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공(魯庄公)이 제나라가 관중을 제상으로 삼았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노하면서 말했다.

“ 시백(施伯)의 충언을 듣지 않은 것이 매우 후회스러운 일이나 유자(孺子)가 어찌 나를 이렇게 기만하는가?”

노장공이 곧바로 병거와 군사들을 징발하여 점검한 후, 그 숫자를 헤아리게 하고는 제나라를 정벌하여 건시(乾時)에서의 원수를 갚고자 하였다. 제환공(齊桓公)이 또한 노장공이 군사를 일으키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관중에게 물었다.

“ 내가 군위(君位)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남의 나라로부터 침략을 빈번히 받게 됨을 원치 않습니다. 우리가 먼저 군사를 내어 노나라를 정벌하려고 하는데 중보(仲父)의 의견은 어떠하십니까?”

관중 “ 군사에 대한 일반행정이 아직 정리되지 않아 출동할 수가 없습니다. ”

환공이 듣지 않고 포숙아(鮑叔牙)를 대장(大將)으로 중손추(仲孫湫)를 부장(副將)으로 삼고 군사를 대거 일으켜 장작(長勺)으로 진격하여 노나라 군사들을 막으려고 하였다. 노장공이 시백(施伯)에게 의견을 물었다.

“ 제나라가 나를 기만하기를 이렇듯 심하게 하니 어떻게 하면 제나라를 혼내 줄 수 있겠는가?”

시백 “ 신이 추천할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그는 능히 제나라의 군사들에게 대적하여 물리칠 수 있을 것입니다.”

장공 “ 어떤 사람인가?”

시백 “ 신이 추천하고자 하는 사람은 성은 조(曹)이며 이름은 귀(劌)라 합니다. 현재 동평(東平)이란 고을에 은거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출사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사람은 진실로 장상의 재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장공이 시백에게 명하여 동평이라는 곳에 가서 조귀를 모셔오게 하였다. 시백이 조귀를 보고 장공이 부른다는 말을 전했다. 조귀(曹劌)가 말했다.

“ 고기 먹는 사람도 계책을 못 내는데 어찌 콩잎을 먹고사는 사람에게 계책을 구하시는 겁니까?”

시백 “ 콩잎 먹는 사람이 계책을 써야 장차 육식(肉食)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시백이 곧바로 조귀를 데려와 노장공에게 알현을 하게 했다. 장공이 물었다.

“ 어떤 계책으로 제나라 군사들을 막겠는가?”

조귀 “ 전쟁의 일이란 임기응변을 구사하여 승리를 구하는 것이라 미리 어떻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원컨대 신에게 병거 한대를 내주시면 그 것을 타고 행군하는 중에 계책을 세울 수가 있겠습니다.”

장공이 그 말을 듣고 기뻐하여 조귀를 자기의 수레에 같이 태우고 장작으로 달리게 했다. 포숙아는 노후(魯侯)가 군사를 이끌고 장작(長勺)으로 행군해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진채(陣寨)를 엄하고 지키게 하고 당도하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장작에 당도한 장공은 군사들에게 진채를 새우게 한 다음에 제나라 군사들과 대치하였다. 포숙아는 옛날에 건시(乾時)에서 승리한 것을 생각하고는 노나라 군사들을 얕보는 생각이 들어 북을 치게 하고 먼저 적진을 빼앗는 자에게는 중상을 내릴 것이라고 하면서 군사들에게 노나라 진영으로 돌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노장공도 역시 천지를 진동시키는 북소리를 듣자 역시 쟁이를 울리고 북을 쳐서 쳐들어오는 제나라 군사들에 대응하도록 지시하였다. 조귀가 장공을 말리면서 말했다.

“ 제나라 군사들의 사기가 매우 날카롭습니다. 잠시 동정을 살피면서 기다려 보시기 바랍니다. ”

노장공은 조귀의 말을 듣고 즉시 군중(軍中)에 군령을 전하게 하였다.

“ 군중을 소란스럽게 하는 자는 참한다.”

제나라 군사들이 노나라 진영을 향하여 돌격해 왔으나 노나라 군사들이 진지를 마치 철통같이 지키며 동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퇴각 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다시 제나라 진영에서 북소리가 진동하고 제군(齊軍)들이 재차 돌격해 왔으나 노나라 군사들은 마치 아무 소리도 못들은 듯이 조용하여 제나라 군사들은 다시 후퇴하였다. 포숙아가 말했다.

“ 노나라 군사들은 싸움을 겁내고 있다. 다시 한번 북소리를 울려 군사들을 돌격하게 하면 노나라 군사들은 반듯이 도망가게 될 것이다. ”

한편 조귀(曹劌)가 또다시 제나라 진영에서 치는 북소리를 듣자 장공에게 말하였다.

“ 제나라 군사들을 이길 수 있는 시기는 바로 이때입니다. 속히 북을 쳐서 군사들을 앞으로 나아가 진격하게 명하시기 바랍니다.”

조귀가 말하기를 노나라는 이것이 처음으로 북을 울리는 것이며 제나라는 세 번째로 울리는 것이라고 했다. 제나라 군사들은 노나라 군사들이 북을 두 번이나 울려도 꼼짝하지 않자 노나라 군사들이 싸울 뜻이 없다는 것으로 생각하고는 자기들도 싸우고자 하는 마음을 갖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노나라 진영에서 북소리가 한 번 나자 노나라 병사들이 돌연히 일어나서 칼을 휘두르고 활을 쏘면서 돌격해와 그 기세가 마치 질풍노도와 같아 감히 막을 수가 없어 제나라 군사들은 십중 칠 팔이 꺾이고 싸움에서 대패한 후 자기 진영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장공이 그 뒤를 추격하려고 하자 조귀가 말리면서 말했다.

“ 아직 불가합니다. 신이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

조귀는 즉시 병거에서 내려 제나라 병사들이 친 진지의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는 다시 병거에 올라 제나라 군사들이 도망친 방향을 먼발치로 쳐다본 후에 말했다.

“ 이제 추격하시면 되겠습니다. ”

노장공은 곧바로 병거를 몰아 제나라 군사들의 뒤를 추격하여 30여 리쯤 갔다고 방향을 돌려 되돌아 왔다. 노나라 군사들이 노획한 치중(輜重)과 병장기 및 포로로 잡은 갑병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노장공(魯庄公)이 제나라 군사들을 크게 물리친 후에 조귀(曹劌)에게 물었다.

“ 경은 어떻게 하여 한 번 친 북소리로 세 번 친 북소리를 이길 수 있었는가? ”

조귀 “ 무릇 싸움이란 기(氣)를 위주로 하는 것입니다. 기가 뻗어 남은 이기는 것이며 기가 쇄 함은 지는 것입니다. 북소리를 울리는 것은 곧 기(氣)를 세우는 것입니다. 북소리를 한 번 울리는 것은 그 세(勢)가 성(盛)하며 다시 울리는 것은 기가 쇄하며 세 번 울리는 것은 기가 다한 것입니다. 제가 북을 치지 않고 삼군의 사기를 키우고 있는 동안에 적은 북을 세 번 울려 그 기가 이미 다한 상황에서 제가 북을 한번 울려 기를 성하게 하였습니다. 가득한 기로 이미 다한 기를 제압하였으니 어찌 이길 수가 없었겠습니까?”

장공 “ 제나라 군사들이 이미 패하여 도망쳤는데 처음에 어떤 소견으로 추격하지 못하게 하고는 후에는 어떤 소견으로 다시 추격하게 했는가? 그 연유를 말해 줄 수 있는가?”

조귀 “ 제나라 사람들은 평소에 속임수가 많아 복병이 있을까 염려하여 그들이 싸움에 져서 달아나고 있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수레바퀴 자국이 종힁(縱橫)으로 난 것을 보고 군사들의 마음이 이미 어지러워 졌다는 것을 알았고 멀리 쳐다 본 것은 후퇴하는 군사들의 깃발이 정연하지 못하고 도망가기 급급함을 보고 뒤를 추격하도록 말씀 드린 것입니다. ”

장공 “ 경은 가히 군사의 일을 안다고 할 수 있겠다. !”

노장공은 그 자리에서 즉시 조귀를 대부의 직에 제수하고 시백(施伯)에게는 훌륭한 사람을 천거했다는 공으로 후한 상을 내렸다.

强齊壓境擧朝懮(강제압경거조우)

강포한 제나라가 국경을 침범하여

노나라의 조정을 근심스럽게 만들었지만

韋布誰知握勝籌(위포수지악승주)

포의를 입은 시골의 은사(隱士)가

이미 싸움에서 이길 계책을 준비해 놓고 있었네!

莫怪辺庭捷報杳(막괴변정첩보묘)

변경의 군사들로부터 승전의 소식이 없다고

괴이하다 생각하지 말라

繇來肉食小佳謀(요래육식소가모)

원래 육식자는 좋은 계책을 많이 갖고 있지 못하는 법이다.

그 때가 주장왕(周庄王) 13년 기원전 684년의 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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