靜女(정녀)

- 말없는 아가씨 -

남녀가 밀회를 약속하는 시다. 송인 구양수(歐陽脩)는 그의 저서 《시본의(詩本意)》에서 「정녀의 내용은 원래 남녀 간의 애정을 표현한 시다.」라고 했다. 그러나 《모서(毛序)》는「정녀는 무도한 위나라 군주와 부덕한 위나라 부인을 풍자한 시다.」라고 했으나, 주희(朱熹)는 《시서변설(詩序辯說)》에서 「모서(毛序)의 평은 견강부회하여 이 시의 내용과는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 이 시는 애욕에 사로잡힌 연인들이 밀회를 약속하는 내용이다.」라고 했다.

一

靜女其姝(정녀기주)

말없는 아가씨 참으로 아름답구나!

俟我於城隅(사아어성우)

길모퉁이에서 나를 기다린다고 했는데

愛而不見(애이불견)

사랑하는 사람 보이지 않아

搔首踟躕(소수지주)

머리만 긁적이며 서성이네

부(賦)다. 정(靜)은 한아(閒雅)하다는 뜻이고 주(姝)는 미색(美色)이다. 성우(城隅)는 사람이 다니지 않은 외진 곳이다. 불견(不見)은 만나기로 약속했으나 나오지 않음이다. 지주(踟躕)는 머뭇거림이다. 음분(淫奔)한 자가 서로 밀회하기로 기약하는 시다.

二

靜女其孌(정녀기연)

말없는 아가씨 참으로 아름답구나

貽我彤管(이아동관)

나에게 선물한 붉은 피리

彤管有煒(동관유위)

아름답게 빛나지만

說懌女美(설역여미)

아름다운 그녀를 보니 더욱 기쁘네

부(賦)다. 연(孌)은 아름다운 모양이다. 동관(彤管)은 붉은 색의 대나무로 만든 악기이고 위(煒)는 붉은 광채가 나는 모습이다. 붉은 광채로 빛나는 동관을 선물로 준 여인의 아름다움을 기뻐했다.

三

自牧歸苐(자목귀제)

들에서 뜯은 띠싹 내게 주었네

洵美且異(순미차이)

그 띠싹 참으로 아름답고 진기하구나

匪女之爲美(비녀지위미)

띠싹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美人之貽(미인지이)

아름다운 그녀가 선물했기 때문이라네

부(賦)다. 牧(목)은 야외고 歸(귀)는 주는 것이다. 苐(제)는 처음으로 난 띠풀로 즉 삐비다. 洵(순)은 미더움이다. 女(여)는 삐비를 가리킨다.

○ 얌전한 아가씨가 나에게 띠싹을 주니 그 띠싹 또한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그러나, 그 띠싹이 예뻐서가 아니고, 미인이 준 까닭에 그 물건 또한 아름다운 것이다.

靜女 三章이니, 章 四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