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팽월기병(彭越起兵)
- 거야택의 도적들을 규합한 팽월이 패공에게 귀의하다. -

진나라를 멸하라는 초왕의 명을 받든 패공이 탕군(碭郡) 관할의 군사들을 모두 일으켜 서쪽으로 나아가 창읍(昌邑 : 지금의 산동성 금향현(金鄕縣) 서북)에 이르러 팽월(彭越)의 군사들과 만나 서로 힘을 합쳐 진군(秦軍)을 공격했으나 전세가 불리하게 전개되자 율현(栗縣)으로 후퇴하여 강무후(剛武侯)①의 군사들과 만났다. 4천여 명에 달하는 강무후의 군사를 빼앗아 자기 부대에 편입시킨 패공은 위나라 장군 황흔(皇欣)과 신도(申徒) 및 무포(武蒲)와 함께 다시 창읍(昌邑)으로 진격하여 공격했으나 역시 함락시킬 수 없었다. 패공은 할 수 없이 팽월과 후일을 기약하고 헤어진 후에 창읍을 우회하여 서쪽으로 진군했다.

팽월은 창읍(昌邑) 출신으로 자는 중(仲)이다. 일찍이 거야택(巨野澤)에서 고기를 잡으며 살다가 무리를 모아 도적떼가 되었다. 진승(陳勝)과 항량(項梁)이 진나라에 반하여 기의하자 무리 중의 어린 소년 하나가 팽월에게 말했다.
「여러 호걸들이 다투어 진나라에 반기를 들고 일어서고 있습니다. 당신도 그 뒤를 따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팽월이 대답했다.
「두 용이 서로 싸우고 있으니 잠시 때를 기다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1년여가 지나자 호수 주변의 소년들 백여 명이 무리를 지어 팽월을 찾아와 말했다.
「청컨대 우리의 대장이 되어주십시오.」
팽월이 대답했다.
「나는 여러분들과 함께 행동을 같이 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소년들이 여러 번 간청을 하자 이내 허락했다. 그래서 그들과 그 다음날 아침 다시 모이기로 하고 늦는 자는 참수하겠다고 했다. 이윽고 다음날이 되어 해가 떴음에도 시간에 맞게 도착하지 못한 사람이 10여 명에 달했고 가장 늦게 온 자는 해가 중천에 가서야 도착했다. 그래서 팽월이 말했다.
「나는 나이가 많다고 해서 여러분들이 강권하여 나를 대장으로 삼았다. 오늘 약속시간이 지났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늦게 도착했다. 내가 모두 죽일 수는 없고 가장 후에 온 사람만 죽이도록 하겠다.」
팽월이 소두목에게 명하여 가장 늦게 당도한 자의 목을 베도록 했으나 사람들이 모두 웃으며 말했다.
「어찌 정말로 죽일 수 있단 말입니까? 청컨대 다음부터는 절대로 약속시간을 어기지 않도록 하겠으니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팽월이 직접 그 자를 끌어내어 목을 베고 제단을 만들어 맹세시킨 후에 무리들에게 영을 밝혔다. 도적의 무리들이 모두 크게 놀라 팽월을 두려워하여 감히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이윽고 소년들을 이끌고 호수를 나와 여러 지방을 공략하여 제후들의 흩어진 군사 천여 명을 얻은 팽월은 패공에게 달려가 귀의한 후에 함께 창읍을 공격했다. 완강하게 저항하는 창읍을 함락시키지 못한 패공이 팽월과 후일을 기약하고 서쪽으로 진군하자 팽월 역시 그의 부하들을 이끌고 거야택 주변에 주둔하면서 진나라와의 싸움에서 패하고 흩어진 위나라 군사들을 모았다.

주석
①강무후(剛武侯) : 이름은 실전되었고, 초회왕의 부하 장수 혹은 위왕 위구(魏咎)의 장령(將領)이라는 설 및 한고조의 공신 강후(剛侯) 진무(陳武)라는 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