楚茨(초자)

- 가시 돋은 납가새 -

이 시는 주왕(周王)이 그들의 선조에게 제사를 지낼 때 부르는 노래다. 시 중의 아(我), 효손(孝孫) 등은 모두가 제사를 지내는 주체인 주왕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시에 묘사된 전장제도(典章制度)는 모두 주왕실의 천자가 행하는 의식이다. 모서(毛序)는 “ 초자는 주유왕을 풍자한 시다. 정치는 불안하고 농경지는 황폐해져 발생한 기근으로 굶어죽는 사람이 속출하자 백성들은 유랑민이 되어 떠돌아 다녔음으로 군자가 옛날 태평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지은 시가다.”라고 했다. 그러나 주희는 그의 저서 시서변설(時序辨說)에서 “ 이 편부터 시작해서 거할(車舝)에 이르는 10편의 시가는 그 문사가 모두 온화하고 평화로우며, 상세하면서도 우아하여 풍자의 분위기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변아(變雅)에 속하는 모서의 평은 모두가 암울한 현재의 정황에 마음이 상한 군자가 옛날을 회상하며 그리워한다는 시라고 했다. 그러나 이 10편의 시들은 전혀 그렇지 않고 어디에도 쇠미한 세상이라는 뜻이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정아(正雅)에 속한 시들이 잘못해서 변아에 편집된 것 같은 생각이 된다. 서의 평은 잘못이다.”

자(茨)는 질려(蒺藜)로 고대 전쟁무기 중의 철질려(鐵蒺藜)는 납가새의 열매를 모방하여 만든 일종의 방어무기로써 진영 앞에 설치하여 적군의 돌진을 막았다. 고대에 나막신을 신고 다니던 행인들이 납가새의 열매를 밟아 가시에 찔리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 납가새는 건조하고 황폐한 곳에서 덩굴로 번식하며 가시가 달린 열매를 맺는다. 용풍(鄘風) 장유자(墻有茨)에 납가새는 상스럽거나 아름다운 초목이 아니라 없애버려야만 사람의 마음이 유쾌해지는 악초라고 했다.

一

楚楚者茨 言抽其棘(초초자자 언추기극)

무성한 납가새의 가시

自昔何爲 我蓺黍稷(자석하위 아예서직)

옛날부터 무엇을 심었던가? 매기장과 찰기장일세

我黍與與 我稷翼翼(아서여여 아직익익)

매기장 무성하고, 찰기장 잘 자라네

我倉旣盈 我庾維億(아창기영 아수유억)

곶간도 가득 채우고 노적가리도 수 없이 쌓여있으니

以爲酒食 以享以祀(이위주식 이형이사)

이것으로 술 빚고 음식 만들어 조상에게 제사지내 바치리

以妥以侑 以介景福(이타이유 이개경복)

시동(尸童) 모셔놓고 술을 올리며 큰복을 더 크게 하리라!

부(賦)다. 초초(楚楚)는 초목이 무성하여 조밀한 모양이다. 추(抽)는 뽑아서 버림이다. 아(我)는 제사를 받드는 자의 자칭이다. 여여(與與)와 익익(翼翼)은 모두 번성(蕃盛)한 모습을 표현하는 의태어다. 로적(露積)을 노적가리라는 뜻의 유(庾)라 하고 십만(十萬)을 억(億)이라 한다. 향(饗)은 바침이고 타(妥)는 자리를 편안히 함이니 ｢예기(禮記)｣의 “축관(祝官)이 제주(祭主) 고하여 시동(尸童)을 편안하게 한다.”라고 했으니 제사에 족인(族人)의 자제를 점을 쳐서 시동(尸童)을 뽑아 신주의 자리에 술을 올리고 절을 올리고 편안하게 모셨음이다. 유(侑)는 권함이니 시동이 혹 배부르지 못할까 걱정하여 축관(祝官)이 권하면서 “황시(皇尸)가 실(實)하지 못하다.”라고 말한다. 개(介)는 대(大)요 경(景)도 또한 대(大)다. 시동(尸童)이란 옛날에 제사 지낼 때 신위(神位) 자리에 대신 앉힌 어린이를 말한다. 시동의 복식은 사자가 평소에 입던 옷을 착용하고 임금의 경우는 변(弁)과 면(冕)의 의 복식을 한다. 대부나 사(士)의 경우는 사인(士人)의 작변(爵弁), 대부의 경우는 면복(冕服) 차림을 한다. 예기 증자문(曾子問)에 「증자가 “제사에는 반드시 시동(尸童)이 있어야 합니까? ”라고 묻자 공자가 “성인(成人)으로써 상(喪)의 위의(威儀)를 갖춘 자는 제사할 때에는 반드시 시동이 있어야하고 시동은 반드시 손자를 택해야 한다. 그리고 손자가 어리면 사람으로 성인으로 하여금 손자를 안고 있게 한다. 손자가 없으면 동성의 손자 항렬에서 대신 택한다.”라고 했다.

〇 이 시는 공경으로서 전록(田祿)이 있는 자가 농사에 진력하여 그 종묘(宗廟)의 제사를 받드는 모습을 묘사했다. “질려(蒺藜)가 무성한 땅을 개간한 선인들의 고초가 어찌 상상할 수 있겠는가? 장차 나로 하여금 이 땅에 서직(黍稷)을 기를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일 것이다. 조상의 덕분으로 재가 심은 서직(黍稷)은 이미 풍성하게 수확되어 많은 노적가리가 벌써 채워지니 술과 밥을 지어서 제사를 올려 조상을 받들고 자리를 편안히 거처하게 하여 큰복을 받을 수 있음이다.”

二

濟濟蹌蹌 絜以牛羊(제제창창 혈이우양)

정숙하고 예의바론 모습으로 소와 양을 정결히 하여

以往烝嘗 或剝或亨(이왕증상 혹박혹형)

가을제사와 겨울제사 지내니 가죽 벗기고 삶아서

或肆或將 祝祭于祊(혹사혹장 축제우팽)

차려놓고 바치며 축관이 사당문에서 신령을 불러

祀事孔明 先祖是皇(사사공명 선조시황)

제사 준비 갖추었으니, 크고 거룩하신 우리 조상님

神保是饗 孝孫有慶(신보시향 효손유경)

신령께서 찾아와 음식을 잡수시니

효성스러운 자손들에게 경사가 났네

報以介福 萬壽無疆(보이개복 만수무강)

크나큰 복으로 보답하시고 만수무강내리시네

제제(濟濟)와 창창(蹌蹌)은 제례를 드리는 모습이 위엄이 있음을 말한다. 겨울제사를 ‘증(烝)’이라 하고 가을제사를 ‘상(嘗)’이라 한다. 박(剝)은 그 껍질을 벗기는 행위이고 형(亨)은 삶아서 익히는 행위다. 사(肆)는 벌려둠이요, 장(將)은 받들고 앞으로 나아감이다. 팽(祊)은 사당의 내부로 제사를 올리는 곳이다. 효자가 조상신의 소재를 알 수 없음으로 축관으로 하여금 사당 안의 빈객을 접대하는 곳에서 널리 찾도록 했다. 공(孔)은 심(甚)이다. 명(明)은 비(備)·저(著)와 같고, 황(皇)은 대(大)·군(君)이다. 보(保)는 안전하게 보전함이다. 신보(神保)는 시동(尸童)을 부르는 호칭이니 초사(楚辭)의 영보(靈保)이니 무당이 강신(降神)함을 말한다.

三

執爨踖踖 爲俎孔碩(집찬적적 위조공석)

공경하는 마음으로 부뚜막에 불을 지피고

도마에 올린 음식 훌륭하기도 하네

或燔或炙 君婦莫莫(혹번혹자 군부막막)

혹은 고기 굽고 혹은 적을 부치니 맏며느리 정성 지극하네

爲豆孔庶 爲賓爲客(위두공서 위빈위객)

차려 놓은 음식 많기도 하고 손님도 오고 문객도 와서

獻酉壽交錯 禮儀卒度(헌도교착 예의졸도)

헌수의 예를 주고 받으니 예의범절 모두 법도에 맞네

笑語卒獲 神保是格(소어졸획 신보시격)

웃으며 주고받은 말 때에 알맞으니

신령도 이 자리에 내려오시리니

報以介福 萬壽攸酢(보이개복 만수유작)

크나큰 복으로 보답하시고 만수무강내리시네

찬(爨)은 부엌이다. 적적(踖踖)은 공경스러운 모습이다. 조(俎)는 희생물을 잡아 만든 고기를 올리는 도마다. 석(碩)은 큼이다. 번(燔)은 소(燒)로 태워서 익힌 고기고, 자(炙)는 고(烤)로 불에 구워 익힌 고기다. 모두가 술잔을 올릴 때 같이 올리는 음식이다. ｢특생(特牲)｣에 “주인이 시동에게 술을 올리면 빈객의 좌장은 구운 고기를 올리고, 주부(主婦)가 시동에게 술을 따르면 형제가 불에 태운 고기를 올린다.”라고 했다. 군부(君婦)는 주부(主婦)다. 막막(莫莫)은 정결하고 정숙한 태도로 지극히 공경하는 태도이다. 豆는 안에서 장만한 곡물로 만든 제수인 내수(內羞)와 여러 가지 육류로 만든 밖에서 만든 음식인 외수(外羞)를 담는 제기이니 주부(主婦)가 올린다. 서(庶)는 많음이다. 빈객(賓客)은 점을 치고 제계(齊戒)하여 제사를 돕는 사람이니 시동에게 잔을 올리는 순서가 되어서야 비로소 함께 헌수(獻酬)한다. 주인이 빈객에게 술잔을 권하는 행위를 ‘헌(獻)’이라 하고 빈객이 주인에게 술을 권하여 마시게 하는 행위를 ‘작(酢)’이라 한다. 빈객이 받은 술잔을 자리 앞에 놓고 마시지 않다가 여수(旅酬)에 이른 뒤에야 젊은이와 어른이 서로 권하여 번갈아가며 돌려 마시는 것이다. 졸(卒)은 다함이다. 도(度)는 법도(法度)이다. 확(穫)은 마땅함을 얻었음이다.

四

我孔熯矣 式禮莫愆(아공한의 식례막연)

내 크게 삼가고 예의에 어긋남이 없거늘

工祝致告 徂賚孝孫(공축치고 저뢰효손)

축관이 신령에 이르기를 저 효성스러운 자손에게 복을 주소서

苾芬孝祀 神嗜飮食(필분효사 신기음식)

향피워 정성드려 제사를 받드니 신령께서 음식 즐겨 드시네

卜爾百福 如幾如式(복이백복 여기여식)

만복을 내리시니 바라는 법식대로네

旣齊旣稷 旣匡旣敕(기제기직 기광기눈)

내 이미 삼가고 엄숙한 자세로 바르고 빈틈없이 제사드렸으니

永錫爾極 時萬時億(영석이극 시만시억)

길이 너에게 복을 내리니 만년 억년 가도록 하리라!

부(賦)다. 연(熯)은 다함이다. 일을 잘하는 것을 ‘공(工)’이라 하고 필분(苾芬)은 향을 피움이다. 복(卜)은 줌이다. 기(幾)는 시기(時期)이니 󰡔춘추(春秋)󰡕의 “시기(時期)를 바꾸어서 곡(哭)한다.”라고 한 기사는 이것을 말함이다. 식(式)은 범(法)이고 제(齊)는 가지런함이며 직(稷)은 빠름이요 광(匡)은 바로잡음이며 칙(敕)은 경계함이고, 국(極)은 지극함이다.

예(禮)를 오랫동안 행하여 습관이 되어 근럭(筋力)이 이미 다했는데도, 예를 행함에 어그러짐이 없으니 공경(恭敬)하는 태도가 지극하다. 이에 축관(祝官)이 주인에게 복을 내린다는 신의 뜻을 전했다. “너의 음식이 맛잇고 정갈한 까닭에 너에게 복록으로 갚아서 오는 것이 기약한 시기와 같게 하고 그 많음이 법식과 같게 하리라. 또한 너의 예절이 장중하고 공손한 까닭에 너에게 지극한 선(善)으로 보답하여 너로 하여금 하는 일이 모두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답하리라. ”

｢소뢰(少牢)｣의 말씀에 “황시(皇尸)가 공축(工祝)에게 명하기를 ‘무궁하고 많은 복을 너희 효손(孝孫)에게 전하여 주노니, 너로 하여금 하늘에서 복록을 받아서 토지에서는 농사가 잘되며 생명은 장수를 누리고 후손은 끊어지지 않고 이어가리라.’”라고 했다.

五

禮儀旣備 鐘鼓旣戒(예의기비 종고기계)

예의가 이미 갖추어 지고 종과 북이 엄숙히 울리면

孝孫徂位 工祝致告(효손조의 공축치고)

효성스러운 자손들은 정해진 자리에 서고

축관은 제사가 끝났음을 알리네

神具醉止 皇尸載起(신구취지 황시재기)

여러 신들은 모두 취하시고 시동(尸童)은 자리에서 일어나네

鼓鐘送尸 神保律歸(고종송시 신보율귀)

종을 쳐서 전송하자 신령께서도 돌아가시네

諸宰君婦 廢撤不遲(제재군부 폐철부지)

여러 시중들과 며느리들이 재빨리 제상을 물리니

諸不兄弟 備言燕私(제불형제 비언연사)

집안의 여러 형제들 모여 앉아 담소하며 잔치를 즐기네

부(賦)이다. 계(戒)는 고(告)함이다. 조위(徂位)는 제사가 끝나면 주인이 제단 아래의 서쪽의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 치고(致告)는 축관이 시동의 뜻을 전하여 제사가 이성(利成) 즉 이롭게 끝났음을 주인에게 고함이니 효자가 조상신을 이롭게 잘 봉양하기를 다 마쳤음을 말하는 것이다. 이에 신은 취하고 시동은 일어나거늘 시동을 전송하고 신은 돌려 보낸다. 황시(皇尸)란 시동을 존칭하는 말이고, 쇠북을 치는 이유는 시동이 출입할 때 연주하는 사하(‘肆夏)’라는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서다. 형체가 없는 귀신(鬼神)이 취하여 돌아간다고 한 말은 지극한 정성과 공경을 보이는 것이다. 제재(諸載)는 집안의 일을 맡은 사람으로 한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폐(廢)는 제거함이다. 부지(不遲)는 빠름으로써 공경하는 태도를 삼음이니 신의 은혜를 머물지 않게 하려는 뜻이다. 제사를 마쳐 이미 빈객은 음복하는데 돌아가고, 동성의 친척은 머물러 함께 잔치하여 사사로운 은혜를 다하니, 빈객을 높이고 골육(骨肉)과 친하게 지내기 위해서다.

六

樂具入奏 以綏後祿(락구입진 이수후록)

악기를 준비하여 음악을 연주하니 신령께서 내리신 복록은 넘치고

以殽旣將 莫怨具慶(이효기장 막원구경)

제사 음식 술안주로 골고루 나누어주고

원망하는 마음 없이 모두 즐기네

旣醉旣飽 小大稽首(기위기포 소대계수)

모두를 취하고 배부르니 윗사람 아랫사람 모두 절하네

神嗜飮食 使君壽考(신기음식 사군수고)

신령께서 음식을 마음껏 즐기시고 자손들 오래 살게 하셨네

孔惠孔時 維其盡之(공혜공시 유기진지)

제사는 은혜롭고 시기에 맞아 빠짐없이 잘 갖추었으니

子子孫孫 勿替引之(자자손손 물체인지)

그대의 자손 대를 이어 영원히 이어지리라!

부(賦)다. 모든 묘제(廟祭)는 전묘(前廟)에서는 신(神)을 받들고 후침(後寢)에서는 의관(衣冠)을 보관한다. 제사는 전묘에서 지내고 연향(燕饗)은 후침에서 한다. 따라서 제사를 지낼 때의 모든 음악은 모두 후침에서 연주한다. 또 복록은 이미 제사에서 받았음으로 연향에서는 장차 후록(後祿)을 받아 편안히 누린다고 했다.

안주를 이미 모두 내오니 잔치하는 사람이 원망하지 않고 모두 즐기고 경축하고 술 취하고 배불리 먹고 머리를 조아리며 말한다. “지난 번 제사에 신이 이미 군(君)의 음식을 즐겨 드셨다. 이 때문에 인군으로 하여금 수고(壽考)케 한다.” 하고, 또 “군의 제사가 매우 순하고 또한 때에 맞지 않은 바가 없으니, 자자손손이 폐하지 않고 길게 이어나가리라.” 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