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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1-29 08:26:033764 
제4장 대기만성 백리해 제1편. 구사윤락(求仕淪落) 의형건숙( 義兄蹇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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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대기만성(大器晩成) 백리해(百里奚)


1. 구사윤락(求仕淪落) 의형건숙(義兄騫叔)

- 벼슬을 구하러 길을 나섰다가 거지로 전락한 백리해가 건숙을 만나 의형제를 맺다. -


백리해(百里奚)는 우(虞)1)나라 사람으로서 자는 정백(井伯)이다. 나이가 30이 넘어서 두(杜)씨에게 장가를 들어 아들 하나를 얻었다. 백리해의 집안은 원래 가난하여 집을 떠나 벼슬자리를 구하려고 했지만 그 처자를 맡길만한 데가 없어 차마 떠날 수 없었다. 백리해의 처 두씨가 말했다.

「첩이 듣기에 남자는 그 뜻을 천하에 두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부군께서 장년이 되었는데 아직도 세상에 나가 벼슬을 구하지 않으시는 이유는 곧 처자식을 못 잊어서 입니다. 첩은 능히 혼자서 살아 갈 수 있으니 저희를 괘념치 마시고 넓은 세상으로 나가시어 뜻을 펼치시기 바랍니다.」

두씨가 백리해와 이별의 자리를 마련하고자 집에서 유일하게 기르고 있던 암탉을 잡았으나 부엌에는 땔감이 없어 문빗장을 뜯어서 불을 피워 취사했다. 다시 아직 덜 익은 조 이삭을 배어다가 절구에 찐 다음 밥을 지었다. 백리해가 한 끼의 식사를 배불리 먹고 가족과 이별할 때 그 처가 아들을 품에 안고 백리해의 소매를 붙잡으며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부귀하게 되면 부디 우리 모자를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

백리해가 가족과 이별하고 제(齊)나라를 향해 길을 떠났다. 제나라에 당도한 백리해는 제양공(齊襄公)에게 출사하려고 했으나 천거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노자가 떨어진 백리해는 거지가 되어 구걸을 하다가 질(銍)2)이라는 곳으로 흘러들어 갔다. 그때 백리해는 이미 마흔 살의 나이가 되어 있었다. 질이라는 곳에 살고 있던 건숙(蹇叔)이라는 사람이 걸인이 된 백리해의 생김새를 보고 기이하게 생각하여 말했다.

「그대의 행색을 살펴보니 빌어먹는 걸인은 아닌 것 같다. 」

건숙이 백리해의 성과 이름을 묻고 자기집에 데려가서 밥을 먹인 후에 시사에 대해 담론을 해봤다. 백리해가 응대하는데 그 말이 물 흐르는 것 처럼 조리가 분명히 서있어 마치 그림을 그려서 설명하듯 했다.

「그대가 뛰어난 재주를 갖고 있음에도 이와 같이 끼니도 해결 못하는 곤궁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으니 어찌 운명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건숙이 백리해를 자기집에 묵게 하고 결의형제를 맺었다. 백리해보다 한 살이 연상인 건숙이 형이 되고 백리해는 동생이 되었다. 건숙의 집도 형편이 역시 넉넉치 못하여 백리해가 마을에서 소를 길러 양식을 보탰다.

그때 제나라에서는 공손 무지(無知)가 양공을 살해하고 새로이 군주의 자리에 올라 민심을 일신시키기 위해 중원 각지에 방을 돌려 현사를 초빙하고 있었다. 백리해가 방을 보고 무지의 초빙에 응해 제나라에 가서 출사하려고 했다. 건숙이 말리면서 말했다.

「죽은 양공의 아들들이 나라 밖에 모두 살아 있는데 어찌 무지가 군주 자리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겠는가? 그는 결국 아무 것도 이룰 수 없을 것이네! 」"

백리해가 건숙의 말을 듣고 제나라에 출사하려는 생각을 그만 두었다. 그리고 얼마 후에 소 기르기를 좋아하던 주나라의 왕자 퇴(頹)가 소를 잘 기르는 자를 찾아 모두 봉록을 후하게 준다는 소문을 듣게 된 백리해는 주나라에 들어가기 위해 건숙에게 하직인사를 올렸다. 건숙이 말했다.

「모름지기 큰 뜻을 가지고 있는 장부는 경솔하게 처신하여 몸을 망치면 안 되네. 한번 출사해 놓고 형세가 여의치 못하다 해서 그 모시던 사람을 버리는 행위는 불충이라 하고 또한 그 모시던 주인을 버리지 못하고 환난을 같이 하는 행위는 지혜롭지 못한 일이라고 하는데 이번에 주나라에 가서 왕자퇴를 모시는 일은 부디 신중하게 생각하고 처신하기 바라네. 나는 처리해야 할 집안 일이 있어 동행은 같이하지 못하겠지만 곧 뒤따라가서 한 번 살펴보겠네. 」

백리해가 먼저 주나라에 당도하여 왕자퇴를 접견하고 소를 기르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왕자퇴가 듣고 매우 기뻐했다. 이윽고 백리해의 뒤를 따라 주나라에 당도한 건숙이 백리해와 함께 왕자퇴를 만나보고 말했다.

「왕자퇴는 품은 뜻은 비록 크지만 재주가 미치지 못하여 그와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아첨배들 뿐이네. 후에 반드시 분에 넘치는 일을 도모하게 되어 낭패를 보게 될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니 차라리 돌아가세나! 」

백리해가 그의 처자와 헤어진지가 오래되어 우(虞)나라에 돌아가 가족들의 소식을 알아보고 싶다고 건숙에게 말했다. 건숙이 말했다.

「우나라에는 이름이 궁지기(宮之寄)라는 어진 신하가 한 명 있는데 나와는 오래된 친구라. 서로 헤어진지 오래되어 나 역시 한 번 찾아가 보고 싶네. 동생이 우나라에 돌아가고 싶다면 나도 같이 동행하겠네."

두 사람은 즉시 주나라를 떠나 우나라로 들어갔다. 그러나 백리해의 처자는 옛날 그가 떠난 후로 우나라에 기근이 드는 바람에 스스로 살아갈 수가 없어 다른 나라로 유랑생활을 떠나 버린 후였다. 그의 고향 사람들도 그들이 어느 곳으로 갔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백리해가 마음속으로 슬퍼해 마지않았다. 건숙이 궁지기와 만나 서로 인사를 나눈 후 백리해의 재주에 대해 이야기했다. 궁지기가 백리해를 천거하자 우공(虞公)은 백리해를 중대부에 임명했다. 우공을 같이 만나 본 건숙이 백리해에게 말했다.

「내가 우공의 사람됨을 살펴보니 품고 있는 뜻이 적고 스스로 만족해하고 있는 사람이라 주인으로 모실 수 있는 위인이 못되는 같네. 」

모처럼의 출사 기회를 잡은 백리해가 간절한 어조로 말했다.

「이 동생은 오랫동안 빈곤하게만 살아와서 마치 물을 떠난 물고기의 신세와 같습니다. 급히 한 모금의 물로 목을 적셔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

「동생이 가난을 이유로 출사를 하겠다고 하니 내가 차마 말릴 수 없네. 후일에 만약 나를 만날 일이 있으면 송나라 땅의 명록촌(鳴綠村)3)이라는 곳으로 오게나. 명록촌은 매우 그윽하고 아담한 곳이라서 내가 돌아가면 그곳으로 거처를 옮기려는 생각이네. 」

백리해와 작별인사를 마친 건숙은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주석

1)우(虞) : 지금의 산서성 평륙현(平陸縣) 경내에 근거를 둔 춘추초기의 제후국이다. 주나라의 태왕(太王)인 고공단보(古公亶父)에게는 아들이 셋이 있었는데 장자가 오태백(吳太伯), 차자가 중옹(仲雍)이고 막내가 계력(季歷)이었다. 그 중 계력의 아들 중 창(昌)의 덕이 높고 재주가 뛰어나 그를 주족(周族)의 종주로 삼기 위해 고공단보는 계력을 후계로 삼으려고 했다. 태백과 중옹이 태왕의 뜻을 알고 형만(荊蠻)으로 달아나 만이(蠻夷)의 습속으로 바꾸고 그들의 추장이 되었다. 태백이 죽었으나 후사가 없어 그의 동생 중옹이 뒤를 이었다. 한편 주나라 본국에서는 계력(季歷)이 종사를 잇고 이어서 그의 뒤를 문왕 창(昌)이 후사를 물려받았다. 문왕의 뒤를 이은 무왕(武王)은 은나라를 멸하고 주왕조를 세운 후에 태백과 중옹의 자손을 찾았다. 그때 중옹의 자손인 주장(周章)은 이미 스스로 오나라의 군주가 되어있었기 때문에 주장의 동생인 우중(虞仲)을 불러 옛 하나라의 고도(古都)인 지금의 하남성 평륙현(平陸縣)에 봉했다.

2)질(銍) : 지금의 안휘성 숙주시(宿州市) 서남에 있던 춘추 때 송(宋)나라 령의 고을이다.

3)명록촌(鳴鹿村)/ 지금의 하남성 록읍현(鹿邑縣) 시량촌에 있었던 춘추 때 송나라 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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