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양국(偪陽國) 이야기

복양국은 운(妘) 성의 자작국으로 팽조(彭祖)의 동생이며 육종(陸終)의 4남 구언(求言)이 봉해졌다. 팽조는 800년을 살았음에도 오래 살지 못했다고 한탄한 중국의 전설상 인물이다. 후한 때 부양현(傅陽縣)을 설치하고 팽성에 속하게 했다.

복양국은 동주시대까지 존속하여 당시의 군주 운표(妘豹)는 진초(晉楚)의 중원쟁패전의 와중에서 독립적인 자세를 홀로 견지하다가 복양대전이라는 전화를 불러들이게 되어 결국 복양국을 멸망의 길로 이끌었다. 복양국은 당시 진(晉), 초(楚), 오(吳) 등의 열강 사이에 벌어진 쟁패전에서 희생되었지만 13개 제후연합군으로 이루어진 대군을 맞이하여 있는 힘을 다하여 대항하여 비장한 전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노양공 10년, 기원전 563년 4월 초, 진도공이 패자의 신분으로 노후(魯侯), 송공(宋公), 위후(衛侯), 조백(曹伯), 거자(莒子), 주자(邾子), 등자(滕子), 설백(薛伯), 기백(杞伯), 소주자(小邾子), 제세자(齊世子) 광(光) 등의 제후들을 소집하여 오왕 수몽(壽夢)과 사(柤) 땅에서 모여 제후연합군을 일으켜 초나라와 그 동맹국들을 정벌하기 위한 회의를 개최했다. 사(柤)는 지금의 강소성 비주(邳州) 서북의 고을이다. 당진군의 장수 순언(荀偃)과 사개(士匃) 등은 복양국이 초나라와 우호를 맺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그곳을 점령한 후 그 땅에 송나라의 대부 상수(向戍)를 봉해 후에 초나라를 정벌할 때 통로로 사용하자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당진군의 중군원수 순앵은 복양성은 비록 적은 성채이지만 견고하여 많은 힘을 들이지 않고는 점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그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나 순언(荀偃) 등의 젊은 소장파 장군들이 군령장까지 바치면서 주장했기 때문에 순앵은 마지못해 그들의 계책을 받아들였다. 창과 철갑으로 무장한 13제후국의 연합군은 하늘을 가리는 정기를 휘날리며 복양성을 향해 쇄도해 들어갔다. 이윽고 제후연합군은 4월 9일에 복양성 밑에 당도하여 주위를 철통같이 포위했다. 그 전에 복양의 군주 운표(妘豹)는 제후군에 대항하기 위해 성민들을 동원하여 만반을 준비를 끝내고 있었다. 싸우지 않고 적군을 물리치기 위해 의병지계를 사용하여 성내의 토산을 곡식으로 표면을 덮어 멀리서 보면 거대한 곡식으로 더미로 보이도록 만들어 성내에 군량을 풍족하게 비축한 양식에 의지하여 성을 굳게 지킬 것이라는 투지를 보여 적군의 의지를 꺾어 물러가게 하려고 했다. 당진국의 대장 순앵이 복양성의 모습에 의혹을 갖고 활에 화살을 재어 미곡을 쌓은 토산을 야해 화살 3발을 쏘았다. 화살 3발은 모두 곡식더미에 꽂히지 않고 앞부분이 떨어져 나갔다. 순앵이 보고 미산은 양식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리고 말했다. “ 저 산은 곡식으로 쌓은 산이 아니고 의병진이니 걱정할 것 없다.” 순앵은 13제후연합군이 힘을 합쳐 복양성을 공격하도록 군령을 내렸다.

이윽고 북을 한 번 울려 기세를 올리기 시작해서 계속해서 며칠 동안 계속된 공성전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복양의 군사들은 침략군에 대항해서 용감무쌍하게 응전하여 제후연합군은 비록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부었으나 결코 성을 함락시킬 수 없었다. 그때 마침 노나라의 대부 맹손멸(孟孫蔑)의 가신 진근보(秦菫父)가 본국에서 양식과 마초를 호송해와 노군 진영에 당도했다. 그러자 대지대용(大智大勇)한 복양군주는 공격이 최고의 수비라는 작전으로 성문을 열고 출전하여 노군의 치중을 기습하는 작전을 펼치기로 결단을 내렸다. 진근보는 적사미(狄虒彌) 등의 장사를 이끌고 승세를 타고 성안으로 퇴각하는 복양군의 뒤를 쫓아 성안으로 진입했다. 복양성이 수비군이 황급히 현가식 성문을 내려 성문을 닫아 성안으로 진입한 노군을 가두어 섬멸하려고 했다. 노군이 복양군의 작전을 간파하고 후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때 마침 성문 밑을 통과하던 노나라의 추읍(陬邑) 대부 숙량흘(叔梁紇) : 공자의 부)이 천균의 무게로 떨어지는 거대한 성문을 두 팔로 바쳐 들어 노나라의 장수와 사졸들이 성 밖으로 탈출할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들어주었다.

복양군(偪陽君) 운표에 의해 함정에 빠질 뻔한 노군의 사졸들은 치욕스런 마음에 분노로 변해 적사미가 앞으로 뛰어나가 수레바퀴 하나를 떼어내어 그 위에 갑옷을 덧씌워 방패로 삼아 왼쪽 손에 들고, 오른 손에는 극을 부여잡고 단신으로 앞으로 달려나가 복양군 진영을 향해 도전했다. 사람들은 적사미를 호랑이 같은 힘을 가졌다고 찬탄했다. 복양군은 성 밑의 적군이 무용을 뽐내지 못해 안달하는 것을 보고 한 필의 갈포를 성위에서 밑으로 내려 뜨려 노군을 희롱하여 기어오르도록 한 다음 절반 쯤 올라왔을 때 절단시키려고 했다. 노장 진근보가 전혀 주저하지 않고 갈포를 끌어당겨 성벽 위로 기어올라 성가퀴에 이르렀을 때 복양군이 칼을 휘둘러 갈포를 끊었다. 근보는 높은 성벽 위에서 땅위로 추락하고 말았다. 복양군이 다시 갈포를 늘어뜨리고 노군을 희롱하자 근보가 다시 갈포를 잡고 성벽 위로 기어올랐다. 복양군이 재차 갈포를 잘라 근보는 또 다시 땅 밑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근보는 이와 같이 불요불굴의 자세로 세 번이나 연거푸 성벽에서 떨어지고 다시 기어오르기를 반복했다. 이에 복양군이 갈포를 늘어뜨리는 행위를 포기하는 것을 본 근보는 성 밑에서 물러나와 노군 진영으로 돌아와 세 개의 절단된 갈포를 깃발로 만들어 손에 들고 3일 동안 군중을 돌아다니며 자기의 무용을 뽐냈다.

제후연합군이 철통같이 포위하고 장시간 공격을 가한 복양성이 함락되지 않는 중에 설상가상으로 큰비가 내려 홍수가 범람하면 돌아갈 길이 막힐 것을 두려워한 당진군의 장수 순언과 사개는 군사를 물리쳐 철군할 것을 제후군 대장 순앵에게 청했다. 원래 군사를 일으켜 복양성을 점령하여 초나라가 북상하는 통로를 막아야 한다고 적극 주장한 장수는 순언과 사개였으나 복양성이 쉽게 함락되지 않자 중도에서 철군을 요청한 것이다. 연합군 총대장 순앵이 듣고 크게 노하여 자기 앞에 놓인 궤를 들어던지며 그들에게 추상같은 명을 내렸다.

“ 7일 내에 복양성을 함락시키지 못하면 너희들의 목을 베겠다.”

그래서 제후연합군은 5월 4일 다시 군사들을 재정비하여 복양성을 공격했다. 순언과 사개가 사졸들 앞에 서서 성위에서 비오듯이 쏟아지는 화살과 돌덩이를 무릅쓰고 돌격을 감행했다. 성중의 복양군이 장수와 사졸들은 모두가 용기를 내어 분투했으나 결국 중과부적으로 5월 8일 성을 함락되고 복양국은 망하고 말았다.

4월 9일에 시작하여 5월 8일까지 29일 동안 복양국은 13개 제후국이 결성한 대군을 맞이하여 소수의 병력임에도 불구하고 있는 힘을 다하여 대항했던 고대 전사상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장대한 전투였다. 춘추좌전이나 동주열국지에 기재 된 내용은 당시 백성들 사이에 구전된 이야기를 옮긴 것이다. 복양성 전투가 끝난 후에 진도공은 복양국의 영토를 송나라의 대부 상수(向戍)에게 주어 지키도록 했으나 상수가 한사코 받으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송나라 영토에 편입시켰다. 복양국의 군주 운표(妘豹)는 서인으로 만들어 운국의 군신들과 비빈, 족인, 용인 등 전 부족은 모두 당진국의 곽성(霍城)으로 이주시켰다. 이로써 복양국은 망하게 되었다. 후에 복양의 땅은 송나라에서 초나라로 넘어가고 지명은 부양(傅陽)으로 바뀌었다.

진(秦), 한(漢), 위(魏), 진(晉) 등의 시대 전 기간을 거쳐 복양성은 부양현(傅陽縣)의 치소였고, 명청(明淸) 시대에 이르러 역현(嶧縣)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현재는 산동성 조장시(棗莊市) 대아장구(臺兒莊區) 장산자진(張山子鎭)이다.

에필로그- 1938년 중일전쟁 중의 대아장(臺兒莊) 전투

대아장전투는 중일전쟁 중 국민당군의 서주(徐州) 방어전이다. 대아장은 서주에서 동북쪽으로 50키로미터에 위치해 진포로(津浦路)와 가까이 있는 동시에 운하가 만나기도 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1937년 12월 일본군은 남경을 점령한 후 진포로를 확보하여 남북을 연결시키기 위해 우선 서주를 점령하기로 결정했다. 1938년 봄, 일본군은 산동에서 두 갈래로 나누어 서주로 진격해왔다. 국민당군 제5전구 사령관 이종인(李宗仁)은 중국 군을 지휘하여 두 방향으로 나누어 서주로 진격해 오는 일본군을 대아장과 임기(臨沂)에서 저지하기로 결정했다. 대아장 전투에서 지봉성 사단장은 중국 군대를 이끌고 보름이나 버티면서 일본군 주력부대를 대아장 부근으로 유인했다. 이종인은 휘하의 주력부대를 대아장부근으로 집결시켜 일본군을 포위하여 협공을 가해 일본군 10,000명을 사살하고 탱크 30대와 대량의 무기를 노획했다. 이 전투는 중일전쟁 이후 중국군이 전면전에서 거둔 최대의 승리이다. 대아장전투로 인해 일본군은 심한 타격을 입었고, 중국인들의 항일전쟁에 대한 자신감을 고취시켰다.

대아장 전투를 승리로 이끈 이종인은 광서성 계림출신으로 계림방면의 군벌들의 우두머리가 되었다. 1948년 당시의 국민당 정부에서 부총통으로 당선되었고, 장개석 하야 후 총통직을 대신했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후 신병 치료차 미국으로 건너갔던 그는 1965년 중국공산당정부의 도움으로 북경에 돌아와 1969년 세상을 떠났다.

(복양성 전투는 연의 제60-61회의 야이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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