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녔던 회사는 사원이 30여 명 남짓한 조그만 중소기업이었다. 업종은 여인들의 예뻐지고 싶어하는 마음에 편승하여 아마도 원시시대 때부터 유행하게 되었음직한 신변장신구의 판매업이었다. 간단히 말해 금반지, 목걸이, 팔찌 등을 이태리에서 수입해서 한국의 여성들에게 판매하는 업종이었다. 한 달에 한 번씩 현장에서 복무하는 판매사원들을 소집하여 판매신장을 독려하기 위한 목족으로 펼치는 논리가 확률론이었다.

즉 판매신장이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 질 수 없다. 그날그날 하루하루를 얼마나 성실하게 소비자를 대하고 판매를 신장시키기 위해 구체적인 행동의 정도에 따라 짧게는 6개월 길게는 일 년 후에 그 성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즉 지금의 판매현황은 6개월 전, 혹은 1년 전의 여러분들의 근무태도의 결과인 것이다. 현재에 최선을 다하라 그러면 그 결과는 1년 후에 나타날 것이다.

공부를 하는 학생의 경우 꼴지를 했던 친구가 다음 시험에 일등을 하는 것이란 확률 적으로 1%도 안 될 것이다. 그 학생이 현재 꼴등을 하는 이유는 1년 전 그 학생의 학습태도의 결과일 것이며 꼴등을 하고 자극을 받아 공부를 시작한다고 해도 그 학생은 적어도 1년 이상은 밤잠을 자지 않고 열심히 공부를 해야 만이 1등을 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공부를 잘 한다고 무조건 좋은 대학을 갈 수는 없을 것이다. 3년 동안 열심히 놀기만 하고도 좋은 대학을 가는 학생이 가끔가다가 있다. 그러나 3년 동안 열심히 놀기만 하는 학생이 좋은 대학에 진학할 확률은 1%도 될까말까할 것이다. 그렇다고 3년 동안 열심히 공부를 하여 성적이 좋은 학생이라고 해서 100%모두가 좋은 대학에 진학한다는 보장은 없다. 공부를 잘하고도 좋은 대학에 갈 수 없는 확률 또한 적을 것이다.

난폭하게 차를 몰고 다니는 운전자와 얌전하게 차를 몰고 다니는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내는 확률 또한 마찬가지다. 차를 난폭하게 몬다고 해서 무조건 사고를 내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차를 얌전하게 몬다고 해서 모두가 교통사고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난폭하게 차를 모는 운전자는 교통사고로 사망할 확률이 얌전하게 차를 모는 운전자에 비해 높은 것이다. 즉 난폭하게 모는 운전자는 교통사고에 대한 확률을 높이는 행위를 하는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에, 천하의 성인인 공자는 천하를 유랑하면서 허기에 지쳐 고생한 생활을 한 반면에 전설적인 도적의 대명사인 도척이라는 자는 세상의 갖은 나쁜 짓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유한 생활로 80이 넘은 나이로 천수를 다했음을 적시하고 자기가 궁형을 당한 처지를 한탄하며 "하늘에 도리가 있는가?"라고 세상을 원망한 글이 있다. 그러나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세상에 착한 일을 한다고 해서 다 복을 받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세상에 악한 일 만 저지르며 살아가는 흉악한 사람이 다 벌을 받는 것은 아니다. 즉 확률 상의 문제이고 확률이란 100%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자가 고생을 한 것, 도척이 천수를 다 한 것, 사마천이 궁형을 당한 것, 모두가 지극히 이루어지기 힘든 확률의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기원전 춘추시대 때 제나라의 경봉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제장공을 최저와 같이 시해한 경봉은 제경공을 세운 후에 다시 최저를 죽이고 제나라의 정권을 오로지 했다. 그러나 춘추 말 이름이 높았던 안자 즉 안영의 활약으로 경봉은 제나라에서 쫓겨나 노나라를 거쳐 오나라에 망명한다. 오나라는 경봉과 그 그 종족들을 주방에 봉하고 초나라의 침입을 방어하게 했다. 제나라에 있으면서 온갖 나쁜 짓을 도맡아 했던 경봉이 오나라로 도망쳐가서도 부귀를 계속해서 누리자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어째서 하늘은 경봉과 같은 무도한 자를 벌주지 않고 계속 부귀를 누리게 만드는가? 그것은 하늘에 도리가 없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불평했다. 그러자 다른 사람이 대답했다. " 심성이 착하고 덕이 있는 사람이 부귀하게 되는 것은 복을 받는 행위가 되는 것이지만 심성이 흉악한 사람이 부귀하게 되는 것은 재앙을 쌓게 되는 것과 같다. " 즉 흉악한 행위에 의해 목적을 달성한 사람은 비명에 죽을 확률을 높이는 행위인 것이다라고 말한 것이다. 결국은 경봉은 초영왕에게 사로잡혀 참수 당하고 그 종족들은 멸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