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이 살고있는 도쿄 왕궁에 발해의 석비(石碑·왼쪽 사진)가 보관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북한은 2004년 함북 화대군 금성리에서 발견된 발해시대 고분벽화와 벼루 등 출토유물 사진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석비는 발해를 자국 역사로 기술하고 있는 중국이 한국과의 역사논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물증으로 간주, 일본에 반환을 요청하고 있어 주목된다.

아사히 신문은 28일 “일본 왕궁내 정원인 후키아게교엔(吹上御苑)에 높이 1.8ｍ, 폭 3ｍ의 홍려정비(鴻●井碑)라는 석비가 보관돼 있으며, 현재 중국이 반환을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석비에는 서기 713년 당나라가 발해 국왕에게 발해군왕(君王)의 지위를 부여하며 발해국과 군신관계를 맺었던 사실이 기록돼 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일본 방위연구소 도서관에 보관돼 있는 ‘메이지 37~38년(1905~06년) 전리품 목록’에 따르면 홍려정비는 옛 일본군이 러일전쟁 격전지였던 중국 랴오닝성 뤼순(旅順)에서 갖고 와 1908년 일왕에게 전리품으로 헌상했다. 홍려정비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중국에서는 랴오닝성을 중심으로 석비 반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랴오닝성 다롄(大連)시 정치협상회의는 지난 1월 홍려정비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으며 댜롄신문은 3월 특집기사를 통해 “국보의 반환을 위해서는 단결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발해 이전 이 지역에 있던 고구려 역사를 둘러싼 한국과의 논쟁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전략적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아사히도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석비는 “발해는 당의 지방정부로 중국 역사에 속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유력한 물증이 된다고 분석했다.

일본 왕궁을 관할하는 궁내청은 아사히의 취재에 대해 홍려정비는 현재 일본 국유재산으로 분류된 채 보관돼 있으며 출입 규제와 함께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측의 반환 움직임에 대해서도 “그같은 보도는 접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발해복식 연구자인 김민지씨(미국 거주)가 ‘내나라’에 게재된 발해고분 자료를 발견, 27일 국내 언론에 공개한 사진은 흰 각반을 차고 검은 신발을 신은 사람의 다리가 그려진 벽화(오른쪽), 연꽃 위에 서있는 신선 그림, 벼루와 금동연꽃무늬장식판 등이다.

〈도쿄|박용채특파원·도재기기자〉

[쿠키 지구촌="중국]중국이" 고구려를 당나라 역사에 편입시켜 우리 고대사 전체를 왜곡하는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일본에 있는 발해의 석비 반환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예상된다.

아사히신문은 28일 러·일전쟁후 일본이 전리품으로 가져온 발해국 석비 ‘홍로정비’ 공개와 반환 요구가 올들어 중국에서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홍로정비’는 당이 발해국 국왕에게 발해군왕의 지위를 주고 당과 발해가 군신관계를 맺은 사실을 기록한 비석이다. 가로 3m,세로 1.8m 크기의 이 비석은 원래 오늘날의 랴오닝성 뤼순시에 세워져 있었다. 일본방위연구소 도서관이 소장 중인 ‘메이지37,38년 전역전리품기증서류’에 따르면 일본 해군은 이 비석을 러·일전쟁 격전지였던 뤼순에서 가져와 전리품으로 메이지 일왕에게 바쳤다. 비석은 현재 국유재산으로 분류돼 현재 도쿄 황궁내 후키아게 정원에 보관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월 다롄대학 왕위랑 교수 등이 다롄시 정치협상회의에서 발해 석비연구 촉진을 제의했다. 다롄일보는 지난 3월 이 석비에 관한 특집기사를 게재하면서 “국보 반환을 위해 단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소개하기도 했다. 뤼순시에서는 벌써부터 이 석비 전시관 건설계획까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의 ‘당 홍로정비 연구회’ 소속 학자들도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석비 연구와 협력을 추진해 중·일 우호관계를 발전시키고 싶다”며 우회적으로 석비 반환을 언급했다

이처럼 중국이 이 비석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에는 발해 이전 이 지역에 있던 고구려 역사를 둘러싼 한국과의 논쟁이 자리잡고 있다고 아사이는 분석했다. 중국 입장에서 볼 때,이 석비는 발해국이 당나라의 지방정부로 중국 역사에 속한다는 걸 증명하는 유력한 물증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본이 러·일전쟁이후 한반도에서 가져와 야스쿠니 신사에 방치했던 ‘북관대첩비’를 한국을 거쳐 지난 3월 북한에 반환한 것도 중국의 홍로정비 반환요구를 촉발시키고 있다.

발해사 전공으로 1999년 이 석비를 소개하는 논문을 발표한 일본 고쿠가쿠인 대학 사카요리 마사시 교수는 “이 비석은 발해국 형성 당시의 동북아시아 정세와 상황을 연구하는데 더 없이 소중한 자료”라면서 “일본 황궁 구석에 방치해 둘 것이 아니라 제대로 연구될 수 있도록 개방·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2002년 2월부터 “고구려는 당시 당나라의 동북쪽 국경지방에 있었던 하나의 지방정권”이라며 중국 역사에 포함시키려는 취지의 동북공정을 국가 주도 프로젝트로 추진,우리나라와 역사왜곡 논쟁을 빚고 있다.

한편 일본 황실 궁내청은 중국측의 석비 반환 요구 움직임에 대해 “그런 내용을 아직 모른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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