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교룡지자(蛟龍之子)
- 교룡(蛟龍)의 아들 -

한고조 유방(劉邦)은 패현(沛縣) 풍읍(豊邑 : 지금의 강소성(江蘇省) 풍현(豊縣) 경내) 중양리(中陽里) 사람으로 성은 유(劉)고 자는 계(季)다. 그의 부친은 태공(太公)이고 모친은 유온(劉媼)이다.
일찍이 유온이 큰 연못가에서 쉬고 있다가 잠이 들어 꿈속에서 신(神)을 만났다. 그때 뇌성벽력이 치고 하늘이 시커멓게 변하여 어두워졌다. 곁에 있던 태공(太公)이 보니 교룡(蛟龍)이 유온의 배 위에 있었다. 곧이어 유온에 몸에 태기가 있어 애를 낳으니 이가 유방이다. 진소양왕(秦昭陽王) 51년 기원전 256년의 일로 이때 조나라의 도성 한단(邯鄲)에서 태어난 진시황(秦始皇)은 3살의 어린 아이였다.
유방이 장성함에 따라 위인이 콧날이 높고 이마는 넓어 용의 얼굴을 닮았으며 멋있는 코밑수염과 구레나룻을 기른 헌헌장부가 되었다. 그리고 왼쪽 넓적다리에는 72개의 검은 반점이 있었다. 인자한 성격에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남에게 무엇이든 베풀 기를 좋아했으며, 마음은 활달하고 호방했다. 평소에 커다란 포부를 지니고 있었던 유방은 일반 사람들처럼 생업에 종사하지 않았다. 이윽고 장성하게 되자 시험을 거쳐 관리가 되어 사수(泗水)의 정장(亭長)①이 되었다. 유방은 관아의 모든 관리들을 함부로 대하며 깔보았다. 술 마시기를 좋아하고 색을 밝혔다. 항상 왕온(王媼)과 무부(武負)의 집에 가서 외상술을 마시다가 술에 취해 쓰러져 자곤 했다. 그럴 때마다 유방의 몸 위에 용의 기운이 서리는 모습을 보고 두 사람은 놀라곤 했다. 유방이 두 사람의 집을 번갈아 다니며 외상술을 마실 때는 언제나 사람들이 들끓게 되어 매상은 몇 배나 많이 올랐다. 두 사람이 유방의 기이한 모습을 본 이후로는 연말이 되면 항상 그의 외상장부를 찢어버리곤 했다.
한고조는 빈객들과 무리지어 다니면서 때때로 큰형수의 집에서 밥을 먹었다. 형수는 그런 고조를 싫어했다. 고조가 손님들과 함께 오면 거짓으로 밥과 국을 다 먹은 체하고 주걱으로 솥을 긁었고, 그것 때문에 손님들은 돌아가곤 했다. 빈객들이 돌아간 후에, 솥에 아직 남아있는 국을 보게 된 고조는 그 일로 형수를 원망하게 되었다. 후에 황제의 자리에 오른 고조는 그의 형제들과 조카들을 모두 제후왕에 봉했으나 유백(劉伯)의 아들만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태상황이 그 일을 말하자 고조가 대답했다.
「제가 형님의 아들을 제후로 봉하는 일을 잊은 것이 아니라 형수가 후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후에 장조카 유신(劉信)을 후에 봉하고 국물의 일을 빗대어 갱힐후(羹頡侯)라고 불렀다.
일찍이 징발되어 함양(咸陽)에서 요역을 하고 있을 때, 한 번은 진시황의 행차를 볼 수 있는 허락을 받고 구경할 수 있었다. 유방이 황제의 화려하고 장엄한 행차를 보고 길게 탄식하며 말했었다.
「오호라! 대장부라면 마땅히 저래야 하지 않겠나?」

주석
①정장(亭長) : 진나라 때 가장 적은 지방 행정 단위로 매 10리마다 정(亭)을 설치하고 그 우두머리 관리를 정장이라고 했다. 매 10정(亭)을 1향(鄕)이라고 하고 그 위에 현(縣), 그리고 군(郡)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