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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6-12 17:01:537141 
유럽이 통일에 실패한 까닭1 -종교차별이 미친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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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각국의 흥망성쇠1- 스페인 제국의 부흥

글쓴이 : 이강년(21세기경제학연구소연구원)


로마제국 멸망 이후 경제력과 군사력의 규모에서 유럽통일을 넘볼만큼 강대한 세력을 구축한 최초의 나라는 바로 스페인제국이다. 1469년 에카스티야왕국의 이사벨여왕과 아라곤왕국의 페르난도왕이 결혼했다. 이로써 스페인왕국이 성립되었다.


페르난도왕은 당시 유럽기준으로 볼 때 상당히 개방적인 인물이었다. 프랑스 역사학자 피에르빌라르는 《금과 화폐의 역사》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아라곤과 카스티야의 결합, 그라나다의 정복, 유대인의추방, 개종유대인들, 즉 “콘베르소스”에 대한 이단재판, 회교도의 강제개종 등은 1492년이라는 유명한 연도를 중심으로 해서 일어난 사건들인데 외견상으로는 금의 문제와 연관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은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아라곤의 페르난도는 사업과 정치적 책략, 출신을 불문하고 유능한 인재들을 채용하는 등 지중해적인 관행들로 물든 집단을 대변한다. 그의생각은 이탈리아와 아프리카로 향해있었다. 베네치아인 자문관 비아넬로는 아프리카의 부로 그의 관심을 돌려놓았다. 페르난도의 자문관들과 비서관들, 재정관들은 카탈루냐와 발렌시아 출신이었으며 콘베르소스인 경우도많았다. (이 개종유대인들은 페르난도왕이 최근에 설치된 카스티야의 이단재판소로부터 그들을 보호해주었기 때문에 더욱더 그에게 애착을 가졌다.) 스페인의 역사가 히메네스 페르난데스는 이 “아라곤당파”가 아메리카 식민화초기에 가졌던 영향력에 대해서 연구했다. 여하튼 콜럼버스원정 비용의 조달을 주도한 인물은 왕의 재정관 루이스데 산탄헬이었는데 이 사람은 발렌시아 출신의 개종유대인이었다.

그는 발렌시아에 거주하는 카탈루냐인 콜로마와 이탈리아인 피넬로의 협조를 얻어냈다. 제노바인인 콜럼버스는 한 피렌체 은행가에 의해서 메디나시 도니아공작에게 소개되었다. 이 모든 일들은 포위공격을 받고 있던 그라나다 발치에 위치한 산타페 진영에서 이루어졌다. 이익에 대한집착, 금에 대한 욕망, 향료에 대한 희망 등이 이 사업가들을 움직였던 것이다」



종교적 혹은 인종적인 차별이 일상적이고 심지어 이를 빌미로 삼아 마녀사냥, 집단학살,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고문이 일상적으로 자행되던 유럽세계에서 유대인과 같은 소수자들은 재산은 물론이고 목숨 자체를 위협받기 일쑤였다. 페르난도왕의 아라곤처럼 종교적, 인종적 관용을 베푸는 나라 혹은 지역은 유럽에서 흔치 않았다. 또한 국적에 의한 차별도 적었다. 이탈리아 도시국가 제노바출신인 콜럼버스의 인도를 향한 위험천만한 대서양 횡단계획이 마침내 받아들여질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이러한 개방적인 풍토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처럼 적어도 유럽인이라면 차별은 덜한 편이었다.

스페인 아라곤왕실의 후원 하에 개종유대인인 루이스데 산탄헬, 제노바인 콜럼버스 등 이질적인 집단이 모여 감행한 야심찬 대서양횡단 항해계획은 1492년에 콜럼버스가 이끄는 3척의 선단이 3개월에 걸친 항해 끝에 카리브 제도에 도착함으로써 마침내 결실을 거두었다. 물론 콜럼버스의 항해 이후 흔히 서인도제도로 불리게 되는 그곳은 결코 인도가 아니었다.

콜럼버스와 스페인왕실이 원했던 최초의 목적지와는 전혀 달랐으므로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만한 성과였다. 당시엔 카리브제도에서 현지 주민을 노예로 부려 수행한 금 채취가 어느정도 성과를 봤지만 콜럼버스와 스페인의 기대에 부응할만큼 크지는않았다. 콜럼버스는 결국 말년에 이리저리 변명을 거듭하고 노예를 학대하는 등 추태를 보이다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1500년 대 초부터 카리브해를 넘어 아메리카대륙 본토에 대한 침략이 본격화 되면서 상황은 절반의 성공에서 대성공으로 일변하기 시작했다. 1519년 불과 500명의 병사를 거느리고 아스텍제국을 침공한 코르테스는 타고 간 배를 모조리 불사르는 배수진을 치며 병사들의 사기를 고양시키는 등 수완을 발휘해 불과 2년만에 멕시코지역을 지배하던 거대한 나라를 정복하는데 성공했다. 약탈을 통해 얻은 엄청난 양의 금은보화가 스페인으로 향했음은 물론이다. 이제 코르테스의 대성공에 고무되어 일확천금과 신분상승의 꿈을 꾸는 수많은 탐욕스러운 침략자들이 떼를 지어 남아메리카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1532년 스페인의 피사로는 불과 168명의 병사를 이끌고 대담한 작전을 결행했다. 약 8만 명에 달하는 잉카제국 대군에 완전히 둘러싸인 가운데 황제 아타우알파를 접견하는 척하다가 생포해 버렸다. 황제가 갑자기 사로잡히자 당황한 잉카제국군은 변변한 저항조차 하지 못했다.

또한 석기로 무장한데다 기병은커녕 변변한 탈짐승 하나 없던 잉카군-금속제련이 이제 막 시작되던 때였고 말은 아메리카에서 멸종한지 오래였다-이 철제 갑옷과 투구로 보호받는 스페인군의 기병에 맞서 효과적으로 피해를 입히기란 너무나 어려웠다. 반면 방어구라곤 허술한 방패에 천조각 밖에 걸친게 없는 잉카 전사로썬 스페인 병사가 마구 휘두르는 철제무기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계획대로 승리를 거둔 피사로는 신으로서 숭배 받고 있던 아타우알파를 미끼로 가로 6.7미터, 세로5.2미터, 높이2.4미터에 달하는 방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엄청난 양의 황금을 얻어냈다. 피사로는 황금을 받으면 풀어주겠다는 약속을 깨고 아타우알파를 처형해버렸고 뒤따라온 원군과 합세해 저항하는 잉카제국의 전영토를 차례로정복해 나갔다.

무자비한 정복과 약탈을 통해 신대륙의 금은을 갈취하던 스페인은 더 이상 정복과 약탈을 할 지역이 남지 않게 되자 원주민노예를 부려 각지의 귀금속광산을 채굴하기 시작했다. 페스트, 천연두 등 치명적인 아시아와 유럽의 전염병으로 인해 아메리카 원주민 중 90%가 사망했고 겨우 목숨을 건진 이들도 가혹한 노예노동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나갔다. 이러한 거대한 희생을 발판삼아 스페인제국은 유럽의 최강국으로 등장했다.

앞서 살펴봤듯이 초기에 스페인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진정한 원동력은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관용이었다. 비유럽인인 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한 약탈과 학살에는 전혀 적용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개종유대인 등 같은 유럽인에 대해선 유효했다.

그러나 그러한 개방성과 관용도 약탈한 금은을 통해 스페인제국이 부유해지고 다시부에 취해 오만해지면서 봄날에 눈녹듯이 사라져갔다. 스페인본토에서는 또 다시 종교재판이 횡행했다. 한때 유대인과 개종이 슬람인 등 소수자들이 안심하고 살 수있었던 아라곤지역도 이제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1517년부터 신교와 구교의 대립이 시작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갔다.

당대 최고수준의 군함, 대포와 소총 등 값비싼 무기로 완전무장한 30만 명에 달하는 대군을 거느린 스페인이 유럽전역을 장악하려고 시도했을 때 이에 맞서 야망을 좌절시키는데 가장 기여한 것은 다름 아니라 바로 당시 스페인제국 변방의 자그마한한 영토에 불과했던 네덜란드의 봉기였다.」-[금과화폐의역사], p74~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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