行乎下(이영불행호하)，

은주의 명은 행해지지 않게 되어

不能用其民(불능용기민).

주나라 군사들을 막이 위해 백성들은 동원할 수 없었다.

是豈令不嚴(시기영불엄)，

그것이 어찌 왕명이 준엄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刑不陖哉(형불사재)？

형벌이 어찌 엄혹하지 않았기 때문이었겠는가?

其所以統之者非其道故也(고소이통지자비기도고야).

그것은 통치자가 도를 행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古者之兵(고자지병)

고대의 병기는

戈矛弓矢而已(과모궁시이이)

과, 모, 활, 화살 뿐이었으나

然而敵國不待試而詘(연이적국부대시기굴)

적국은 그것을 써보지도 않고 항복했고

城郭不集(성곽부집)

성벽을 높이 쌓지도 않고

溝池不掘(구지불굴)

해자(垓字)도 파지 않았으며

固塞不樹(고새불수)

견고한 요새를 세우지도

機變不張(기변불강)

기변(機變)을 펼치지도 않았다.

然而國晏(연이국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는 평안하고

然不畏外而固者(연불외외이고자)

외적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견고했다

無他故焉(부타고언)

그 까닭은 다름이 아니라

明道而均分之(명도이균분지)

도를 밝혀 균등하게 나누고

時使而誠愛之(시사이시애지)

시기에 맞게 백성을 부리고 그들을 진실로 사랑하니

則下應之如景響(즉하응지여경향).

아랫사람들이 마치 그림자가 따르고 메아리가 응하는 듯 했다.

有不由命者(유불유명자)

그러다가 명령을 따르지 않는 자가 있게 되어

然後俟之以刑(연후사지이형)

그 자를 형벌로 다스리면

則民知罪矣(즉민지죄의).

백성들은 스스로 자신의 죄를 알았다.

故刑一人而天下服(고형일인이천하복)

이에 한 사람에게 형벌을 가하여 온 천하가 복종하게 되었으며

罪人不尤其上(죄인불우기상)

죄인은 윗사람을 원망하지 않고

知罪之在己也(지죄지재기야).

죄가 자신에게 있음을 알았다.

是故刑罰省而威行如流(시고형벌성이위행여류)

이 때문에 형벌은 줄어들고 위엄은 물이 흐르는 듯했으니,

無他故焉(무타고언)

이는 다른 까닭이 아니라

由其道故也(유기도고야)

그 도를 따랐기 때문이다.

故由其道則行(고유기도즉행)

그러므로 그 도를 따르면 행해지고

不由其道則廢(불유기도즉폐)

그 도를 따르지 않으면 폐한다.

古者帝堯之治天下也(고자제요지치천하야)

옛날 요(堯)임금이 천하를 다스릴 때

蓋殺一人刑二人而天下治(개살일인형이인이천하치).

대저 한 사람을 죽이고 두 사람에게 형벌을 내렸을 뿐이지만

▸殺一人 : 羽山에서 죽인 鯀이고 刑二人: 幽陵으로 유배보낸 共工과, 嵩山으로 추방한 驩兜다.

傳曰(전왈)

전에 이르기를

「威厲而不試(위려이부시)

「위엄은 엄격했으나 시험 삼아 하지 않았고

刑措而不用(형조이불용)」

형법은 있었으나 쓰지 않았다.」 라고 했다.

天地者生之本也(천지자생지본야)

하늘과 땅은 생명의 원천이고

先祖者類之本也(선조자유지본야)

조상은 인류의 근본이며,

君師者治之本也(군사자치지본야)

임금과 스승은 다스림의 근본이다.

無天地惡生(무천지오생)?

천지가 없으면 어떻게 살아가고

▸惡 : 何, 如何

無先祖惡出(무선조오출)？

선조가 없으며 어떻게 세상에 태어날 수 있으며

無君師惡治(무군사오치)？

임금과 스승이 없으면 어떻게 다스릴 수 있겠는가?

三者偏亡(삼자편망)

이 세 가지 가운데 하나만 없어도

則無安人(즉무안인).

사람은 편안해질 수 없다.

故禮(고례)

그러므로 예는

上事天下事地(상사천하사지)

위로는 하늘을 아래로는 땅을 섬기며

尊先祖而隆君師(존선조이융군사)

선조를 존숭하고 임금과 스승을 높이는 것이니

是禮之三本也(시예지삼본야)

이것은 예의 세 가지 근본이다.

故王者天太祖(고왕자천태조)

그럼으로 왕자는 태조(太祖)를 하늘에 제사 지낼 때

諸侯不敢懷(제후불감회)

제후라도 감히 무너뜨릴 수가 없다.

大夫士有常宗(대부사유상종)

대부(大夫)와 사(士)는 통상적인 조종(祖宗)이 있는데,

所以辨貴賤(소이변귀천).

이는 귀천을 구분하는 것이고,

貴賤治得之本也(귀천치득지본야)

귀천을 잘 다스리는 것이 덕의 근본이 된다.

郊疇乎天子(교주호천자)

들판에서 지내는 제사는 천자만이 행할 수 있고,

社至乎諸侯(사지호제후)

사직단에서 지내는 제사는 제후가 행할 수 있다.

函及士大夫(함급사대부)

사(士)와 대부을 포함하여 각기 정해진 제도에 따라

所以辨尊者事尊(소이변존자사존)

분별을 하여 존귀한 사람은 존귀한 귀신을 섬기고

卑者事卑(비자사비)

비천한 사람은 비천한 귀신을 섬기고,

宜钜者钜(의거자거)

예를 크게 할 것은 크게 하고

宜小者小(의소자소).

적게 할 것은 적게 하는 것이다.

故有天下者事七世(고유천하자사칠세)

고로 천하를 가진 사람은 7세(七世)를 섬기고,

有一國者事五世(유일곡자사오세)

한 나라를 가진 사람은 5세(五世)를 섬기며,

有五乘之地者事三世(유오승지지자사삼세)

5승(五乘)의 땅을 가진 사람은 3세(三世)를 섬기고

▸乘은 중국 고대의 군사조직의 기본단위이며 또한 정전제 하에서 군자를 충당하기 위해 걷는 부세의 행정단위이기도 하다. 일 승의 부대는 네 마리가 끄는 전차에 귀족 출신의 기사 세 명이 타고 그 뒤를 보병이 따랐는데 춘추전국시대 초창기에는 30명의 보병이었으나 후에는 100명까지 늘어났다. 일 승의 전차병을 유지하기 위해 걷는 부세의 행정단위는 9戶(혹은 夫)를 1井, 16정을 1丘 , 4구가 1승이다.

有三乘之地者事二世(유삼승지지자사이세)

3승의 땅을 가진 사람은 2세(二世)를 섬기며,

有特牲而食者不得立宗廟(유특생이식자부득입종묘)

희생(犧牲)을 하나 가진 자는 종묘를 세울 수가 없다.

所以辨積厚者流澤廣(소이변적후자유택광)

그래서 덕을 두텁게 쌓은 자는 은택이 널리 흐를 것이고

積薄者流澤狹也(적박자유택협야).

덕을 적게 쌓은 사람은 은택이 좁게 흐를 것이다.

大饗上玄尊(대향상현존)

태향(太饗)의 제례에서 현준(玄尊)을 올리고

▶大饗 : 太廟에 모신 조상들의 신주에게 합동으로 올리는 제사 玄尊 : 현주 즉 맑은 물을 담는 그릇. 중국 고대인들은 원래 물은 색이 없는 흑색이라고 생각했다.

俎上腥魚(조상성어)

조(俎)에 날 생선을 올리며

▶俎 : 생선을 담는 도마 모양의 제기

先大羹(선대갱)

먼저 태갱(太羹)을 올린다.

▶大羹 : 조미를 하지 않은 국

貴食飲之本也(귀음식지본야.).

이는 원시적인 음식을 먹었던 상고시대의 선조들을 잊지 않기 위해이다.

大饗上玄尊而用薄酒(대향상현준이용박주)

태향에서 현준을 올리고 박주(薄酒)를 쓰며,

▸薄酒 : 청주와 같은 도수가 약한 술

食先黍稷而飯稻粱(식선서직이반도량)

메기장과 피를 먼저 올린 다음 벼와 기장으로 지은 밥을 놓는다.

▸黍稷은 거칠고 원시적인 작물이고 稻粱은 부드럽고 개량된 곡물이다. 상고시대 조상들의 노고를 잊지 않기 위해 서직을 제사상에 먼저 올렸다.

祭嚌先大羹而飽庶羞(제제선대갱이포서수)

제사를 올릴 때 태갱을 먼저 입에 대고 여러 제수 음식으로 배를 채우니

▸庶羞 : 衆多美食

貴本而親用也(귀본이친용야).

이는 근본을 귀히 여기고 실용을 가까이하기 위함이다.

▸玄酒, 黍稷, 大羹은 貴本이고 薄酒, 稻粱, 庶羞는 親用이다. 대제와 상제를 지낼 때 귀본을 올리는 제례는 원시적인 음식을 먹었던 조상들을 잊지 않기 위해서이고 후에 다시 박주, 도량 및 맛있는 음식 등의 친용을 올렸다.

貴本之謂文(귀본지위문)

근본을 귀하게 하는 것을 일러 문(文)이라고 하고

親用之謂理(친용지위리)

실용을 가까이하는 것을 이(理)라고 한다.

兩者合而成文(양자합이성문)

이 두 가지를 합쳐서 문식을 이룸으로써

以歸太一(이귀태일)

태일(太一)로 귀결 되는데

▸太一 : 상고시대의 원시적이고 소박한 상태

是謂大隆(시위대륭).

이를 대륭(大隆)이라고 한다

▸大隆 : 至高至純, 盡善盡美

故尊之上玄尊也(고존지상현존야)

고로 준(尊)에 백주(白酒)를 올리고

俎之上腥魚也(조지상성어야)

조(俎)에 날 생선을 올리며

豆之先大羹(두지선대갱)

두(豆)에 태갱을 먼저 올리는 것은

一也(일야).

한 가지 이치이다.

利爵弗啐也(이작불쵀야)

이작(利爵)에 쓰는 제물을 먹지 맛보지 않고

▸利嚼 : 제사를 끝내기 전에 마지막으로 尸에게 헌주하는 제례. 尸는 제사를 지낼 때 살아있는 사람으로 죽은 사람을 대신하게 하여 제사를 받게 했는데 이를 尸라 했다. 주로 어린 동자를 대신하게 했음으로 尸童이라고 했다.

成事俎弗嘗也(성사조불상야)

제사를 마친 뒤 조(俎)의 제물을 먹지 않으며,

三侑之弗食也(삼유지불식야)

삼유(三侑)를 행한 음식은 먹지 않는다.

▸侑는 勸으로 사자를 대신한 尸에게 권한 음식이다. 모두 세 번했음으로 삼유라 한다.

大昏之未廢齊也(대혼지미폐제야)

대혼(大昏)의 절차에서 미처 재계(齋戒)를 행하기 전에 맞아들이지 않는 것이나

▸대혼은 왕이나 제후의 혼례다. 廢는 發이고 齊는 斋로 즉 혼례를 끝내고 목욕재계한 후에 조상신에게 고하는 의식이다.

大廟之未內屍也(태묘지미내시야)

태묘(太廟)에 제사를 올릴 때 아직 시(尸)를 들이지 않은 것이나,

始絕之未小斂(시절지미소렴)

사람이 금방 절명했을 때 곧바로 소렴(小斂)을 행하지 않은 것은

▸시신에 옷을 입히는 의식을 小斂, 입관하는 의식을 大斂이라고 한다.

一也(일야)

고래로 꾸미는 것보다 질박한 본질을 귀하게 여기는 취지와 같은 이치다.

大路之素幬也(대로지소주야)

대로(大路)에 흰 장막을 씌우고

郊之麻絻(교지마문)

교천제(郊天帝)를 지낼 때 삼으로 지은 면류관을 쓰는 것,

喪服之先散麻(상복지선산마)

먼저 상복을 입기 전에 산마(散麻)를 두르는 것 등은

▸散麻 : 삼으로 엮은 허리띠로 즉 散麻腰帶다. 大功 이상의 服喪에서 小斂을 행한 직후 정식으로 상복을 착용하기 전에 세 자 길이의 요대를 찼는데 허리에 묶은 부문은 腰絰이라고 하고 늘어뜨리는 부분을 散麻라고 했다.

一也(일야)

또한 같은 한 가지 이치에서다.

三年哭之不反也(삼년곡지불반야)

부모의 상을 당해 안장을 마치고 돌아와 목을 놓아 곡을 하며 애통해 하는 것,

《清廟》之歌一倡而三歎(청묘지가일창이삼탄)

“청묘(淸廟)”의 노래에서 한 사람이 창(唱)하면 세 사람이 화답하여 응하는 것,

▸淸廟 : 《詩經·周頌》의 편명으로 주나라의 창건자 주문왕의 공덕을 칭송하는 노래다.

縣一鐘尚拊膈(현일종상부격)

종을 하나 걸어놓고 격을 치는 것,

硃弦而通越(주현이통월, )

붉은 현(弦) 아래에 구멍을 내는 것들도

一也(일야).

역시 같은 이치이다.

凡禮始乎脫(범례시호탈)

무릇 예는 소략(疏略)함에서 시작해

成乎文(성호문)

문식(文飾)에서 이루어지고,

終乎悅(종호열)

기쁨에서 끝을 맺는다.

故至備(고지비)

그래서 완전히 갖춰진 예제는

情文俱盡(정문구진)

정(情)과 문(文)을 모두 다하는 것이고

▸情은 人情으로 상주의 슬픔이나 祭主의 경건한 마음을 뜻하고 文은 喪祭 때 사용하는 기구나 의식을 의미한다. 俱盡은 완벽하게 갖추었다는 뜻이다.

其次(기차)

그 다음은

情文代勝(정문대승)

정과 문이 번갈아 나타나고

其下(기하)

그 다음은

復情以歸太一(복정이귀태일).

정(情)을 회복해 태일(太一)로 돌아가는 것이다.

天地以合(천지이합)

그리하여 천지가 합하고

日月以明(일월이명)，

일월이 밝으며,

四時以序(사시이서)

사시가 순서대로 돌아오고,

星辰以行(성신이행)

별들이 운행하며,

江河以流(강하이류)

강물이 흐르고

萬物以昌(만물이창)

만물이 번창하며

好惡以節(호오이절)

좋고 나쁨에 절도가 있고,

喜怒以當(희노이당).

기뻐하고 노여워함에 합당함을 얻게 되는데,

以為下則順(이위하즉순)，

아래에 있는 자는 유순해지고,

以為上則明(이위상즉명)

위에 있는 자는 현명해지는 것이다.

太史公曰(태사공왈)

태사공은 말한다.

至矣哉(지의재)！

“지극하도다!

立隆以為極(입융이위극)

위대한 예(禮)를 세워 궁극의 법도로 삼으니,

而天下莫之能益損也(이천하막지능익손야).

천하가 덜거나 더할 수가 없구나.

本末相順(본말상순)

본말(本末)이 서로 따르고

終始相應(종시상응)

시작과 끝이 서로 호응하며,

至文有以辨(지문유이변)

지극한 문(文)으로써 분별을 가지고,

至察有以說(지찰유이설).

지극한 살핌으로 시비와 선악을 구분한다.

天下從之者治(천하종지자치)，

천하가 예를 따르면 다스려지고,

不從者亂(부종자란)

따르지 않으면 어지러워지니,

從之者安(종지자안)

예를 따르는 자는 편안해지고

不從者危(부종자위).

그것을 따르지 않는 자 위태롭게 될 것이니

小人不能則也(소인불능즉야).

소인은 본받기가 어렵다.

禮之貌誠深矣(예지모성심의)，

예의 모양은 실로 깊어서

堅白同異之察(견백동이지찰)，

견백동이(堅白同異)의 설과 같은 성찰도

▸견백동이 : 백가쟁명 때 조나라의 공손룡(公孫龍)이 주장한 궤변으로 견백지변(堅白之辯)이라고도 한다. 눈으로 돌을 보면 희다는 것을 알 수 있으나 견고하다는 것은 알 수 없다. 또 손으로 돌을 만져보면 견고하다는 것은 알 수 있으나 희다는 것은 알 수 없다. 그러므로 ‘견고한 흰 돌’이라는 것은 동시에 성립될 수 없는 개념이라는 논법을 사용하여, 옳은 것을 그른 것이라고 하고 같은 것을 다르다고 말하는 변설이다.

入焉而弱(입언이약).

그 속으로 들어가면 약해진다.

其貌誠大矣(기모성대의)，

그 모습이 실로 원대하여

擅作典制褊陋之說(천작전제편누지설)，

함부로 전장(典章)을 짓는 편협하고 비루한 설은

入焉而望(입언이망).

들어가면 바라만 볼 뿐이고,

其貌誠高矣(기모성고의)，

그 모습이 실로 높아

暴慢恣睢(폭만자휴)，

난폭하고 오만하며 방자하여

輕俗以為高之屬(경속이위고지속)，

습속을 가볍게 여기는 것을 고고하다고 여기는 무리들은

入焉而墜(입언이추).

예에 들어가면 여지없이 추락하고 말 것이다.

故繩誠陳(고승성진)

그럼으로 먹줄이 진실로 펼쳐지기만 하면

則不可欺以曲直(즉불가기이곡직)

굽거나 바른 것을 속일 수가 없으며

衡誠縣(형성현)

저울에 메달기만 하면

則不可欺以輕重(즉불가기이경중)

그 가볍고 무거움을 속일 수 없으며,

規矩誠錯(규구성착)

곱자와 그림쇠를 놓기만 하면

則不可欺以方員(즉불가기이방원)

모남과 둥근 것을 속일 수 없고

君子審禮(군자심례)

군자가 예로 살피게 되면

則不可欺以詐偽(즉불가기이사위)

거짓과 허위로써 속일 수가 없다.

故繩者直之至也(고승자직지지야)

고로 먹줄은 곧음의 지극함이요

衡者平之至也(형자평지지야)

저울은 평평함의 지극함이요,

規矩者方員之至也(규구자방원지지야)

규구는 모난 것과 둥근 것의 지극함이요,

禮者人道之極也(예자인도지극야).

예는 사람이 지켜야할 도리의 지극함이다.

然而不法禮者不足禮(연이불법예자부족예)

그러나 예를 법도로 삼지 않으면 예라 하기가 부족하니

謂之無方之民(위지무방지만)

이런 것을 말하여 단정함이 없는 백성이라 하고

法禮足禮(법예족예)

예를 법도로 삼으면 예라고 하기에 족하니,

謂之有方之士(위지중능사색).

그것을 말하여 방정한 선비라고 한다.

禮之中能思索(예지중능사색)

예에 들어가면 사색에 능해지는데,

謂之能慮(위지능려)

이를 일러 능려(能慮)라고 하고,

能慮勿易(능려물역)

능려는 바꾸지 않으니,

謂之能固(위지능고).

이를 일컫어 능고(能固)라고 한다.

能慮能固加好之焉(능려능고가호지언)

능려와 능고에 더하여 능호(能好)의 경지에 이르면

聖矣(성의)

성인(聖人)이 된다.

天者高之極也(천자고지극야)

하늘은 높은 것의 극치이고,

地者下之極也(지자하지극야)

땅은 낮은 것의 극치이다.

日月者明之極也(일월자명지극야)

해와 달은 밝음의 극치고,

無窮者廣大之極也(무궁자광대극야)

무궁함은 광대함의 극치이며,

聖人者道之極也(성인자도지극야).

성인이란 도의 극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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以財物為用(이재물위용)，

예는 천지의 산물인 재물로 실용을 삼고

以貴賤為文(이귀천위문)

귀하고 천한 귀천으로 문식(文飾)을 삼고

以多少為異(이다소위이)

많고 적은 다소(多少)로 차이를 나타내고

以隆殺為要(이융쇄위요)

융성하거나 쇠락하는 융쇄(隆殺)를 요체로 삼는다.

文貌繁(문모번)

유가가 문식의 모양이 번다하게 하고

情欲省(정욕생)

묵가가 정욕(情慾)이 간략하게 하는 것을

禮之隆也(예지융)

융례(隆禮)라 하고

文貌省(문모생)

묵가가 문식을 간략히 하고

情欲繁(정욕번)

유가가 정욕은 번다하게 하는 것을

禮之殺也(예지쇄야)

쇄례(殺禮)라 하며

文貌情欲相為內外表裏(문모정욕상위내외표리)

문식의 모양과 정욕이 서로 안과 밖으로 표리를 이루며

並行而雜(병행이잡)

병행하여 뒤섞이는 것이야말로

禮之中流也(예지중류야)

예의 중용에 해당하는 중례(中禮)다.

君子上致其隆(군자상치기융)

군자는 상황에 따라 위로는 융례

下盡其殺(하지기쇄)

아래로는 쇄례

而中處其中(이중처기중)

가운데로는 중례에 머문다.

步驟馳騁廣騖不外(보취치빙광무불외)

천천히 걷거나 빨리 달리거나 밖으로 벗어나지 않으니,

是以君子之性守宮庭也(시이군자지성수궁정야)

이 때문에 군자의 성품은 마치 궁정(宮庭)을 지키듯이 예의를 굳게 지킨다.

人域是域(인역시역)

사람이 살아야할 영역이 바로 이 영역이니

士君子也(사군자야)

이곳에 사는 사람은 선비와 군자요,

外是民也(외시민야)

밖에 사는 사람은 평민이다.

於是中焉(어시중언)

이 가운데에 처하여

房皇周浹(방황주협)

두루 들고 나며 언행거지가

▸房皇은 彷徨이고 周浹은 周密 혹은 普遍深入

曲得其次序聖人也(곡득기차서성인야)

그 차례를 극진히 하는 것은 성인이다. 　　

故厚者禮之積也(고후장몌지적야)

그러므로 후덕한 것은 예의 쌓임 때문이며,

大者禮之廣也(대자예지광야)

원대한 것은 예의 넓음 때문이며,

高者禮之隆也(고자예지유야)

숭고한 것은 예의 융성함 때문이며,

明者禮之盡也(명자예지진)

밝은 예는 극진함 때문이다.

《예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