鹿鳴(녹명)

- 사슴 울음소리 -

삼 장으로 구성된 녹명(鹿鳴)은 평화롭고 한가하게 모여 풀을 뜯으며 무리를 부르는 사슴에 비유하여, 여러 신하와 빈객들을 접대할 때 부르는 경사스러운 노래다.

주자는 의례(儀禮)에서 제후가 경대부를 비롯한 여러 신하와 더불어 잔치를 베푸는 자리에서 악사들이 녹명, 사모(四牡). 황황자화(皇皇者華) 등의 노래를 불렀으며 향당(鄕黨)에서 베풀어지는 잔치인 향음주례(鄕飮酒禮) 때에도 이 노래를 불렀다고 했다.

또한 <예기(禮記)>의 학기(學記)를 보면 대학(大學)에서 ‘처음으로 소아(小雅)의 삼(三)을 익힌다’고 한 것의 ‘삼(三)’은 본편의 녹명을 포함하여 사모(四牡), 황황자화 등의 세 편의 노래를 말한다. 이것으로 볼 때 상기한 세 편의 시가는 비단 천자의 잔치에서뿐만 아니라 신분의 상하를 막론하고 널리 불려지던 것임을 알 수 있다.

원래는 조정에서만 연주되던 것이 세월이 흐르는 동안 민간에 널리퍼진 것으로 추측된다.

一

呦呦鹿鳴 食野之苹(유유녹명 시야지평)

사슴의 우우 하는 울음소리 들판에서 사철쑥 뜯어 먹네

我有嘉賓 鼓瑟吹笙(아유가빈 고슬취생)

내게 귀한 손님 오셨으니 슬을 뜯고 생을 부네

取笙鼓簧 承筐是將(취생고황 승광시장)

피리 들어 황을 불고 폐백상자 바치오니

人之好我 示我周行(인지호아 시아주행)

나를 어여삐 여기신다면 나에게 올바른 길 걷도록 인도하소서!

유유(呦呦)는 사슴이 우는 소리로 의성어다. 평(苹)은 맑은대쑥으로 물에서 나는 과 뭍에서 나는 두 종류가 있다. 평(苹)이 바로 뭍에서 나는 것으로써 파호(皤蒿) 혹은 애호(艾蒿)라고도 부른다. 사슴은 독을 아홉가지의 풀을 먹어 풀의 독을 해독하는데 백호(白蒿)는 그 중 하나다. 생황(笙簧)의 생(笙)은 대나무 관으로 만든 관악기고 황은 그 관을 진동시키기 위해 설치하는 피리의 혀다. 승광(承筐)의 광(筐)은 광주리로 폐백을 담은 대나무광주리고 승은 받듬이다. 주행(周行)은 대도(大道)로 올바른 길이다.

二

呦呦鹿鳴 食野之蒿(유유녹명 식야지호)

사슴의 우우하는 울음소리 들리고 들판에서 쑥을 뜯어 먹네

我有嘉賓 德音孔昭(아유가빈 덕음공소)

나에게 오신 귀한 손님 큰덕과 명성이 높으시도다

視民不恌 君子是則是傚(시민부조 군자시즉시효)

백성들을 옳은 길로 이끄시니 군자들도 그 분을 본 받네

我有旨酒 嘉賓式燕以敖(아유지주 가빈식연이오)

나에게 좋은 술이 있사오니 귀한 손님께 권하고 함께 즐기리라!

호(蒿)는 긴(菣) 혹은 청호(菁蒿)로 제비쑥 혹은 개사철쑥이다. 덕음(德音)은 세상에 널리 알려진 덕스러운 말로 선왕의 가르침 혹은 명성(名聲)이다. 공소(孔昭)는 뚜렷하게 나타냄으로 선왕의 가르침이 세상에 빛남이다. 소(昭)는 명(明)과 통한다. 조(恌)는 경박하거나 경솔한 뜻으로 조(佻) 혹은 유(愉)와 통한다. 효(傚)는 효(效)로 본받음이다. 지주(旨酒)는 미주(美酒)로 맛있는 술이다. 식(式)은 어조사이고 연(燕)은 연(宴)이고 오(敖)는 오(遨)로 크게 기뻐함이다.

三

呦呦鹿鳴 食野之芩(유유녹명 식야지금)

사슴의 우우하는 울음소리 들리고 들판에서 금풀을 뜯어 먹네

我有嘉賓 鼓瑟鼓琴(아유가빈 고슬고금)

네게 오신 귀한 손님 슬을 뜯고 금을 타네

鼓瑟鼓琴 和樂且湛(고슬고금 화락차담)

슬을 뜯고 금을 타니 화락함이 끝이 없구나

我有旨酒 以燕樂嘉賓之心(아유지주 이연락가빈지심)

내게 좋은 술이 있으니 귀한 손님의 마음 즐겁게 하리라!

금(芩)은 닭의장풀로 늪 가운데나 메마른 당니나 소금기가 많은 땅에 나는 풀로 그 열매는 우마(牛馬)가 즐겨 먹는다. 담(湛)은 즐거움이 깊어진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