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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5-10 21:19:153743 
임강의 고라니(臨江之麋)
양승국
일반

임강의 고라니(臨江之麋)


임강의 한 포수가 사냥하다가 고라니 새끼를 붙잡아 집으로 데려와 기르려 하였다. 대문 안에 들어서니 개가 꼬리를 치고 침을 흘리면서 몰려들었다. 포수가 노하여 개를 혼내 주었다. 그때부터 날마다 고라니를 안고 개한테 가까이 가 습관 되도록 보이면서 물지 못하게 하였다. 이윽고 고라니는 개와 친해졌고 심지어는 서로 장난까지 칠 정도가 되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자 개는 모두 주인의 뜻을 따라 주어 고라니를 친구처럼 대하게 되었다. 새끼 고라니가 장성하자 자기가 고라니라는 사실을 잊게 되었다. 고라니는 개가 자기의 친구로 여겨 뿔로 받기도 하고 반듯이 누웠다 엎드렸다 하면서 장난을 심하게 쳤다. 개는 주인이 무서워서 고라니와 함께 눕고 엎어지며 매우 사이좋게 지냈지만 늘 입맛을 쩝쩝 다시었다. 3년이 되어 고라니가 대문 밖에 나가 보니 동네 개들이 길가에 많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 달려가서 장난치려 하였다. 동네 개들은 이것이 웬 떡이냐 하고 으르렁거리면서 일제히 고라니에게 달려들어 잡아먹어 버렸다. 그 바람에 길거리는 고라니의 피로 낭자하게 되었다. 고라니는 죽을 때까지 왜 자기가 죽게 되었는지를 깨닫지 못했다.


-유종원(柳宗元)의 삼계(三戒)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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