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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5-11 21:58:364732 
백리해6. 의형(義兄) 건숙(蹇叔)을 진목공에게 천거하는 백리해
양승국
일반

백리해6. 의형(義兄) 건숙(蹇叔)을 진목공에게 천거하는 백리해


진목공은 백리해가 재주가 매우 출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그를 상경(上卿)의 직에 제수하려고 하였다. 백리해가 사양하면서 말했다.

" 신의 재주는 신의 의형(義兄)인 건숙(蹇叔)에 비해 그 십분의 일도 못 미칠 것입니다. 군주께서 만약 나라를 다스려 부강하게 만드시고자 하신다면 건숙을 청해 상경에 임명하시고 저로 하여금 그를 돕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


목공 " 선생의 재주는 내가 보았으니 알겠으나 건숙의 현명함에 대해서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


백리해 " 건숙의 현명함은 어찌 유독 군주께서만 모르신다고 하겠습니까? 비록 그가 살았었던 제나라나 지금 살고 있는 송나라조차도 역시 그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가 지혜로운 선비라는 사실은 저 혼자만이 알고 있는 일입니다. 신이 옛날에 제나라로 벼슬을 구하러 갔을 때 제나라의 공자 무지(無知)에게 출사하려고 하던 것을 건숙(蹇叔)이 신에게 불가하다고 제지하였습니다. 그래서 건숙의 말을 따라 신은 제나라를 떠나게 되어 결국 공자무지가 당한 화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곧이어 주나라로 가서 왕자퇴(王子頹)를 모시려고 했으나 역시 건숙이 제지하여 다시 주나라에서 출사하지 않고 떠나게 되었습니다. 결국 후에 왕자퇴가 반란을 일으켜 혜왕에게 토벌 당하여 도주하다가 살해당했는데 신이 건숙의 말을 듣고 주나라를 떠났기 때문에 왕자퇴가 당한 화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주나라를 떠난 신이 우(虞)나라에 가서 우공(虞公)에게 출사하려고 하자 건숙이 또다시 말렸습니다. 그러나 그때 신이 너무 빈한한 처지에 있어 건숙의 말을 듣지 않고 작록(爵祿)을 탐하여 우공에게 출사했다가 우나라가 당진국(唐晉國)에 망하게 되어 신은 그 나라의 포로가 되었던 것입니다. 신이 건숙의 말을 두 번 들어 화를 면하게 되었고 한번 그의 말을 듣지 않아 몸을 망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그의 지혜가 중인들보다 월등히 뛰어나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지금 건숙은 송나라의 명록촌(鳴綠村)에 숨어 지내고 있습니다. 속히 사람을 보내어 데려와야 될 것입니다."


목공이 공자집(公子縶)을 상인으로 분장시키고 많은 폐백을 주어 송나라로 보내어 건숙을 모셔오도록 했다. 백리해가 별도로 자기 뜻을 편지에 써서 공자집에게 주었다. 공자집이 행장을 수습하여 송아지가 끄는 수레 두 대를 몰고 송나라의 명록촌을 향하여 출발했다. 송나라 경계를 통과하여 명록촌과 가까운 곳에 이르자 여러 사람들이 밭고랑 사이에서 밭을 갈다가 쉬면서 노래를 번갈아 가며 부르고 있었다.


山之高兮无(산지고혜무) 

산은 높은데 도와줄 사람은 없고


途之濘兮无燭 (도지영혜무촉)

길은 험한데 불빛 한점 없다


相將隴 上兮(상장농상혜)

서로 함께 밭고랑 사이에 앉아 있음이여


泉甘而土沃(천감이토옥)

샘물은 달고 땅은 기름지다


勤吾四體兮(근오사체혜)

사지를 부지런히 움직였으니


分吾五谷(분오오곡)

나에게 오곡이 생겼구나


三時不害兮(삼시불해혜)

하루 삼시 때를 거르지 않고 먹을 수 있으니


餐飧足(찬손족)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다


樂此天命兮(락차천명혜)

이것이 하늘의 뜻이라면


无榮辱(무영욕)

영화도 없지만 욕됨도 없구나


공자집이 수레 안에서 그 소리를 듣고 그 노래 속에는 세속의 먼지가 묻지 않았음을 느끼고서는 수레를 모는 종자를 향하여 말했다.


" 옛날 말에 조그만 고을에도 군자가 있어 세상의 비속한 풍습을 바르게 한다는 했는데 금일 건숙이 사는 동네에 이르니 밭을 가는 농부조차도 모두가 덕이 높은 처사의 풍도가 있으니 과연 그가 어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겠구나."


공자집이 즉시 수레에서 내려 밭가는 농부들에게 길을 물었다.


" 건숙이 사는 집이 어디인지 아십니까?"


농부 " 무슨 일로 찾으십니까?"


공자집 " 건숙선생의 옛날 친구 백리해의 편지를 전하기 위해서 입니다. "


농부 중 한 사람이 손가락으로 먼 곳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 앞으로 계속 길을 따라 가시면 대나무가 빽빽이 우거진 숲이 나오고 왼쪽에는 우물이 있고 오른쪽에는 큰 바위가 있는 중간에 초가집이 한 채 있을 것입니다. 그곳이 건숙선생이 사시는 곳입니다."


공자집이 두 손을 높이 올려 인사를 올린 후에 다시 수레에 올라타고 길을 반 리쯤 가니 농부가 말한 곳에 당도하게 되었다. 공자집이 눈을 들어 살펴보니 풍경이 과연 깊숙하고 아늑하였다. 은거하는 처사의 생활을 노래한 농서거사(隴西居士) 거사의 시가 있다.


翠竹林中景最幽(취죽림중경최유)

짓푸른 대나무 밭의 풍경은 깊은데


人生此樂更何求(인생차락경하구)

이렇듯 즐거운 인생의 즐거움을 어디서 다시 구할 수 있단 말인가?


數方白石堆云起(수방백석퇴운기)

사방에 쌓인 돌무더기 위에서 구름이 일고


一道淸泉接澗流(일도청천접간류)

길 가운데의 맑은 샘에서 흐르는 물은 바위 사이에 흐르는

실개천과 만나는 구나


得趣猿<犬+侯>堪共樂(득취원후감공락)

원숭이를 구하여 같이 노닐자 했더니


忘機(<鹿+米>鹿可同游(망기미록가동유)

때를 놓쳐 사슴과 같이 놀게 되었다.


紅塵一任漫天去(홍진일임만천거)

번거로운 세상 일을 던져버리고 한가롭게 지내니


高臥先生百不懮(고와선생백불우)

고와선생은 백살까지 살았구나.


공자집이 초가집 담장 밖에 수레를 멈추게 하고는 종자에게 사립문 앞에서 주인을 부르게 하였다. 조그만 동자 아이 하나가 집안에서 나오더니 물었다.


" 어디서 오신 손님이십니까?"


공자집 " 건숙(蹇叔)선생을 만나러 왔습니다."


동자 " 주인님께서는 지금 집에 계시지 않습니다. "


공자집 " 선생님은 지금 어디에 계시는가?"


동자 " 이웃의 노인 분들과 함께 석량(石梁)에 있는 샘물을 구경하러 가셨습니다. 조금 있으면 돌아오실 것입니다."


공자집이 그 집에 감히 들어가지 못하고 집 앞의 바위 위에 앉아서 기다렸다. 동자가 사립문을 반쯤 열어 놓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자 눈썹은 짙고 눈은 고리 모양처럼 동그랗게 생기고, 얼굴은 네모나며 키가 큰 대한이 등 뒤에 사슴 넓적다리 두개를 지고 밭이랑 서쪽으로 난 길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공자집이 그 사람의 용모가 범상치 않은 것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맞이하였다. 그 대한은 즉시 사슴 다리를 땅에 내려놓으면서 공자집에게 예를 올렸다. 공자집이 그 대한에게 성과 이름을 묻자 대한이 대답했다.


" 성은 건(蹇)이고 이름은 병(丙)입니다. 자(字)는 백을(白乙)이라고 합니다."


공자집 " 건숙이라는 분과 귀하는 어떤 사이인가요?"


대한 " 저의 부친이 되십니다. "


공자집이 건병(蹇丙)에게 다시 한 번 예를 올리면서 말했다.


" 오랫동안 뵙기를 앙모하여 왔습니다. "


건병 " 귀하는 어떤 분이시기에 친히 이곳까지 왕림하셨습니까?"


공자집 " 백리해라는 분이 지금 저희 섬진(陝秦)에서 벼슬을 살고 있는데 저에게 편지를 써서 주며 부친에게 전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오게 되었습니다."


건병 " 선생께서는 집안으로 들어가셔서 잠시 쉬시고 계시면 저희 부친께서는 조만 간에 돌아오실 것입니다. "


말을 마친 건병은 사립문을 밀쳐 열고 공자집을 방안으로 청한 후 땅에 내려 논 사슴다리를 다시 등에 지고는 집안으로 옮겼다. 동자가 나와서 건병에게서 사슴다리를 받아들고는 부엌으로 날랐다. 건병이 방안으로 들어와 다시 공자집에게 예를 올리고 손님과 주인의 격식을 따져 자리에 앉았다. 공자집과 건병이 농사와 누에치는 일에 대해서 담론을 시작하여 무예에 대하여 논하게 되었다. 건병의 강론은 순서가 심히 정연하여 공자집이 마음속으로 칭찬하면서 생각했다.


"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니 정백이 추천한 것도 도리가 있는 일이었구나"


동자가 차를 가지고 들어오자 건병은 동자에게 그 부친이 오는지 문 앞에 나가서 기다리게 했다. 얼마 있지 않아 동자가 달려와 방문을 열면서 말했다.


" 노옹께서 돌아오십니다."


건숙과 이웃에 사는 노인 두 명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건숙의 집 앞에 이르렀을 때 수레 두 대가 서있는 것을 보고 놀라서 말했다.


" 우리마을 같은 벽촌에 무슨 연고로 이와 같은 수레가 있는가?"


건병이 집밖으로 나와서 그 연고를 먼저 이야기했다. 건숙과 이웃의 노인 두 명이 같이 방으로 들어가 공자집과 상면하게 되었다. 건숙이 공자집과 예를 마치고 자리에 좌정하면서 말했다.


건숙 " 제 자식을 통해서 귀하께서 저의 아우 정백(井伯)의 편지를 전하기 위하여 오신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져오신 편지를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공자집이 백리해의 서신을 꺼내어 건숙에게 전했다. 건숙이 편지의 봉함을 뜯고 읽었다.


' 해(奚)가 형의 충고를 듣지 않아 우(虞)나라에서 재난을 당했으나 다행히 섬진(陝秦)의 군주가 현사(賢士)를 좋아하여 소를 치는 노예의 신분에 있던 저를 속죄 시켜 섬진(陝秦)의 정사를 맡겼습니다. 해(奚)가 스스로 헤아려 본바 재주와 지혜가 형에게 미치지 못함을 알고 형을 천거하여 섬진의 군주를 같이 모시려고 하였습니다. 섬진의 군주가 형을 경모하기를 마치 목마른 자가 물을 찾는 것 같이 하시어 대부 공자집(公子縶)에게 폐백을 내려 형을 모셔오라고 하였습니다. 바라옵건대 빨리 출산(出山)하시어 평생에 펴보지 못한 뜻을 세상에 베풀기 바랍니다. 만약 형이 산림에 연연하여 세상으로 나오지 않으신다면 이 해(奚)도 섬진의 군주로부터 받은 작록을 버리고 명록촌(鳴鹿村)으로 가서 형과 함께 살겠습니다.'


건숙이 편지를 다 읽고 말했다.


" 정백(井伯)이 어떻게 해서 섬진의 군주를 만나게 되었습니까?"


공자집은 백리해가 당진(唐晉) 헌공(獻公) 딸인 백희(伯姬)의 몸종 신분으로 섬진으로 가다가 중도에서 초나라로 도망친 것을 섬진의 목공(穆公)이 백리해가 현사(賢士)라는 것을 알고 양가죽 다섯 장을 초나라에 주고 백리해를 속죄시켜 섬진으로 데려온 일의 전후사정을 상세하게 이야기한 후에 이어 말했다.


" 저희 군주께서 백리해에게 상경(上卿)의 벼슬을 내렸으나 정백(井伯)이 스스로 말하기를 자기는 건(蹇) 선생에게 못 미친다고 말하면서 반드시 건 선생을 섬진으로 모셔와야만 비로소 정사를 맡겠다고 하였습니다. 저희 군주께서 얼마간의 예물을 내려 주시면서 저에게 건 선생을 모셔오라는 명을 내리셨습니다. "


공자집이 말을 마치자 좌우에 있던 종자들에게 말하여 수레의 짐칸에 있던 물건들을 꺼내게 하여 예물의 품명을 적은 장부와 맞추게 한 다음 건숙의 초가집 마당에 늘어놓게 하였다. 이웃에 사는 노인들은 모두 산야에 사는 농부들이라 이와 같은 성대한 예물을 본적이 없어 서로 얼굴만을 쳐다보며 놀라워하면서 공자집을 향하여 말했다.


" 우리는 귀인이 여기에 온 것과는 상관이 없는 듯 하오니 이만 집으로 돌아가겠습니다. "


공자집 " 두 분 노인께서는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우리군주께서 건숙(蹇叔) 선생을 모시고 싶은 마음은 마치 말라비틀어진 묘목이 비를 기다리고 있는 것과 같으십니다. 번거롭겠지만 두 분 노인께서는 한 말씀을 올려 저를 도와주신다면 그 고마움은 이루 말할 수 없겠습니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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