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파(蘇東波)의 가의론(賈誼論)

재능을 갖은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사용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가의(賈誼)에게 임금을 보좌할 만한 재능이 있었지만 그 재능을 사용하지 못했으니, 참으로 아까왔다. 군자가 원대한 뜻을 가졌으면 기다릴 줄 알아야 하고, 추구하는 바가 크면 참을 줄 알아야 한다. 옛날 현인들이 쓸만한 재능을 지녔으나 만분의 일도 사용하지 못한 것은, 당시 군주의 잘못만은 아니었고, 스스로 자초한 부분도 있었다.

가의의 의견을 보니, 만약 그가 말한 대로 했더라면 삼대(三代) 때라도 그보다 더 뛰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한문제(漢文帝) 같은 군주를 만나고서도 임용되지 못하고 죽고 말았으니, 천하에 요순(堯舜)과 같은 성군(聖君)이 없다면 끝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인가?공자께서는 성인이시면서도, 천하를 두루 돌아다니시며 극악무도한 나라가 아니기만 해도 힘써 국정을 바로잡으려고 하시면서 그의 정치의 도를 하루라도 실행사히려고 했다. 공자께서 초나라에 가길 때 먼저 염유(冉有)를 보내고 이어서 자하(子夏)를 보냈다. 군자가 군주의 신임을 받기 위해서 이토록 힘썼다. 맹자께서 제나라를 떠나실 때는, 주읍(晝邑)에서 사흘 밤을 묵고 난 후에 떠나면서도 “ 왕께서 나를 부르시기를 바란다.”라고 하셨다. 군자가 임금을 차마 떠나지 못함이 이렇게 대단했다. 이에 공손축(公孫丑)이 “ 선생께서는 어찌 불쾌해 하시지 않으십니까?"라고 묻자 맹자께서 " 지금 세상에 나를 임명하지 않고 또 누가 있던 말이냐?( 하늘의 뜻이 내게 훌륭한 임금을 만나지 못하다록 하는데) 무엇을 불쾌하게 생각하겠는가?”라고 하셨다.

군자는 이처럼 자기 몸을 아끼셨다. 이 정도가 되었는데도 임용되지 못하면 이런 시대에는 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러면 유감도 없게 된다. 한문제가 가의를 쓰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가 한문제에 의해서 쓰일 수 없었던 것이다. 주발(周勃)은 몸수 천자의 옥쇄를 한문제게 주었고, 관영(灌嬰)은 10만의 군대로 유씨(劉氏) 및 여씨(呂氏)와 자웅을 겨루었다. 이들은 모두 한고조의 옛 장수었으니, 어찌 무보형제 사이의 정이 이런 군신 간의 정보다 더 할 수 있었겠는가?

가의는 낙양의 젊은이로써, 하루 아침 사이에 군주가 옛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채택하도록 하려 했으니,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가의가 위로 군주의 신임을 얻고 아래로 대신들의 존경을 받았으니, 주발이나 관영 같은 사람들과 점차적으로 깊은 친분을 맺어 천자께서 의심치 않고 대신들도 질투하지 않도록 해야 했다. 그런 후에 온 천하를 하고 싶은 대로 했으면, 10년이 되기 전에 바라던 일을 성취했을 것이다. 어찌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갑자기 백성을 위해 통곡했던 말인가? 그가 상수(湘水)를 건너가 부(賦)를 지어 굴원(屈原)을 조문한 것을 보면, 울적하고 번민스러워 속세를 떠나려는 마음이 있었다. 그 후 스스로 슬퍼 통곡하다 마침내 요절했는데, 이는 어려운 환경에서 잘 처신하지 못한 것이다. 그의 정책이 한 번 채용되지 않았다고 해서, 끝내 채용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어찌 알 수 있겠는가? 군주의 마음이 변하실 것을 묵묵히 기다릴 줄 모르고, 스스로를 해쳐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아! 아! 가의의 뜻은 원대했으나 기량이 작았고, 재능은 충분했으나 분별력이 부족했다.

옛날에 훌륭한 재주가 있었던 사람들은 그 당시 시세에 따르지 못하는 결점이 있었다. 그러므로 총명하고 예지가 있고 미혹되지 않는 군주를 만나지 못하면, 그 재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했던 것이다. 고금을 통해 이르기를 부견(苻堅)이 초야에 묻혀 있던 왕맹(王猛)을 등용한 후, 하루 아침에 옛 신하를 물리치고 그와 국사를 상의하였다고 한다. 부견이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천하의 절반이나 다스릴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었다.

나는 가의의 뜻을 매우 슬퍼하며 그에 대해서 자세히 평한다. 또한 군주된 사람이 가의와 같은 신하를 만나면, 그가 고집이 세고 절개가 굳고 굴종치 않는 지조가 있어, 한 번 임용되지 않으면 걱정하고 근심하여 다시는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가의 같은 사람들은, 감정 표현을 삼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