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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6-25 14:32:368207 
후추가루와 미국
양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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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후추가루와 미국


지금은 겨울에도 온상을 이용하여 싱싱한 채소와 과일을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먹을 수 있고 보관설비가 발전하여 장시간을 저장한 식품도 맛에 별 문제없이 먹을 수 있는 세상이다. 4.19혁명 때 시민들이 이기붕 집을 점령했다가 냉장고 안에서 수박이 발견되고 그리고 그 안에 소고기가 가득 들어 있었다고 대서특필된 신문기사도 있었다. 한 신문기사가 기억납니다. 후에 5.16 쿠데타의 주역들이 민주당 간부들과 고위 관료들을 부정축재자로 잡아넣을 때 냉장고라는 품목은 부정축재 목록에 당당히 들어가기도 했었다. 엊그제 같은 생각이 들지만 1970년대 중반 때까지만 해도 겨울철을 나기 위한 김장은 집안의 가장 큰 대사 중의 하나였었다. 우리 집의 경우에도 제 기억으로는 다섯 식구 용으로 100포기 정도의 배추와 두 가마 정도의 무를 주원료로 하여 김장을 했었던 것 같았다. 그것으로 다섯 식구가 겨울을 나기 위한 반찬으로 삼은 것이다. 그런 것들을 회고해 보면 우리 현대인들의 식생활에 가장 큰 혁명을 가져다 준 기구는 냉장고이기도 한 것도 같다. 냉장고가 생기고 나서부터 식품의 소비패턴이 혁명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냉장고가 없었던 시절, 식품의 보관이라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 중의 하나였다. 겨울철임에도 불구하고 김장김치의 보존기간을 늘리기 위해 마당의 한 쪽 귀퉁이에 땅을 파고 묻기도 했었다. 식품의 경우 가장 어려운 문제는 다른 생필품에 비해 일시에 출하된다는 데 있다. 어떤 사람이 요새 유행하는 유전공학을 이용하여 농산물이나 축산물 공장을 만들어 필요한 량만큼 일정에 맞추어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한다면 인류의 식량문제는 해결될 것 같은 생각도 들기는 하지만 옛날부터 지금까지는 그리고 앞으로 상당기간 동안은 일시에 출하된 식품의 원료를 저장했다가 매일 필요한 만큼 꺼내 먹었어야 했고,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옛날에도 지혜를 짜내어 식품을 보관하는 방법을 여러방면으로 고안해 냈다.


첫째는 건조방법이다. 식품을 햇볕에 말려 수분을 제거한 다음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물에 불려 요리를 해서 먹는 방법이다. 농산물의 경우 햇볕에 열심히 말리면 수분의 함량을 13%까지 줄일 수가 있다. 건조농산물의 품질을 측정하는데 주요한 항목이기도 하다. 내가 중국농산물 무역을 할 때의 경험인데 상대국 수출자가 제품의 중량을 늘리기 위해 충분히 건조를 하지 않고 선적하여 운송기간 중 그 수분으로 곰팡이가 피어서 그 수입물품을 전량 폐기 처분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농산물 건조도 기계식으로 한다. 야외에서 햇볕을 이용하거나 구들장에 불을 때서 건조시키는 방법을 자연건조라하고, 보일러에 기름을 때어 그 열을 이용하여 건조시키는 방법을 탈수건조라 한다. 탈수건조 시킨 식품의 수분함량은 통상적으로 7-8%다. 영어로는 자연건조는 dried, 탈수건조는 dehydrated라고 한다. 자연건조는 원시시대부터 이용하던 가장 전통적인 식품의 보관방법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방법의 단점은 식품이 신선도를 잃어버려 조직이 바뀐다는 것이다.


둘째는 염장방법이다. 식품을 소금물에 절였다고 저장한 다음 조리할 때 물에 불려 탈염해서 먹는 방법이다. 이 방법 역시 신선도를 유지시킬 수 없는 것이 단점이다. 옛날 우리가 즐겨 먹던 짠지, 단무지, 마늘짱아치 깻닢 등이 이에 해당한다.


서양 사람들의 주식인 쇠고기 등의 육류는 통상적으로 훈증 즉 연기를 씌어 표면을 소독한 다음 처마에 메달아 놓고 필요한 만큼 칼로 잘라내어 스테이크 등으로 요리를 하여 먹는다. 그런데 육류는 보관 중 특유의 노린내가 발생한다. 이 노린내를 제거하기 위해 쳐서 먹는 것이 향신료이고 향신료의 대표격이 되는 재료가 후추가루다. 스테이크 등의 육류 요리에 후추가루를 쳐서 먹으면 육류특유의 노린내가 제거된 맛으로 먹을 수 있다. 그런데 후추가루의 원료가 되는 식물은 불행히도 인도에서만 자라는데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인도의 해당 지방 정부는 후추나무 종자나 묘목의 유출을 막기 위해 결사적이었을 것이다. 옛날 특산물에 대한 묘목이나 종자 유출 행위는 국가변란죄에 해당하는 중범죄에 들어 갔다. 묘목이나 종자를 나라 밖으로 유출하다 걸리면 그 자리에서 참수형에 처해지는 것이 옛날 여러 나라의 종자관리법의 내용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면화를 들여와 의복과 일상생활에 일대 혁명을 일으킨 문익점 조상의 경우도 교과서에는 간단히 위험을 무릅쓰고 가져왔다고 기술되어 있지만 실상은 목숨을 건 대단한 모험이었던 것이다. 다시 후추가루로 돌아와서, 인도에서 생산된 후추는 중앙아시아의 육로를 통해 중동의 대상과 이태리의 무역상을 거쳐 유럽 전지역에 공급되었다. 원산지인 인도와 최종 소비지인 유럽과의 가격 차이는 한 백 배 쯤 되었다고 했다. 간단히 말해 후추 만원어치를 유럽에 가져다 팔면 100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후추가루에 대한 무역로를 장악하는 것은 중세 유럽에 있어서 나라마다의 가장 중요한 현안 문제 중의 하나였었다. 중국의 비단과 인도의 후추가루의 통상무역은 동서양을 연결하는 중요한 통로였었다. 운송수단은 말이나 낙타를 이용하여 소량이기는 했지만 당시 중세 시대에 있어서 후추가루의 가격은 같은 중량의 금 가격과 같았다고 했으니 낙타나 말 등에 싣고 가져온 후추가루 한 포대가 50키로나 혹은 100키로 정도 되었다면 그 가격은 같은 무게의 금 가격으로 치면 적지 않은 돈이었을 것이다. 중세시대 유럽의 국가간에 일어난 분쟁의 많은 원인은 후추가루 무역의 중개권 확보로 인한 것이기도 했다.


그런데 갈릴레오가 지동설과 함께 지구의 생김은 평평한 쟁반같이 된 것이 아니라 축구공처럼 둥글다고 주장하자 엉뚱한 생각을 갖게 된 사람이 있었다. 우리가 잘 아는 컬럼버스라는 사람이다. 그는 지구는 둥글다는 설을 믿고 후추가루를 쩨쩨하게 말등에 실어 몇 부대 씩 가져올 것이 아니라 해상로를 이용하여 몇 십 척의 배에 가득 싣고 와서 내다 팔면 억만 장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컬럼버스는 우선 포루투갈 왕에게 가서 지구는 둥글다고 갈릴레오가 말했다고 하면서 자기에게 배를 10척만 내 주면 금과 같이 귀한 후추가루를 그 배에 가득 싣고 올 수 있다고 했다. 즉 요새로 말하면 컬럼버스는 자기가 구상한 벤쳐사업에 포루투갈 왕의 투자를 권유한 것이다. 후추가루를 배로 가득 싣고 와 팔아서 남은 이익금을 나누어 갖자고 제의한 것이다. 포루투갈 왕은 컬럼버스를 미친놈이라고 생각하고 그의 제의를 일축했다. 컬럼버스는 실망하지 않고 여자라서 만만해 보였던지 스페인으로 가서 이사벨라 여왕을 설득했다. 이사벨라 여왕은 컬럼버스의 제안에 혹했으나 그래도 완전히 믿지는 못하고 우선 3척만 가지고 시작해서 첫 거래가 성공적으로 되면 그 때가서 요청한 함정을 왕창 내 주겠다고 했다. 컬럼버스는 이사벨라 여왕에게서 범선 3척과 승무원 78명을 얻어 드디어 컬럼버스가 인도에서 후추가루를 배에 가득 싣고 오기 위해 출항했다. 원래 컬럼버스이 계획은 아프리카 해안선을 따라 희망봉을 돌고, 다시 아라비아 반도의 해안선을 따라 인도에 가려고 한 것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컬럼버스는 당시 맥시코 만과 유럽 대륙을 돌고 있던 멕시코 만류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컬럼버스의 선단은 멕시코 만류를 타게 되어 엉뚱하게 망망한 대서양으로 나아가게 된다. 컬럼버스의 항해단은 2-3개월을 표류하다가 도착한 곳이 서인도 제도다. 천신만고 끝에 도착해서 보니 후추가루는 없고 인디안과 감자, 옥수수, 커피, 담배 등만이 있었다. 맨손으로 돌아가게 되면 여왕에게 면목도 없게 되어 전기의 농산물만 가득 싣고 돌아 온 것이다.


컬럼버스가 억만 장자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인도에 가서 후추가루를 실어 오려고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아메리카 대륙이고 그 땅위에 세워진 미국이라는 나라가 지금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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