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중국대륙을 가다 / 뜨거운 개발 열기 (2)◆

중국 다롄항에 빼곡하게 입주한 중국 조선업체들이 선박 제조작업을 하느라 바쁘다. 다롄 인근 섬인 창싱다오에는 다롄에 이어 한국 거제도와 같은 대규모 조선기지 건설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중국 동북부 랴오닝반도 끝자락에 자리한 다롄(大連) 시내에서 승용차로 출발해 서북쪽으로 1시간10분쯤 달리자 중국 5대 섬 중 하나인 `창싱다오(長興島)`가 모습을 드러냈다. 왕복 4차선 고속도로와 바로 연결된 200ｍ 남짓한 다리만 없었다면 영락없이 육지처럼 보이는 창싱다오.



인구 5만7000명에 불과한 한적한 어촌 창싱다오는 공사 자재와 모래를 실은 트럭과 트레일러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들면서 섬 전체가 뽀얀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아직까지는 허허벌판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이곳에 조선 분야에서 세계 1위를 꿈꾸는 중국이 새로운 `조선 메카`를 건설하고 있다.



창싱다오에 들어선 후 남서 방향으로 20분쯤 달리자 항구가 눈에 들어왔다. 때마침 항구 옆에서는 중국 정부와 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싱가포르와 공동으로 조성한 항구 개통식이 열리고 있었다.



안내를 맡은 장칭종 다롄창싱다오 임항공업구 부장은 "오늘은 창싱다오가 본격적인 항구로 첫발을 내딛는 날"이라며 "앞으로 10년 후에는 연 4억ｔ에 이르는 물동량을 처리해 3억ｔ 규모인 다롄항을 추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구 바로 옆쪽으로 이동하자 STX가 올해 3월부터 10억달러를 들여 조성하고 있는 조선소가 모습을 드러낸다. 창싱다오에는 현재 STX와 싱가포르 IMC, 중국 CIMC 같은 대형 조선업체들이 입주해 있다.



안진샹 창싱다오투자촉진국장은 "현재 규모가 큰 조선업체들은 주로 다롄항에 몰려 있지만 공사가 끝나면 많은 업체가 창싱다오로 속속 이전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기반조성 공사가 마무리되는 3년 안에는 창싱다오가 한국 거제도처럼 국제적인 조선 기지로 변신할 것이며, 인구 80만명 도시로 성장하는 10년 후에는 세계 최고 조선단지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서부 지역 외에도 창싱다오는 섬 전체가 공사판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도로와 철도 부설, 발전소 건설과 수도ㆍ인터넷 가설 같은 기반공사가 동시다발로 진행되고 있다. 조선소에 근무할 근로자들을 위한 숙소와 상가도 섬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조선소 건립과 기반시설 조성이 동시에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항구와 기반시설 조성에는 싱가포르 업체가 참여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싱가포르는 창싱다오 개발 전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형태로 항구 건설은 물론 자본을 투자해 조선소도 짓고 있는 것.



이평복 KOTRA 다롄무역관장은 "쑤저우 공업원구 개발을 맡아 성공한 싱가포르 노하우를 중국 정부가 높이 평가해 중국 동북부 5개 거점을 1개 선으로 연결하는 `5점1선` 프로젝트의 핵심인 창싱다오 개발을 맡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창싱다오가 중국 조선산업 미래를 볼 수 있는 곳이라면 다롄항은 현재 중국 조선산업을 보여준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다롄 항구는 온통 대형 크레인과 운동장 몇 개만 한 선박들로 뒤덮여 있었다. 중국 조선산업 산실인 이곳에는 중국 최대 조선소인 다롄조선소를 비롯해 크고 작은 조선업체 100여 개가 들어서 있다. 다롄시 정부는 조선업체 유치뿐 아니라 조선 기자재산업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다롄경제기술개발특구에 조선산업 협동화 공업단지를 조성해 중국 조선업체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 이곳에는 현재 조선기자재 업체 15개가 입주해 있다.



협동화단지에 입주한 한국 오리엔탈정공 김진섭 총경리는 "수천 개에 달하는 중국 조선업체 구조조정이 끝나면 한국을 무서운 속도로 추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