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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5-10 21:22:053241 
자식사랑은 필히 깊고 멀리 내다봐야 하는 법이다. 爱子必为其计深远(애자필위기계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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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조나라는 혜문왕이 죽고 태자 단(丹)이 그 뒤를 이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가 효성왕(孝成王)이다. 효성왕은 나이가 아직 어려 모후인 혜문태후(惠文太后)가 섭정했다. 진나라 군사들이 조나라 경계에 깊숙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게 된 태후는 마음속으로 매우 두려워했다. 그때 인상여는 병이 위독하여 노환을 이유로 상경의 자리에 물러나 있었고, 우경(虞卿)이 그 뒤를 이어 조나라 상국의 자리에 있었다. 혜문태후는 대장 염파로 하여금 군사를 이끌고 나가 진나라 군사들을 막으라고 하였으나 두 나라 군사들은 서로 대치만 하고 싸움에는 승패가 나지 않았다. 우경이 태후에게 말했다.

“ 지금 사태가 매우 급하게 되었습니다. 청컨대, 장안군(長安君)1)을 제나라에 인질로 보내 구원군을 청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태후가 우경의 청을 거절하자 조나라의 대신들이 들고 일어나 장안군을 제나라에 보내야 한다고 완강하게 간했다. 그러나 태후도 대신들에게 명확하게 자기의 뜻을 밝혔다.

" 앞으로 또 다시 장안군을 제나라에 인질로 보내야 된다고 하는 자가 있다면, 나는 그 자의 면상에 침을 뱉어 주리라!"

이에 좌사(左師) 촉용(觸龍)의 접견 요청을 받은 태후는 노기발발하여 그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촉용이 들어와 서서히 잰걸음으로 걸어와 앉더니 스스로 사죄의 말을 올리며 말했다.

" 제가 나이가 들어 발에 병이 나 잘 걸을 수 없어 오랫동안 뵙지 못했습니다. 제가 가만히 제 몸을 살펴 미루어 보니, 태후님의 옥체도 또한 불편하지나 않으신지 걱정되어 뵙고자 한 것입니다."

태후 " 이 늙은 몸은 가마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불편하지 않소!"

촉용 " 하시는 식사는 줄지 않으셨습니까?"

태후 " 죽을 먹을 수 있을 뿐이오."

촉용 " 저는 근래 식욕이 좋지 않아 매일 마다 하루에 3-4리를 걸어 이제는 식욕을 다소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몸에 좋은 것 같습니다."

태후 " 이 늙은 사람은 그렇게 할 수 없소!"

그러자 태후의 얼굴에는 불쾌한 기색이 조금 누그러져 보였다. 촉용이 다시 태후를 향해 말했다.

" 노신의 아들 서기(舒棋)는 나이가 그중 나이가 가장 어리고 불초하지만 신이 이미 늙어 마음속으로 그를 매우 사랑하고 있습니다. 원컨대, 흑의(黑衣)2)의 결원을 보충하여 왕궁을 지키는 위병이 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죽음을 무릅쓰고 아룁니다."

태후 " 그렇게 하도록 하시오. 그런데 아들은 몇 살이나 먹었소?"

촉용 " 15살입니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원컨대 제가 죽어 땅에 묻히게 되면 그 애의 장래를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태후 " 그런데 그대들 남자도 역시 어린 아들들을 사랑하오?"

촉용 " 아마도 부인들보다도 더 사랑할 것입니다."

태후가 웃으면서 말했다.

" 그렇지 않소. 부인들이야말로 그의 어린 자식들을 각별히 사랑하는 법이오."

촉용 "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태후께서는 장안군보다 연후(燕后)3)를 더 사랑하시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태후 “ 경은 잘못 생각하고 있소. 나는 연후보다 장안군을 더 사랑하고 있소!”

촉용 " 부모된 자로서 자식을 사랑하는 데는 그들을 위해서 보다 깊고 멀리 생각해야 됩니다. 옛날 태후께서 연후를 연왕에게 시집보내실 때 그녀의 발뒤꿈치를 붙들며 눈물을 흘리시며 슬퍼하셨는데, 딸이 멀리 떠나가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많이 아프셨을 것입니다. 그녀가 시집을 가버린 후에도 그리워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제사를 지내며 선조들에게 기도를 드릴 때는 ‘ 절대로 연후가 돌아오지 않게 해 주소서!’라고 하셨을 것입니다. 그것은 태후께서 생각을 깊고 멀리하셔서 당장에 보고 싶은 마음에 앞서 연후의 자손이 대를 이어 연나라의 왕이 되는 것을 바라시고 계시기 때문이 아닙니까?"

태후 " 그렇다고 볼 수 있겠소."

촉용 " 지금으로부터 3대 이전에 조나라 역대 왕의 자손으로써 열후에 봉해진 사람의 후손으로써 아직까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태후 " 없소."

촉용 " 그렇다면 조나라 외에 다른 여러 나라의 제후들 후손들 중 그 지위에 아직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태후 " 내가 아직 들어본 적이 없소."

촉용 " 이는 가까이 있는 화는 자신에게 미치고, 멀리 있는 화는 자손에게 미치기 때문입니다4). 어찌 군주의 자손으로 후에 봉해진 사람들이 모두 선하지 않다고 하겠습니까? 나라에 아무런 공도 세우지 못하면서 그 지위는 높고, 나라를 위해 힘쓴 것도 없으면서 봉록은 후하여 단지 진기한 보물만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인 것입니다. 오늘 태후께서 장안군의 지위를 올려 주시고, 비옥한 땅에 봉하며, 귀중한 많은 보물들을 하사하셨으나, 오늘 그로 하여금 나라를 위해 공을 세우게 하지 않는다면 태후께서 돌아가신 다음에는 장안군이 어찌 조나라에서 몸을 보전하며 살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노신은 장안군을 위한 태후 님의 생각이 너무 짧다고 여겨 그를 사랑하심이 연후보다도 더 못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태후 " 경의 말씀을 잘 알아듣겠소. 장안군을 제나라에 꼭 보내야만 한다면 그리 하도록 하시오."

그래서 조나라는 장안군을 위해 백승의 수레를 준비하여 제나라에 인질로 보내니, 제나라는 비로소 구원군을 보내주었다. 조나라의 현인, 자의(子義)가 듣고 그 일에 대해 듣고 말했다.

" 군주의 아들은 군주와 골육을 나눈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공로도 없이 누리는 높은 지위나, 아무런 공헌함도 없이 받는 녹봉만으로는 자신의 권력이나 부를 지킬 수 없으니 하물며 나 같은 사람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원래 혜문태후는 곧 제민왕의 딸이었다. 그 해에 제나라에서도 제양왕이 죽고 태자 건(建)이 즉위하였으나 나이가 역시 어려 군왕후 태사씨(太史氏)가 섭정을 하고 있었다. 두 나라의 태후는 서로 시누이와 올케 사이의 친한 친척 사이에다 다시 인질로 보내는 장안군은 혜문태후의 가장 사랑하는 아들이라 군왕후는 조나라의 구원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 군왕후는 즉시 명을 내려 전단을 대장으로 삼아 군사 20만을 일으켜 조나라를 구원하게 했다.




1)장안군(長安君)/ 효성왕의 모후인 혜문왕비가 사랑하던 어린 아들을 가리킨다.

2)흑의(黑衣)/ 왕궁을 지키는 군사들을 말한다.

3)연후(燕后)/연나라 왕에게 시집간 태후의 딸을 말한다.

4)此其近者禍及身(차기근자화급신), 遠子及其子孫(원자급기자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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