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영지전(鄢郢之战)

주난왕 36년부터 37년 즉 기원전 279년부터 278년까지, 진나라의 대양조(大良造)가 군사를 이끌고 초나라의 언(鄢)과 영(郢) 지방을 공략한 대규모의 군사작전이다. 언은 지금의 호북성 의성(宜城) 동남의 초나라의 부도(副都)이고 영은 초나라의 도성이다.

기원전 279년, 진소양왕(秦昭襄王)과 조혜문왕(趙惠文王)이 민지(澠池)에서 회맹을 행한 후에 그때까지 끊이지 않고 행했던 두 나라의 군사행동을 중지하고 강화조약을 맺었다. 이로써 북방으로부터의 위협을 해소한 진나라는 백기를 대장으로 삼아 대거 초나라를 공격했다. 당시 초나라는 부패한 정치로 인해 국세가 날이 갈수록 쇠약해지고, 다시 그 병력의 일부는 장교(莊蹻)를 따라 지금의 운남성 일대의 전(滇)에 원정을 나간 상태였기 때문에 진나라의 대대적인 공격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백기는 초나라의 정세를 분석한 후 곧바로 초나라 정권의 중심부를 공략하는 전략을 세웠다. 백기의 진군은 한수의 순류를 따라 동쪽으로 내려와, 먼저 한수 중류에 세워진 중진(重鎭) 등(鄧)을 점령한 후에 언성(鄢城)으로 진격하려고 했다.

언성은 초나라의 부도로 지리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에 위치해 있었다. 초나라는 도성인 영성을 방어하기 위해 황급히 주력부대를 이동시켜 진군을 언성에서 막게 했다. 언성을 맹렬히 공격했으나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백기의 진군은 곧바로 수공으로 전환했다. 언성에서 4백리 떨어진 곳에서 제방을 쌓아 물을 막고, 그 수위가 일정한 높이에 이르자 물을 막았던 둑을 터뜨렸다. 맹렬한 기세의 홍수는 언성을 삼키고 성안에 있었던 수십 만의 군민도 함께 익사했다. 진군이 언성을 점령했다.

언성에서 초군의 주력을 섬멸한 백기는 장수(漳水)와 수수(睢水)를 건너 서릉(西陵)을 함락시키고 장강의 수로로 통하는 길을 막아 초나라의 도성 영(郢)에서 서쪽의 무군(巫郡)과 통하는 길을 끊었다. 이어서 장강의 강안을 따라 초나라 왕조의 종묘와 역대 왕들의 분묘를 모시고 있던 이릉(夷陵)을 불태우고 영성을 압박해 갔다.

초경양왕은 동쪽으로 도망쳐 도읍을 지금의 하남성 회양(淮陽)의 진(陳)으로 옮겼다. 백기는 초군의 뒤를 추격하여 경릉(竟陵)에 이르자 멈추었다. 이로써 경릉의 이서와 이북의 광대한 지역은 진나라의 땅이 되었다. 진나라는 영 땅에 남군(南郡)을 설치하고 관리를 파견하여 다스렸다.

백기가 수만의 소수 병력으로 2년의 짧은 기간 동안 500년 이상 초나라의 정치중심지였던 광대한 지역의 언영(鄢郢)을 점령하고 수십만에 달하는 병력을 물리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탁월한 정세분석에 의한 것이다. 백기는 그가 초나라와의 전쟁에서 대승을 거둔 것은 ‘ 초나라는 백성들의 인심이 떠났고, 국가 방어에 필수적인 성채는 정비하지 않아 방치되었으며, 조정에는 능력있는 충신들이 남아있지 않았고, 군사들은 성채를 지키려는 의지가 없었다, 또한 초나라 지도층은 자기 소유의 땅만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자기 종족들의 일만을 걱정하여 그 마음은 모두 각각이었으며 나라를 위해 싸우려는 의지를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수많은 초나라의 성읍은 저항도 하지 않고 모두 항복했다. 원래 진나라는 포로로 잡은 적군을 참수한 수급으로 전공을 삼았기 때문에 매번 마다 벌어진 싸움에서 대승한 후에 참수한 초군의 수급은 몇 만을 헤아렸다. 이 3년 동안 벌어진 언영의 싸움에서 백기는 수많은 초나라의 중요한 성읍을 점령했으나, 언성에서 물에 잠겨 죽은 수십만의 군민들을 제외하고는 기록이 없어 진군에 의해 참수 당한 초나라 사람들의 수효는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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