墓門(묘문)

- 묘문에서 -

이 편은 포악한 통치자를 풍자한 시가다. 『모서(毛序)』에 “ 이 시는 진(陳)나라의 폭군 진타(陳佗)를 풍자했다. 진타에게 훌륭한 사부(師傅)가 없었기 때문에 불의한 인간이 되어 그 해악이 백성들에게까지 미쳤다. ”라고 했다. 『좌전(左傳)』환공(桓公) 5년 즉 기원전 707년의 기사에 “ 진환공(陳桓公)이 병이 들어 자리에 눕게 되자 서제 진타가 세자 면(免)을 죽이고 세자가 되었다가 진환공이 죽으매 스스로 진나라 군주의 자리에 올랐다. 이에 진나라는 대란이 일어나 국인들은 다른 나라로 뿔뿔이 흩어졌다. 후에 채나라가 군사를 보내 진타를 죽였음으로 비로소 진나라의 정세는 안정을 되찾았다. ”라고 했다. 그러나 송인 소철(蘇轍)은 그의 저서 『시집전(詩集傳)』에서 “ 진환공이 살아 있을 때 진나라 사람들은 모두 진타가 역심을 품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환공이 미연에 방비하지 않아 란이 일어난 원인이 되었다. 그래서 진나라 국인들은 그 잘못을 환공에게 돌리고 환공이 지혜롭지 못해 훗날에 대해 대비하지 않았음으로 이 시를 지어 풍자했다.”라고 했다. 방옥윤(方玉潤)은 이로써 “시의 내용은 진타에게 좋은 스승이 없었음을 풍자한 것이 아니라 환공이 진타를 미리 제거하지 못한 무능을 풍자했다.”결론을 내렸다. 방옥윤의 해석은 모서보다 시의에 더 가깝다고 할 수있다.

一

墓門有棘(묘문유극)

묘문의 가시나무

斧以斯之(부이사지)

도끼로 찍네

夫也不良(부야불량)

그 사람 불량한 것은

國人知之(국인지지)

온 나라 사람들이 다 아는데

知而不已(지이불이)

알고 있음에도 고치지 않았으니

誰昔然矣(수헉연의)

원래부터 그랬던 것일까?

흥(興)이다. 묘문(墓門)은 후미진 곳의 불길한 땅이니, 가시덤불이 많이 자란다. 사(斯)는 쪼갬이다. 夫는 풍자한 바의 사람이다. 수석(誰昔)은 옛날이니, 주석(疇昔)과 같은 말이다.

묘문(墓門)에 가시덩굴이 무성하니 도끼로 찍어내나 묻혀 있는 사람은 생전에 불량했음을 나라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다. 나라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오히려 스스로 고치지 않았으니 원래부터 이미 그랬고 하루 이틀에 쌓은 것이 아니다. 이른바 불량한 사람은 어느 사람을 가리키는지는 알 수 없다.

二

墓門有梅(묘문유매)

묘문의 매화나무

有鴞萃之(유호췌지)

올빼가 모여 앉았네

夫也不良(부야불량)

그 사람 불량한 것을

歌以訊之(가이신지)

노래로 불러 알려주었지

訊予不顧(신여불고)

알려도 귀를 기우리지 않으니

顚倒思予(전도사여)

패가망신할 때나 내 생각하겠지

흥(興)이다. 치효(鴟鴞)는 나쁜 소리를 내는 새이다. 췌(萃)는 모임이요, 신(訊)은 고(告)함이다. 전도(顚倒)는 랑패(狼狽)한 모습이다.

묘문(墓門)에 매화가 있으니 올빼미가 모이고 지아비가 불량(不良)하니 그 악(惡)을 노래하여 고하는 자가 있다고 했으나 나를 돌아보지 않으니 전도(顚倒) 즉 낭패를 당하고서야 나를 생각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혹자는 “신여(訊予)의 여(予)는 의심컨대 전장(前章)에 의거하여 이(而) 자로 써야 된다.”라고 했다

이기동의 시경강설

『아내의 말을 안 듣고 나쁜 짓만 하다가 결국 잘못되어 죽은 남편에 대해서 아내가 읊은 시다. 무덤가에 가시나무가 나꾸 돋아난다. 그 가시나무를 잘라내자니 힘이 든다. 생전에도 온갖 속을 다 썩이더더니 죽어서도 힘들게 한다. 생각할수록 속이 상한다. 온 나라 사람들이 그의 나쁜 짓을 다 알았지만 그는 그것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죽어 이 꼴이 되었으니 누가 섭섭하게 ㅜ생각하겠는가? 오히려 잘된 일이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아내의 속마음은 여전히 ㄷ섭섭하다. 무덤가에 매화나무가 있는데, 꾀꼬리는 아니 오고 올빼미만 모여든다. 생전에도 얄미운 사람들과 어울리더니 죽어서도 여전하다. 은근히 노래로 깨우쳐 주었건만,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무덤이라도 돌보는 사람은 역시 나밖에 없다. 무덤 속에 넘어져 있는 지금에야 정신차리고 나를 생각할까? 속상한 아내의 하소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