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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6-25 14:27:2510102 
역사의연구라는 재미없는 책에 대하여
양승국
일반



옛날 대학을 졸업하고 모 기업에 입사했더니 회사로 맨 처음 찾아온 사람이 진사어른이었다. 진사어른이란 고등학교 다닐 때 우리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주시던 사진사 아저씨를 부르던 애칭이었다. 그러니까 고등학교 졸업해서 대학을 들어가고, 휴학, 군복무, 졸업의 과정을 거친 세월이 8년이 지난 상태에서 찾아와 대뜸 하시는 말씀이 월부 책을 한 질 사 달라는 부탁이었다. 마침 가져온 책이 내가 읽고 싶었던 탓도 있었고, 그리고 내 고등학교 시절을 사진에 담아 주시던 그분에게 좋은 감정을 갖고 있어, 당시로서는 적지 않은 가격의 책을 월부로 사 버렸다. 현재는 무서운 호랑이로 변했지만 당시로서는 예쁘기만 했던 신부에게 바가지 꽤나 긁히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그 지겨운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라는 13권으로 된 완역본을 사게 된 것이다. 전체가 13권이라고 하지만, 지금 식으로 듬성듬성한 활자체에 3-4백 페이지의 책으로 엮는다면 아마도 30권 분량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 책을 월부로 구입한 해가 1978년이고 지금이 2002년이니까 햇수로 24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그 책은 7권 밖에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은 그 책을 손에 놓은 지가 2년 이상 된 것 같은데 아직도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그 책은 아마도 내가 죽기 전에 다 읽을 수 있을지도 자신이 없다.. 잠이 안 올 때, 그리고 중국에 출장 나가서 한 20시간 이상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할 때 휴대하고 가서 열심히 읽었으나 결코 재미있게 읽을 수 없어 진도를 나갈 수가 없었다.


우선 완역을 하느라고 고생들은 했겠지만 세상에 그렇게 엉터리로 번역을 해서 팔아먹는 먹물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번역문의 문맥이 한글 문법과는 전혀 상관이 없이 서술되어 아무리 읽고 읽어도 그 뜻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마치 신문 한 면을 꽉 채운 통문장으로 된 법원의 판결문과 같은 생각이 들어서 이고, 그 책의 내용을 이해하려면 일단은 그 문장을 노트에 옮긴 다음 다시 구성해서 읽어야 할 정도였다.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계속해서 읽다가 2년 전에는 차라리 그렇게 고생을 하느니 원전을 구해 비교해서 읽다 보면 영어 실력도 한 단계 높아 질 것이고 그리고 토인비가 하려고 하는 말을 어느 정도 이해를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우선 원전을 구하기도 어렵고 설사 구할 수 있더라도 그 책값이 헐하지 않을 것이고 해서, 적극적으로 시도는 해 보지 않았다. 반복하는 이야기지만 아직도 내 살아 생전에 그 놈의 책을 다 읽을 수 있을 것인지 자신이 서지 않는다.


어쨓든 간에 그 놈의 책은, 내용은 별로 기억에 남는 것이 없지만, 그 저자인 토인비라는 사람은 세계 대부분의 나라의 역사를 섭렵한 위대한 역사학자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집트, 중남미의 마야, 잉카 문명, 중국,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 있는 모든 나라의 역사, 그리고 특히 그의 전공인 인도역사에 대해 해박한 지식은 감탄을 저절로 자아내게 한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니 한자를 중심으로 한 동양 문화권에 대해서는 조금 한계가 있는 듯 했고 인도 역사에 대해서는 정통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영국이 인도를 식민통치하면서 그 지배 이데오르기를 개발하기 위해 수많은 학자들이 이미 연구를 해 낸 것을 토인비가 섭렵하여 인용한 것이라고 본다. 아마도 그것은 우리의 역사를 연구하고자 하는 한국의 역사학도들이 일본어를 모르면 할 수 없다는 이치와 같을 것이다.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지만 토인비나 그 시대를 살다간 서구 학자들의 생각은 우리 한중일 삼국에 대한 이해를 극동 즉 far east라는 말로 표현했듯이 자기들의 활동 무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변방 정도로 생각한 것이다. 그들에게는 아시아라는 개념은 인도를 말하며 것이지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생각하는 아시아라는 개념과는 달리 단지 극동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스웨덴의 경제학자가 쓴 <아시안 드라마>라는 책을 제목만 보고 샀다가 아시아라는 말이 인도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알고 황당해 한 적도 있었다.


그 지겨운 책을 읽어 오면서 느낀 것은 지식을 글로 써서 먹고사는 사는 먹물들의 뻔뻔스러움과, 그리고 강대국들이 식민지를 지배하기 위한 논리를 개발하기 위해 그 대상되는 나라의 역사를 본국인 보다 더 열심히 연구한다는 것, 그리고 인도나 한국의 역사학도들은 영국인과 일본인이 쓴 역사연구 자료나 저서를 자국의 언어가 아닌 영어나 일본어를 통해 읽는 다는 것, 이런 것들이 식민사관을 형성하는 환경이 되지 않는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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