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상고사학회 펌
작성자 : [지나가며]

고구려 멸망의 가장 큰 원인은 백제의 멸망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의 고구려 원정 초기에 신라가 고구려 후방을 찔러 성 두 개를 점령했다가 백제의 옆구리 공격으로 40여 개의 성을 잃는 등의 압박을 받게 되자 신라는 당에게 속방이 될 것을 제안하며 당의 백제 공격을 유도합니다.

당시 고구려는 백제와 동맹을 한 상태였습니다.

솔직히 당태종이 원정을 한 당의 고구려 원정은 대 실패를 했고 그 와중에 혁혁한 전과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고구려 말갈 군의 섬멸 등)태종은 장안으로 돌아와서 다시는 요동으로 나아가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고 시름시름 앓다가 죽습니다.

현재 중국의 요동 지역에는 연개소문을 연케쉰 이라 부르며 경극 의 소재로 쓰고 있는데 모든 경극에 일괄 되는 점이 바로 이 캐쉰이 당태종을 쫒아 가는 내용인 것입니다. 결국 연개소문 집권 당시에 고구려가 위기감을 느낄 정도로 당나라가 심각한 존재였다는 견해는 동의하기 힘듭니다.

그런데 변수가 생기게 됩니다. 바로 백제의 멸망으로 후방에 전략적인 구멍이 생겨난 겁니다. 고구려 멸망 당시 신라는 이 구멍으로 당군에게 식량을 보급했으며 당군은 보급선의 괴멸이나 그로 인한 후방 교란 등을 걱정하지 않고 유유히 고구려의 영토로 들어올 수 있게 됩니다.

당태종의 고구려 정벌 진격 루트를 보면 당군은 이 후방보급선에 상당히 고심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곧바로 평양으로 직진 할수 있는 길을 버리고 고구려의 요동 마지노선을 무리하게 돌파하며 거점으로 삼는 전략을 구사하게 되는데 결국 실패하게 되죠

기록에 의하면 당태종이 손수 갈대를 베며 요하의 진창을 돌파하여 퇴각했다고 되어 있습니다. 올 때는 유유히 병사들이 갈대 베는 걸 구경하던 태종이 퇴각할 때는 무지 급하게 서두르고 있죠. 더구나 이세적의 별동대가 점령한 성들이 확보한 편한 길을 버리고 말다리가 푹푹 빠지는 요하의 진창길을 이용하여 퇴각했다는 것은 그때는 이미 이세적이 점령한 성들은 고구려군에 의해 다시 탈환되어 버렸다는 걸 짐작하게 합니다.

즉 후방의 교란 보급로의 차단, 그로 인한 포위 상황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 가 펼쳐지는 것을 군사력의 우위에 있었던 당태종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럴 때 신라의 후방보급 이라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이것을 가능케 한 백제의 멸망이라는게 아마 고구려 멸망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게시물은 운영자님에 의해 2009-04-02 23:06:47 한국사(으)로 부터 이동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