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劉敬)은 본시 루(婁)씨 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훗날 한 고조(高祖) 유방으로부터 유씨 성은 하사 받았다. 어느 날, 그는 양가죽 옷을 입은 채 제나라 출신의 우장군(虞將軍)에게 황제를 알현하고 싶다고 했다. 우장군이 그에게 깨끗한 옷을 주려고 했으나, 그는 끝내 옷을 갈아입지 않은 채 황제를 알현하였다. 유경은 고조에게 물었다.

“폐하께서 낙양(洛陽)에 도읍하고 계시는데, 이는 원래 주(周)왕실과 융성함을 겨루고자 하시는 뜻에서입니까?”

“그렇다.”

劉敬者, 齊人也。漢五年，戍隴西，過洛陽，高帝在焉。婁敬脫輓輅，衣其羊裘，見齊 人虞將軍曰: 臣願見上言便事。 虞將軍欲與之鮮衣，婁敬曰: 臣衣帛，衣帛見: 衣褐， 衣褐見: 不敢易衣。 於是虞將軍入言上。上召入見，賜食。已而問婁敬，婁敬說曰: 陛下都洛陽，豈欲與周室比隆哉? 上曰: 然。

“폐하께서 천하를 차지하시게 된 것은 주(周)나라의 경우와는 사정이 다릅니다. 폐하께서는 촉(蜀)과 한(漢)을 석권하고, 항우와 싸워 요충지를 차지하도록 까지 큰 싸움 70회, 작은 싸움 40회를 치렀습니다. 이로 인해 백성들의 간과 골이 땅바닥에 쏟아져 피칠을 하게 되었고, 아버지와 자식이 들판에서 해골을 드러내게 된 것이 이루 헤아릴 수 없습니다(使天下之民, 肝腦塗地, 父子暴骨中野, 不可勝數). 폐하께서 함곡관(函谷關) 안으로 들어가시어 함양(咸陽)을 도읍으로 정하신다면 비록 산동의 땅이 어지러워진다 하더라도 진(秦)나라의 옛 땅은 완전히 보존할 수 있습니다.”

婁敬曰: 陛下取天下與周室異。....今陛下起豐沛，收卒三千人，以之徑往而卷蜀漢，定 三秦，與項羽戰滎陽，爭成皋之口，大戰七十，小戰四十，使天下之民 肝腦塗地，父子 暴骨中野，不可勝數，哭泣之聲未絕，傷痍者未起，而欲比隆於成康之時，臣竊以為不 侔也。且夫秦地被山帶河，四塞以為固，卒然有急，百萬之眾可具也。因秦之故，資甚 美膏腴之地，此所謂天府者也。陛下入關而都之，山東雖亂，秦之故地可全而有也。夫 與人鬥，不搤其亢，拊其背，未能全其勝也。今陛下入關而都，案秦之故地，此亦搤天 下之亢而拊其背也。

고조가 여러 신하들에게 물었으나 그들은 원래 산동출신이라 낙읍에 도읍을 정한 주나라는 수백년이 갔으나 함양에 수도를 정한 진나라는 2대 만에 망했다고 하면서 주나라가 정한 낙양에 도읍을 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조는 유후(留侯) 장량(張良)의 설명을 듣고 그 날로 장안(長安)을 도읍으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고조는 누경에게 유(劉)씨 성을 하사하고, 낭중(郎中)에 임명한 다음 봉춘군(奉春君)의 칭호를 내렸다.

高帝問群臣，群臣皆山東人，爭言周王數百年，秦二世即亡，不如都周。上疑未能決。 及留侯明言入關便，即日車駕西都關中。於是上曰: 本言都秦地者婁敬，婁者乃劉也。 賜姓劉氏，拜為郎中，號為奉春君。

유경은 덕치(德治)가 이루어졌던 주나라의 경우와는 달리 한나라를 세운 고조는 많은 전쟁을 치르며 땅을 차지하였기 때문에 앞으로 발생할 반발세력의 저항이나 외부의 침략을 예상하고 있었다. 따라서 그는 고조에게 옛 진나라의 요충지인 함양(咸陽)을 도읍으로 정하도록 충고하였던 것이다.

http://blo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