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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원군우경열전(平原君虞卿列傳) 16-2. 우경
양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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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열전16-2. 虞卿(우경)

1. 必疑合縱 媾乃可也(힐의합종 구내가야)

- 우리가 합종을 행한다고 진나라로 하여금 의심하게 만들어야만 강화조약을 맺을 수 있습니다. -

우경(虞卿)은 유세객이다. 우경이 짚으로 엮은 신발을 신고 어깨에 초롱이를 걸치고 먼 길을 걸어 조나라에 들어와 조왕을 한 번 알현하자 조왕은 그에게 백벽(白璧) 한 쌍과 황금 백 일(鎰)을 하사했고, 두 번 알현하자 그를 상경(上卿)으로 삼아 우경이라는 호칭을 얻었다.

진(秦)과 조(趙) 두 나라가 장평(長平)의 싸움에서 서전에서 패전하고 한 명의 도위(都尉)를 잃자 조왕이 루창(樓昌)과 우경을 불러 말했다.

「우리 군사들이 전투에서 패하고 또 도위(都尉)가 전사했소. 과인이 나라 안의 무장한 모든 병사들을 동원하여 진군을 막아보려 하는데 어찌 생각하십니까?」

루창이 먼저 말했다.

「그래봐야 아무런 이득을 얻을 수 없습니다. 차라리 대신을 진나라에 사자로 보내 강화를 청하십시오.」

우경이 듣고 말했다.

「루창이 말한대로 강화를 추진한다면 강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조군은 틀림없이 싸움에 질 것입니다. 강화를 하고 안 하는 것은 모두 진나라의 결정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왕께서 진나라와 의논하고자 하는 바는 조나라 군사들을 싸움에서 지도록 하기 위함입니까?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입니까? 「

조왕이 말했다.

「지금 진나라는 모든 전 국력을 동원하여 반드시 우리 조나라 군사를 격파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오.」

「대왕께 제 의견을 말씀드린다면 많은 보화를 사자에게 주어 초와 위 두 나라에 보내십시오. 초와 위 두 나라 왕은 많은 보화가 탐이 나 틀림없이 우리의 사자를 입국시켜 접견할 것입니다. 조나라의 사자가 초와 위 두 나라에 출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진다면 진나라는 필시 세 나라가 합종을 행할 계획이라고 의심하게 되어 두려운 생각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리하셔야만 대왕께서 원하는 강화를 진나라와 맺을 수 있습니다.」

조왕이 우경의 말을 듣지 않고 평양군(平陽君)1)과 상의하여 정주(鄭硃)를 진나라에 사자로 보냈다. 진나라가 정주를 받아들였다. 그러자 조왕이 우경을 불러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과인이 평양군에게 진나라와의 강화를 추진하도록 명하자 평양군은 정주를 사자로 진나라에 보냈소. 그러자 진나라가 정주를 강화사절로 받아들였소. 경은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시오.」

우경이 대답했다.

「왕께서는 진나라와 결코 강화를 성사시키지 못하고 종내에는 우리 조나라 군사는 진군에게 패배할 것입니다. 조나라 사자가 진나라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퍼지면 천하의 제후들도 모두 진나라에 전승을 축하하는 사절을 보낼 것입니다. 정주는 조나라의 귀척 신분입니다. 진왕과 승상 응후(應侯)는 틀림없이 그를 사절로 받아들이고 정중하게 접대하여 천하에 과시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조나라가 진나라와 강화를 맺는다고 생각하게 된 초와 위 두 나라는 결코 조나라에 구원병을 보내지 않을 것입니다. 천하의 제후들이 조나라에 구원군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 진나라는 결국 우리의 강화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응후는 과연 정주를 이용하여 진나라가 전쟁에서 승리했음을 과시하고 결국은 강화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장평에서 벌어진 큰 싸움에서 조나라 군대는 대패하고 이어서 한단이 포위되어 천하의 웃음거리가 되었다.2)

2. 彈丸之地 猶不予也(탄환지지 유불여야)

- 그 땅은 탄환처럼 작은 땅이나 주지 않은 것과 같습니다. -

진나라가 한단의 포위를 푸는 조건으로 조왕의 입조를 원하자 조학(趙郝)을 사자로 보내 진나라와 사전에 맹약을 맺고 그 증표로 조나라의 6개 현을 할양하려고 했다. 우경이 듣고 조왕에게 말했다.

「진나라가 조나라를 공격하다가 철수하려고 하는 이유는 그 힘이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왕께서는 진나라의 힘이 아직 능히 한단성 안으로 진격할 능력이 있다고 보십니다. 그래서 진나라가 왕을 사랑한 나머지 공격을 중지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진나라가 우리를 공격하다가 이제 그 힘이 다해 군사들이 피로에 지쳐 철수하려는 것이오.」

「진나라가 그들의 힘으로 조나라를 공격하다가 원하는 바를 취하지 못하고 군사들이 피로에 지쳐 철수하려고 하는데 왕께서는 오히려 그들의 힘으로 취하지 못한 것을 대신 주려고 합니다. 이것은 바로 진나라를 도와 스스로를 공격받게 하는 행위입니다. 내년에 진나라가 다시 공격해 온다면 그때 왕께서는 스스로를 어떻게 구원할 수 있겠습니다.」

조왕이 우경의 말을 조학에게 전했다. 조학이 말했다.

「조나라 땅 중에 진나라의 군사가 미치지 못하는 곳이 있다고 우경은 알고 있습니까? 진실로 진나라가가 그들의 힘으로 진격하지 못하는 곳이 있다면 탄환지지(彈丸之地)3)일지라도 할양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데 만일 내년에 다시 진나라가 조나라를 공격해 온다면 왕께서는 그때도 땅을 할양하지 않고 내지의 성읍에 의지해서 강화를 이루어낼 수 있겠습니까?」

조왕이 물었다.

「그대의 말을 듣고 우리가 진나라에 땅을 할양하면, 그대는 능히 진나라로 하여금 틀림없이 우리 조나라를 다시 공격하지 않도록 할 수 있겠소?」

「그것은 신이 감히 감당할 수 없습니다. 옛날 삼진(三晋)이 함께 진나라와 수호를 맺고 서로 우호적으로 지냈습니다. 오늘 진나라는 한과 위 두 나라와 친선을 맺고 조나라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왕께서는 필히 진나라 받들기를 한과 위 두 나라가 하는 정도로 지극히 해야 합니다. 지금 신은 왕께서 친선관계를 파기함으로 해서 야기된 진나라의 공격을 막아보려고 관문을 열고 사자들을 왕래시켜 예물들을 서로 교환하여 진나라와의 관계를 한과 위 두 나라와 똑같이 하려고 하는 중입니다. 그런데 내년에 이르러 유독 왕 혼자만이 진나라로부터 공격을 받게 된다면 그것은 왕께서 한와 위 두 나라보다 진나라를 더 극진하게 받들지 않아서일 것입니다. 신은 그래서 감히 그때의 결과를 감당하지 못하겠습니다.」

조왕이 조학에게 명하여 우경을 찾아가서 자기의 의견을 말하도록 했다. 조학의 말을 들은 우경이 조왕을 찾아가 말했다.

「조학이 말하기를 ' 이번에 강화를 맺지 못하면 진나라가 내년에 다시 쳐들어오게 될 것인데 왕은 어찌하여 지금 바로 6개의 성을 떼어 바쳐 강화를 맺지 않고 다시 내년에 내지의 성에 의지하여 강화를 맺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지금 당장 강화를 맺더라고 진나라가 또다시 조나라를 공격하지 않으리라고 조학은 보장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6개의 성을 떼어내 진나라에 바친다한들 우리나라에 무슨 이득이 있겠습니까? 내년에 다시 공격을 받을 때 그 때 다시 진나라의 역량으로 취하지 못하는 바에 따라 다시 강화를 맺는다면 이것은 스스로를 해치는 결과입니다. 강화를 추진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진나라가 비록 싸움에 능하지만 그들의 힘으로 우리의 6개의 현을 취하지 못했습니다. 조나라가 비록 지키지 못했지만 결국 6개의 성은 잃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피로에 지친 진나라가 군사를 물리쳐 휴식을 취하려하고 있습니다. 그때 우리는 6개의 성으로 천하의 제후들을 규합하여, 피로에 지친 진나라 군사들을 공격한다면 우리는 천하를 규합하기 위해 사용한 6개의 성에 해당하는 땅을 진나라로부터 대신 취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이익을 위한다고 하면서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땅만 떼어주는 행위는 진나라를 강하게 하고 우리 스스로를 약화시킬 뿐입니다. 지금 조학이 말하기를 ‘진나라는 한과 위 두 나라와 친하게 지내고 그렇지 않은 조나라를 공격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왕께서는 필히 진나라를 받들기를 한(韓)과 위(魏) 두 나라처럼 해야만 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왕께서 6개의 성을 바치고 다시 진나라를 극진히 받들어야한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되면 종내에는 우리 조나라의 성읍은 모두 바쳐져 진나라의 땅이 될 것입니다. 내년에 진나라가 다시 6개의 성을 요구한다면 왕께서는 그들에게 6개의 성을 주시겠습니까? 만일 6개의 성을 다시 바치지 않는다면 그때는 옛날에 바친 것들은 모두 무효가 되고 진나라는 또다시 우리에게 전화(戰禍)를 가져다 줄 것입니다. 그렇다고 만일 진나라의 요구대로 6개의 성을 또다시 떼어 주려한다면 그때는 이미 떼어줄래야 줄 땅이 없게 될 것입니다. 속담에 ‘강한 자는 공격하는 데 능하고, 약한 자는 자기 것을 지키는 데 능하지 못하다’고 했습니다. 오늘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저 진나라의 요구대로 행한다면 진나라 군사들은 아무런 수고도 하지 않고 많은 땅을 얻을 수 있으니 이것이야 말로 진나라를 강하게 만들고 조나라를 약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강한 진나라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 땅을 떼어 낸 조나라는 더욱 약하게 만드는 그런 계책을 어찌하여 중지하지 않으십니까? 또한 왕의 영토는 유한하고 진나라의 요구는 무한하니 유한한 영토로는 무한한 요구를 만족시킬 수 없게 되고 그 결과는 필시 조나라는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3. 言者異則 人心變矣(언자이즉 인심변의)

- 같은 말이라도 사람에 따라 듣는 이의 마음도 바뀐다. -

조왕이 계책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데 진나라에 사자로 갔던 루완(樓緩)이 돌아왔다. 조왕이 루완과 계책을 의논하며 말했다.

「진나라에 우리 땅을 떼어 바쳐야겠습니까? 아니면 바치지 말아야겠습니까? 어느 것이 우리 조나라에 좋겠습니까?」

루완이 사양하며 말했다.

「그것에 대해서는 신이 아는 바가 없습니다.」

「비록 그렇다하더라도 개인적인 생각이라도 한 번 말해 보시오.」

「왕께서는 옛날 공보문백(公甫文伯)의 모친에 대해 들어보셨습니까? 공보문백이 노나라에 벼슬살이를 하다가 병이 들어 죽었습니다. 그 뒤를 따라 두 사람의 여인이 자살했습니다. 문백의 모가 아들이 죽었음에도 곡을 하지 않았습니다. 문백의 집안일을 돌보는 여인이 그 모에게 ' 어찌하여 자식이 죽었음에도 곡을 하지 않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 모가 ' 공자(孔子)는 현인이었으나 노나라에서 쫓겨날 때 그는 공자를 따라가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아들이 죽었는데 두 여인이 그를 위해 자살했다. 그래서 그는 장자에게는 박하게 대하고 부녀자들에게는 후하게 대한 것이다. 어찌 내가 그런 자식을 위해 곡을 하겠는가?‘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런 말을 모친이 했음으로 그 모친은 현모인 것이고 만일 그 말을 그의 처가 했다면 필시 투기를 한다는 의심을 면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따라서 같은 말이라도 말하는 사람에 따라 그 뜻이 다르게 표현됩니다. 그런 연유로 지금 진나라에서 금방 돌아온 신은 말씀드리지 않는 것입니다. 그것은 즉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 만약 신이 진언을 올린다면 왕께서는 혹시 제가 진나라의 이익을 위해서라고 의심하실 것입니다. 그래서 감히 말씀을 올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신으로 하여금 대왕을 위해서 계책을 드리자면 땅을 떼어 진나라에 주는 편이 좋습니다.」

4. 割城慰秦 示弱天下(할성위진 시약천하)

- 성을 떼어 진나라의 환심을 사는 행위는 조나라가 약하다는 사실을 천하에 선전하는 일이다. -

조왕이 알았다고 말했다. 우경이 듣고 입궐하여 조왕을 알현하고 말했다.

「루경의 말은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입니다. 대왕께서는 절대로 땅을 떼어 진나라에 주면 안 됩니다.」

루완이 듣고 역시 왕을 만나러 왔다. 왕이 다시 우경이 한 말을 루완에게 전했다. 루완이 말했다.

「우경의 말은 옳지 않습니다. 우경은 하나만 알지 둘은 모르고 있습니다. 진조(秦趙) 두 나라는 서로 원한에 사무쳐 서로 극렬하게 싸우고 있다는 사실에 천하 사람들은 기쁜 마음으로 구경하고 있습니다. 어째서이겠습니까? 그것은 바로 강한 나라에 붙어서 약한 나라 둥에 올라타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조군은 진군에 의해 곤경에 처해 있기 때문에 천하의 모든 나라는 진나라가 전쟁에서 이길 것으로 알고 축하를 위해 모두 진나라에 당도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일 우리 조나라가 진나라와 서둘러서 화의를 맺어야만 천하의 모든 나라로 하여금 의심하여 주저하는 마음이 생기게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진왕의 마음도 위로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천하의 각 나라는 분노한 진왕의 마음을 이용하여 피폐한 조나라에 달려들어 서로 찢어서 나누어 갖게 되면 조나라는 결국 망하고 말 것인데 무슨 방법으로 진나라가 도모하는 바를 막을 수 있단 말입니까? 그래서 우경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고 한 것입니다. 원컨대 왕께서 결단을 내리시어 다른 방법은 고려하지 마십시오.」

우경이 듣고 다시 조왕을 찾아와 말했다.

「루완이 진나라를 중심으로 생각한 그와 같은 방법은 매우 위태로울 뿐만 아니라 천하의 각 나라로 하여금 우리 조나라를 더욱 의심하게 만들 것인데 어떻게 그것이 진나라의 마음을 위로하는 행위가 될 수 있던 말입니까? 그리고 루완은 우리가 땅을 떼어 진나라에 바치는 행위는 천하의 모든 나라에게 조나라가 허약하다는 사실을 선전하는 일과 같다고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신은 땅을 바치지 말라고만 했지 무조건 주지 말라고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진나라가 요구한 6개의 성을 왕께서는 차라리 제나라에 할양하십시오. 제나라는 원래 진나라와 원한관계가 매우 깊습니다. 그런 제나라가 우리 조나라부터 6개의 성을 얻는다면 같이 군사를 모아 진나라를 향해 서쪽으로 진격할 것입니다. 제왕은 왕의 말이 미처 다 끝나기 전에 왕의 제안에 동의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조나라는 제나라에 할양한 6개의 성에 해당하는 땅을 진나라로부터 보충할 수 있고 동시에 제와 조 두 나라 사이에 있었던 원한 관계도 이것으로 해소할 수 있어 천하에 조나라가 그와 같은 일을 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이로써 왕께서 목소리를 높이신다면 제와 조 두 나라의 병마가 미처 진나라 변경에 당도하기도 전에 오히려 진나라가 많은 재물을 들고 조나라에 당도하여 화의를 맺자고 간청할 것입니다. 진나라의 요청에 따라 화의를 맺는 것을 본 한과 위 두 나라는 우리 조나라를 중하게 여길 것이고, 그렇게 되면 두 나라는 필시 많은 재물과 보물을 들고 왕께 바칠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왕께서 일거에 3국과 결호를 맺고 진나라와는 강화를 쉽게 체결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우경의 말이 옳다고 말한 조왕은 그 즉시 그를 제나라에 사자로 보내 두 나라가 힘을 합쳐 제나라에 대항하자는 제안을 하게 했다. 우경이 미처 제나라에서 돌아오기도 전에 진나라가 사자가 강화를 맺자고 조나라에 당도했다. 루완이 듣고 나라 밖으로 도망쳐 버렸다. 그래서 조나라는 우경에게 성 하나에 봉했다.

5. 합종(合縱)의 득실

그리고 얼마 후에 위나라에서 합종을 맺자고 제안해 왔다. 조왕이 우경을 불러 의견을 듣기 전에 평원군을 방문하여 물었다. 평원군이 대답했다.

「원컨대 우경의 의견을 따르십시오.」

이윽고 입궐한 우경에게 조왕이 말했다.

「위나라가 합종을 요청해왔소!」

「위나라는 잘못했습니다.」

「과인은 아직 위나라의 요청을 허락하지 않았소.」

「왕께서 잘못하셨습니다.」

조왕이 따져 물었다.

「위나라가 합종을 요청해 왔다고 하니 경은 위나라가 잘못했다고 하더니, 다시 내가 합종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하니 또 내 잘못이라고 했소. 그렇다면 합종을 해야 하오? 아니면 하지 말아야 하오?」

우경이 대답했다.

「신이 듣기에 소국이 대국과 합종을 하게 되면 대국에게는 유리하여 복이 되고, 소국에게는 손해가 되어 화가 된다고 했습니다. 오늘 소국인 위나라가 합종을 요청한 일은 화를 불러들인 것이고 대국인 조나라에게는 복이 굴러들어온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합종을 아직 허락하지 않은 왕께서 잘못하셨고 소국인 위나라 역시 잘못이라고 했습니다. . 조용히 합종을 허락하시기 바랍니다.」

조왕이 좋다고 말하며 그 즉시 위나라와 합종을 맺었다.

우경이 위제(魏齊)의 일로 만호의 식읍과 경상(卿相)의 인장도 가볍게 버리고 위제와 함께 조나라를 떠났다가 대량에서 곤궁한 처지에 빠졌다. 위제가 죽은 후에는 우경은 결국 다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저술에 전념하여 위로는 춘추에서 뽑고 밑으로는 근세의 역사를 살펴 절의(節義)、칭호(稱號)、췌마(揣摩)、정모(政謀),등 모두 8편을 지었다. 국가의 이해득실을 풍자한 내용으로 세상에 전해졌는데 <우씨춘추(虞氏春秋)>라 했다.

태사공이 말한다.

 평원군은 혼란한 시대에 새가 하늘 높이 나는 것처럼 뛰어났던 재주 있는 공자다. 그러나 그는 세상을 다스리는 커다란 도리를 보지 못했다. 항간에서는 '이익이라고 하는 것은 지혜를 어둡게 만든다(利令智昏)'고 했다. 풍정(馮亭)의 사악한 유세를 좋아했던 평원군은 조나라로 하여금 장평(長平)에서 40여만 명의 군사를 산 채로 매장되어 죽게 하였고 이어서 조나라의 서울 한단을 거의 함락 일보 직전까지 몰고 갔다.

일의 요체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사정을 잘 살펴 조나라를 위해 꾸민 우경의 책략은 어찌 그리 주도면밀했는가? 후에 차마 위제를 버리지 못하고 마침내는 대량성(大梁城)에서 곤궁한 처지에 빠지게 되었으니 그것은 일개 범부도 알 수 있었던 일이었음에도 하물며 우경과 같은 현능한 사람이 몰랐겠는가? 그러나 우경의 근심은 곤궁한 처지가 아니라 책으로 저술한 자기의 생각이 후세 사람들에게 전해지지 않는 경우였다.

<열전16-2. 우경열전 끝>

 

주석

1)평양군(平陽君)/ 평원군 조승의 형제이며 혜문왕의 동생에 효성왕의 숙부다.

2)장평(長平)/ 지금의 산서성 고평현(高平縣) 서북으로 전국 때 조나라 땅이다. 진나라 장군 무안군(武安君) 백기(白起)가 기원전 260년 이곳에서 조괄(趙括)이 이끌던 조나라의 군사들을 크게 무찔렀다. 백기는 항복한 조나라의 군사 45만 명을 구덩이 속에 파묻어 죽였다. 춘추전국시대를 통틀어 가장 많은 병력이 동원된 싸움으로 당시 진나라의 통일에 방해되는 가장 큰 세력을 약화시켜 진나라에 의한 통일은 시간문제가 되었다.

3) 彈丸之地(탄환지지)/ 사방이 敵國(적국)에 둘러싸여 攻擊(공격)의 대상이 되는 썩 좁은 땅. 탄알같이 아주 좁은 땅.

4) 위제지고(魏齊之故)/ 위나라 상국 위제(魏齊)와의 일을 말한다. 위제는위나라 공족 출신으로 소왕(昭王)과 안리왕(安釐王) 때 재상을 지냈다. 무고하는 말을 믿고 범수(范睢)를 잡아 태형을 때리고 혼절 시킨 다음 자기의 문객들에게 명하여 그의 몸에 오줌을 누게 하였다. 범수는 간신히 몸을 빼내 진나라로 가서 소양왕 밑에서 승상이 되었다. 범수가 옛날의 원한을 갚기 위해 군사를 동원하여 위제를 잡으려고 하자 그는 조나라로 도망쳐 평원군에 몸을 의탁했다. 진나라가 조나라를 위협하자 다시 조나라의 재상 우경(虞卿)의 도움으로 조나라에서 도망쳐 위나라로 돌아와 신릉군(信陵君)의 도움을 청했다. 신릉군이 위제를 의심하여 주저하자 그는 자살하고 말았다. 상세한 이야기는 <범수채택열전(范睢蔡澤列傳) 참조. 위제(魏齊)와의 우의를 지키기 위해 조나라의 만호에 달하는 봉읍과 재상의 인장을 버린 우경은 위제와 함께 조나라를 떠나 위나라로 들어가 신릉군에게 도움을 청했다. 우경이 그 일로 해서 대량성(大梁城)에 고난을 겪은 일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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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외전. 도주공(陶朱公) 범려(范蠡)

외전 범려(范蠡) 범려외전(范蠡外傳)은 사마천의 사기 월왕구천세가(越王句踐世家) 편과 화식열전(貨殖列傳)의 범려 부분을 발췌
양승국 04-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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