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4회 稚子上卿 嫪毐僞腐(치자상경 노애위부)

열두 살의 어린 나이로 진나라의 상경이 된 감라와

가짜 환관이 되어 진나라의 내궁을 더럽힌 노애

1. 秦王平反(진왕평반)

- 장안군 성교의 반란을 진압한 진왕 -

한편 왕전은 군사들을 10리 밖으로 후퇴시킨 후에 고랑을 깊이 파고 보루를 높이 올리라고 명했다. 이어서 병사를 나누어 요해지를 굳게 지키도록 하며 결코 진영 밖으로 출전하지 못하도록 했다. 다시 2 만의 군사들을 선발하여 환의(桓齮)와 왕분(王賁)에게 보내어 싸움을 돕도록 하고 두 사람의 장군으로 하여금 한시라도 빨리 두 성을 파하여 공을 세우라고 독려했다. 번오기는 매일 반군의 정예병들을 이끌고 성문을 나와 왕전의 진영 앞으로 나가 싸움을 걸었으나 진나라 병사들은 결코 싸움에 응하지 않았다. 왕전이 자기를 겁내어 싸움을 피한다고 생각한 번오기는 휘하의 장수들과 군사를 나누어 장자성과 호관성에 구원병을 보내려고 했다. 그때 갑자기 초마가 달려와 보고했다.

「 자성과 호관성은 이미 진나라 병사들에게 함락 당했습니다.」

번오기가 크게 놀랐으나 장안군의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성 밖에 설치한 본영으로 나가 군사들의 사기를 독려했다.

한편 왕전이 영채를 복룡산(伏龙山)으로 옮겼다는 소식을 듣게 된 환의와 왕분은 군사를 이끌고 왕전에게 달려와 말했다.

「이미 함락시켜 점령한 두 성을 군사를 나누어 지키도록 하여 모든 일을 적절하게 조치해 놓고 왔습니다.」

왕전이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둔류성은 이제 고립되었다. 오로지 번오기만 사로잡는 일만 남았다.」

왕전이 말을 미처 다 마치기도 전에 영채를 지키던 수졸 한 명이 뛰어와 고했다.

「진왕의 어명을 받은 장군 신승(辛勝)이 당도하여 이미 영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왕전이 신승을 영문 앞으로 마중 나가 영접한 후에 장막 안으로 데리고 와서 그가 온 뜻을 물었다. 신승이 말했다.

「진왕께서 저를 보내신 이유는 첫째 군사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호군하여 왕의 은혜를 베풀기 위해서이며, 둘째는 번오기에 대해 원한이 사무친 진왕께서 ‘반드시 역적 번오기를 생포하여 함양으로 압송하라! 내 손수 그의 목을 베어 나의 원한을 풀리라!’라고 내리신 어명을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장군께서 참으로 잘 오셨습니다. 내가 장군의 도움을 받아야 할 일이 한 가지 있습니다.」

이어서 두 사람은 잔치를 크게 벌려 삼군을 배불리 먹이고 부하 장수들에게 포상을 시행했하여 사기를 진작시켰다. 그리고 며칠 후 환의와 왕분에게 각기 일군 씩을 거느리고 출전하여 싸움이 벌어질 계곡의 좌우에 매복시킨 다음 왕의 사자로 온 신승에게 5천의 군사를 이끌고 출전하여 번오기에게 싸움을 걸어 유인하도록 시켰다. 왕전 자신은 대군을 이끌고 둔류성을 공격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한편 장자성과 호관성이 함락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성교는 사람을 성밖의 번오기에게 보내 급히 성안으로 불러 그 대책을 물었다. 번오기가 달려와 성교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말했다.

「조만간에 적군과 결전을 벌려 만약에 싸움에 패한다면 왕자님과 함께 북쪽의 조나라나 연나라로 가서 제후들과 힘을 합친 후 가짜 임금을 죽여 우리 진나라의 사직을 보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장군은 부디 만사에 조심하여 일이 어그러지지 않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번오기는 성교 앞에서 물러나 성 밖의 본영으로 돌아왔다. 번오기가 말에서 내리기도 전에 초마(哨馬)가 달려와 보고했다.

「진왕이 증파한 신승이라는 장군이 지금 영문 앞으로 쳐들어와 싸움을 걸고 있습니다.」

「신승이란 놈은 이름 없는 졸개에 지나지 않는 자다. 내가 마땅히 이 놈부터 없애버려야 되겠다.」

번오기는 영문을 열고 대군을 휘몰아 출전했다. 신승은 번오기와 접전에 들어갔으나 몇 합도 싸우기도 전에 말머리를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번오기는 자기의 힘을 믿고 신승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번오기가 앞으로 약 5리쯤 갔을 때 길 양쪽에 매복하고 있던 환의와 왕분의 군사들이 일제히 일어나 번오기를 공격했다. 싸움에서 크게 진 번오기가 군사들을 수습하여 황급히 둔류성 돌아갔으나 왕전의 대군은 이미 둔류성 밑을 겹겹히 포위하고 있었다. 번오기는 용기백배하여 귀신과 같은 흉맹한 기세로 진나라 군사를 향해 돌진하여 한 줄기의 혈로를 열자 성안에서 군사들이 성문을 열고 나와 호응하여 번오기의 군사들을 데리고 들어갔다. 왕전은 환의와 왕분이 거느린 군사들을 본대에 합치고 둔류성을 포위하고 공세를 급하게 몰아쳤다. 번오기는 친히 성안을 돌며 독전하며 밤을 지새웠으나 피곤한 기색이 없었다.

그때 성안에 숨어 있던 양단화가 정세가 매우 위급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알고 야음을 틈타 장안군 성교에게 군사에 대한 기밀사항이 있다고 접견을 청했다.

성교가 보니 접견을 청하는 사람은 옛날에 자기 문하에 있었던 빈객이라 의심하지 않고 불러와 만났다. 양단화는 성교에서 좌우를 물리쳐 주도록 청하고 이어서 말했다.

「진나라는 천하에서 가장 강한 나라라는 사실을 군께서는 아시고 계시는 일입니다. 비록 육국이 힘을 합하여 공격해도 이길 수 없는 나라를 이 외로운 성 하나에 의지하여 대항하고 있으니 절대 이길 수 없는 싸움입니다.」

「번오기가 말하기를 ‘지금의 왕은 선왕의 소생이 아니다.’라고 해서 일이 이렇게 되었소. 나를 이 지경까지 몰고 온 사람은 번오기 때문이지 나의 본뜻은 아니었소.」

「번오기는 힘 하나만을 믿고 있는 일개 필부 불과한 자입니다. 그는 일의 성패를 생각하지 않고 단지 군께서 거사에 성공하기를 기대하며 요행만을 바라보고있는 사람입니다. 지금 진나라의 군현에 격문을 전했지만 호응해 온 자는 한 사람도 없습니다. 또한 왕전 장군이 성을 포위하고 공격을 매우 세차게 하고 있어, 만일에 성이 함락되기라도 한다면 군께서는 어떻게 스스로 몸을 보전하시려고 하시십니까?」

「나는 연이나 조나라로 달아나 그들과 합종을 맺으려고 하는데 그대는 내 계획이 어떻다고 생각하는가?」

「합종의 일은 조숙후(趙肅侯), 제민왕(齊湣王), 위나라의 신릉군(信陵君), 초나라의 춘신군(春申君) 등이 주창하여 이미 행해진 바가 있었으나 합종을 맺자마자 그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져 돌아가 버리고 말아 결코 성사될 수 없다고 분명히 밝혀진 일입니다. 육국 중 감히 진나라를 두려워하지 않는 나라가 어느 나라이겠습니까? 설사 군께서 열국 중 한 나라를 택하여 몸을 맡기신다 할지라도, 그 사실이 일단 알려지면 진나라는 그저 한 사람의 사자를 보내 질책하기만 하면 그 나라는 군을 포박하여 함양으로 압송할 것입니다. 어찌하여 군께서는 아직도 달아날 나라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대가 나를 위한 방안이 있다 하니 그렇다면 나는 지금 어떻게 해야 하는가?」

「왕전 장군도 역시 지금의 사태는 원래 군의 본뜻이 아니라 번오기의 꾐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고 저에게 밀서를 한 통 써서 주어 군께 전하도록 하셨습니다.」

양단화가 품속에서 왕전의 밀서를 꺼내어 성교에게 바쳤다. 성교는 겉봉을 뜯고 읽었다. 편지의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았다.

「장안군께서는 선왕이신 장양왕의 소생으로 현왕의 동모제이시며 존귀한 후(侯)의 작위에 계시는 분입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황당무계한 말에 귀를 기우려 터무니없는 일을 행하심으로써 스스로 멸족의 화를 불러들이십니까? 참으로 애석한 일입니다. 이번 반란의 수괴는 번오기이니 장안군께서는 그의 머리를 베어 저의 군중에 바치시고 스스로 결박을 하시고 죄를 인정한다면 제가 마땅히 진왕께 상주하여 군이 지은 죄의 용서를 빌겠습니다. 제가 간곡하게 청한다면 형님이신 진왕께서는 필시 군의 죄를 용서하실 것입니다. 만약 결심하지 못하고 일을 지연시킨다면 후회막급일 것입니다.」

성교가 읽기를 마치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번오기 장군은 충성스러운 사람인데 내가 어찌 그의 목을 벨 수 있단 말이오?」

양단화가 탄식하며 말했다.

「군의 생각은 소위 말하는 아녀자들의 사사로운 정리에 불과할 뿐입니다. 왕전 장군의 권함을 따르시지 않으시겠다면 저는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그대는 수고스럽더라도 잠시 내 곁에 머물며 절대 멀리가지 마시오. 내 그대의 말을 다시 생각해보겠으니 잠시 기다려주시오.」

「군의 곁에 머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나 군은 절대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발설하지 마십시오.」

다음 날 번오기가 병거를 타고 와서 성교를 접견하고 말했다.

「이 성을 지키고 있는 성민들이 기세가 매우 강성한 진나라 병사들을 두려워하고 있어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습니다. 원컨대, 왕자님을 모시고 연이나 조나라로 일단 몸을 피하여 후일을 기약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함양에 있는 나의 가족들은 모두 남겨두고 혼자 몸으로 먼 길을 걸어 찾아간다 해도 그 나라들이 나를 받아 줄지 어떻게 알겠소?」

「지금 여러 제후국들은 진나라의 침략에 모두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어찌 그들이 받아주지 않을까 걱정하십니까?」

두 사람이 계속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밖에서 고하는 소리가 들렸다.

「진나라 병사들이 남문 앞으로 몰려와 싸움을 걸고 있습니다.」

번오기가 반복하여 성교에게 둔류성을 빠져나가자고 조르며 말했다.

「왕자께서 지금 행하지 않으신다면 이후로는 결코 기회를 얻지 못할 것입니다.」

성교가 주저하며 결심을 하지 못하자 번오기는 할 수없이 장검을 들고 병거에 올라 남문을 향해 달려가 진나라 진영을 향해 돌진하여 접전을 벌렸다. 양단화는 성교에게 권하여 성루에 올라 싸움을 지켜보도록 권했다. 번오기가 비록 전력을 다해 오랫동안 진나라 병사들에게 대항하여 버티고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전세는 번오기에게 불리하게 전개되었다. 번오기가 이윽고 진나라 병사들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수레의 방향을 돌려 둔류성 밑으로 달려와 큰 소리로 외쳤다.

「속히 성문을 열어라!」

성교의 곁에서 칼을 손에 들고 서있던 양단화가 큰 소리로 번오기를 향해 외쳤다.

「장안군께서는 이미 이 성을 바쳐 항복을 하셨다. 번장군은 스스로 길을 찾기 바랍니다. 누구든지 성문을 여는 자는 목을 베리라!」

양단화는 말을 마치자마자 즉시 품속에서 깃발 한 개를 꺼냈는데 보니 ‘항(降)’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 성교의 좌우를 모두 친척들로 세운 양단화는 성교의 의견도 물어보지 않고 ‘항’ 자가 써있는 깃발을 깃대에 메달아 성루 위에 꽂았다. 성교는 단지 눈물만을 흘릴 뿐 아무런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번오기가 탄식하며 말했다.

「저런 어린아이를 진왕으로 옹립하려고 했으니 나야말로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이로구나!」

번오기의 뒤를 쫓아 온 진나라 병사들이 그를 여러 겹으로 포위하였으나 진왕의 명에 따라 생포해야 했기 때문에 화살은 감히 쓰지 못했다. 그 덕분에 번오기가 사력을 다하여 한 가닥의 혈로를 뚫고 연나라로 통하는 길을 바라보며 달아날 수 있었다. 왕전이 추격병을 보냈으나 잡을 수 없었다.

양단화가 성교에게 권하여 성문을 열고 진나라 군사들을 맞이하도록 했다. 왕전은 성교를 공관에 감금하고 신승을 시켜 함양으로 가서 진왕에게 싸움에서 이겼음을 보고하게 하고 겸하여 장안군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물었다. 진왕의 모후는 비녀를 뽑아 머리를 산발하고 땅에 엎드려 성교의 죽음만은 면하게 해 달라고 애걸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여불위에게도 전갈을 보냈다. 그러나 대노한 진왕이 말했다.

「반역의 수괴를 죽이지 않는다면 왕실의 반란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

진왕 정은 즉시 왕전에게 명을 전하여 성교는 참수하여 그의 머리를 둔류의 성문 앞에 효수하도록 하고, 그를 추종했던 둔류의 군리들은 한 사람도 남기지 말고 머리를 베어 죽이도록 했다. 동시에 둔류성 안의 모든 백성들은 임조(臨洮)1)의 땅으로 옮겨 살도록 했다. 다른 한편으로 번오기를 잡기 위해 현상을 걸면서 말했다.

「누구든지 역적 번오기를 잡아오는 자는 그 상으로 다섯 개의 성을 주리라!」

진왕의 사자가 둔류에 당도하여 왕명을 전했다. 관사에 구금당해 있던 성교는 사면을 받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고 방안에서 스스로 목을 매어 죽었다. 왕전은 성교의 목을 베어 성문 앞에 효수하였다. 이어서 왕전은 수만 명에 달하는 둔류의 군리들을 참수하고 성민들은 모두 진나라의 서쪽 변경인 임조로 보냈다. 둔류성은 한 사람의 백성도 남지 않게 되었다. 이 일은 진왕 정 7년 즉 기원전 236년에 일어났다. 염옹이 이 일을 두고 시를 지었다.

영씨의 터를 침범한 여씨 종자를 뽑아내야 함은 당연하지만

만전을 기해 그 세력을 살펴야 하지 않았는가?

둔류에 의지하여 결사항전했으나 지켜내지 못했으니

여씨들의 죄상을 적은 격문은 헛된 편지에 불과하게 되었도다!

非種侵苗理合鋤(비종침묘리합서)

萬全須看勢何如(만전수간세하여)

屯留困守終無濟(둔류곤수종무제)

罪狀空傳一紙書(죄상공전일지서)

2. 稚子上卿(치자상경)

- 12살의 어린 나이로 진나라의 상경이 된 감라 -

그때 진왕 정은 이미 나이가 들어 장성하여 그 키가 무려 팔척(八尺) 오촌(五寸)에 달하고2) 그 풍채가 영웅의 기상이 있었고 자질이 총명하여 그 뜻이 뭇 사람들 위에 있었다. 매사에 자기주장이 뚜렷하였고 모든 일을 태후나 여불위에게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았다. 장안군의 란을 성공적으로 진압한 진왕은 조나라 군사들과 싸우다가 죽은 몽오의 원수를 갚기 위해 군신들은 모두 모이게 하여 계책을 의논했다. 강성군 채택이 앞으로 나와 계책을 말했다.

「조나라는 연나라의 숙적입니다. 지금 연나라가 조나라에 붙은 것은 그 본심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이 연나라에 사자로 가서 연왕으로 하여금 우리 진나라에 인질을 보내게 하고 신하의 예로 대왕을 받들도록 해서 조나라를 고립시켜 놓겠습니다. 그런 다음 연나라와 힘을 합쳐 조나라를 남북에서 협공한다면 우리는 하간(河間)3)의 땅을 넓힐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 진나라가 참으로 커다란 이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채택의 의견이 옳다고 생각힌 진왕이 즉시 그를 연나라에 사자로 보냈다. 채택이 연나라에 당도하여 연왕 희(喜)에게 말했다.

「연과 조는 두 나라는 똑 같이 만승의 나라이나 연나라가 한 번의 싸움에 대장 율복(栗復)을 잃고, 두 번의 싸움에 극신(劇辛)이 전사했습니다. 그러나 대왕께서는 원수 갚으실 생각은 잊고 오히려 조나라를 섬기면서 서쪽의 진나라에 항거하고 있습니다. 진나라와의 싸움에서 승리를 취한다면 그 이득은 모두 조나라에 돌아가는 반면에 혹시라도 싸움에서 패한다면 그 화는 모두 연나라가 뒤집어 쓰게 됩니다. 이것은 연나라를 위한 좋은 계책이 아닙니다.」

「조나라를 받드는 것은 힘이 부족하여 어쩔 수 없어서입니다. 어찌 즐거운 마음으로 받들겠습니까?」

「지금 우리 진왕께서는 지난번에 오국이 연합하여 진나라를 공격한 일에 대해 원한을 품고 계십니다. 제가 살펴보니 연나라와 조나라는 대대로 내려온 원수의 나라인데 지난번 조나라를 따르기 위해 군사를 출병시켜던 일은 부득이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왕께서 만약 태자를 인질로 진나라에 보내신다면 신이 돌아가 진왕께 주청을 드려 진나라의 대신 한 분을 이곳으로 보내 재상의 직을 맡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진과 연의 친선관계는 깊고 두터워져 두 나라가 국력을 합해 조나라에 당한 치욕을 설욕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연왕은 채택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여 태자 단(丹)을 인질로 진나라에 보내고 진나라의 대신 한 사람을 청하여 연나라의 재상을 맡아달라고 청했다. 여불위가 장당을 연나라에 보내 그 재상에 앉히려고 마음을 정하고 태사를 시켜 점을 치게 한 결과 점괘가 대길로 나왔다. 그러나 장당은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연나라에 가려고 하지 않았다. 여불위가 수레를 타고 친히 장당의 집을 방문하여 연나라에 가주기를 부탁했으나 장당이 완강하게 거절하며 말했다.

「저는 여러 차례에 걸쳐 군사를 이끌고 출전하여 조나라를 공격했기 때문에 조나라 사람들은 저에게 깊은 원한을 품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연나라를 들어가려면 조나라 영토를 지나가야 합니다. 제가 조나라 경내를 지나가다 잡히면 십상 살아서 돌아오기 어렵게 되는데 어찌 제가 연나라에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

여불위가 재삼 강권하였으나 장당은 결코 자기의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여불위가 승상부에 돌아와 당상에 혼자 앉아 장당의 일로 고민에 빠졌다. 그때 여불위의 문객 중에 감라(甘羅)라는 어린아이가 있었다. 그는 무왕(武王) 때 좌승상으로 있었던 감무(甘茂)4)의 손자로 당시 나이가 겨우 12세에 불과했다. 여불위가 혼자 당상에 앉아 고뇌하는 모습을 보게 된 감라가 그의 앞으로 다가가서 물었다.

「대감께서는 무슨 일로 그렇게 고민하고 계십니까?」

「어린아이가 무엇을 안다고 묻느냐?」

「남의 문하에 있으면서 귀하게 대접을 받을 수 있음은 그 주인의 근심을 나누어 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감께서 근심하고 계신데 그 문하 된 사람이 그 일을 알지 못한다면 비록 정성을 다하여 받들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내가 옛날 강성군 채택을 연나라에 사자로 보내 조나라를 남북에서 협공하기 위해 수호를 맺도록 하자 강화를 허락한 연나라가 이미 그들의 태자 단(丹)을 이미 인질로 보내왔다. 그래서 나는 장당을 보내 연나라의 상국 자리에 앉히려고 태사를 시켜 점을 치게 하니 대길로 나왔다. 그러나 장당 장군이 한사코 연나라에 가지 않겠다고 하면서 나의 명을 따르지 않고 있다. 그래서 내가 가슴을 끓이고 있는 중이다.」

「그 일은 대수롭지 않은 작은 일 입니다. 어찌하여 일찍 저에게 말하지 않으셨습니까? 제가 장당 대감을 찾아가 설득해 보겠습니다.」

여불위가 듣고 화를 내며 소리쳤다.

「빨리 물러가지 못할까! 이 나라의 승상인 내가 친히 가서 설득하여도 그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일인데 어찌 어린 동자 녀석이 그이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말하는가?」

「옛날 항탁(項橐)5)이라는 사람은 7살 때 공자의 스승을 했습니다. 지금 저의 나이는 이미 12살이라 제가 항탁보다는 5살이나 더 많습니다. 저를 한번 시켜보시고 아무런 성과도 없게 되면 그때 가서 저를 책망하셔도 늦지는 않을 테인데 어찌하여 천하의 일을 미리 예단하시고 갑자기 화부터 내십니까?」

여불위는 감라의 행위를 기이하게 여기고 안색을 추스리며 말했다.

「나이 어린 동자가 능히 장당 장군을 연나라에 가게 만들어 일을 성사시킬 수 있다면 내 마땅히 왕께 상주하여 너를 경상의 자리에 앉게 해주리라!」

감라가 여불위의 허락을 받고 기다렸다는 듯이 즐거운 마음으로 장당의 집을 찾아갔다. 장당은 감라가 비록 문신후 여불위의 문객이라고 하나 나이가 어린 동자라 무시하는 태도로 물었다.

「어린 동자가 무슨 일로 애써 나를 찾아왔는가?」

「장군의 문상을 미리 올리기 위해 애써 짬을 내어 들렸습니다.」

「너는 어떤 연유로 나를 조문한다고 하는가?」

「제가 감히 장군께 묻겠습니다. 장군의 공은 무안군 백기(白起)의 것과 비교해서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

「무안군은 남쪽으로 원정하여 강성한 초나라를 꺾어 난공불락의 영도(郢都)를 점령하여 초나라로 하여금 나라를 들어 동쪽으로 옮겨가게 했고, 북쪽으로는 연과 조 두 나라를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 싸우면 이기고 공격하면 못 빼앗은 성이 없었고 지금까지 함락시킨 성읍의 수효는 모두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 내가 어찌 그와 비교할 수 있겠느냐?」

「그렇다면 선조 때의 응후(應侯) 범수와 지금의 문신후(文信侯) 대감과 비교해서 누가 더 권세가 강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응후의 권세는 결코 문신후 대감과 비교할 수 없다.」

「장군께서는 문신후의 권세가 응후의 것보다 더 무겁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계시다는 말씀입니까?」

「내가 어찌하여 모른단 말인가?」

「옛날 응후가 무안군을 시켜 조나라의 도성 한단성을 공략하게끔 명을 내렸으나 무안군은 한사코 응후의 명을 거절했습니다. 응후가 결국은 노하여 무안군을 함양에서 추방시켜 음밀(陰密)6)로 유배를 명했다가 길을 가던 도중에 두우(杜郵)에서 죽게 만들었습니다. 오늘 문신후 대감께서 몸소 장군을 방문하여 연나라에 가서 상국을 맡아 달라고 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장군은 거절했습니다. 옛날 진나라에 그렇게 큰공을 세운 무안군조차도 응후의 말을 거슬려 목숨을 잃었는데, 문신후께서 어떻게 장군을 용납하시리라 생각하십니까? 제가 생각하기에 장군께서는 머지않아 죽게 되실 것 같아 제가 이렇게 미리 문상을 오게 되었습니다.」

장당이 감라의 말을 듣고 두려움에 떨며 자기의 무례함에 용서를 빌며 말했다.

「동자는 나에게 깨우침을 주기 바라오!」

감라는 장당에게 즉시 여불위에게 용서를 빌고 그 날로 행장을 꾸려 연나라로 출발을 하겠다는 청을 드리라고 했다. 장당이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여불위에게 달려가 연나라로 들어가겠다고 청했다. 이윽고 장당이 연나라로 출발하기로 한 날이 되자 감라가 다시 여불위에게 말했다.

「장당 장군이 저의 말에 설득되어 어쩔 수 없이 연나라에 가기로 하셨습니다만, 그러나 그 분의 마음속에는 조나라를 두려워하는 마음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계십니다. 원컨대, 저에게 수레 다섯 대만 빌려주시면 장당 장군보다 앞서 달려가 조나라로 하여금 그를 무사히 연나라로 들여보내도록 해 보겠습니다.」

여불위는 이미 감라가 재능이 있음을 보았기 때문에 즉시 진왕을 찾아가 알현하고 말했다.

「옛날 선왕 때 좌승상을 지냈던 감무의 손자에 감라라는 아이가 있습니다. 나이는 비록 어리다고 하나 그는 명문의 자제라 그 지혜와 언변이 매우 뛰어납니다. 근자에 장당이 몸이 아프다고 핑계를 대며 연나라에 가서 그 나라의 상국을 하지 않겠다고 버티던 그를 감라가 가서 한마디 말로 설득하여 즉시 저의 부탁을 받아드리도록 했습니다. 그가 다시 신에게 청하기를 자기가 앞서 조나라에 가서 장당이 조나라를 무사히 지나갈 수 있도록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대왕께서는 부디 그의 청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진왕이 즉시 감라를 불러 접견을 하니 그의 키는 단지 5척에 불과한 동자였으나 이목구비만은 마치 그림을 보는 듯 수려했다. 진왕이 매우 기뻐하여 감라를 향해 물었다.

「어린 동자가 조왕을 만나 무슨 말로 그를 대하려고 하는가?」

「조왕의 얼굴에 나타나는 기쁨 마음과 두려움을 살펴 그때마다 임기응변을 발휘하여 그를 설득할 것입니다. 바람이 불어 물결이 이는 듯이 조왕을 대할 것이니 미리 무슨 말을 할 것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진왕이 호화롭게 장식한 커다란 수레 열 대에 종복 100명을 내주며 감라를 조나라에 보내는 사자로 삼았다.

3. 孺子之智 大于其身(유자지지 대우기신)

- 어린 동자의 지혜가 그 몸보다 크도다! -

조나라의 도양왕은 그때 진나라와 연나라가 수호를 맺었다는 소식을 듣고 두 나라가 힘을 합쳐 양쪽에서 협공을 해 오지 않을까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진나라에서 사자를 보내왔다는 보고를 받았다. 도양왕은 뛸 듯이 기뻐하며 즉시 성문 밖 20리까지 나가 교외에서 감라를 영접했다. 그러나 진나라에서 왔다는 사신이 감라라는 이름의 어린 동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도양왕은 마음속으로 기이하게 생각하며 감라를 향해 물었다.

「옛날 진나라를 위해 한나라의 삼천(三川)을 공략하여 주나라로 통하는 길을 열었던 사람에 감무(甘茂)라는 장군이 있었는데 선생은 그 사람과 어떤 사이입니까?」

「그분은 저의 조부 되십니다.」

「선생은 지금 나이가 몇 살이나 되십니까?」

「올해로 12살이 되었습니다.」

「진나라의 조정에는 다른 나라로 사자로 보낼 연장자는 모두 동이 났습니까? 어찌하여 선생과 같은 어린 사람에게까지 차례가 돌아갔습니까?」

「진왕께서는 사람을 쓰실 때는 각기 그 능력에 따라 임무를 맡기십니다. 연장자는 모두 큰일을 맡기시고 연소자는 적은 일을 맡기십니다. 진나라 조정에서 저의 나이가 제일 어리기 때문에 저로 하여금 조나라에 사자로 가도록 명하셨습니다.」

도양왕은 감라의 나이가 비록 어리지만 성정과 재주가 뛰어남을 알고 마음속으로 참으로 기이하게 생가하며 다시 물었다.

「선생께서는 천리 길을 무릅쓰고 우리나라를 찾으심은 무슨 가르침이 있어서 입니까?」

「대왕께서는 연나라의 태자단이 진나라에 인질로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알고 있습니다.」

「대저 연나라가 태자를 진나라에 인질로 보냈다는 것은 진나라를 속이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또한 진나라의 대신 장당이 연나라에 가서 상국을 맡아보기로 한 일은 그 역시 진나라도 연나라를 속이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과 연 두 나라가 서로 속이지 않고 수호를 맺는다면 조나라는 위태롭게 되지 않겠습니까?」

「진나라가 연나라와 수교를 맺으려고 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 때문이라고 선생은 생각하십니까?」

「진나라가 연나라와 수교를 맺은 목적은 두 나라가 힘을 합하여 조나라를 남북에서 협공하여 진나라가 점령하고 있는 하간(河間) 땅을 넓히기 위함입니다. 대왕께서는 차라리 하간의 다섯 성을 떼어 진나라에 바쳐 진나라로 하여금 하간의 땅을 넓히게 하십시오. 그러면 제가 돌아가 진왕께 주청드려 장당 장군의 연나라에로의 행차를 중지시켜 두 나라의 수호를 끊게 하고 오히려 조나라와 강화를 맺도록 하겠습니다. 진나라가 돕지 않는다면 대저 강한 조나라가 약한 연나라를 공격하여 진나라에 바친 하간의 다섯 개 성을 보충할 수 있습니다.」

도양왕이 크게 기뻐하며 감라에게 황금 백일과 백벽 두 쌍을 상으로 내리고 하간의 다섯 개의 성에 대한 지적도를 감라에게 주어 진왕에게 바쳤다. 감라가 진나라에 돌아와 진왕에게 지도를 바치며 조나라에 다녀온 일을 복명하였다. 진왕이 기뻐하며 말했다.

「하간의 땅을 어린 동자 덕분에 넓히게 되었다. 어린 동자의 지혜가 그의 몸보다 더 크도다!」

진왕이 즉시 장당의 출발을 중지시켰다. 자기가 연나라에 가지 않게 되었음을 기뻐한 장당은 감라에게 마음속 깊이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장당이 연나라로 출발하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게 된 조나라는 진나라가 연나라를 돕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즉시 대군(代郡)을 지키고 있던 이목에게 명하여 연나라를 정벌하도록 했다. 이목은 연나라로 쳐들어가 상곡(上谷)7)의 30여 개의 성을 점령한 후에 그 중 19개 성은 조나라가 차지하고 나머지 11개 성은 진나라에 바쳤다.

상곡의 땅까지 차지하게 된 것은 모두가 감라의 공이라고 생각한 진왕은 그를 상경에 책봉하고 다시 옛날에 감무의 소유였던 전답과 저택을 주었다.

4. 高才不壽(고재불수)

- 뛰어난 재사는 오래 살지 못하다. -

지금 세상에 전해 내려오는 옛날이야기 중에 감라라는 사람이 12살에 진나라의 상경에 제수되었다는 이야기는 이를 두고 이르는 말이다. 이 일을 노래한 시가 있다.

말 몇 마디로 땅을 얻어 하간의 관할을 넓히고

다시 상곡의 땅을 연나라에서 빼앗아 강역을 넓혔다.

이렇게 대공을 세운 사람은 어린 동자였으니

하늘로부터 얻은 지혜라 어찌 나이를 따지겠는가?

片言納地廣河間(편언납지황하간)

上谷封疆又割燕(상곡봉강우할연)

許大功勞出童子(허대공노출동자)

天生智慧豈因年(천생지혜개인년)

또 다른 시가 한 수 더 있다.

감라는 조숙하였고 강태공은 만성하였다.

만성과 조숙이 농함은 모두가 시세에 따름인데

춘화와 추국을 자세히 살펴보라

때가 되면 어김없이 피어나지 않는가?

甘羅早達子牙遲(감라조달자아지)

遲早窮通各有時(지조궁통각유시)

淸看春花與秋菊(청간춘화여추국)

時來自發不愆期(시래자발불연기)

그때 진나라에 인질로 와서 지내고 있던 연나라의 태자단은 진나라가 연나라와의 약속을 위반하고 조나라와 수교를 맺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이후로 마치 바늘방석에 앉은 것처럼 불안해져서 진나라에서 도망쳐 귀국하고 싶었으나 혹시나 도망가다 진나라 군사들에게 잡히지나 않을까 걱정하여 감히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감라의 이야기를 듣고 그와 교우를 맺은 후에 그의 지혜를 빌려 연나라로 돌아가려는 계책을 얻으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감라가 잠을 자고 있는데, 꿈속에서 붉은 옷을 입은 천계의 관리가 부절을 들고 찾아와 말을 전했다.

「상제의 명을 받들어 하늘나라로 모시려고 왔습니다.」

감라는 꿈에서 깨어나 얼마 있지 않다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숨을 거두었다. 커다란 재주를 지니고 있는 사람은 장수하지 못한다는 말대로 감라는 애석하게도 열여덟이라는 어린 나이에 죽고 말았다. 태자단은 할 수 없이 진나라에 계속 머물러야 했다.

5. 善淫嫪毐(선음노애)

- 음사에 절륜한 노애가 양물을 자랑하다. -

한편 여불위는 양기가 세고 방중술에 능하여 장양왕후 즉 조희로부터 총애를 받아 궁궐의 내궁 출입을 거리낌 없이 해왔으나 진왕 정이 장성함에 따라 총기가 뛰어나고 사리에 밝은 출중한 청년이 되자 자기의 행동에 대해 두려운 생각을 품게 되었다. 그러나 태후의 음욕은 세월이 갈수록 더욱 강해져 시도 때도 없이 아무 때고 여불위를 내궁인 감천궁(甘泉宮)에 불러들여 음욕을 채웠다. 태후와의 사통이 탄로 나면 하루아침에 화가 자기의 몸에 미치게 됨을 두려워한 여불위는 자기를 대신할 사람을 골라 태후에게 바치려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그러나 태후의 음욕을 충족시켜 줄 사람을 찾는 일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불위는 시중에 양물(陽物)이 크기로 이름이 나 있는 노대(嫪大)라는 사람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되었다. 노대가 살고 있던 마을에서는 음탕한 부녀자들이 그를 두고 서로 다투고 있다는 소문이 여불위의 귀에까지 들려 왔기 때문이었다. 진나라 말에 음행을 즐겨하는 사람을 애(毐)라고 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노애(嫪毐)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가 결국 간음죄를 저지르고 옥사에 갇히게 되었으나, 그때 마침 여불위가 알고 방면시켜 주고는 그를 불러 승상부의 심부름하는 사인으로 삼아 곁에 두었다.

진나라 풍속에 농사철이 끝나면 온 나라가 3일 동안 마음껏 노래와 춤으로 즐기며 일 년 동안의 고생스러웠던 노고를 잊는 절기가 있었다. 그 날이 되면 모든 백성들은 한 가지라도 특기나 재주를 갖고 있는 사람은 모두 나와서 온갖 놀이를 벌이는데, 특히 남이 따라 하지 못하는 재주를 갖고 있는 사람은 이 날 여러 사람들 앞에서 그 재주를 자랑했다. 여불위가 노애를 데리고 시정에 나가 오동나무로 수레바퀴를 만들어오게 하여 노애에게 주었다. 노애가 땅에 누워 그의 양물을 수레바퀴 가운데에 끼고 허공을 향해 빙글빙글 돌렸으나 그의 양물은 아무런 상처가 나지 않았다. 노애의 특이한 장기를 구경하던 사람들은 모두 웃음을 참지 못하고 폭소를 터뜨렸다.

6. 僞腐入宮(위부입구)

- 거짓으로 궁형을 받고 진나라 내궁을 들어간 노애 -

태후가 그 소문을 듣고 여불위를 불러 물으면서 마치 그런 양물을 지닌 자를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여불위가 눈치를 체고 태후의 마음을 떠보았다.

「태후께서 그를 한번 만나보시겠다면 신이 그를 대령하겠습니다.」

태후가 듣고 웃기만 할뿐 선뜻 대답하지 않다가 한참을 생각한 다음에서야 말했다.

「대감은 나를 놀리십니까? 그는 궁 밖에 사는 사람인데 어찌 그를 내궁으로 들인단 말입니까?」

「신에게 한 가지 계책이 있습니다. 사람을 시켜 그의 옛날 죄를 밝혀 궁형의 죄를 내리게 한 후에 태후께서는 그의 형을 집행하는 옥리에게 뇌물을 주어 거짓으로 형을 집행하게 하십시오. 그런 그를 내시로 만들어 궁중에 들게 한다면 일에 만전을 기할 수 있습니다.」

태후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참으로 묘한 계책입니다.」

태후가 즉시 여불위에게 황금 백금을 내 주어 형리에게 뇌물로 주도록 했다. 여불위는 아무도 몰래 노애를 불러 자기의 계획을 말해주었다. 노애는 원래 음탕한 자라 즐거운 마음으로 자기는 보기 드문 행운을 잡았다고 생각하며 여불위의 계책을 받아들였다. 여불위가 과연 노애가 옛날 저지른 간음죄를 밝혀 그에게 궁형의 죄를 내리도록 명했다. 여불위는 다시 태후가 준 백금의 황금을 옥리들에게 뇌물로 나누어주고 당나귀의 양물을 잘라 피와 함께 취하여 형을 집행한 것처럼 꾸몄다. 그런 다음 노애는 스스로 자기의 수염과 눈썹을 모조리 뽑아 버렸다. 노애의 형을 담당했던 옥리는 일부러 당나귀의 양물을 형장 주위에 전시해 놓고 노애의 것이라는 방문을 붙여 놓았다. 형장에서 양물을 구경한 사람은 모두가 그 크기에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노애는 거짓 궁형을 당하고 마치 환관의 모습을 하고 내시들 틈에 끼어 궁궐로 들어갔다.

노애는 내궁에서 태후를 모시는 내시가 되었다. 이윽고 밤이 되자 태후가 노애를 불러 시험삼아 잠자리를 같이해 본 결과 과연 욕정을 마음껏 풀 수 있어 여불위하고 할 때보다 열 배는 더 좋았다. 다음 날, 여불위를 불러 많은 선물을 주고 노애를 보내 준 노고를 치하했다. 여불위는 드디어 태후의 욕정에서 몸을 빼낼 수 있게 되었다. 태후와 노애는 마치 부부지간이나 되는 듯이 항상 같이 지내면서 음락을 즐겼다. 그런지 얼마 되지 않아 태후는 노애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다. 아이를 출산하게 될 때 노애와의 치정을 숨길 수 없다고 생각한 태후는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자리에 누웠다. 태후는 노애에게 황금을 주어 점쟁이를 매수하게 하여 거짓 점괘로 감천궁에는 액운이 끼어 있어 200리 서쪽으로 몸을 피해야 한다고 말하게 했다. 그때 태후와 여불위의 간통 사실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던 진왕은 태후를 잠시 멀리 떠나보내 여불위가 태후궁에 드나드는 행위를 막을 수 있음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즉시 좌우에게 명했다.

「옹주(雍州)는 함양과 서쪽으로 200백여 리가 떨어져 있고 게다가 옛날에 선왕들이 기거하던 궁전이 아직 온전하게 보존되고 있으니 태후께서 가셔서 묶으시게 하라!」

이어서 태후는 거처를 옹성으로 옮기면서 노애를 마부로 삼아 데려갔다. 옹성의 고궁을 대정궁(大鄭宮)이라고 고쳐 부르게 한 태후는 노애와 아무 것도 거리끼지 않고 더욱 친근하게 지냈다. 두 사람은 옹성에 옮겨와 살면서 2년 동안에 아들을 둘이나 낳아 밀실을 짓고 그곳에다 숨겨 아무도 몰래 길렀다. 더욱이 그녀는 노애에게 앞으로 왕이 죽게 된다면 그들의 아들을 그 후계라 삼겠다고 약속했다. 태후를 모시던 측근들은 두 사람의 모의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그들의 권세가 무서워 아무도 감히 입 밖으로 발설하지 못했다. 태후는 진왕에게 노애가 왕을 대신해서 자기의 봉양을 극진히 모신 공이 있음으로 토지를 주고 후로 봉하도록 청했다. 진왕은 태후의 명령을 받들어 노애를 장신후(長信侯)로 봉하고 산양(山陽)8)의 땅을 식읍으로 하사하였다. 노애의 일가들은 모두 부귀영화를 누리게 되었고 그는 더욱 방자하게 되었다. 노애는 태후로부터 매일 셀 수도 없는 많은 상을 받았다. 또한 궁실의 거마를 타고 사냥이나 놀이를 마음대로 나갈 수 있었으며 궁궐의 크고 작은 일들은 모두 그가 도맡아 행했다. 노애는 자기의 부중에 수천 명의 종복들을 두고 부렸으며, 또한 노애를 찾아온 빈객들은 환관이 되겠다고 하며 그의 사인이 된 사람도 천여 명이 넘었다. 다시 함양에 살고 있는 조정의 높은 고관들에게 뇌물을 주고 사당을 결성하자 그에게 빌붙어 더 높은 권력을 차지하려는 자들이 앞을 다툰 결과 노애의 위세는 오히려 문신후보다 더 높아졌다.

진왕 9년 즉 기원전 238년 봄철에 혜성이 나타나 그 꼬리가 하늘을 길게 가로질렀다. 태사가 점을 치며 말했다.

「나라 안에 병란이 있을 징조입니다.」

옛날 진양공(秦襄公)9)은 부치(鄜畤)에 사당(祠堂)을 세운 다음 백제(白帝)에게 제사를 지냈고 다시 진덕공(秦德公)은 옹(雍)으로 천도한 후에 성 밖 교외에 제단을 세우고 대천명산의 신들에게 지내는 교천제를 지냈다. 진목공(秦穆公)이 다시 보부인(寶夫人)을 위해 사당을 세우고 해마다 제사를 지냈다. 진나라 공실은 이 세 개의 제사를 해마다 거르지 않고 지내는 행사를 공실의 규범으로 삼았다.10) 후에 진나라가 도성을 함양으로 옮겼지만 진나라 왕들은 백제를 모시던 사당이 있는 부치(鄜畤), 보부인을 모신 보계사(寶鷄祠), 옹성의 교외에 세운 교천단(郊天壇) 이 세 곳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들려 제사를 올리는 것을 진나라 왕실의 규범으로 삼고 있었다.

7. 假父之乱(가부지란)

- 옹성(雍城)에서 란을 일으키는 가짜 환관 노애 -

태후가 옹성에 기거한 후에도 진왕은 매년 백제(白帝)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해 옹성에 들렸다가 태후을 문안했다. 진왕은 옹성에서 제사를 지내는 전례를 올릴 때는 항상 기년궁(祁年宮)에 기거했다. 옹성의 교천단에는 제사를 봄철에 지냈다. 마침 제사를 지낼 때를 맞추어 하늘에 긴 꼬리의 혜성이 나타난 것이었다. 옹성에서 제사를 올리기 위해 행차를 하게 된 진왕 정은 대장 왕전에게 명하여 함양 성안에서 3일 동안 군사를 대대적으로 사열하고 여불위와 함께 도성을 지키도록 했다. 다시 환의(桓齮)에게 3만의 군사를 이끌고 기산(岐山) 밑에 주둔하며 비상사태에 대비하라고 명한 다음에서야 어가를 움직여 옹성으로 향했다.

그때 진왕은 나이가 이미 26세에 이른 성년이 되었으나 여전히 성인식을 올려 관을 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에 이르서야 태후가 명하여 덕공(德公)을 모신 사당에서 성인식을 치러 관례를 올리도록 했다. 관례를 올림으로써 허리에 칼을 차고 다닐 수 있게 된 진왕은 백관들에게 큰 연회를 베풀어 5일 동안을 마음껏 먹고 마시며 즐기게 했다. 태후도 역시 대정궁에서 잔치를 벌려 진왕과 함께 즐겼다. 그런데 노애가 분에 넘치는 복을 누리다다가 결국은 사단을 일으키고 말았다. 노애는 진왕의 측근 대신들과 술을 마시며 도박판을 벌렸다. 이윽고 4일 째 되는 날, 노애가 중대부 안설(顔泄)과 도박을 하다가 연전연패하여 벌주를 계속해서 마셔 고주망태가 되어 버렸다. 술에 취해 내기를 계속하자고 조르는 노애의 청을 안설이 거절했다. 그러자 분노한 노애가 안설의 멱살을 잡고 손바닥으로 뺨따귀를 올려 부쳤다. 안설이 지지 않고 노애의 관끈을 잡아 당겨 끊어 버렸다. 노애가 길길이 날뛰며 두 눈을 부릅뜨고 안설을 책망했다.

「나는 곧 지금 왕의 의붓아비인데 너 같은 한낱 미천한 자가 어찌 감히 나에게 덤벼든단 말이냐?」

안설이 노애의 말을 듣고 두려워 떨며 그의 앞에서 달아나는데 그때 마침 태후와 술을 마시다가 자리를 파하고 그 뒤를 따라 대정궁 궁문 밖으로 나오고 있던 진왕의 일행과 맞닥뜨리게 되었다. 진왕을 본 안설은 땅에 엎드려 머리를 땅에 부딪치고 눈물을 흘리며 자기를 죽여 달라고 하소연했다. 진왕은 원래 기지가 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안설에게 한 마디도 대꾸하지 않으며 단지 좌우에게 안설을 일으켜 기년궁으로 데려가도록 명하고 자세한 내막을 그때 묻겠다고 했다. 이윽고 기년궁에 당도하여 진왕과 마주 대한 안설은 노애가 자기의 뺨을 후려치며 스스로 왕의 의붓아비라고 했다고 말하며 노애와 있었던 일의 전말을 모두 고해바쳤다.

「노애는 실은 환관이 아닙니다. 그는 거짓으로 궁형을 당했다고 꾸며 아무도 몰래 태후의 잠자리 시중을 들다가 지금은 태후로부터 두 아들을 낳아 대정궁 안에서 비밀리에 기르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진나라 왕위를 찬탈할 역모를 일으킬 것입니다.」

진왕이 사건의 전말을 알고 대노하여 비밀리에 병부(兵符)를 왕의(王齮)에게 보내 군사를 이끌고 옹성으로 진군해 오도록 명했다.

그때 내사(內史)11) 사(肆)와 좌익(佐弋)12) 갈(竭) 두 사람은 평소에 태후와 노애로부터 뇌물을 받고 그들과 비밀리에 결당하고 있었다. 그들은 안설의 밀고 사실을 알고 황급히 노애가 있는 부중으로 달려가 고했다. 노애는 이미 술에 깨어 있다가 두 사람의 말을 듣고 크게 놀라 즉시 대정궁으로 달려가 태후를 찾아 그 동안의 사정을 말했다.

「오늘 우리가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은 환의의 대군이 이 곳에 당도하기 전에 궁궐의 모든 위병들과 부중의 빈객 및 사인들을 동원하여 기년궁을 공격, 왕을 죽여야만 우리 부부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습니다.」

「궁궐의 호위병들이 과연 내 명령을 듣고 왕을 공격하겠는가?」

「태후께서 인장을 내주시면 진왕의 옥새 대신 사용하겠습니다. 제가 ‘기년궁에 도적이 들어 진왕께서 궁기병(宮騎兵)과 위병들을 모두 동원하여 역도들을 소탕하고 어가를 구원하라는 명을 받았다.’라고 말한다면 아무도 나의 명을 따르지 않는 병사들은 없을 것입니다.」

태후도 그때에 이르러서는 진왕을 죽이고 노애의 소생들을 왕위에 앉히려는 생각을 품고 말했다.

「모든 일은 그대가 알아서 행하라!」

태후가 자기의 인장을 노애에게 내 주었다. 노애는 진왕의 이름으로 조서를 작성하고 그 위에 태후의 인장을 찍어 돌려 궁기병들과 위병들을 모두 불러들였다. 노애의 부중에 살던 빈객이나 사인들도 같이 불러들였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부산을 떨던 노애는 다음 날 정오가 되어서야 비로소 궁기병, 위병, 빈객과 사인들을 모두 모아 준비를 끝낼 수 있었다. 노애는 내사사와 좌익갈과 함께 그들을 삼 대로 나누어 각기 한 대씩 이끌고 대정궁을 나가 진왕이 묶고 있던 기년궁을 포위했다. 왕의의 군사들이 일각이라도 빨리 달려오기만을 살펴보기 위해 높은 누각에 올라 밖을 살펴보던 진왕은 궁기병을 위시한 많은 군사들이 바깥을 둘러싸고 자기가 있는 묶고 있던 기년궁을 범하려는 모습을 보고 좌우에 있던 측근에게 무슨 연유인지를 물었다. 측근 한 사람이 앞으로 나와 대답했다.

「장신후가 기년궁에 도적이 들었다고 해서 궁기병과 위병들이 특별히 대왕의 어가를 구하기 위해 출동했다 합니다.」

「장신후가 바로 도적인데 어찌 궁중에 도적이 들었다고 하는가?」

진왕의 말을 전해들은 궁기병과 위병들은 그 중 절반은 흩어져 달아나 버리고 나머지 제법 담대한 자들은 오히려 무기의 방향을 거꾸로 돌려 노애가 동원한 빈객과 사인(舍人)들을 공격했다. 진왕이 큰 소리로 외쳤다.

「노애란 놈을 사로 잡아오는 자는 상으로 백만 전을, 그를 죽여 머리를 베어오는 자에게는 오십만 전을 내리겠다. 역당의 머리를 한 개라도 바치는 자에게는 일급의 작록을 내리고 비록 그 신분이 노예나 비천한 신분에 처한 자 일지라도 같은 상을 주겠다. 」

진왕의 말을 듣고 환관이나 정원이나 마구간에서 일하던 천노(賤奴)들도 모두 뛰쳐나와 죽을힘을 다해 노애의 사병들에 대항하여 싸웠다. 궁궐 밖의 백성들도 노애가 반란을 일으켰다는 소식을 듣고 그들도 역시 몽둥이를 손에 들고 달려와 도왔다. 노애의 빈객과 사인들은 궁기병과 백성들에 둘려 싸여 협공을 당한 결과 죽은 사람의 숫자는 수백 명에 달하게 되어 노애는 싸움에 지고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간신히 혈로를 열고 동문 쪽으로 나가 기년궁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노애의 일행은 몇 발자국도 띠기도 전에 그때 마침 기년궁을 향해 달려오던 환의의 대군과 마주치게 되었다. 노애는 속절없이 내사사와 좌익갈과 함께 왕의의 군사들에게 포박을 받아 사로잡히고 말았다. 진왕은 노애 일당을 모조리 옥에 가두고 고문을 행하여 반란의 실상을 밝히도록 하고 다시 친히 대정궁으로 나가 샅샅이 뒤져 밀실에 숨겨 놓은 노애의 두 아들을 찾아낸 후에 좌우에게 명하여 그들을 부대 안에 넣고 몽둥이로 때려죽이게 했다. 태후의 마음은 찢어지는 듯이 고통스러웠으나 감히 살려주라는 말을 할 수 없어 문을 굳게 닫아걸고 눈물만을 흘릴 뿐이었다. 그러나 진왕은 태후를 찾아 인사도 드리지 않고 기년궁으로 돌아간 후에 태사가 친 점이 맞았다고 해서 그에게 십만 전의 상금을 하사했다. 노애의 문초를 담당했던 옥리가 와서 알아낸 사실을 진왕에게 고했다.

「노애가 거짓으로 궁형을 당했다고 꾸며 내궁으로 들어간 일은 모두 문신후 여불위의 생각이었습니다. 노애와 목숨을 걸고 결사를 맺은 자들은 내사사, 좌익갈 등을 포함해 모두 20여 명에 달합니다.」

진왕이 명을 내려 노애는 기년궁 동문 옹성의 동문 밖으로 데리고 나가 거열형에 처하고 다시 그의 삼족을 멸하도록 했다. 내사사와 좌익갈은을 참수형에 처하고 그의 머리는 백성들이 많이 다니는 길에 효수시켰다. 노애의 빈객과 사인들 중 반란군에 가담하여 칼을 들고 대항한 자들은 모두 사형에 처했으며, 역모에 직접 가담하지 않은 자들은 옹성에서 몇 천리 떨어진 먼 땅인 촉(蜀) 땅으로 옮겨 살게 했는데 모두 합하여 사천여 호나 되었다. 태후는 그 인장을 역도에게 내주어 반란을 도왔다고 해서 국모로 모실 수 없다고 봉록을 줄이고 옹성 내의 또 다른 고궁으로 사람이 거처하지 않고 있었던 역양궁(棫陽宮)으로 옮겨 살게 했다. - 역양궁은 옹성의 이궁(離宮) 중에서 제일 규모가 작은 곳이었다.- 이어서 군사 3백 명으로 하여금 지키게 하고 어떤 사람이건 나들이를 할 때는 철저하게 심문하게 하여 출입을 통제하도록 했다. 태후는 마치 죄인과 같은 처지가 되어 그 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

진왕이 노애의 란을 진압하고 함양성에 돌아왔으나 죄를 받을까 두려워한 상보 여불위는 거짓 아프다고 핑계를 대고 감히 조정에 나와 진왕을 알현을 하지 못했다. 진왕이 붙잡아 와서 죽이려고 주위의 신하들에게 그 의견을 물었다. 여불위로부터 은혜를 입은 조정의 많은 신하들은 모두가 입을 모아 여불위를 두둔하였다.

「여불위는 선왕을 도와 사직에 큰공을 세운 사람입니다. 하물며 노애와는 대질 심문도 벌이지 않아 그가 토설한 말의 허실도 확인할 수 없는데 그를 연좌시켜 죄를 묻는 일은 옳지 않습니다.」

진왕은 여불위의 죄를 용서하고 죽이지 않았으나 승상의 자리에서 면직시켜 그의 인장을 회수했다. 환의는 역도들을 생포하여 공을 세웠다고 하여 그의 봉록과 작위를 높여주었다. 그해 여름 사월에 진나라에 대한(大寒)이 들고 서리와 눈이 내려 수많은 백성들이 얼어서 죽었다. 진나라의 백성들이 모여 수근 거렸다.

「진왕이 그의 모친을 유폐시켜 자식의 도리를 하지 않으니 하늘이 노하여 이런 이상 기후를 내리신 것이다.」

대부 진충(陳忠)이 진왕을 알현하고 간했다.

「세상에 부모 없는 자식이 어디 있습니까? 마땅히 태후를 함양성으로 모셔와 효도를 행해야만 하늘에서 내린 변란이 물러 갈 것입니다.」

진왕이 대노하여 좌우에게 명하여 그를 발가벗기고 가시덤불 위에 던진 후에 몽둥이로 쳐서 죽여 그의 시체를 대궐 밖에 전시했다. 이어서 시체 옆에 방을 써서 붙이게 했다.

「태후의 일로 와서 간하는 자가 있다면 이와 같이 되리라!」

그러나 진나라의 신하들은 줄을 이어 찾아와 간언을 올리는 일을 중지하지 않았다.

< 제 105호로 계속 >

주석

1)임조(臨洮)/지금의 감숙성(甘肅城) 민현(岷縣) 경내

2)팔척오촌(八尺五寸)/ 전국 때 한 자는 약 22-23cm 였음으로 진왕의 신장은 약 185-190cm 정도임

3)하간(河間)/전국 때 조나라 영토로서 장하(漳河)와 황하(黃河) 사이의 땅을 말한다.

4)감무(甘茂)/전국 때 진(秦)나라 대신. 하채(下蔡 : 지금의 안휘성 봉태현(鳳台縣)) 사람. 백가의 술을 배워 진혜왕(秦惠王)에게 임용되었다. 진무왕(秦武王)이 진왕의 자리에 오르자 촉후(蜀侯) 휘(煇)가 반란을 일으켰다. 감무가 무왕의 명을 받고 출전하여 촉후의 란을 평정하고 돌아오자 감무를 좌승상(左丞相)에 제수하였다. 무왕 3년( 기원전 308년)에 진나라가 삼천(三川)의 주나라 지방을 욕심 내며 주왕실을 넘봤다. 감무가 진무왕에게 상주하기를 먼저 한나라를 공격하여 진나라의 강역을 넓히고 진나라와 한나라는 서로 국경을 접해야 한다고 했다. 진소왕(秦昭王)이 무왕의 뒤를 잇자 초나라는 한나라를 공격하였다. 한나라는 진나라에 구원을 청했다. 감무가 진소왕을 설득하여 한나라를 구원하게 했다. 이후로 우승상(右丞相) 저리질(樗里疾)과 협력하여 진나라의 모든 힘을 경주하여 위나라를 정벌하려는데 중점을 두었다. 위나라를 정벌하기 위해서 한나라와의 관계를 개선하려고 했으나 진소왕의 총애를 받고 있던 상수(向壽) 등의 의견과 충돌하여 그들로부터 참소를 받아 제나라로 도망쳤다. 제나라는 감무를 상경에 임명했다. 후에 초나라에 사자로 가자 진왕이 진나라에 돌아오라고 유인하였으나 응하지 않았다. 후에 위나라에 가서 그 곳에서 죽었다.

5)항탁(項橐)/춘추 때 사람으로 그의 나이 7살 때 공자의 스승이 되었다는 전설적인 사람.

6)음밀(陰密)/지금의 감숙성 영대현(靈臺縣) 서남

7)상곡(上谷)/ 전국 때 연나라 장군 진개(秦開)가 동호(東胡)를 정벌하고 그곳에 설치한 군현이름이다. 지금의 하북성 적성(赤城), 북경시 연경(延慶) 이서, 창평(昌平)과 내장성(內長城) 이북, 하북성 소오대산(小五臺山), 장가구(張家口) 이동 일대를 관할 했다.

8)산양(山陽)/지금의 하남성 초작시(焦作市) 동남

9)진양공(秦襄公 : 재위 기원전 780-766년)/ 춘추 초기 섬진(陝秦)의 군주로 서주가 견융(犬戎)의 침입으로 호경(鎬京)에서 낙양으로 천도할 때 당시 진나라는 주나라의 부용국(附庸國)에 불과했었으나 진양공이 군사를 보내와 주평왕을 도와 주나라가 낙양으로 동천하는데 많은 공을 세웠다. 이에 주평왕은 진양공을 진백(秦伯)에 봉하여 정식 제후국으로 삼아 호경 이서의 땅에서 견융을 몰아 낼 경우 그 땅은 모두 진나라에 속한다고 명했다.

10)진나라 초기의 계보는 다음과 같다.

①양공(秦襄公 : 재위 기원전 778-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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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문공(文公: BC766-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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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자 정(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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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영공(寧公 : BC728-704) : 감숙성 천수현(天水縣)의 진읍(秦邑)에서 지금의 섬서성 보계시(寶鷄市) 평양(平陽)으로 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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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⑤장남 무공(武公 : BC 698-678)

⇒ ⑥이자 덕공(德公 : BC 678-676)

⇒ ④삼자 출자(出子 : BC 704-698)

덕공(德公) : 평양에서 지금의 섬서성 봉상현(鳳翔縣) 경내의 옹(雍)으로 천도

⇒⑦ 장남 선공(宣公 :BC 676-664)

⇒⑧ 이자 성공(成公 : BC684-660)

⇒⑨ 삼자 목공(穆公 : BC660-621)

11)내사(內史)/①서주(西周) 때 시작된 관직의 이름으로 궁중내의 간책(簡冊)을 관리하고 제후와 경대부들의 임면에 관한 왕명의 출납을 관장했다.②고대의 행정구역. 진한(秦漢)때 경기(京畿) 지방에 설치하여 군을 대신한 행정구역의 이름. 진나라에서 처음 시작하여 함양을 관할 구역으로 하였다.

12)좌익(佐弋)/진한(秦漢) 시대 때 구경(九卿) 밑의 소부(少府)에 속한 관리의 이름. 좌익(左弋)이라고도 하며 좌익령(佐弋令)의 약자이다. 왕실이나 황실의 제사상에 올리는 오리와 기러기를 사냥하여 바치는 임무와 화살 및 쇠뇌의 제조를 감독하고 그 생산품을 왕실과 황실 및 변경의 지방 군현에 공급하는 임무를 관장했다.

[평설]

기원전 237년은 진왕 영정(嬴政) 즉 진시황 10년이다. 이 해에 진시황은 여불위를 재상의 자리에서 면직시키고 친정체제로 들어갔다. 그 이전에도 진시황은 조나라를 공략하는 일에 직접 참여한 적은 있었다.

기원전 242년 진군이 위나라의 산조(酸棗) 등의 땅을 점령하고 그 땅에 동군을 설치하자 위와 조 두 나라의 재상들이 가(柯) 땅에서 회견하여 진나라에 공동으로 대처하는 문제를 상의했다. 진나라는 조와 위 두 나라가 서로 구원하기 위해 동맹을 맺은 사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나라가 비록 국세가 진나라에 비해 현저히 약하다고는 하나 장평에서의 싸움에 패한 이래 이미 10여 년이 흐른 상태에서 국력이 어느 정도 회복되고, 다시 명장들인 방훤과 이목 등이 등장하여 강력한 전투력을 갖춘 기병대를 창설하여 이미 무력해진 그 밖의 5국에 비해 가장 강력한 전투력을 갖추고 있었다. 진나라가 조나라의 국력을 가능하면 빠른 시간 안에 약화시키기 위해서는 위와 조가 직접적으로 국경을 접하는 상황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도 가장 시급한 당면문제였다.

기원전 240년 기선을 제압하여 조나라의 중산(中山) 지역을 점령하고 다시 위나라의 급(汲) 땅을 탈취함으로 해서 조와 위 두 나라의 영토가 직접적으로 맞닿지 못하게 하여 조나라를 삼면에서 포위하는 형태를 취했다.

그 다음 해인 기원전 239년 진시황이 그의 동생 장안군(長安君) 성교(成嶠)에게 군사를 주어 조나라를 공격하도록 명했다. 그러나 성교는 조나라로의 행군을 멈추고 둔류(屯留)에 머물고는 진시황을 향해 반기를 들었다. 진시황은 과감한 행동으로 반란을 신속하게 진압하고 다시 반란군의 장수 번오기가 진시황을 토발해야 한다는 격문을 제후들에게 보낸 장면이 이 회의 내용이다.

이어서 진시황은 세객을 연나라에 보내 연과 조 두 나라 관계를 이간시켜 연나라로 하여금 진나라 편에 서도록 했다. 이에 연나라는 태자 단(丹)들 진나라에 인질로 보냄으로써 조나라는 마침내 고립되고 말았다. 후에 어린 동자 감라가 다시 조나라에 사자로 가서 조나라로 하여금 하간(河間)의 5개 성을 진나라에 바치고 대신 연나라의 땅을 빼앗게 해서 연과 조 두 나라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게 했다. 조나라는 연나라를 공격하여 얻은 영토의 일부를 다시 진나라에 나누어주기도 했다. 감라가 외교수단을 통하여 조와 연 두 나라가 서로 싸우게 하고 두 나라를 서로 경쟁적으로 진나라에 친숙하게 만듬으로 해서 두 나라의 국력은 급격하게 약화되어 갔다. 이로써 진나라는 조와 연 두 나라를 점령하기 위한 전단계로써의 목적을 달성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