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는 한 남자가 연인과의 은밀한 만남과 밀약을 표현한 한 편의 시다.
《모서(毛序)》는「『상중(桑中)』은 음분(淫奔)을 풍자한 시다. 위나라의 공실(公室)이 음란하여 남녀가 서로 쫓아다녀 세족(世族)의 지위에 있는 자들까지도 서로 처첩을 도둑질하여 아득하고 먼 곳에서 만나기로 약속하니, 정치가 산란(散亂)하고 백성들이 유리하여 그칠 수 없었다.」라고 평했다. ‘음분(淫奔)’이란 남녀가 예법에 따르지 않고 몰래 도망쳐 혼인하고 관계를 맺는 일이거나, 여성이 부모의 허락 없이 남성과 사적으로 도망쳐 결합하는 일을 뜻한다. 그러나 문장의 흐름을 따라가 보면 이 시는 몰래 정을 통하는 귀족 남녀를 풍자한 시로 여겨지지만, 시의 의미를 자세히 음미해 보면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최술(崔述)은 《독풍우지(讀風偶識)》에서 다음과 같이 평했다.
“『상중』 편은 다만 감탄하고 아름다움을 찬탄하는 뜻만 있을 뿐, 훈계하거나 경계하는 말은 전혀 없다. 만약 이러한 시조차도 풍자(刺)로 간주할 수 있다면, 조식(曹植)의 『낙신부(洛神賦)』, 이상은(李商隱)의 『무제시(無題詩)』, 한악(韓偓)의 『향렴집(香奩集)』 또한 모두 음란함을 풍자하는 글이 아니겠는가? 『자허(子虛)』,『상림(上林)』같은 글은 권면의 말이 백 개이고 풍자하는 말은 하나뿐이어도 고인들은 그것을 비판[譏]이라 하였다. 하물며 권하는 말만 있고 풍자조차 없는 글을 오히려 풍자시라 할 수 있겠는가?”
그의 설을 매우 설득력이 있다고 하겠다.
또 문일다는 “『상중(桑中)』은 사회시이다’라고 시의 주제를 정확히 지적했다. 후대의《시경》연구자들은 이 시에 세 명의 인물이 등장하고 그들이 같은 장소에 모여 있다는 점, 그리고 세 여성이 모두 귀족이라는 점을 근거로 해석을 이어갔다. 예를 들어 주희는 이렇게 말했다: ‘강(姜)은 제(齊)나라의 여성으로, 귀족이다… 익(弋)은 춘추시대에는 ‘사(姒)’로 표기되는데, 기(杞)나라의 여성으로 하후씨(夏侯氏)의 후손이며 역시 귀족이다… 용(庸)은 아직 확실히 파악할 수 없지만, 그녀 또한 귀족일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이 시의 작자가 실제로 귀족인지 노동자인지를 두고 학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허백정은 『시심(詩深)』에서 이렇게 말했다. “시경에 등장하는 맹용(孟庸), 맹익(孟弋), 제강(齊姜), 송자(宋子) 같은 이름들은 세상 사람들이 미인이라 부르는 서자(西子) 즉 서시(西施)와 같은 존재들이다.” 그의 말은 우리에게 큰 통찰을 준다. 민요에서 등장하는 인명은 대부분 특정 인물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라 일반적인 미인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으므로 지나치게 문자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시경에서 언급된 이 세 성씨의 여성들도 시인이 마음속에서 그리워하는 아름다운 여인을 상징하는 대명사였을 가능성이 크다. 시인은 채소를 따고 밀을 베는 노동을 하던 중 연인을 떠올린다. 그러나 그녀의 실제 이름을 밝히는 것을 꺼려하였기에, 아름다운 여인을 상징하는 이름을 빌려 노래했다. 그녀는 과거에 시인과 함께 뽕나무 숲의 사당건물에서 만나자고 약속했고, 이별할 때에는 시인을 기수(淇水) 강가까지 배웅했다. 이 기억은 시인의 마음속에 깊이 남아 있었으며, 노동 중에도 순간적으로 생각이 떠오르면 자연스럽게 노래로 마음을 표현하곤 했다.
이 시는 후대 사람들에게 ‘무제시(無題詩)’의 시초로 평가받았다. 일문일답 형식으로 시인의 깊은 감정을 담아내었고, 마지막에는 반복되는 구절을 통해 ‘기다려주었고[期我], 원하였고[期要], 배웅해주었던[送我]’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을 회상헸다. 그 감정은 부드럽고 선명하며, 문장은 아름답고 여운이 오래 남고, 음률도 매우 우아하게 다듬어져 있다. 자연의 소리처럼 울려 퍼지는 감미로운 시로, 사람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부(賦)다. 당(唐)은 일명 몽채(蒙菜), 토사(兎絲)로 새담덩굴이다. 매(沬)는 위나라 도읍 조가(朝歌)이다. 상(商)나라 때는 매방(妹邦)으로 불렀다. 지금의 하남성 기현(淇縣)이다. 맹(孟)은 형제들 중 맏이다. 강(姜)은 제(齊)나라 여인으로 제후(齊侯)의 딸 선강(宣姜)을 지칭한다. 상중(桑中)·상궁(上宮)·기상(淇上)은 모두 매읍(沫邑) 성내의 지명이다. 요(要)는 영(迎)과 같다.
○ 위나라의 풍속이 음란(淫亂)하여 세족(世族)들이 지위를 이용하여 서로 처첩(妻妾)들을 빼앗았다. 그래서 시인이 스스로 말하기를 “장차 매읍에서 새삼덩굴을 캐면서 그리워하는 사람과 함께 상중(桑中)에서 서로 만나기로 약속하고 상궁(上宮)에서 맞이하여 기상(淇上) 즉 기수의 어귀에서 전송했다.”라고 했다.
부(賦)다. 봉(葑)은 순무로 만청(蔓菁)이라고도 한다. 용(庸) 역시 제후국으로 지금의 호북성 죽산현(竹山縣)에 있었다.
상중(桑中) 三章이니, 章 七句이다.
위나라 땅에 상간복상(桑間濮上)이라는 장소가 있다. 그곳에 많은 청춘남녀들이 모이면 음란한 음악과 화려한 치장이 생겨나서 속칭 정위지음(鄭衛之音)이라고 했다. 아마도 진(陳)나라의 완구(宛丘)나 정(鄭)나라의 진유(溱洧)와 같이 복수(濮水) 강변의 뽕나무가 울창한 상간(桑間)이란 장소도 남녀가 집단으로 모여서 짝을 고르고 함께 즐기는 특별한 장소였다.
손작운(孫作雲)은 이 시가 옛날 중춘(仲春)에 남녀를 모이게 해놓고 고매[高禖 : 천자가 아들을 얻기 위해 신에게 지내는 제사 혹은 그 행사]라는 제사를 지내는 것과 관련 있다고 했다. ‘상궁(上宮)’은 곧 사(社) 혹은 고매묘(高禖廟)이다. 옛날 사람들은 묘(廟)를 궁(宮)이라고 했다. 상중(桑中)과 상궁(上宮)은 상림(桑林) 안의 궁(宮)이다. 상수(桑樹)는 신수(神樹)로서 사(社)의 전후좌우 사방에 넓게 심겨져 있기 때문에 상림(桑林)이라고 했다. 지신(地神)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한 사(社)였지만 후에 남녀가 모이는 장소로 변했다. 이에 대한 재미있는 기사가 있다.
“연나라에 있는 조(祖)는 제나라의 사직(社稷), 송나라의 상림(桑林), 초나라의 운몽(雲夢)과 같은 장소다. 이곳은 남녀가 모여서 교합하고 노닐며 관람하는 곳이다[묵자]. 이런 연애는 절대로 한두 사람으로 이루어지는 사사로운 밀회(密會)가 아니다. 남녀가 모이는 어떤 특정한 특히 상사절(上巳節)에 진행된 행사로, 이때 남녀는 서로 희롱하고 농담하며 선물을 주고받음으로써 정표를 삼았다. 남녀가 집단으로 모여서 짝을 고르고 함께 즐기는 장소였다. ‘男女之所屬而觀’이란 문장은 다른 해석도 가능하지만 춘제(春祭) 행사에서 남녀가 교합하고 사람들을 둘러서서 그것을 구경하는 습속을 말한다. 봄날 남녀의 환희(歡喜)와 유관(遊觀)은 상고시대부터 내려온 풍속이다. [손작운(孫作雲)의 《詩經戀歌發微》]
악기(樂記)에 “정위(鄭·衛)의 음악은 란세를 노래했으니, 만(慢)에 가깝고 ｢상간(桑間)｣·｢복상(𣾴上)｣의 음악은 망국(亡國)의 노래이니 정사가 산란(散亂)하여 백성들은 유리(流離)되어 윗사람을 속이고 사(私)를 행하여 그칠 수 없었다.”라고 해서 살펴보니, ｢상간(桑間)｣이 바로 이 편이다. 그래서 소서(小序)에 악기(樂記)의 말을 인용했다.
2011-05-13 14:4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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