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의 사적을 기록한 회음후열전은 그의 군사적 재능과 함께 세운 그의 많은 공적을 특색 있게 서술했다.세운 공은 지극히 높았지만 오히려 그 몸은 죽고 그의종족은 멸족을 당했다. 사마천은 회음후열전에서 한신에 대한 무한한 동정과 비분강개한 마음을 표현했다.

단에 올라 대장군에 임명된 한신은 유방과의 대담에서 일장의 담론을 통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여 그의웅대한 지략과 먼 앞날을 내다보는 흉금을 들어내 보인다. 정형(井형)의 일전에서는 그의 탁월하고 임기응변적인 군사적 재능을 기술했다. 그는 2천 명의 경기병을선발하여 각자에게 붉은 깃발을 준비하여 지참케 하고말했다.

" 나는 조군이 우리를 발견하고 공격해 온다면 작전상 후퇴를 할 것이다. 우리가 달아나는 것을 본 조군은 틀림없이 그들의 진지를 비우고 우리의 뒤를 추격할 것이다. 그때 너희들은 재빨리 조나라 진지로 들어가 그들의 깃발을 뽑아 버리고 우리의 붉은 한나라 깃발을 세워라!"

그와 동시에 그는 군사들에게 그 날 조군을 파하고 전투가 끝나면 잔치를 열겠다고 했다. 그는 싸워보기도전에 틀림없이 전투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구체적으로 그의 경기병들에게 행동지침을 내려주었을 뿐만 아니라 적군인 조나라 군사들이 그들의 진지를 비우고 한군을 추격할 것이라는 것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신의 수하 장수와 군사들 모두가 한신의 말을 괴이하게 여기며 믿지 못했다. 계속해서 한신은 다시 만 명의 군사들을 선봉대로 뽑아 출동하여 배수의 진을 치도록 명했다. 만 명의 선봉대가 행한 배수의 포진은 그 당시 병법에 위배되는 행위였다. 이에 적군은 한군의 병법에 어긋난 포진을 보고 기초적인 병법도 모르는 군대라고 비웃었다. 뒤이어 대장군의 깃발과 그 의장물들을 드높이 휘날리며 큰 고함소리를 내지르며 정형구(井형口)를 가로질러 돌격을 감행했다. 그러나 한조(漢趙) 양군이 회전에 들어가자 과연 조군은 자기들 진영에서 모두 뛰쳐나와 한신의 군대를 일제히 공격하기 시작했다. 한신은 거짓으로 싸움에 지는 척하고 대장군의 깃발과 북을 버리고 도망가 조군을 유인하면서 그의 경기병부대가 그 틈을 이용하여 조군의 진영으로 쇄도해 들어가 그들의 깃발을 뽑아 버리고 한군의깃발로 바꿔 달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조군의 진영에 붉은 색의 한군 깃발이 펄럭이기 시작하자 한신은 그 군사들을 이끌고 온 힘을 다해 반격을 가했다. 이에 한군의 강력한 반격을 받고 자기들 진영으로 후퇴하려는 생각을 품게 된 조군은 자기들 진영에는 이미 한나라의 붉은 깃발이 펄럭이는 것을 보았다. 크게 당황한 조군은 자기들 진영이 이미 한군에게 점령당하고 그들의 왕과 장수들은 모두 포로가 된 것으로 생각했다. 이윽고 조군의 대열은 혼란에 빠져 군사들은 목숨을 구해 각기 살길을 찾아 달아나기 시작했다. 조나라의 장수들은 달아나는 군사들의 목을 베었지만 어쩌는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군이 무너지는 조군의 앞뒤에서 협공을 가했다. 조군은 크게 무너지고 조나라의 대장 성안군(成安君) 진여(陳餘)를 저수(泜水)의 강안에서 붙잡아 목을 베고 조왕 헐(歇)은 포로로 잡았다. 진실로 싸움 전에 한신이 예언한 말이 진실로 입증된 된 것이다. 한신은 싸움이 끝나고 장수들에게 자기의 작전을 설명했다.

" 그들을 사지에 빠뜨려, 그들 각자가 스스로를 위해 싸우도록 만들지 않고, 이제 그들에게 살아 남을 수 있는 땅을 준다면 모두 달아날 것인데, 어찌 그들을 쓸 수 있겠는가?"

진실로 한신이야말로 지피지기(知彼知己)의 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의 상황에 근거하여 융통성 있게 작전을 시행한 전투의 결과를 보면 그의 마음속에 품고있던 군사적인 전략과 사상을 이러한 단면을 통해 그의 치밀하고 임기응변적인 모습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비록 간략하게 기록은 했지만 유수의 싸움에서도 한신이 발휘한 지혜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 용저(龍且)가 참모들의 간언을 물리치고 오만한 태도로 고집스럽게도 유수 건너편에 포진하고 있던 한신의 진영으로 그 군사들을 진격시켰다. 이에 한신은

" 유수의 상류를 막아, 얕아진 수심으로 초군이 진군하여 강을 반쯤 건넜을 때 용저를 공격하다가 싸움에서 패한 척 하며 달아나라!"

라고 그의 군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윽고 용저가 그의 전군을 이끌고 유수를 건너 패주하는 한신의 군사들 뒤를 추격하자, 한신은 막았던 유수 상류의 둑을 터뜨려 초군을 수장시켰다. 이에 용저의 초군은 대부분이 유수의 물에 익사했으며 치열하게 벌어진 전투에서 용저의 목을 벨 수 있었다. 한신의 작전은 모두가 실제 상황에 근거하여 작전과 배치가 이루어져 적군으로 하여금 오판하도록 하는 지혜를 발휘하여 승리를 취한 것이다.

본편의 상세하고 치밀한 기술방법은 사기의 다른 편에 비해 특히 빛난다. 한신이 동네 불량배의 가랑이 밑으로 기어 모욕을 당하는 모습의 세세한 기술은 당시 성 안에 살고 있던 소년들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묘사했을 뿐만 아니라 그때의 한신이 품고 있었던 심리적인 갈등을 그렸다. 격동하고 있던 한신의 심리상태는 모두숙시(熟視)와 포복(蒲伏)이라는 말에 나타나듯이 자기의 마음을 결코 밖으로 들어내지 않는다. 그러나 유방은 한신이 제나라의 가왕으로 삼아 달라는 요청을 받자마자 그 즉시 욕지거리와 함께 직설적으로 말한다.

" 내가 지금 항우에게 쫓겨 이렇듯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어 아침저녁으로 그가 달려와 나를 구원하기만을 목이 빠지게 기다라고 있는데 한신이란 놈은 엉뚱하게 벼슬 욕심만을 내고 있구나!"

이에 곁에 있던 장량과 진평이 유방의 발꿈치를 밟아유방의 말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리자, 문득 깨달은 유방이 다시 한신을 욕하며," 사내새끼가 제후국을 정벌해서 평정했으면 그곳의 왕을 시켜 달라고 해야지 하필이면 가왕(假王)이 뭔가?"라고 둘러댔다. 일종의 희극적인 장면을 세세하게 묘사함으로 해서 예의를 모르는 기풍과 부랑아 같은 성품의 유방이나 두뇌회전이 빠르고 총명한 면을 생생하게 기술했다. 유방의 임기응변적인 능력과 그에 따르는 행동에 대한 묘사는 마치 그 광경이 눈에 보이는 듯이 선하다. 유방의 형상은 마치 부르면 대답하고 걸어 나올 듯이 생생하게 묘사된 것이다.

한신의 허허실실전법

1. 한중에서 나올 때 잔도를 수리하는 척 하며 진창의 길로 나와 전격작전으로 삼진을 평정한 기사.

한왕 유방이 한신을 대장군에 임명하고 한중에서 나올 때 한신은 그 진격로를 옛날 관중에서 한중으로 들어올 때 취했던 잔도(棧道)로 나간다고 선언했다. 잔도는 한왕이 한중으로 들어 올 때 불태운 바가 있다. 한신은 번쾌에게 명령을 내려 6개월 내에 잔도를 수리하여 관중으로 진군할 수 있도록 준비하도록 했다. 잔도의 수리는 6년이 걸려도 힘든 작업인데 6개월 안에는 임무를 완수를 할 수 없다고 강력하게 항의하는 번쾌로 인해 한군의 지휘부는 소란스러졌다. 그 소식을 전해들은 삼진(三秦)의 왕들은 한군이 잔도를 수리하는데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한군에 대한 경계를 풀었다. 그 틈을 탄 한신은 섬서성을 우회하여 고도(故道)를 취하여 진창으로 나가 방심하고 있던 삼진의 왕들을 속여 관중의 땅을 전격적으로 점령하고 말았다. 역사상 이 일을 진창암도(陳倉暗道)라하여 고사성어가 되었다. 당시 항우는 관중을 셋으로 나누어 항복한 진나라의 장군 출신들을 왕으로 삼아 한중의 한왕을 견제시키고 있었다.

2. 위왕(魏王) 표(豹 : 위표(魏豹))와의 전투에서 임진관에서 건너는 척하며 북상하여 하양(夏陽)의 나루터에서 통나무를 껴안고 황하를 도하하여 위표(魏豹)를 사로잡은 기사.

위왕 표가 부름에 응하지 않자 한왕 유방은 한신, 관영, 조참 등의 장수들을 시켜서 함께 위나라를 공격하도록 했다. 한군의 진격이 개시되자 위왕은 포판관(蒲坂關)에다 병력을 집중시키고 임진(臨晉)에서의 도하를 막았다. 한신이 위군을 현혹시키기 위해 선단을 이용하여 임진에서 황하를 건너려는 듯이 보이게 하고는 몰래 복병을 하양(夏陽)에서 나무구유를 타고 강을 건너게 하여 안읍(安邑)을 기습하였다. 이에 위왕 표가 놀라며 군사를 이끌고 한신군을 맞아서 싸웠다. 결국 9월에 한신은 위왕 표를 사로잡아 형양(滎陽)으로 보내 위나라 땅을 모두 평정하여 하동, 상당, 태원군을 설치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