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말 진나라로부터 계속해서 시달림을 받은 한나라는 한 가지 계책을 냈다. 한나라의 유명한 토목기술자를 진나라에 보내 거대한 토목공사를 일으켜 그 공사에 국력을 쏟아 붇게 한다면, 한나라는 한 숨을 돌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진나라가 그 토목공사의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재정이 파탄이라도 나 버리면 더욱 좋을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나라의 유명한 토목기술자인 정국(鄭國)이라는 사람을 진나라에 보내 위수 북안의 황토고원에 토목공사를 벌려 관개수로를 건설하도록 설득하게 했다. 정국은 관개수로가 완성되면 그곳에서 생산되는 농업생산물로 인하여 진나라의 재정은 넘쳐 날 것이라고 당시의 진왕(秦王)인 진시황을 설득 했다. 진시황이 정국의 말에 혹하여 수리시설 공사를 대대적으로 벌렸다. 다음은 사마천의 사기 하거서(河渠書)에 나오는 기사이다.

<진나라가 토목공사를 벌이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한나라는 진나라에 대규모의 토목공사를 벌려 국력을 소모시킨다면 동쪽으로 나와 한나라를 공격할 여력이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나라는 토목기술자 정국을 파견하여 진나라로 하여금 경수(涇水)를 파서 그 물을 동쪽으로 끌어 중산(中山)의 서쪽 호구(瓠口 : 자금의 산서성 경양(涇陽) 서북)에 이르는 운하를 건설하고 다시 북산을 따라 동으로 300여 리를 연장하여 락수(洛水)와 연결시켜 수리시설을 위한 토목공사를 벌리게 만들었다. 공사를 하던 중에 정국이 한나라의 간첩이라는 사실이 발각되어 진시황이 정국을 처형시키려고 하자 정국이 말했다.

“ 처음에는 제가 한나라의 간첩으로 일을 시작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인공수로가 완성되면 진나라에 커다란 이로움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정국의 말이 옳다고 생각한 진시황은 공사를 마무리 짓도록 했다. 이윽고 수리시설이 완성되자 황토가 침전된 물로 염분이 많은 토지 4만여 경에 물을 댈 수 있었는데 무당 일종(一鐘)의 수확을 낼 수 있었다. 이 후로는 관중 지역은 비옥한 농경지로 변했고 흉년이라고는 들지 않게 되었다. 그 결과 진나라의 국력은 더욱 강성해지고 마침내 나머지 제후국을 멸하고 중국을 통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운하의 이름을 정국거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전국시대 때의 일경은 한국 평수로 5,500평이고 일경은 100무이다. 그리고 일종(一鐘)은 10섬이다. 즉 정국거를 건설함으로 인하여 새로 생긴 농경지는 4만 경 즉 2억 2천만평에 그곳에서 난 곡식의 량은 4천만 섬에 달했다는 이야기이다. 전국시대 후반부 내내 진나라가 몇 십만 명의 대군을 일으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계속해서 전쟁을 수행할 수 있었던 저력은 도강언 및 정국거를 이용하여 생산된 농업 생산물에 의한 재화의 확충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