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포지전(棘蒲之戰, 전381년)

주안왕(周安王) 7년 기원전 395년 위문후(魏文侯)의 뒤를 이어 위무후(魏武侯)가 위나라 군주로 즉위했다. 위무후의 이름은 격(擊)이다. 위무후의 내정과 외교에 대한 능력은 위문후(魏文侯)에 미치지 못했다.

내정에 있어서 그의 가장 큰 잘못은 공숙좌(公叔痤)의 음모와 왕착(王錯)의 참언을 믿고① 당대의 군사가 오기(吳起)를 쫓아낸 일이다. 무후로부터 의심을 받게 된 오기는 주안왕 15년 기원전 387년 위나라를 떠나 초나라로 들어갔다. 상심에 찬 오기가 눈물을 흘리며 위나라를 떠날 때 서하를 바라보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옛날 나를 알아본 위문후는 나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게 했다. 그래서 하서(河西)의 땅에 기대어 패업을 이룰 수가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군주는 아첨하는 신하의 말을 듣고 나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하고 있다. 멀지 않은 장래에 하서의 땅은 진나라에 의해 점령당하게 되고 이후로는 위나라의 국력은 날이 갈수록 쇠약해 질 것이다.②”

위나라가 오기를 잃은 일은 그들의 장성(長城)을 스스로 허물은 행위가 되어 적지 않은 국력의 손실을 입었다.

또한 외교적으로 위무후는 주안왕 16년 기원전 386년, 조나라에 조경후(趙敬侯)가 새로 즉위한 틈을 타서 군사를 일으켜 한단(邯鄲)으로 진격하여 조나라의 공자 조(朝)를 도와 조나라의 후계문제에 개입한 일이다. 그의 군사행동은 실패로 끝나 조나라와의 관계는 크게 악화되었고 결과적으로 가장 믿을만한 우호국을 잃게 되었다. 전국 초 위(魏)나라에 비해 열세였던 한과 조 두 나라의 국력이 크게 신장하여 위나라와 대등하게 된 시점에서 위무후의 조나라에 대한 군사행동은 위나라가 패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한위조(韓魏趙) 삼국동맹을 와해시키는 원인을 제공했다. 그 결과 한위조 삼국은 서로의 이익을 위해 서로 충돌하여 반목하기 시작했다. 특히 새로 즉위한 조경후가 그 도성을 중모(中牟)에서 한단(邯鄲)으로 옮긴 이후로 조나라의 국세는 날이 갈수록 강성해지고 있었다. 조경후는 당시 소제후국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던 위(衛)나라를 점령하여 중원의 패권을 다투기로 결심했다.

주안왕 19년 기원전 383년 조군이 신속하게 황하를 건너 위(衛)나라의 강평(剛平 : 지금의 하남성 청풍현(淸風縣) 서남)을 공격하여 점령한 후에 그곳에 성을 축조했다. 조군은 계속해서 진공방향을 위(衛)나라의 수도 복양성(濮陽城)으로 돌려 맹공을 가했다. 위(衛)나라의 땅은 제(齊), 조(趙), 위(魏) 삼국 간에 있어 제와 위 두 나라의 이익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위(衛)나라가 위(魏)에 구원을 요청하자 위무후는 즉시 군사를 일으켰음으로 극포(棘蒲)의 싸움이 발발하게 되었다. 극포의 싸움은 3단계로 진행되었다.

제1단계 전383년

조군(趙軍)이 위(衛)나라를 전격적으로 기습하여 그 도성 복양성에 맹공을 가하자 위나라 도성의 8개 성문 중에 2개가 파손되었다. 위급한 처지에 놓인 위(衛)는 위(魏)에 구원군을 요청했다.

제2단계 전382년

위무후가 친히 위군을 이끌고 출정하여 위(衛)나라로 진군하자 제(齊)도 역시 군사를 보내 조군을 공격했다. 위제(魏齊) 연합군은 조군을 토대(兎臺)에서 크게 격파했다. 이에 조나라의 한단은 혼란에 빠지고 황하와 태항산 사이의 땅에는 자중지란이 일어났다. 다음해인 기원전 382년 위(魏)의 지윈을 받은 위(衛)는 강평(剛平)의 땅을 되찾고 계속해서 황하 이동에 있었던 원래의 땅을 수복한 후 계속 진공하여 조나라의 구도였던 중모까지 파죽지세로 진격하여 그 성곽을 무너뜨렸다.

제3단계 전381년

주안왕 21년 기원전 381년, 조(趙)가 초(楚)에 구원을 요청했다. 조위 간의 충돌을 보면서 기회만을 엿보고 있었던 초나라는 주저 없이 대군을 출동시켜 조나라를 구원한다는 핑계로 위나라를 공격했다. 초군은 곧바로 진격하여 황하변에 이르렀다. 초나라의 구원을 받은 조나라는 승세를 타고 남하여 황하 이서의 위나라 땅을 공략하여 극포(棘蒲)를 점령했다. 극포는 지금의 하북성 조현(趙縣)이다. 2년 후 기원전 379년 조군은 다시 위나라의 황성(黃城)을 함락시켰다. 황성은 지금의 하남성 내황현(內黃縣) 서다.

극포지전은 전국 초기 5년 동안이나 지속되었던 가장 큰 전쟁으로써 참가한 나라만 해도 조(趙), 위(魏), 위(衛), 제(齊), 초(楚) 등의 다섯 나라에 이르렀다. 전쟁의 목적은 위나라를 점령하거나 아니면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해 발생한 전쟁으로써 조위(趙魏) 간의 장기간에 걸쳐 축적된 이해관계의 충돌과 대국 상호간 외교관계의 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이 전쟁으로 삼진연합(三晋聯合)은 와해되고 제초(齊楚) 사이의 외교관계도 근본적인 변화가 생겼다.

①왕착(王錯) : 전국 때 위(魏)나라의 대부로 전국책에는 왕종(王鐘)으로 되어있다. 위무후에게 오기를 모함하여 오기가 위나라를 떠나 초나라로 가게 만들었다. 위혜왕(魏惠王) 2년 기원전 368년 죄를 짓고 한나라로 달아났다.

②오기가 위나라를 떠난 해은 기원전 387년이고 위나라가 하서의 땅을 진나라에게 빼앗긴 해은 기원전 330년의 일이다. 다음은 위나라의 재상 공숙좌가 오기를 함정에 빠뜨린 사기의 기사다(사기손자오자열전)

『이윽고 전문이 죽고 그 뒤를 이어 위나라 재상이 된 공숙좌(公叔痤)는 위나라 공주를 아내로 맞이했다. 오기가 자기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고 생각한 공숙좌는 오기를 해치려고 하였다. 공숙좌를 모시던 하인이 말했다.

“ 오기가 이 나라를 떠나게 만드는 일은 아주 쉬운 일입니다.”

“ 어떤 방법이 있는가?”

“ 오기라는 위인은 절조가 있고 청렴하며 명예를 중히 여깁니다. 대감께서 주공에게 ‘오기는 재능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우리 위나라는 영토가 작고 강국인 진나라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 신은 그가 과연 우리 위나라에 오래 머물려고 하는지 의심스럽습니다.’라고 말씀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주공께서 어찌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물을 것입니다. 그때 상국께서는 주공께 ‘ 공주를 오기에게 아내로 주겠다고 하면서 그의 마음을 떠보시기 바랍니다. ’라고 대답하십시오. 그런 다음 오기를 이 집에 초대하여 상국의 부인이신 공주의 화를 일부러 돋워 대감을 업신여기도록 하십시오. 오기는 공주가 대감을 함부로 대하는 것을 보면 틀림없이 주공의 제안을 거절할 것입니다. ”

이윽고 공숙좌의 집에 초대된 오기는 공주가 위나라의 재상인 공숙좌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을 목격하고 과연 위무후의 혼인 요청을 거절했다. 위무후는 오기가 두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의심하여 그 후로는 그를 신임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왕착이라는 사람이 위무후 측근에서 수시로 오기를 모함했다. 마침내 위무후는 왕착의 참언을 믿고 오기를 서하에서 안읍으로 소환했다. 오기가 안문(岸門)에 이르러 죄를 얻게 되지나 않을까 두려워하여 위나라를 떠나 초나라로 갔다.』

(中國軍事史-中國軍事科學出版社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