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국연의

 

   
 
자유게시판
열국지평설
중국이야기
질문답변
· 오늘 :  237 
· 어제 :  415 
· 최대 :  2,389 
· 전체 :  1,167,824 
 
  2013-09-21 20:35:093163 
프랑스 대혁명과 한국 지식인 - 허망한 레미제라블 열풍과 진보
운영자
일반

1789년에 발발한 프랑스 혁명은 엄밀히 따져보면 결코 성공적이지 않다. 오히려 실패에 가깝다. 한국에서 흔히 떠올리는 대혁명의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올해 초 영화 “레미제라블”이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는데 심지어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1832년 6월 혁명도 무참한 실패로 끝났다.

1832년 이후에도 프랑스는 줄곧 지리멸렬했다. 1848년 2월 혁명으로 힘들게 공화정이 자리를 잡는가 싶더니 1851년에 나폴레옹 3세가 쿠데타를 일으키고 황제가 되었다. 이후 나폴레옹 3세는 내정을 그르치고 무리한 대외 팽창정책으로 영국 등 유럽 주요국들로부터 외교적 고립을 초래했다. 고립무원의 상황에서 신흥 강국으로 떠오른 프로이센과 전쟁을 벌였고 결국 끔찍한 포위전 끝에 파리가 함락당하고 말았다.

보불 전쟁의 굴욕 이후에도 프랑스의 국운은 필 날이 없었다. 19세기 동안 독일보다 GDP성장률이 뒤쳐졌고 인구 증가율도 낮았다. 18세기엔 유럽 제일의 대국이었던 프랑스였지만 1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엔 독일에 비해 경제, 인구 면에서 크게 뒤졌다. 전쟁 초반 가까스로 패전을 면했지만 이후 4년에 걸친 소모전에서 프랑스 젊은이들은 가혹한 전장으로 내몰렸고 막대한 인명 피해를 당했다.

대공황을 겪고 다시2차 세계대전이 닥치자 프랑스는 무기력하게 무너져 내리며 독일의 식민지가 되었다. 이제 히틀러가 소련 인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듯이 프랑스인을 학살했다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히도 변덕스런 독재자 히틀러가 프랑스 인을 상대적으로 좋게 봤다. 한마디로 운이 좋았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치 독일의 탄압과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프랑스인이 목숨을 잃었다.

마침내2차 세계대전이 연합국의 승리로 끝나면서 프랑스에 좋은 기회가 왔다. 미국은 오래 전에 프랑스가 미국의 독립전쟁을 도와준데 대해 잊지 않았다. 프랑스의 승전 기여도는 매우 낮았지만 우호적인 미국의 후원 아래 나라를 온전히 되찾고 전후 재건에 매달릴 수 있었으며 경제를 순조롭게 성장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점차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었으며 지난해부터 상황은 악화일로다.

한마디로1789년 이후 프랑스 역사를 보면 동시기 한국 역사를 답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답답함을 느끼기 십상이다. 사실 프랑스 인 스스로도 답답함을 느꼈고 근본적인 해법을 놓고 다양한 고민을 했다. 예를 들어 19세기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과 알렉시 드 토크빌의 “앙시앵 레짐과 프랑스 혁명” 그리고 20세기 페르낭 브로델의 “물질문명과 자본주의”은 동일한 고민을 공유하고 있다. 물론 이 가운데 1789년 프랑스 혁명에 대해서 가장 집중적으로 심도 있게 파고든 것은 바로 토크빌이었다.

1805년 노르망디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토크빌은 1830년 7월 혁명의 이듬해인 31년에 미국을 여행한 뒤 “미국의 민주주의”를 저술했다. 저술 활동과 함께 정치에 꾸준히 참여했으며 1848년 혁명 이후 들어선 나폴레옹 내각의 외무상으로 취임했다. 그러나 51년 나폴레옹 3세가 쿠데타를 일으켜 황제가 되자 이에 반대해 사임했다.

이후1789년 혁명 이전 구체제를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혁명의 근본적인 원인을 탐구한 “앙시앵 레짐과 프랑스 혁명”을 저술했다. 저서 말미에 대혁명 자체와 대혁명 결과로 탄생한 새로운 사회를 다룰 계획임을 밝혔지만 끝내 이를 마치지 못하고 1859년에 병사해 생을 마감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뒷단추도 잘못 끼워진다. 토크빌은 최초의 프랑스 혁명으로 돌아갔고 다시 구체제로 돌아갔다. 토크빌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프랑스 혁명을 그것 자체로만 연구하는 사람은 프랑스 혁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대혁명을 밝혀주는 유일한 빛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대혁명에 앞선 시대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다.”-앙시앵 레짐과 프랑스 혁명, 360페이지

구체제에 대한 연구를 통해 혁명 이전 구체제 프랑스의 중앙집권화와 특권에 도취된 귀족의 부패(또한 사회적 책임 방기 및 고립)가 궁극적인 혁명의 원인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국왕과 수도인 파리로 모든 권력이 집중된 상태였으므로 일단 파리에서 혁명이 일어나자 나머지 프랑스 지역은 이를 순순히 받아들였다. 일부 지역에서 반발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별다른 영향은 없었다. 게다가 특권에 젖어 국민과 단절되고 국민의 혐오를 받는 귀족들은 마땅히 저항할 수단이 없었다. 국민은 만연한 부패를 혐오했으며 경제난에 지쳐 있었다.

이윽고 루이16세의 삼부회 소집으로 전국의 평민 대표가 파리에 집결했다. 이들이 민생 파탄과 부패, 특권에 분노한 파리 민중과 접촉하게 되면서 대세는 순식간에 기울었다. 이제 문제는 혁명가들이 프랑스를 어떻게 이끄느냐에 달려 있게 되었다.

그러나 혁명의 방향을 제공한 지식인들(계몽주의자와 중농주의자)은 경험이 부족했으며 현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그들의 지식은 현실에서 검증되지 않았고 이론적인 차원에 머물렀다. 중앙집권이 확고하게 뿌리내린 18세기 프랑스에서 그들 지식인들은 공적인 직무에서 배제되어있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원인은(토크빌은 다루지 않았지만) 계몽주의의 토대가 순전히 수입된 이론이었다는데 있다. 황태연 교수가 “공자와 세계”에서 밝혔듯이 18세기 프랑스 사상가들에게 유학과 자유방임으로 대변되는 황노사상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론과 달리 중국의 역사, 현실에 대해선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순전히 이론만을 받아들인 셈이었다.

중국 역사에서 실제로 정치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왜 중국의 왕조가 흥망을 거듭했는지 황노사상을 실제로 어떻게 적용해 경제성장을 이끌고 민생을 개선시켰는지 등 핵심 현안에 대해선 사실상 알려진 바가 없었다. 단순한 이론만으로 당시 프랑스가 처한 문제를 해결할 순 없는 것이었다.

결국 혁명 정부는 전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경제는 루이 16세 치하보다 더욱 나빠졌다. 민생은 악화되었으며 잘못된 경제 정책으로 물가는 치솟았다. 외국의 침략에 대해서도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자중지란에 빠진 혁명 정부는 상호 간에 피비린내 나는 숙청을 거듭했다. 결국 프랑스 민중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존재로 대두한 나폴레옹 장군을 지지하게 되었으며 마침내 그는 쿠데타를 일으켜 독재자가 되었다.

기이하게도 대다수 한국 지식인은 유독 프랑스 대혁명만 편애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진보 지식인이 그렇다. 그러나 미국 독립혁명, 중국 혁명, 러시아 혁명 모두 프랑스 대혁명보다 혁명의 결과가 좋았다. 독립 이후 미국은 꾸준하게 발전해 초강대국이 되었으며 부패하고 후진적인 제정 러시아는 소련으로 거듭나 잠시나마 미국에 이은 2위의 강대국이 되었다. 나치 독일을 저지하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것도 소련이다. 프랑스는 무력하게 정복당한 그 전쟁에서.

중국은 대약진 운동과 문화혁명으로 인한 폐해를 겪긴 했지만 이를 곧 시정했으며 지금은 이미 세계2 위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다. 경제는 여전히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으며 08년 금융위기로 전세계가 크게 흔들릴 때도 중국 경제는 가장 빠르게 발전했다. 위안화는 날이 갈수록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중국이 미국 경제를 넘어설 날도 멀지 않았다.

토크빌이 절실하게 느낀 프랑스 대혁명의 한계를 한국 지식인들은 결코 모른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 지식인들은 토크빌이 비판한 당시 프랑스 지식인과 비슷하다. 현실을 모르고 경험에 대해 무작정 얕잡아본다.

특히 진보 지식인들이 가장 심하다. 예를 들어 터무니없이 미국과 중국을 낮춰보면서 폄하하기 바쁘다. 미국이 세계 제일의 초강대국이고 중국은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는 명백한 사실이 전혀 눈에 뵈질 않는 것이다. 겨우 이런 수준인데 어쩌다 운 좋게 한국 진보가 정권을 잡는다면 어떻게 될까? 프랑스 대혁명과 유사하게 우리나라도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되지 않을까?

황태연 교수의“공자와 세계”에서 알 수 있듯이 18세기 프랑스 지식인은 중국 사상을 대량으로 수입했다. 그러나 중국의 역사를 몰랐다. 또한 토크빌은 프랑스 자신의 역사를 깊이 있게 연구한 선구자였다. 자신의 역사에서 통찰력을 구했다.

우리 지식인들은 우리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는가? 세계를 이해하는가? 세계 역사를 이해하는가? 사실 프랑스 대혁명에 대해서도 수박 겉핥기식으로 동경만 할 뿐이다. 프랑스 대혁명을 그저 동경만 할 게 아니라 “앙시앵 레짐과 프랑스 혁명” 등 역사 연구를 의지해 고찰해 보는 게 필요하다. 중국 혁명에 대해서도 4.19혁명, 광주학살, 87년 6월 항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출처] 프랑스 대혁명과 한국 지식인 - 허망한 레미제라블 열풍과 진보|작성자 동류서래

목록 답변 글쓰기
16519
번호 분류 제목 성명 날짜 읽음
일반 VIP카지노 CXZ44.COM ★대박 이벤트중★ VIP카지노 CX 17-05-23 14
191 일반 제23회. 好鶴亡國(호학망국), 南征荊蠻(남정형만) 주석누락 권도환 16-09-30 543
  답변    제23회. 好鶴亡國(호학망국), 南征荊蠻(남정형만) 주석누락 운영자 16-10-02 504
  답변       제23회. 好鶴亡國(호학망국), 南征荊蠻(남정형만) 주석누락 gini6000 16-10-04 501
190 일반 인사! 김경옥 16-09-12 569
188 일반 아시아적 가치 - 아시아의 반민주적 가치에 대한 허상 - 운영자 15-03-24 1917
187 일반 미국 역사학자들 "아베 '역사수정' 압력에 경악" 집단성명 운영자 15-02-06 1690
186 일반 [보도자료] 미디어잇 - 중국 영웅들의 지혜를 담은 '열국영웅전' 전자책 출간 운영자 14-10-06 1934
185 일반 풀타크영웅전과 한국정치(공희준) 운영자 14-08-25 2246
184 일반 크림 반도와 2차대전 운영자 14-03-07 2784
183 일반 좋은 사이트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beermania 14-03-01 2435
182 일반 감사합니다 강동락 14-02-02 2391
181 일반 감사 마부작침 13-12-30 2317
일반 프랑스 대혁명과 한국 지식인 - 허망한 레미제라블 열풍과 진보 운영자 13-09-21 3164
179 일반 한국사람만 무시하고 있는 위대한 세계적인 정치지도자 김대중 전 대통령 운영자 13-07-14 3337
178 일반 일본 : 귀신숭배와 허튼소리 운영자 13-04-17 3487
177 일반 고우영 삼국지 운영자 13-01-07 4502
176 일반 알렉산드로스전쟁 운영자 13-01-07 3640
175 일반 미국인이 보는 한글의 우수성 운영자 13-01-07 3530
174 일반 유럽이 통일에 실패한 까닭2 - 종교차별이 끼친 영향 운영자 13-01-07 3915
1 [2][3][4][5][6][7][8][9][다음][맨끝]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