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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1-07 14:50:276546 
고우영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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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영 삼국지




가장 먼저 접했던 <삼국지>는 중1때 읽은 월탄 박종화님의 <삼국지>였습니다. 자세하지는 않지만 그 당시 세로쓰기로 쓰인 5권짜리 <삼국지>를 단 며칠 만에 읽어 내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 방학 때마다 한 번씩 읽어 적어도 다섯 번 정도는 읽은 것 같습니다. 그만큼 월탄의 <삼국지>는 재미가 있었고, 구수한 문장이나 표현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군사들이 도망갈 때 말하던 "어마 뜨거라~" 같은 구절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접한 <삼국지>가 이문열님의 <삼국지>였습니다. 이 책은 20대 초반에 읽었는데 이문열씨도 당대의 이야기꾼이었던 만큼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고 전투장면은 영화를 보는 듯 스펙터클했습니다. 더구나 월탄의 <삼국지>에서는 간웅 정도로밖에 묘사되어 있지 않던 ‘조조’를 한껏 추켜세우는 시점의 변화는 마치 새로운 <삼국지>를 보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조조를 중심으로 한 <삼국지>가 그 이전에도 많이 있어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문열님의 <삼국지>가 가진 중국 중심적인 역사의식과 거의 신격화된 주인공들의 스토리는 몇 번 읽자, 이내 지루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 한 동안 삼국지를 읽지 않다가 2001년 '딴지일보'에서 디지털로 복원한 고우영의 <만화 삼국지>를 손에 넣었습니다.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아무리 <삼국지>가 지루해졌다지만, 저에게 <삼국지>의 내용과 그 주인공들의 매력은 절대로 그 가치를 잃지 않았기에 다시 <삼국지>로 관심을 돌려준 고우영의 <삼국지>는 그만큼 저에게 특별했습니다.




고우영의 <삼국지>는 1979년에 첫 출간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이 너무 폭력적이고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심의과정에서 난도질을 당해 10권짜리 책이 5권으로 줄어드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내용이 절반으로 줄어들었을지 더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군사정권의 미움을 받았다는 사실은 이 책에 대한 저의 관심에 불을 댕겨주었습니다.




읽어보니 과연 '명불허전'이었습니다. 1970년대의 내용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파격적인 내용과 패러디, 주인공을 바라보는 고우영 화백만의 독특한 관점은 21세기 현재도 참신하며, 중국 이야기지만 우리 서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내용은 더더욱 생생해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현재' 모습을 보는 듯했습니다.




'쪼다' 유비. 고우영 화백은 유비를 ‘쪼다’로 그립니다. 능력은 없으면서 '덕'을 무기로 삼아 세상을 얻어보려는 '쪼다' 같은 야심가. 한의 부흥을 꿈꾸는 덕장 유비는 이 책에는 없습니다. 서민 장비. 장비는 고우영 화백의 편애를 받은 듯합니다. 무뚝뚝하고 다혈질이지만 세상 얻기를 꿈꾸는 영웅들 사이에서 전체적인 내용을 서민적이고 해학적으로 이끌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책의 시작이 장비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것으로도 고우영 화백이 장비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해줍니다. 관우와 제갈량. 이 둘의 관계를, 제갈량이 관우와 권력싸움을 벌이는 관계로 재설정합니다. 특히 관우가 죽을 때 제갈량이 일부러 군대를 보내지 않았다는 해석에는 저도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이렇게 고우영의 관점에서 새롭게 태어난 주인공들은 우리 옆집 아저씨같이, 혹은 동네 불량배 같이 나타나 웃음을 주고 감동을 주며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선물합니다. 이외에도 심심치 않게 나타나는 에로틱한 패러디들과 심지어는 외계인까지 등장하는 황당함. 1970년대에 만들어진 이야기라고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아니 오히려 너무도 시대를 앞서간 책이 아닌가 합니다. 그 때문에 고난을 당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전권이 책으로 발간되어, 온전한 몸뚱이로 세상을 보게 된 책. 저의 책장에 꽂혀있는 이 책들을 볼 때마다 주인공들의 해학적인 모습이 떠올라 저절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관련링크 : 컬처플러그에서 '고우영 만화전' 보기 오늘의 책을 리뷰한 `빨강요다`님은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만 믿고 책 속으로 뛰어들었다가 오히려 미로 속에서 헤매고 있는 빨강요다. http://blog.naver.com/redyoda




한국 만화의 새로운 장을 연 만화계의 거목, 고우영 화백


1939년 만주에서 태어나 광복 후 귀국했다. 한국전쟁 전후 이름난 아동만화가이던 고상영, 일영, 두 형의 영향으로 중학교 2학년 때 '쥐돌이'를 발표하면서 만화계에 데뷔했다. 1958년 둘째 형 일영이 연재하던 '짱구박사'를 '추동성'이라는 작가명으로 이어 연재하면서 본격 만화가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1972년 <임꺽정>, 1975년 <수호지>, 1978년 <삼국지> 등을 연이어 발표, 풍자와 해학 속에 당대를 투영하는 고우영식 고전 해석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이후 <초한지>, <서유기>, <열국지>, <십팔사략> 등을 새롭게 탄생시켰으며 1980년대에는 <가루지기전>, <21세기 아리랑 놀부뎐> 등 우리 고전을 소재로 한 작품을 발표했다. 2005년 4월 25일 사망했다.


출전 : http://book.naver.com/todaybook/todaybook_vw.nhn?cmtPage=2&mnu_cd=naver&show_dt=20090425&mode=vw#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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