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시대의 이십등작제(二十登爵制)

진한 시대의 작제는 20등작제라 일컫어진다. 이는 작제의 등급이 20등급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보여주는 문헌으로는 <한서(漢書)> <백관지(百官志)>, 혹은 <한의주(漢儀注)> 등이다. 이밖에는 20등작제에 대해 정리한 자세한 기술은 남아 있지 않다. 이들 문헌 속에 나타난 바에 의하면 20등작제의 등급은 다음과 같다.

1.공사(公士), 2.상조(上造), 3.잠뇨(簪裊), 4.불경(不更), 5.대부(大夫), 6.국대부(國大夫) 혹은 관대부(官大夫),, 7.칠대부(七大夫) 혹은 공대부(公大夫), 8.공승(公乘), 9.오대부(五大夫), 10.좌서장(左庶長), 11.우서장(右庶長), 12.좌경(左更), 13.중경(中更), 14.우경(右更), 15.소상조(少上造), 16.대양조(大良造) 혹은 대상조(大上造), 17.사차서장(駟車庶長), 18.대서장(大庶長), 19.관내후(關內侯), 20.철후(徹侯) 혹은 열후(列侯).

이 가운데 제20급인 철후(徹侯)는 후에 무제 유철(劉徹)의 휘(諱)를 피해 열후 혹은 통후(通侯)라 한 것이다. 또한 20등작 중 식읍이 주어지는 작위는 19등급인 관내우화 20급인 열후뿐이었다.

20등작제의 구조와 기능은 종래의 연구로는 거의 판명되지 않는다. 겨우 지적되는 바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이다.

그 첫 번째에 대해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20등작제는 공(公), 후(侯), 백(伯), 자(子), 남(男)으로 나뉘어져 있다고 하는 주나라의 5등작제와는 전혀 별개의 제도로써 그 기원은 전국시대에서 시작된다. 진효공(秦孝公)에게 기용되어 변법자강(變法自强)의 법을 시행함으로써 구제도를 개혁하여 진의 강대화의 기초를 세웠다고 하는 상앙의 개혁조치에서 보이는 “ 적의 머리 하나를 베어 온 자에게는 작위 하나를 내린다.” 기사와 함께 군공(軍功)이 있는 자에게 작위를 수여했다는 제도는 20등작제의 기원을 나타내는 하나의 사례이다.

주나라의 작제가 5등작이었는가의 여부는 문제가 된다. 근래의 연구는 5등작의 체계가 춘추말이나 전국시대에 정비된 것으로, 주대에 5등작제가 시행되었는가는 의문시되고 있다. 다만 그 의미는 주나라의 작제가 없었다는 말은 아니다. 작(爵)이란 관넘과 그의 구체적 시행을 존재했고 천자와 제후의 관계, 제후와 경대부(卿大夫)의 관계는 작위 의해 연결되어 있었다. 다만 그것이 5등작이라는 형태로 시행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20등작제와 5등작제는 전혀 별개의 제도라고 하지만, 이는 명칭과 시행 내용이 다르다는 차이일 뿐이다. 주의해야 할 것은 양자 모두가 작제로써 그 이외의 것은 아니며 따라서 양자에게 작이라는 관념은 공통되는 바임으로, 양자의 차이점에만 집착하여 공통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2. 일반인에 대한 작위의 수여

20등작제 가운데 제1급인 공사(公士)부터 제 8급인 공승(公乘)까지의 하등작은 주로 일반인에게 수여되었고, 제9급인 오대부(五大夫) 이상의 작위는 일반인에게는 주어지지 않고 녹봉(祿俸) 600석 이상의 관리가 되어야 비로소 주어졌다.

1930-31년에 걸쳐 스웬 헤딩 (Swen Hedding)을 대장으로 하는 중국 서북지방에 대한 중서문물탐사단(中瑞文物探査團 :The Sino-Swedish Expediion)은 감숙성(甘肅省) 서북부 에치나(額濟納 : Echina) 강변에 위치한 한 대에 세워진 거연성(居延城) 유적 부근에서 약 1만 점에 달하는 한대 목간(木簡)을 발견했다. 이 목간 가운데는 당시 각지에서 징발되어 와서 이 지역에 주둔한 병사들의 명부가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 들 중에는 작위를 보유하고 있었던 자들이 많았고 더욱이 그 작위는 모두 제5급 공승 이하의 사람들이었다. 이는 일반인에게서 징발된 병사는 일반인에 해당하는 작위가 주어졌음을 나타냄과 동시에 일반인에게 주어진 작위가 제8급 공승 이하였고 제9급 5대부 이상은 주어지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세 번째로는 일반인이 황제로부터 작위를 받을 기회는 상앙(商鞅)의 작제에서 보이듯이 군공에 대한 포상으로서 받은 경우 이외에 국가에 곡물을 납부할 경우의 포상과, 신개척지에 이주당한 인민에게 주어질 경우 등이 있었지만, 가장 광범하게 주어지는 기회는 즉위(卽位), 개원(改元), 입후(立后), 입태자(立太子) 등의 국가 경사가 있을 때 전국의 백성들에게 똑같이 작위를 수여하는 경우이다. 이때 사작(賜爵) 대상은 이른바 호적에 편입된 양민이고, 호적에 오르지 않은 무적자 및 유민 그리고 노비, 천민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다.

전국민에 대한 작위 수여는 이미 진소양왕(秦昭襄王) 때 시작되었고,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한 다음해에는 다시 천하 백성들에게 작위 1급 씩을 승작시켰다. 한대에 들어오면 전한 시대에 합계 53회, 왕망(王莽) 때 1회, 후한 때 모두 36회 시행되었다.

20등작제는 후한정권과 함께 사라지고 삼국시대 위(魏)나라가 시행하여 북위정권이 정착시킨 중정구품제(中正九品制)로 대체되었다. 정조9품 모두 18품으로 구분되는 9품제는 청나라 때까지 관리제도의 기본골격을 유지되었다. 우리나라 조선시대에 시행된 품계제도도 기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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