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춘추의 패자와 존왕양이

기원전 600년경을 전후하여 정치,경제,사회 등 제방면에 걸쳐 변화가 오기 시작하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두드러지게 띄는 현상은 전쟁의 격화와 그에 수반되는 약소국들의 멸망이다. 주지하듯이 춘추기에 들어와 주나라 왕의 통제력이 약화됨에 따라 그에 대신하여 나타난 질서유지형태는 패자를 구심점으로 하는 회맹적 질서였다.

춘추초기에 열국간에 벌어지는 통치지배질서의 유지형태는 여전히 씨족제적 질서를 그대로 인정하면서 상대방을 복속시키는 방법이었다. 그 명분은 존왕양이였다. 주왕조의 통제력의 약화에 따라 각 열국들은 서로 자기세력의 강화에 힘쓰게 되고 드디어는 강국과 약국간의 전쟁을 통한 복속관계로 이루어져 갔다. 이때 그들의 상대를 복속시키기 위하여 전쟁을 하게 되는 명분이 곧 존왕양이였던 것이다. 말하자면 전쟁의 빌미를 만들기 위하여 주왕실의 명실상부한 존엄성을 명분으로 삼아 이를 받들지 않는 불충한 자가 있으면 이를 오랑캐와 같은 자라고 하고 물리치지 않을 수 없다는 논리에서 세워진 것이다.

춘추초기에 있어서는 그들은 전쟁을 통하여 상대방을 바로 파괴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기 밑으로 복속시켜 기존의 열국체제를 유지하면서 패자와 복속국의 회맹적 관계를 만들어 내었다. 그것은 열국간의 혈연적 연대의식과 공동문화의식 등을 기반으로 하여 종묘사직과 씨족적 질서를 그대로 인정하면서 복속시키는 방식이었다. 패자와의 맹약이 아무리 굴욕적이라 하여도 약소국은 회맹의 관계에 의해서 자국의 독자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실 계속된 전쟁과 멸국의 반복현상, 그리고 동맹과 배반이 되풀이되어 이 같은 회맹관계는 잠정적이고 과도기적인 질서유지 방식에 지나지 않았다.

춘추중기를 지나면서 주변의 강대국들은 종래의 회맹적 지배방식에서 벗어나 소국을 멸망시키고 이를 바로 자기 지배하의 현(縣)으로 삼아 일방적으로 지배하려는 이른바 멸국치현의 새로운 지배방식으로 전환하였다. 말하자면 복속시킨 영토에 대해서 이제는 과거처럼 분봉형식이나 회맹형식을 취하지 않고 바로 통합된 자기지배영역으로 삼고 중앙집권형식으로 지배자의 직접명령에 의해 다스린다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이러한 형식은 새로운 형식의 군주가 탄생하게 되는 것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2) 씨족제 질서의 해체

춘추중기 이전 즉 서주시대의 국가와 사회 형태를 보면 봉토로서 받은 하나의 국(國)은 제사와 군사를 공동으로 하는 씨족제적 공동체로서 성벽으로 둘러 쌓인 도시국가적 모습을 취하면서 주변의 군소 읍들을 지배하고 있었던 형태였다.

춘추초기를 지나면서 國과 國간에는 자주 전쟁이 벌어지고 회맹관계를 맺거나 아니면 하나의 국이 다른 국속으로 복속되어 통합되어 버리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 그 國은 지배체제도 붕괴될 뿐 아니라 국내에 존재해 왔던 씨족공동체로서의 사회구조도 완전히 파괴되어 버렸다. 이른바 이전에 유지되어 오던 씨족제적 질서가 저절로 파괴되는 위기를 맞게 되었던 것이다.

씨족제 해체의 발단은 앞서 말한 바대로 주왕실 지배 하에 있던 열국이라는 봉건제후들이 주왕실의 권위를 무시하고 서로간에 세력과 영토분쟁을 시작하면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이를 역사적으로는 전쟁이 시대를 바꾸어 놓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전쟁은 기존질서를 파괴시켜 놓는다. 결국 춘추 초기의 전쟁은 주대의 기존 정치체제를 뒤흔들어 놓은 결과를 만들게 되었다. 이것이 이른바 사회적 질서의 근본인 씨족제가 해체된다는 것이다.

씨족제의 해체는 곧 봉건체제의 기본을 파괴시킨다는 말이다. 그렇게 되면 춘추시대 이전에 가졌던 주대의 질서, 예를 들면 봉건제, 종법제, 정전법, 씨족집단의 옛적 질서 등이 모두 혼돈을 가져온다. 그렇다면 춘추의 시대가 도래하면 씨족제 파괴에 따른 주대의 기존질서들은 어떻게 변화되어 갈 것이며 그리고 앞으로의 변화에는 어떤 모습으로 대응할 것인지 그 추이가 흥미롭다.

3) 군주권의 강화

농경사회에서는 물을 관리한다는 것이 필수적으로 중요한 문제이다. 농경을 위한 물관리에는 현실적으로 치수사업이라는 거대한 작업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치수사업을 위해서는 당연히 인력이 동원될 수 밖에 없다.

인력을 동원하고 치수사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실상 이것을 통제할 수 있는 강한 지배력이 필요할 것이다. 동시에 치수사업은 곧 경작을 담당하는 구성원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고 그 도움을 위해서 구성원들은 치수사업에 동원되고 통제의 지배력에 필요에 의해서 복종하게 된다는 것이다. 농업과 지배간의 상호매개적인 요구가 일치를 이룰 때 그곳에는 강한 지배자의 등장과 새로운 지배구조가 형성된다.

위와 같은 이론적 배경에서 춘추시대의 상황을 살펴본다면 제후들간의 투쟁이 전개되어 힘의 원리에 의한 세력들이 강화되고 이에 따라 영토획득과 지배력강화 현상이 나타나고 농민을 직접 지배하게 되는 이른바 자기 영역 내에서 가부장적 군주로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과거의 봉건적 지배자가 아니라 이후에 나타나게 되는 중앙집권적 전제군주 체제의 초보적이고 맹아적인 모습으로서의 군주권이 등장하였음을 말해 준다.

4) 신분제 변화

신분제 변화를 논하기 전에 먼저 군사제도의 변화에 관하여 설명해 보자. 서주가 낙양으로 수도를 옮기면서 동주시대로 들어가는 기본적인 이유는 서주시대 말기에 북쪽에서 자주 犬戎이라는 이민족이 침범하여 유린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견융이라는 북방 이민족이 바로 흉노족이다. 당시 흉노족이 그렇게 강했던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흉노족이 원래 유목민이었는데 어느새 기마민족으로 바뀌어 말을 타고 있었다는 것이어서 이동성이 빨랐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기마로서 전쟁시에는 활과 화살을 사용했는데 화살촉이 쇠붙이(鐵)로 만들어져 있어 그 위력이 대단했다는 것이다.

참고로 중국인의 복장에 대해서 말하면 처고리와 치마(유상<--중국의 전통복장)가 전통적인 복장이었으나 북방 흉노족의 영향으로 고습(바지와 저고리)가 중국에 유입되어 점차로 중국의 복식으로 정착하게 되었다. 그리고 흉노족이 당시 사용했던 철은 어떻게 구입했을까. 여기에 대해서는 답하기가 어렵기는 하지만 대체로 서방의 스키타이 문화가 북방의 초원의 길을 따라서 중국의 북방에 까지 전파된 것으로 파악하고 그로 인하여 당시 북방의 흉노족이 그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어쨌든 이와 같은 흉노의 모습이 중국을 침범하므로 해서 중국에 알려졌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잘 알고 있는 중국의 만리장성의 축성은 이 같은 인연으로 이 시기에 이미 흉노를 막기위해 축성을 쌓기 시작했던 것이다.

주대의 군사제도를 보면 주대에서는 봉건제도와 종법제도의 혈연관계에 의해서 전쟁에 참가하는 자들은 주왕실의 혈통이 아니고서는 전쟁에 참가할 수가 없었다. 말하자면 제후, 경, 대부, 사라는 세습적 귀족제 신분만이 전쟁에 나갔던 것이다. 그것은 그들이 중화사상에 근거하여 예문화를 향유하는 신분이고 그들만이 그 문화를 지킨다는 자세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춘추시대로 들어오면서 열국간의 전쟁이 많아지고 씨족제적 질서가 무너지고 기존의 문화는 도전을 받으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게 되었다. 이 같은 과정 중에서 특히 문제가 되었던 것은 열국간의 전쟁에서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주대의 전쟁형식은 소나 말이 이끄는 마차전이었다. 그리고 그들간의 전쟁은 마차전이므로 평야나 들판이 아니면 전쟁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춘추기에 오면 열국간의 전쟁 속에는 이미 흉노의 전쟁에서 영향을 받아 마차전 이외에도 기병전과 인력이 필요한 보병전이 나타나게 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부국강병의 정책 속에서 나온 것이었다. 더욱이 강력한 군대와 침략활동에는 많은 인력이 절실히 필요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열국의 지배자들은 이제는 더 이상 옛날 주대의 모습으로 전쟁할 수 없다는 것을 절감하고 자기 지배영역에 있는 인민이면 누구나 군대에 나가도록 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이로서 누구나 군대에 참여하게 된다는 것, 바꾸어 말하면 피지배 계급이었던 일반 농민들이 이제는 옛날의 귀족신분들과 같이 전쟁에 참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를 다시 바꾸어 말하면 이제 춘추기로 접어 들면서 기존의 귀족들은 점차 그 신분을 잃어 버리게 되고 모두가 다 일반 농민과 같은 신분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춘추시대에는 이전의 어떤 계층이라 하더라도 모두가 똑같은 신분으로서 말하자면 일반농민으로서의 평등한 신분을 가지게 되었다. 어쩌면 신분상의 평등한 사회가 도래했다고 해도 과언을 아닐 것이다. 이제 모두가 국가의 정식적인 구성원이 되어 모두가 하나의 문화 속으로 즉 기존의 예문화의 향유자들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이것이 이른바 신분제의 일대 변혁이다. 이는 모두가 일반백성이라는 民의 개념을 확보하는 순간이기도 한 것이다.

5) 철기의 등장

앞서 설명한 대로 철기가 중국에 영향을 미치게 되자 중국 내에서도 일대 변혁을 맞이하게 된다. 그것도 더욱이 춘추시대의 대변혁 속에서 철기도 같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춘추시대의 변화는 더 가속도가 붙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철기의 등장은 농업생산의 증대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철기의 도입은 우선 먼저 철제 농기구를 생산하는데 사용하였다. 그 보급은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하기 어렵겠지만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철제농기구는 땅을 깊게 팔 수 있다는 深耕을 행할 수 있다. 심경은 씨앗의 생명력을 오래가게 할 수 있으며 수확량도 전보다 더 많이 획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동시에 경작할 수 있는 면적도 이전보다는 훨씬 더 많이 확보할 수가 있었을 것이다.

더구나 철기의 등장은 주대의 정전법과 같은 한정된 경작지의 농업경영형태를 허락하지 않았다. 어쩌면 농업생산력의 증대는 주대의 봉건적 공동체인 씨족사회를 해체 시킬 요인을 가지고 있었다고도 하겠다. 말하자면 토지에 대한 규제를 받지 않아도 될 상황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철기의 등장은 사회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철제농기구, 심경과 牛耕, 그리고 경지면적 확대와 함께 국가가 치수사업과 토목사업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고 그에 따라 경지면적은 더욱 늘어 났을 것이다. 이는 국가지배 권력을 확대시켜 나가는 것과도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6) 가족단위 개별농업과 부역징수

씨족제가 해체되어 가고 더욱이 철기의 등장과 경작지 확대 현상이 나타나자 더 이상 씨족제적 공동경작에 매달리지 않아도 될 상황이 도래하였다. 말하자면 토지의 규제를 받지 않아도 될 만큼 사회생산력이 발전하게 되었다.

더욱이 철기의 등장으로 인하여 경작지 증대와 함께 경작방식에 있어 이제 더 이상 씨족단위의 공동경작에 얽메이지 않아도 될 상황으로 발전되었다. 다시 말하면 씨족제 해체로 말미암아 떨어져 나온 가족단위(소가족) 그 자체가 경작을 하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말하자면 개별농업이 가능하게 되었다. 즉 戶단위의 개별농업에 대한 책임은 家長이 지며 그 성격은 종법제 전통의 가부장적 성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개별농업과 정치지배 논리와 연관시켜 설명해 본다면 가족단위의 개별농업이 가능해 지려면 농업생산 증대에 필요한 치수 토목사업이 이루어 져야 할 것이고 이 사업은 강한 정치지배권력에 의해서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개별농업을 할 수 있으려면 사실상 그 사회를 지배할 강한 정치권력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가족단위의 개별농업 뒤에는 강한 정치지배력이 서서히 자리잡아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가족단위 개별농업이 진행되어 갈 때 개별농업이 경작하는 새로운 경작지는 누구의 것이며 그 수확물에 대한 세금징수는 어떻게 하였을까. 여기에 대한 답을 찾기에는 쉽지가 않다. 다만 상상하건대 씨족제 해체과정을 거치면서 가부장적 가족단위 개별농업이 등장한 것을 보면 일반백성의 토지경작권에 대해서는 국가의 지배권도 여기까지는 미처 영향력을 다 발휘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다만 국가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여 더 많은 재정이 필요했을 것이다. 더 많은 재정을 확보하는 길은 토지의 사유화를 인정해 가는 길이 아닌가 생각된다. 비록 사유화의 길 속에는 토지의 집중과 토지의 상실이라는 불합리성이 나오기는 하지만 춘추시대에는 이미 이것을 수용하는 시대로 들어가고 있었다고 보여진다.

춘추시대는 이미 토지 사유제가 등장했다고 보여진다. 토지 사유가 보여지면 이는 씨족제의 해체를 의미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징수에 있어서도 공물을 납부한다는 공납제는 사라져 버리고 대신에 소유한 것만큼 세금을 국가에 낸다는 조세제도가 성립한다. 그 좋은 예는 춘추시대 노나라에서 이미 初稅畝라는 조세제도가 만들어졌는데 이것이 바로 토지사유제에 근거하여 세금을 징수한다는 것이었다.

7) 새로운 국가형태

열국간의 경쟁 속에는 기본적으로 부국강병이 최우선일 것이다. 전쟁을 하고 영토를 넓히고 인력을 모우고 인재를 등용하며 강한 지배력과 강한 지배체제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부국강병을 위한 새로운 모습의 국가형태가 형성되어 갔다고 보여진다. 그 현실적 과정에 대하여 설명해 보자.

열국과 열국간의 전쟁에서 한 열국은 다른 열국에 의해서 파괴되고 복속된다. 더구나 시대적 변화의 과정에서 겪는 전쟁이기 때문에 복속 당하는 열국은 그 자체로서 모든 것이 해체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반대로 지배하는 열국은 이를 어떻게 지배할 것인지를 연구하게 될 것이다.

(네이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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