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신라신민과 근왕사상

일부 경상도 사람들의 조건반사적인 안티 DJ는 무엇일까?

그것은 상당수 경상도 사람들이 자기들을 대한민국 국민이라 생각하지 않고 신라사람으로 생각하는데 있다. 고려와 조선 시대를 거치며 거의 사멸되었던 이 생각은 김대중에 고전하던 박정희를 위해 이효상이 선거전략으로써 이용함으로써 오늘날 지역감정이라는 망국적 괴물로까지 발전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미수복지 고구려땅인 북한과 대화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간계로 왕위를 찬탈해간 김대중을 지지하는 전라도는 징벌의 대상일수 밖에 없는 것이다.

김대중에 대한 무조건적인 혐오와 반감은 따라서, 김대중을 대통령이라 생각하지 않고 왕위 찬탈자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있어서 아주 당연한 것이다. 왕위 찬탈자의 행위를 어찌 비판과 충고의 대상으로 삼겠는가? 왕위 찬탈자는 당연히 저주와 징벌의 대상일수밖에 없는 것이다. 조독마의 저 소름끼치고 피가 뚝뚝 떨어지는 듯한 김대중에 대한 저주는 이런 점에서 이해될수 있다. 신성한 신라 왕위를 찬탈해 간 자--- 자, 남는것은 복수밖에 더 있겠는가?

자기 고향에서마저 찌그러지고 있는, 한국에서는 아주 특이한 노무현 현상 또한 이 점에서 이해될 수 있다. 노무현은 왕위 찬탈자와 공모한 자이며, 따라서 모반자에 불과하다. 또한 노무현은 왕 감이 못된다. 그리고 도저히 그 동안 모셔 왔던 왕들과는 풍모가 너무 다르고 어색하다. 전라도를 징벌했던 박정희 이하 장군들의 영웅적인 기상도 없고, 서울대 출신들이 지닌 귀족다운 풍모도 없다. 김문수 이재오 정형근 등이 당선되는, 상상을 불허하는 엽기적인 현상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왕위 찬탈자를 징벌하기 위해 과감히 떨치고 나선 신라의 맹장들이며 핍박받는 신라 신민에게 신라 왕위를 탈환하여 돌려주고자 나선 구국의 간성들인 것이다.

저들이 양반의 땅이라고 내세우는 지역의 행태를 보기로 하자. 대구 경북은 남아 선호 사상이 전국을 통들어 가장 극심한 곳이다. 이문열의 소설에서 묘사된 이조 여인상은 또 어떤가? 거치장스런 한복을 입고 바깥주인 주안상에 올릴 안주 걱정이나 하며 한평생을 보낸 분이 언필칭 체통있는 양반 가문의 규수상이다. 전국 어느 곳에도 헛기침해가며 양반가문 행세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안동처럼 전통의 고장이니 뭐니 하면서 시대착오적인 여성상을 각종 미디어에 대 놓고 선전하는 곳은 없다고 본다.

뭐 열심히 애들 키우고 하는것은 우리 어머니들의 보편적인 현상이었으니 특별히 그쪽 풍습이라고 내세울 것도 없다. 그들이 내세우는 고생하신 어머니상에는 "양반댁 안주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라는 배경이 깔려 있다. 즉 손에 물을 묻히지 않고 살았어야 할 양반댁 마님이 손에 물을 묻히고 살았으니 얼마나 장한가?라는 계급의식이 깔려있는 것이다. 양반댁 안주인을 우아하고 고상하게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하인과 몸종과 노비들이 그 하이얀 손가락 아래에서 꼼지락거리며 자기 인생을 저주했겠는가?

충과 효로 대변되는, 전근대적인 유교 사상이 아직도 가장 생활 곳곳에 깊숙히 뿌리박고 있는곳이 바로 양반의 고장 경상도의 21세기 모습인 것이다.

대통령이 잘하는 것은 격려하고 잘못된 것은 비판해 가면서 한 나라의 책임 있는 민주 시민이 될 생각은 하지 않고 그나마 동북아 한쪽 구석으로 한껏 찌그러진 나라에서 신라왕조의 충성스런 신민으로서, 5세기경의 백성으로 돌아가 마마 성은이 망극하여이다를 외치며 살겠다는 사람들이 다수라는것--그것이 나를 암울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