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학계의 본류는 강단사학파라고 해서 일제 때 식민사관의 정신을 이어 받은 조선총독부 조선사편찬위원 출신인 이병도나 이선근이 길러 낸 그 제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강단사학파가 계승하고 있는 식민사관은 ‘ 한국인은 자주능력이 없다. 그래서 뛰어난 민족인 일본이 통치하여야 한다.’ 라는 명제 하에서 논리를 발전시킨 것이 다음과 같은 이론이다. 다음은 본인이 초등학교 다닐 때 선생들로부터 직접 배운 국사교육의 내용이이다.

1. 한국인은 천성적으로 게으르다. 그 이유로서 구들장 문화를 예로 든다. 한국 난방시스템의 대표적인 것이 구들장인데 다음 날 아침이 돌아와도 그때까지 온기가 남아 있는 구들장에 연연하여 일어나지 못하고 그것이 습관화되어 게으르게 된 것이다. 따라서 게으른 자들을 다스리는 방법은 두들겨 패는 것 외는 별다른 수가 없다. 엽전이라는 말속에는 게으름뱅이와 두들겨 패야 한다는 자기 비하의식이 들어 있는 것이다. 일제 황군장교 출신인 박정희가 신봉하고 있던 역사관이기도 한 것이다. 한국인은 좋은 말로는 다스릴 수 없고 오로지 몽둥이가 약이라는 전형적인 식민사관의 신봉자였었다. 식민사학자들이 만들어 낸 대표적인 말이 엽전이라는 말이다.

2. '한국인의 당파성은 천성적이다.' 그리고 우리 조선역사를 여인들의 베개밑송사 정도로 비하시켰다. 그리고 그들은 조선왕조를 이씨조선으로 명명했다. 조선의 정통왕조를 이씨라는 씨족이 운영하는 부족국가 정도로 명명하여 우리나라의 역사를 비하시킨 것이다. 자기들의 역사는 역설적으로 사무라이라는 말로 정치 깡패들의 무자비한 살육극을 마치 세계역사상 가장 훌륭한 미덕을 갖춘 정치형태라고 하면서 역사를 전도시켰다. 그들의 문화는 말보다는 칼이 앞선 야만문화였다. 말과 논리로 정치투쟁을 행하는 대신에, 법도 규칙도 없이 칼로써 정적을 암살하고, 실패하면 할복하는 것을 일상사로 삼은 야만적인 행위를 미화했던 것이 식민사관에 물들은 역사학자들이 만들어낸 해악이다. 그 결과 그 식민사관에 세뇌(洗腦)된 한국의 황군출신 군인들과 일제관료 출신들은 그 논리를 굳게 믿고 그들이 집권하게 되자 자기 민족을 향해 식민사관에 입각한 정치를 펼친다. 그들의 머리에는 일본의 사무라이 정치를 우리가 따라가야 할 지고의 가치로 여겼었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들의 선조인 조선시대의 정치인들은 거의가 문인들이며 학자이며 행정가이기도 했다. 조선시대의 정치행태가 현대적인 의미와는 조금 차이가 나겠지만 일종의 내각 책임제의 전 단계에 해당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식민사학자들은 일본의 막부정치 하의 정치깡패들이 행했던 사무라이 정치를 문화인이 행한 내각책임제 정치보다 위에 놓은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차후로는 조선을 이야기할 때 절대 이씨조선이라는 말을 쓰면 안 될 것이다. 조선왕조 하면 한국사람들은 모두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구태여 이씨조선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은 그러한 못된 저의가 있어서인 것이다. 그들은 한국 역사를 당쟁과 여인들의 치마폭에 휘둘린 군왕들의 이야기 중심으로 전개시켜 야사와 같은 수준으로 격하시켰다. 식민사관의 후계자들이 우리 사학계는 아직도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들과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우리 역사를 바라보고 있는 또 다른 학파인 민족사관이 해방이 된지 어언 50년이 지났음에도 국사학의 주류가 되지 못하고 식민사학을 원조로 삼은 강단사학의 언저리에 놀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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