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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5-10 21:28:353008 
사람이란 원래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양승국
일반

다른 사람을 알아보기도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人固未易知(인고미이지), 知人亦未易也(지인역미이야)

진(秦)나라가 범수(范睢)의 원수를 갚기 위해 위(魏)나라에 위협을 가해 그 재상 위제(魏齊)의 목을 구하자 위제는 위나라 재상 자리를 내놓고 조나라로 도망쳐 평원군(平原君) 조승(趙勝)의 집에 숨었다. 진나라가 다시 조나라에 사자를 보내 위제의 신병을 요구했다. 이에 평원군의 집에서 야음을 틈타 도망친 위제는 조나라 재상으로 있던 우경(虞卿)을 찾아가 몸을 의탁했다. 조왕을 설득하여 위제를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을 안 우경은 조나라 상국의 인장을 풀어놓고 도망쳐 소로를 이용하여 조나라를 떠났다. 길을 가던 우경은 위급에 처한 사람이 의지할만한 제후들이 없음을 생각하고 발길을 위나라의 도성 대량성(大梁城)으로 돌려 신릉군(信陵君) 위무기(魏無忌)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했다. 우경은 신릉군의 도움을 받아 위제를 데리고 초(楚)나라에 가려고 한 것이다. 우경이 위제를 데리고 자기를 만나러 온다는 소식을 들은 신릉군은 진나라를 두려워하여 두 사람을 만나는 것을 주저하며 주위에 있던 문객들을 향해 말했다.

" 우경은 어떤 사람인가?"

그때 신릉군 옆에 앉아 있던 후영(侯嬴)이라는 문객이 말했다.

" 사람이란 원래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인물됨을 알아보기도 역시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한 것은 바로 이 일을 두고 하는 말일 것입니다. 우경이란 사람은 짚세기 신발에 삿갓을 쓰고 먼길을 걸어와 조왕을 한 번 접견하자 조왕은 그에게 백벽(白璧) 한 쌍, 황금 백일(百鎰)을 하사하고 두 번 접견하자 상경에 임명했으며 세 번 보자 조나라 상국의 인장을 내리고 만 호의 고을에 봉했습니다. 그 일로 해서 천하 사람들은 우경이 도대체 어떤 인물인가를 알기 위해 서로 다투었습니다. 위제가 곤공한 처지에 처하여 몸을 의탁해 오자 우경은 그 많은 녹봉과 높은 작위를 아까워하지 않고 조나라 상국의 인장을 허리에서 풀어놓으며 만 호의 봉읍도 버렸습니다. 위급한 처지에 놓여 곤궁하게 된 선비들이 지금 공자를 찾고 있는데 공자께서는 다만 ' 그 사람은 과연 어떤 인물인가'라고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그래서 제가 ' 사람이란 원래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인물됨을 알아보기도 역시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한 것입니다."

신릉군이 매우 부끄러워하며 수레를 몰고 나가 두 사람을 맞이하려고 했으나, 신릉군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으려 한다는 소식을 들은 위제는 격노하여 스스로 자기의 목을 찔러 죽었다. 우경도 그 후로는 다시 출사하지 않고 초야에 은거했다.

(사기(史記) 범수채택열전(范睢蔡澤列傳), 열국연의 98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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