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구호(瀘沽湖)는 중국 사천성과 경계를 이루는 운남성 북부의 고산지대의 려강시(麗江市) 경내에 있는 해발 2700미터의 산정호수이다. 그 주변에 사는 약 3만 명으로 추산되는 모수족(摩梭族)은 아직까지도 모계사회를 이루는 지구상의 유일한 종족이다. 전설상으로나 존재했을 것으로 생각되었던 모계사회가 현존하고 있는 것이다. 모계사회의 전통은 남녀 간의 만남을 불문율로하고 사랑이 지속되는 동안만 성관계를 맺는다. 아이가 태어나면 어머니의 성을 따르고, 모든 재산은 여자가 소유하게 되며 여자가 죽게 되면 그 재산은 딸이 상속받는다.

모수족의 여자가 혼례를 치를 수 있는 나이는 13살부터이나 대부분은 10대 후반이다. 모수족의 혼례는 야하주혼(阿夏走婚)이란 방법으로 혼기가 찬 청춘남녀가 마을의 잔치에서 마음에 드는 상대를 찾으면 상대의 손바닥을 긁어 구애를 표시한다. 후에 여자는 밤에 남자가 자신의 처소를 찾아올 수 있도록 대문이나 창문을 살짝 열어놓는다. 그러면 남자는 해가 저물기를 기다려 여자 집에 들어가 사랑의 긴밤을 보낸다. 그리고 동이 트면 남자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의 집안의 일을 한다. 그런 관계를 지속하다가 여자가 맘이 변하여 밤에 문을 열어두는 것을 그만두게 되면 남자는 더 이상 들어가지 못하고 관계는 끝난다. 그리고 여자는 새로운 남자를 찾아 나선다.

그래서 인기있는 여자는 평생 수십 명의 남자를 집으로 불러들인다. 하지만 대부분은 한사람과 오랫동안 사랑을 나누다가 중년이 되면 남자들은 여자의 집으로 들어가 살게 된다. 남자들은 자신의 이름으로 된 땅도 집 등 재산이 없기 때문에 조카 딸의 부양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머니의 집에서 얹혀살기보다는 애인 관계에 있는 여자의 집으로 들어가 자신의 자녀들과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리고 한 집안 형제들이 대부분은 그 아빠가 다르나 그들에게는 별다른 의미가 없고 그래서 그네들에게 아빠가 누구냐라는 질문도 있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