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용풍(鄘風)·백주(柏舟)》는 한 소녀가 결혼의 자유를 요구하며, 가정에 대해 반항하는 내용을 담은 시로, 사랑에 대한 일편단심과 봉건 예법에 대한 단호한 저항 정신을 표현한 작품이다.[《詩經·鄘風·柏舟》是一位少女要求婚姻自由, 向家庭表示違抗的詩, 表現了愛情專一, 堅決反抗封建禮敎的精神]
《모서(毛序)》의 구설은 《사기(史記)·위세가(衛世家)》의 기사에 근거하여 「공강(共姜)이 스스로 맹세한 시다. 위나라의 세자인 공백(共伯)이 일찍 죽자 그의 부인 공강이 절개를 지키고 있었는데 친정부모가 수절(守節)하려는 그녀의 뜻을 빼앗아 재가를 시키려고 했기 때문에 공강은 맹세하고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 까닭으로 이 시를 지어 부모의 강요를 거절했다.」라고 했다. 《사기·위세가》의 기사는 다음과 같다.
「위리후(衛釐侯)가 재위 42년 만인 기원전 813년에 죽고 태자 공백(共伯) 여(餘)가 뒤를 이었다. 일찍이 리후는 공백의 동생 화(和)를 총애하여 많은 재물을 물려주었다. 이에 화는 그 재물로 수많은 무사들을 사들여 리후의 묘역에서 공백 여를 습격했다. 공백은 리후의 묘지 안의 갱도로 도망쳤다가 그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위나라 사람들은 공백을 리후의 묘지 곁에다 묻고 공백이라고 부르고 화를 군주로 세웠다. 화가 무공(武公)이다.」라는 기사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실제적으로 천진하고 순수하며 진실했던 민간의 사랑노래를 지배 계층이 강요하는 정절 이념의 표상인 열녀문을 세운 것처럼 억지로 끼워 맞춘 설법이다. 요제항(姚際恒)은 《시경통론(詩經通論)》에서 모서의 설을 훌륭하게 통박했다.
「《모서(毛序)》에 공강(共姜)이 스스로 맹세했다고 했는데 사서의 기록을 근거하면 당시 공백이 무공에게 살해될 때의 나이는 40세 이상이었고 공강은 공백의 부인인데 어떻게 부모된 사람이 이치를 따져 공강을 재가시키려고 했겠는가? 그리고 공백은 이미 위나라 군주의 자리에 올라 제후의 대열에 섰다가 위리후(衛釐侯)의 묘역에서 위무공의 공격을 받아 리후의 묘도(墓道) 안으로 들어가 자살했다. 그래서 《대서(大序)》의 ‘공백이 세자가 되어 일찍 죽었다’는 설은 대단히 어폐가 있다. 때문에 이 《용풍(鄘風)》의 『백주(柏舟)』에 대한 《모서》의 설을 사실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라고『모서(毛序)』의 오류를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 후로 두 『백주(柏舟)』를 구별하기 위해 《패풍(邶風)》의 백주를 『패백주(邶柏舟)』로, 《용풍(鄘風)》의 백주를『용백주(鄘柏舟)』로 표기한다.]
사서의 기록에 의하면 공백이 재위 42년만에 죽은 리후(釐侯)의 뒤를 이어 위나라 군주의 자리에 올랐다가 같은 해애 무공의 공격을 받아 자살한 연도는 기원전 812년이고 형인 공백을 죽이고 군위에 오른 무공은 55년 동안 재위했다가 기원전 758년에 죽었다. 무공은 95세 이상 살았다는 기사가《국어(國語)·초어(楚語)(상)》 7편의 『左史倚相儆申公子亹』에 실려 있다. 「95세의 위무공(衛武公)이 무공이 오히려 말하기를 ‘경(卿) 이하 사장(師長)과 (士)에 이르기까지 진실로 조정(朝廷)에 있는 자는 내가 노기(老耄)하다고 버리지 말고 반드시 조정에서 나를 경계하라.’라 하고, 결국 시를 지어서 스스로 경계했다.」즉 위무공은 95세 이상 생존했다는 기사다. 따라서 위무공이 재위에 올랐을 때는 40세 이상이었으며 무공의 형 공백은 40세 이상이었다고 추론할 수 있다.
이 시는 『패백주(邶柏舟)』에서 드러난 감정, 사용된 예술적 수법, 그리고 언어적 스타일과 큰 차이를 보인다.『패백주』를 지은 작자는 자신이 이미 버림받은 뒤에 시를 지어, 시 속에는 옛날의 고통스러운 생각이 가득한 반면, 『용백주』의 작자는 열렬히 사랑하는 현재 진행형의 시기에 지어, 시 속에 분노에 찬 저항을 강렬하게 표현했다. 또한『패백주』를 노래한 작자는 이미 마음이 상해 있었기 때문에, 그 감정은 마치 백 척 깊이의 연못처럼 깊고 가라앉아 있었지만, 현재 억압을 당하고 있는 『용백주(鄘柏舟)』의 작자는 자신의 감정을 하늘을 찌를 듯한 불길처럼 뜨겁고 격렬하게 표현했다.
『패백주(邶柏舟)』는 “回蕩的表情法(회탕적표정법)”의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짙은 감정이 가슴속에 엉켜 있다가, 봄 누에가 실을 뽑듯이 천천히 끌어내는 방식이다.” 반면 『용백주(鄘柏舟)』는 “奔迸的表情法(분병적표정법)”을 사용하고 있다. “감정이 급격히 변화하여 한순간에 백열의 열기로 치솟는 것이며, 아주 단순한 문장으로 지극히 진실한 감정을 최대한 드러낸다.” — [양계초(梁啓超), 『중국 운문 속에 표현된 감정』
※回蕩的表情法 (회탕적표정법)의 ‘회탕(回蕩)’은 감정이 내면에서 맴돌고, 여운을 남기며 흐르는 느낌을 가리킨다. 감정을 직접적으로 폭발시키기보다는 은은하게, 은유적으로 여백을 두고 표현하는 기법이다.
※奔迸的表情法 (분병적 표정법)은 ‘분병(奔迸)’은 감정이 안에서 끓어오르다 밖으로 터져 나오는 듯한 급격하고 강렬한 표현한다는 뜻으로 억제되지 않은 직접적인 표현 기법이다.
『패백주』는 비유가 많아 이미지 속에 감정을 실어 표현하지만, 『용백주(鄘柏舟)』는 직접적인 진술(陳述)로 감정을 전혀 숨기지 않고, 격렬하게 문장 속에 쏟아낸다. 그래서 『패백주』는 침울한 풍격을 지녀 오랫동안 사람들의 동정심을 자아내고, 이 시는 표현이 격렬하여 빠르게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패백주』의 언어는 완곡하고 우회적이며 산골짜기 계류처럼 부드럽게 흐르지만, 이 『용백주(鄘柏舟)』의 언어는 거침없이 쏟아지며 큰 강물이 질주하듯 힘차다.[中華書國 詩經注析 번역 전재]
一
汎彼柏舟(범피백주)
저 둥둥 떠있는 잣나무 배여
在彼中河(재피중하)
하수의 강물에 떠 있도다!
髧彼兩髦(담피양모)
두 갈래 다팔머리 드리운 그 분만이
實維我儀(실유아의)
진실로 나의 짝이로다!
之死矢靡它(지사시미타)
죽어도 딴 마음 먹지 않겠노라 맹세하겠소
母也天只(모야천지)
하늘과 같은 은혜로운 어머님이여,
不諒人只(불량인지)
어찌 다른 사람의 마음을 몰라주시나요?
흥(興)이다. 중하(中河)는 잣나무배가 떠 있는 하수(河水) 강물이다. 髧(담)은 머리를 따지 않고 늘어뜨린 모습이고 모(髦)는 다팔머리다. `앞머리를 눈썹 위까지 늘어뜨린 더벅머리다. 兩髦(양모)는 머리를 잘라서 숨구멍의 좌우에 낀 다팔머리이니, 아들이 부모를 섬기는 꾸밈이다. 부모가 돌아가신 뒤에야 다팔머리를 없앴다. 이는 공백(共伯)을 가리키고 我(아)는 공강(共姜) 자신을 말한다. 儀(의)는 짝이요, 矢(시)는 맹세의 뜻이고 靡(미)는 없음이다. 只(지)는 어조사다. 諒(량)은 믿음이다.
○ “위(衛)나라의 세자 공백(共伯)이 일찍 죽으니, 그의 처 공강이 절개를 지켜 혼자 살았다. 부모가 그녀의 뜻을 빼앗아서 개가시키려고 했다. 그래서 공강이 이 시를 지어 스스로 맹세했다.” “백주(栢舟)는 하수(河水) 강물 위에 떠 있고, 양모(兩髦)를 늘어뜨린 더벅머리 총각은 실로 나의 짝이니 내 비록 죽을지라도 다른 마음을 품지 않겠다고 맹세하노라! 나를 키워주신 어머니의 은혜가 하늘처럼 망극(罔極)하거늘 어찌하여 나의 마음을 믿지 못하시는가.” 공강의 원망이 아버지에는 미치지 않음은 아마도 공강에게 개가를 강요한 사람은 오직 어머니였고 아버지의 뜻은 아니었다고 여겨진다.
二
汎彼柏舟(범피백주)
저 잣나무로 만든 배여
在彼河側 재피하측)
하수 강변에 떠 있네!
髧彼兩髦(담피양모)
머리를 늘어뜨린 저 더벅머리 총각
實維我特(실유아특)
진실로 나의 짝이로다!
之死矢靡特(지사시미특)
죽어도 딴 마음 먹지 않겠노라 맹세하겠소
母也天只(모야천지)
어머님은 하늘이시니!
不諒人只(불량인지)
어찌 다른 사람의 마음을 몰라주시나요?
흥(興)이다. 特(특) 역시 짝이니, 개가(改嫁)가 사특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맹세의 정도가 매우 심하다고 할 수 있다.
2011-05-12 05:2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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