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魏)의 대량(大梁)천도

전국시대 때 위나라는 영토가 동서 양쪽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동부지역은 지금의 하남성 동북부의 하내군(河內郡)과 대량 일대이고 서부지역은 섬서성 서남부의 서하군(西河郡) 및 상군(上郡), 산서성 동부의 하동군(河東郡)에 걸쳐 있었다. 동서 양 지역은 지금의 산서성 화순(和順)과 유사(楡社) 일대의 상당(上黨)을 통한 길을 이용하여 연결되었다. 한위조 세 나라의 삼진(三晋) 연합이 결렬되자 그들의 이해관계가 끊임없이 충돌하여 빈번한 전투가 벌어졌다. 그 결과 만약 한과 조 두 나라가 연합하여 상당의 길을 끊을 경우 위나라는 동서 양 쪽으로 분단되는 위험에 노출되었다. 주열왕 6년 기원전 370년 탁택(濁澤)의 싸움¹⁾에서 한나라는 위나라를 동서로 분열시켜 그 세력을 약화시키려고 기도했다. 그와는 별도로 위나라의 서쪽에 있었던 진(秦)나라는 기원전 384년 진헌공(秦獻公)이 즉위 후 국내 정세가 점차로 안정을 찾게 되었다. 진헌공은 내정의 개혁을 단행함과 동시에 그 도성을 경양(涇陽)에서 지금의 섬서성 임동현(臨潼縣) 역양진 무가돈 부근의 역양(櫟陽)으로 옮겼다. 역양은 ‘ 동쪽으로는 삼진과 통하고, 교역이 활발한 상업도시였다.’ 역양진은 비교적 경제 활동이 왕성하고 또한 중원지역과 거리상으로 가까워 관중과 중원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였다. 역양성은 모두 6개의 성문이 있었고, 동서 1.8키로, 남복 2.2키로에 달하는 대성에, 높은 누각이나 정자와 같은 위락 시설이 없는 완전히 전쟁만을 수행하도록 축조된 성이었다. 그것은 위나라가 차지하고 있던 하서(河西) 즉 황하 이서와 낙수 이동의 땅을 쟁탈하기 위한 굳은 의지의 표현이었다. 진나라의 국세는 이때부터 상승하기 시작했다.

주현왕 3년 기원전 366년, 한과 위 두 나라의 군주들이 택양(宅陽 : 지금의 하남성 형양 동북)에서 회동하여 체결한 조약에 의해 결성된 한위(韓魏) 연합군을 진나라가 낙음(洛陰 : 지금의 섬서성 大荔縣 서)에서 격파했다. 그리고 2년 후 진나라 군사들이 하동 깊숙히 쳐들어와 석문(石門)에서 위군과 싸웠다. 석문은 지금의 산서성 운성현(運城縣) 서남에 있었던 고을이다. 싸움 결과 진군은 위군 6만의 머리를 베었다. 이에 조나라가 위나라를 구원하기 위해 원군을 보내자 그때서야 비로소 진군은 물러갔다. 석문의 싸움은 전국시대 이래 진나라가 삼진과 싸워 승리를 한 첫 번째 싸움이었다. 이에 주천자가 진나라의 승리를 축하한다는 사신을 보내 진헌공에게 방백의 칭호를 하사했다. 진나라는 위나라와 석문의 싸움에서 승리함으로 해서 제후국 대열에 당당히 낄 수 있게 되었다. 주현왕 6년 기원전 363년 진나라가 위나라의 소량(少梁)을 공격했다. 조나라가 다시 위나라를 위해 출병했으나 진나라에 의해 격퇴되었다. 7년 기원전 362년 위군이 회수(澮水) 북안에서 한조(韓趙) 연합군과 싸워 크게 이기고 조나라 대장 오조(惡阻)를 사로잡은 후에 조나라의 피뢰(皮牢)를 점령했다. 피뢰는 지금의 산서성 익성(翼城) 동북의 고을이다. 진나라가 삼진이 서로 싸우는 기회를 이용하여 서장(庶長) 국(國)을 위나라의 하서군(河西郡)으로 진격시켜 위군을 소량에서 대파한 다음 방성(龐城)을 점령하고 위나라 대장 공손좌(公孫痤)를 사로잡았다.

위나라의 동쪽 변경에서는 제나라가 주현왕(周顯王) 원년 기원전 368년 위나라의 관(觀) 땅을 빼앗고 다시 사수(泗水) 강안의 소 제후국들로 하여금 제나라에 조현(朝見)을 들이도록 압박을 가함으로써 위나라와 중원의 패권을 놓고 다투었다. 위나라의 도읍 안읍은 태행산 서쪽에 멀리 떨어져 있음으로 해서 위나라로써는 동쪽 변경에서 일어나는 분쟁을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이에 동쪽의 제와 서쪽의 진으로부터 동시에 위협을 받게 된 위혜왕은 진나라의 위협에서 벗어나 장차 위나라의 대외 전략의 중심을 동쪽으로 옮겨 제나라와 패권을 다투는데 전력을 기우리기로 결심했다. 주현왕 8년 기원전 361년 위혜왕은 그 국도를 동쪽의 대량으로 옮겨 장차 하동지역을 진나라로부터 방어하고 그 진출 방향을 동쪽으로 잡고 한(韓), 조(趙) 및 제(齊) 등과 다투어 위나라의 중원에 대한 패업을 유지하려고 했다.

대량은 중원의 한 가운데에 위치해 있고, 제수(濟水), 단수(丹水), 홍구(鴻溝), 수수(睢水), 예수(濊水) 등 수 많은 하천이 교차하는 곳이며, 땅은 넓고 지세가 원만하며, 물산이 풍부하고, 교통이 편리한 곳이다. 대량으로 천도한 위나라는 한(韓)과 조(趙)의 국도인 신정(新鄭)과 한단(邯鄲)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했다. 위혜왕은 무력과 외교 양면작전을 번갈아가며 사용하여 한과 조 두 나라를 제압하려고 했다. 대량으로 천도한 그 해에 위혜왕은 지금의 하남성 형양 북쪽의 무사(巫沙)라는 곳에서 한소후(韓昭侯)와 회맹하여 평화협정을 체결했으나 다시 그 협정을 파기하고 곧바로 군사를 일으켜 한나라의 택양(宅陽)을 포위한 후 공격함으로 해서 한소후로 하여금 다시 위혜왕이 요구한 회맹을 참석하게 하고, 택양을 공격하던 위군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 주현왕 7년 기원전 362년 위군이 조나라의 열인(列人)과 비(肥)를 공격하여 조나라의 도성 한단성을 압박했다. 현왕 11년 기원전 358년 위혜왕과 조성후(趙成侯)가 지금의 하북성 비향(肥鄕)인 갈얼(葛孽)에서 회맹하고 그 다음 해에 다시 호(鄗) 땅에서 회맹했다. 이와 동시에 위나라는 다시 한과 조 두 나라와 강압적으로 토지를 교환하기도 했다. 주현왕 8년 기원전 361년 위나라가 지금의 산서성 유차현의 유차(楡次)와 태곡현(太谷縣)의 양읍(陽邑) 등의 두 고을을 조나라의 현지(泫氏)의 땅과 바꾸고 다시 위나라의 번양(繁陽) 및 부수(浮水) 일대의 땅과 조나라의 옛 도성이었던 중모(中牟)와 바꾸었다. 현지는 지금의 산서성 고평현(高平縣)이고, 번양은 하남성 내황현(內黃縣) 서북이고 부수는 확인할 수 없다. 주현왕 10년 기원전 359년 한나라가 위나라 건너편에 소유하고 있던 평구(平丘 : 하남성 봉구현(封丘縣)), 호유(戶牖 : 하남성 란고현(蘭考縣) 동북), 수원(首垣 : 하남성 장원현(長垣縣) 동북)을 포함해서 치도(馳道)에 이르기까지 위나라의 압력을 받아 할양하고 이에 다시 위나라는 한나라로부터 태행산으로 통하는 요로인 지도(軹道)를 넘겨 받고, 동시에 위나라 역시 록(鹿)의 땅을 한나라에 주었다. 한과 위 두 나라 사이에 이루어진 토지의 교환으로 위나라는 하동의 땅과 기본적으로 연결되었다.

위나라는 다시 상당군을 한나라의 남양(南陽) 및 삼천(三川) 일대 즉 하남성 북부의 황하 남안의 땅과 교환하여 동서로 갈라진 위나라를 연결하여 주나라를 포위할 태세를 갖추려고 했다. 이에 주나라는 서주군(西周君) 번여(樊餘)를 초나라에 파견하여 외교력으로 위(魏)와 한(韓) 두 나라가 토지를 교환하려고 하는 것을 저지하려고 했다. 번여는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초나라를 설득했다.

첫째, 한나라와 토지를 교환하게 되어 강력해진 위나라가 이주(二周)를 포위하게 되면 결국은 주나라가 멸망하게 되고 주나라의 구정(九鼎)은 위나라의 소유가 될 것이다. 따라서 2주를 병탄한 위나라는 초와 조 두 나라에 대해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

둘째, 한위(韓魏) 두 나라의 토지 교환으로 남양과 삼천의 땅을 획득한 위나라는 초나라의 방성(方城)을 위협할 것이며 또한 상당의 땅을 획득한 한나라는 양장(羊腸)의 요로를 위협하여 조나라의 북쪽 땅을 노릴 것이다.

그래서 조초(趙楚) 두 나라는 한위(韓魏) 두 나라가 그들 토지의 교환을 강력하게 반대하게 되었다. 조초(趙楚)의 강력한 외교적 항의를 받은 한위(韓魏)는 그 계획을 포기해야만 했다. 국세가 약한 서주(西周)로써는 대국들의 이해관계를 잘 이용하여 자기 나라를 보전할 수 있었다.

주현왕11년 기원전 358년 위나라는 국내 정치를 일신하여 부국강병을 이룩한 진나라가 효산의 험로를 통하여 하동의 위나라를 공격하려고 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이에 위혜왕은 용고(龍賈)에게 명하여 황하 동안의 권(卷)²⁾에서 동쪽으로 양무(陽武)를 거쳐 다시 서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밀(密)³⁾까지 장성을 축조하여 대량의 서쪽에 방어망을 치고 진나라의 동진을 저지하려고 했다.

그밖에 위혜왕은 다시 국력을 증강시키는 일련의 조치를 계속해서 취했다. 대량으로 천도한 다음 해 수리사업을 대대적으로 시작하여 우선 운하를 굴착하여 하수의 물을 포전택(圃田澤)⁴⁾으로 끌어들이고, 다시 포전택에서 수로를 파서 밭에 관개를 함으로 해서 농사가 가능하도록 했다. 계속해서 대량성 외곽에 큰 수로를 굴착하여 포전택의 물로 관개가 가능하게 된 주변의 전답을 백성들에게 모두 나누어주어 위나라의 농업생산은 획기적인 발전을 기하게 되었다. 이와 동시에 오기(吳起)가 초나라로 망명하기 전에 시작했던 무졸제(武卒制)⁵⁾를 계승하여 훈련이 잘된 정예병사들을 선발하여 20만의 군대를 조직함으로 해서 위나라의 군사실력도 산업발전과 함께 증강되었다. 그 결과 기원전 356년 노(魯), 송(宋), 위(衛), 한(韓) 등의 군주들이 위나라에 들어와 조현을 행함으로 해서 다시 한 번 위나라는 중원의 패주로 인정되었다.

위혜왕이 위나라의 도성을 안읍과 비교적 멀리 떨어진 중원의 정가운데에 위치해 있는 대량으로 옮긴 것은 진나라의 위협으로부터 잠시 피해 그 인접해 있는 국가로부터의 압력을 완화시키려고 했으나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면 사면으로부터 적군을 불러들여 국가적인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다.

위나라의 구도 안읍(安邑)은 뛰어난 형세의 땅으로써 동쪽으로는 경산(景山), 북쪽으로는 명조산(鳴條山)⁶⁾ 남쪽으로는 석문산(石門山)을 끼고 서쪽으로 황하와 접하고 있어 쉽게 외적으로부터 지킬 수 있다. 그러나 신도(新都) 대량은 광할한 평원에 위치하고 의지할만한 명산대천도 없어 방어하는데 안읍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군의 공격에 노출되어 있었다. 후에 계릉(桂陵)과 마릉(馬陵)의 싸움 중에 위군이 조와 한 두 나라를 공격했을 때 제군의 위협으로 인해 할 수 없이 철군을 강요당하고 그 결과 싸움에서 대패하여 회복할 수 없는 큰 타격을 받음으로써 위나라가 몰락의 길을 걷게 되는 요인이 되었다. 그래서 위혜왕이 대량으로 천도한 것은 비록 목전의 위급한 처지를 모면하기는 했지만, 오히려 위나라로써는 재앙이었던 것이었다.

위나라가 대량으로 천도할 즈음에 각 대국들은 지속적으로 변법을 통하여 봉건사회를 개혁하여 구제도를 폐하고 지주계급 위주의 정치, 경제, 군사상의 정책을 채택함으로해서 부국강병을 도모하고 영토를 확장했으며 인구와 조세 수입의 증가를 통하여 더욱 더 강렬하게 겸병전쟁 중에 우세한 입장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했다. 그 중 가장 변법을 가장 효과적으로 수행한 나라는 진효공의 진나라와 제위왕의 제나라였다. 변법을 시행하여 지주계급은 결국은 경제, 정치, 군사 문화 각 방면에 있어서 그 지위를 공고히 했다. 각국에 새로이 등장한 봉건 통치계급은 자기의 계급적인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앞 다투어 그들의 군제에 일대 개혁을 단행하여 월등한 성능의 장비로 무장된 대규모의 상비군을 확충했다.

즉 진나라가 변법 운동을 통하여 새롭게 국세를 일신시키자 위나라는 그 세를 피해 동쪽으로 그 국도를 옮긴 것이다. 전국 초기에는 위나라가 가장 국력이 강했던 강대국으로써 패자를 칭한 이래 중원의 형세는 변하기 시작했다. 대국 간에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상호간 분쟁이 발생하고 이전투구적인 정세가 점점 형성되기 시작했다. 진과 제 두 나라는 춘추 이래로 대국의 지위를 유지해 온 강국이었다. 진효공과 제위왕이 즉위하자 그들 각자는 철저하게 개혁을 단행하여 동서의 강국으로 군림하게 되어 가장 먼저 위나라의 패권에 도전할 수 있었다. 춘추 이래로 강대국의 대열에 끼어왔던 초나라 역시 비록 오기(吳起)가 행한 변법이 완전히 성공하지는 못했다고는 하지만 원래의 기반이 두텁고, 광활한 국토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적인 실력으로 남방의 패자 자리를 유지해 왔다. 조와 한 두 나라의 개혁조치도 비교적 일찍 시작되어 전국 초기에 비약적으로 그 국세가 신장되어 강대국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개혁조치가 늦은 연나라는 그 여파로 전국열강 중 비교적 국세가 늦게 신장되었으나 북쪽에 위치한 지리적인 이점을 이용하여 열강의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동쪽의 제, 서쪽의 진, 남쪽의 초, 그리고 비교적 중앙부에 자리 잡은 삼진(三晋), 북쪽의 연 등이 각각 한 모퉁이를 차지하고 7국이 병립하는 국면을 조성되었다. 이외에 송나라와 중산국의 국력은 비록 7웅에 비해 약하기는 했지만 전국시대를 거쳐 분쟁이 발생할 경우 어느 정도 역할을 담당할 정도의 수준은 되었다. 그 밖의 노(魯), 위(衛) 등의 소국의 경우는 강대국들 사이에 끼어 어느 한쪽에 의지하여 나라를 보존할 수 있었지 기본적으로 독자적인 능력은 갖고 있지 못했다.

2)권(卷)/ 하남성 원양현(原陽縣) 서

3)밀(密)/ 지금의 하남성 밀현(密縣) 동북

4)포전택(圃田澤)/ 전국 때 위나라의 양혜왕(梁惠王)이 지금의 하남성 중모현(中牟縣) 일대에 조성한 인공호수로 황하의 물을 끌어들여 저장한 관개시설이다.

5)무졸제(武卒制)/ 오기가 제창한 일종의 징병제로서 1졸을 600명으로 5졸 3000명을 기본단위로 조직했다.

6)명조산(鳴條山)/ 하나라의 마지작 왕 걸왕(桀王)이 은나라를 세운 탕왕(湯王)과 싸워 도망쳐 숨은 곳이다. 지금의 하남성 개봉시(開封市) 북 봉구현(封丘縣) 서라는 태평어람(太平御覽)과 회남자(淮南子)의 설과 산서성 운성현(運城縣) 동북이라는 공안국(孔安國)의 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